구질구질한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딱 한 잔만, 딱 십분만, 딱 한 마디만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도 자신의 태도에 환멸까지 느끼곤 했지만 그 순간 순간에는 그것을 되풀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되풀이 할때마다 그녀는 웬지 지친 표정으로, 그러나 말투만은 다정하게 대답했다. <div><br /></div> <div>좋아, 맘대로 해.</div> <div><br /></div> <div>그는 그 대답을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졌지만, 사실 그녀가 자신을 위해준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함을 알고있었지만 언제나 그러지못했다. 대답과 동시에 그는 더 삐뚤어진 맘으로 행동하곤 했다. 그녀를 잡아끌고 한 잔이 몇 병이 되고, 십분이 몇시간이 되고, 한마디는 어느새 본론을 넘어 결론까지 치닫곤 했다.</div> <div><br /></div> <div>좋아, 맘대로 해.</div> <div><br /></div> <div>그에겐 마법과도 같던 그 말. 그의 구질구질함을 덮어주던 말. 그러나 오늘은 그녀도 더이상 그를 견뎌낼 수 없었는지 다른 말을 꺼냈다.</div> <div><br /></div> <div>됐어, 나 돌아갈래.</div> <div><br /></div> <div>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div> <div><br /></div> <div>왜? 안간대서 술도 시키고 다 했는데 왜?</div> <div><br /></div> <div>측은한 눈빛이 그를 찔러온다.</div> <div><br /></div> <div>됐어, 나 돌아갈래.</div> <div><br /></div> <div>그녀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나선다.</div> <div><br /></div> <div>어디가? 잠깐, 야, 기다려봐!</div> <div><br /></div> <div>그는 망설임 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태도에 놀라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나선다. 와중에 계산하라는 사장님에게 대충 지폐를 찔러주곤 가게 박으로 나서자, 그녀가 저멀리서 택시를 잡으려 손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로 달려간다.</div> <div><br /></div> <div>야, 왜 그러는데? 어디 가려고? 뭐하러 택시잡어? </div> <div><br /></div> <div>그녀는 대답이 없다.</div> <div><br /></div> <div>아니, 야, 가더라도 나 술깨고 태워다줄테니까 좀 이따가 가지, 왜 그래 갑자기?</div> <div><br /></div> <div>역시 대답이 없다.</div> <div><br /></div> <div>왜 이래, 오늘? 아니 이왕 나온거 이야기 좀 더 하고... 어쨌든 내가 술 깨면 태워다준다니깐? 좀 쉬었다 가자!</div> <div><br /></div> <div>깊은 한숨만이 돌아온다. 그녀의 한숨에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는데, 순간 택시가 그들의 앞에 와 선다.</div> <div><br /></div> <div>나 갈게.</div> <div><br /></div> <div>그녀가 통보한다. 그는 잡아보려 했지만... 그녀의 냉막한 말투와 행동에 흠칫 손을 놓쳐버린다. 놓친 그 손이 택시 문을 열고 어둔 택시 속으로 그녀는 빠져든다.</div> <div><br /></div> <div>학익동이요.</div> <div><br /></div> <div>택시는 그렇게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출발해 버린다. 그는 남겨진다. 오늘따라 그녀는 왜 그러는걸까. 그는 혼자 되뇌지만 대답을 구할 수 없다. 혼자 생각하지만 머리만 아프다. 술이 괜시리 더 취할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게 그는 헛구역질을 한다.</div> <div><br /></div> <div>웩, 웨에엑...</div> <div><br /></div> <div>밤은 그렇게 그의 헛구역질 소리와 함께 지나간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방금 전 글을 쓰고 나서 정리하다 요즘 핫한 장미여관의 노래가 괜시리 듣고싶어져서 노래를 듣다가,</div> <div><br /></div> <div>장미여관의 < 봉숙이 >를 듣고 그냥 떠오른대로 써봤습니다.</div> <div><br /></div> <div>장미여관 쌩유!</div> <div><br /></div> <div>좋은 노래 고마워요...ㅎ</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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