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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수현있수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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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4978
    작성자 : 마음은돌격중
    추천 : 1
    조회수 : 192
    IP : 211.206.***.2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19:17:11
    http://todayhumor.com/?readers_4978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 뒷모습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꿈에서 깨어난다. 슬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잊혀 지지를 않는다. 언제나 나에게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했던 그녀인데, 왜 이제는 그녀의 그런 슬픈 미소만이 내 주위를 맴돌아 나를 아프게 한다. 살짝 눈을 떴지만 아직 머릿속에 그녀의 잔상이 맴돈다.

    그녀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말이 하고 싶은지는 몰라도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녀는 나의 말을 이어나가거나 반박하는 것을 즐겼다. 나는 그런 그녀와의 대화가 좋았다.

    하지만 물론 간혹 그녀와의 대화가 불편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녀와 사회적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할 때다. 그녀는 자신의 관점에 대해 매우 신앙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이 너무나 병적이라,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전자음이 들려온다. “선원은 함교로 집합하기 바랍니다.” 잠시 그녀를 회상했던 나는 묽어지는 회상의 끝머리를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교에서 오늘의 일정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정해진 오늘의 일정은 항로와 핵융합로 그리고 기타 설비들을 체크하는 일이다.

    배는 매우 뛰어난 인공지능인 도브에 의하여 전부 제어되므로 사실 봐도 모르는 내가 크게 신경 쓸 일은 없다. 다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배의 시설들을 살필 뿐이다. 걸음을 옮겨 기관실에 이르렀다. 그런데 자동문이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 문이 열리지를 않았다. 자동문의 개폐버튼을 조작하여도 상황은 달라지질 않았다. “도브, 문이 왜 열리질 않지?” 천장에 있는 스피커에서 전자음이 들려온다. “선원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간혹 그녀의 꿈을 꾼다던지 따위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면 도브는 내가 배의 중요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한다.

    그녀도 자주 나를 막아서고는 했다. 부끄러움 많은 내가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그녀는 항상 나를 막아서면서 자신 있게 웃었다. 넉살좋게 식당 아주머니께 맛있는 반찬 더 달라고 하기, 술집에서 진상부리는 손님이 있으면 자기가 더 진상부리기 등등날 돌아보고 살짝 미소 짓고는 내 할 말을 대신해주는 그녀의 단정한 정수리가 참 예뻤다. 날 막아서는 차가운 문을 보면서 그녀의 뒷모습을 생각하는 내가 많이 불안정한 것 같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음을 돌려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녀의 잔상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자에 앉아 밖을 본다. 허무의 저편에 흩뿌려진 별들을 보며, 다시 기억의 잔상에 몸을 맡기려고 노력해 본다.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난 때는 이 배가 출항하기 2년 전 즈음이었다. 그날은 매우 뜨거웠다. 노란색 평야가 펼쳐진 북미의 사막지방에 있는 어느 거대 기업의 우주연구소 단지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우주개발을 목적으로 한 초거대 우주선의 개조와, 개발을 위해 모였는데, 그녀와 나의 임무는 양자역학을 적용한 인공지능에 윤리 원칙을 적용하는 임무였다. 전문적인 기술은 A등급 인원인 그녀의 담당이었고, 난 윤리적 사항에 대해 조언하는 시설에 직접적 개입할 수 없는 B등급 인원이자 조언자의 입장이었다.

    그녀는 연구단지에 모인 전문가들을 보면서 하나의 사기업이 이런 수준의 전문가들을 이만큼이나 많이 모을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라며 그들과 동등한 한 분야의 최고로서 함께 전문가로서 작업하는 것을 큰 기쁨과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런 그녀의 전문적 지식이나 학계에서의 지위와는 별개로 그녀는 참 놀라운 매력을 가진 여자였다. 스키니 한 청바지와 면 티가 잘 어울리는 그녀와 세부사항들을 조율한다는 핑계로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그녀의 속눈썹이 매우 길다는 것 그녀의 허리가 너무나 가늘다는 것 그녀가 스타워즈와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광팬이라는 사실들만을 알아가게 되었다.

    우주선이 곧 발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어느 저녁 그녀는 나에게 자기가 우주선에 선원으로서 탑승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예정에 없던 사실에 깜짝 놀란 나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그러한 사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나의 아쉬움을 아는 그녀는 묘하게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우주선 안으로 나를 끌고 갔다. 발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지만, 출입이 가능한 A등급 인원인 그녀의 자동차 짐칸의 전자장비 안에 꾸역꾸역 숨어 배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배를 직접 보니까 어때?”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배를 안내했다. 어깨가 보이는 짧은 티를 입은 그녀의 뒷모습이 예뻤다. “이 배는 우리가 완성한 인공지능에 의해서 관리, 감독되고 조종되는 거야.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우리 자식 같은 거지!” 그녀의 말에 당황하는 나를 보며 그녀는 이렇게 애가 커서 먹여 살리려면 고생 좀 하겠다며 나를 놀렸다.

    우주선을 대충 몇 시간 둘러보고 지친 나를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이제 먹고 자게 되는 거야.”라고 짧게 말했다. “우리 아이의 이름은 도브. 아직은 말도 잘 못하고 사람마음도 잘 모르지만, 당신같이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가 함께하면서 우리 애를 키운다면 멋지고 똑똑한 아이가 될 꺼야말투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내가 무슨 소리냐고 따져 물으려 하자 그녀는 방 밖으로 나가 도브에게 문을 잠그라고 명령했다.

    밖에서 문에 등을 대고 울먹이는 그녀가 느껴진다. 이 배는 사람을 위한 배가 아니며, 지구의 모든 생물이 종말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만들어진 방주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인공지능 전문가였던 자신이 비밀리에 프로그램을 조작하여 나를 탈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이며, 다른 어떠한 사람도 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태우는 것은 아직 부족한 인공지능을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하지만 나를 태우는 책임을 온 인류와 함께 지기 위해서 자신은 배에 탈수가 없다며 자신을 평생 저주하라고 원망하라고 이야기하며 그녀는 나의 방에서 멀어져갔다.

    창밖에서 뭔가 떨어져 내린다. 장난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녀가 돌아와서 함께 가준다면 좋겠는데, 문을 부술 듯 두들겨도 창문을 의자로 내리 쳐봐도 흠집조차 나지가 않는다. 문득 창밖으로 우주선에 승선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군인들이 그들을 제지하지만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고 그 군중을 역행하여 익숙한 누군가가 뛰어간다.

    뭔가 하늘에서 끊임없이 내려온다. 군중과 군인들이 섞여있는 아비규환과는 대조적으로 계속해서 조용히 끊임없이 하늘에서 뭔가가 내려온다. 하얀 것이 조금은 회색빛도 나는 것이 우수수 하늘에서 떨어진다.

    미안합니다. 힘내시면 좋겠습니다.”천장에서 익숙한 전자음이 들려와 나는 정신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인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래. 고마워.”라고 짧게 대답한다. 다시 소리가 이어진다. “나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헛웃음이 나온다.


    -------------------------------------------------------------------------------------------------------------


    쓰고보니 너무 길어서... 난 안될꺼야 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12/02 22:57:54  116.34.***.61  Aㅏ그래요?  25209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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