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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Nushian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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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801
    작성자 : Nushian
    추천 : 1
    조회수 : 466
    IP : 121.175.***.14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0/05 16:54:33
    http://todayhumor.com/?readers_3801 모바일
    개연성을 중시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벌써 몇 차례 수정한 글입니다. bgm이 문제였던 거 같아 없앴습니다. bgm을 듣고 싶다면

    http://pds23.egloos.com/pds/201202/19/66/04_TAMUSIC_04.swf <-클릭하거나 링크 복사!)

     

    어쩌다보니 유머사이트에서 하는 짓이 유머보다는 진지한 글쓰기 뿐이군요.


    아직 SSF를 계속 쓰고는 있습니다. 아주 틈틈이요... -_-;;

    소설에 대해서 상담(?)을 받고 싶은데 여기에 끄적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쓰는 SSF에 대해선 소개글 링크 ->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member&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economy&no=193&page=1&keyfield=&keyword=&mn=202202&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210945&member_kind=total


    2권을 건너뛰고, 모든 일의 시작이 되는 6권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프롤로그요..


    도움의 될 만한 클리셰나 작품을 소개받고 싶습니다. 혹은 트릭도 좋구요.


    세 명의 인물이 사망합니다. 그런데 우선 이 세 명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소개해야 겠군요.


    민은선->위대한 계획가. 미래 계획이란 능력을 쓸 수 있다. 차에 치여 죽는다.

    손은하->천공의 눈동자. 뛰어난 경지의 통찰력을 갖고 있다. 냉동고에 갇혀 얼어 죽는다.

    권은주->피에 물든 밤.(차유라 어머니입니다. 허허) 절제를 무기로 남들의 배나 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소에서 불타 죽는다.


    각 인물들에 대해선 간략한 소개가 2권(민은선), 3권(권은주), 4권(손은하)에 소개됩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쓴 건 1권뿐이고, 2권은 수정을 해야 하고, 6권은 프롤로그만 쓰고 있어서요.. 6권에선 2, 3, 4권에 소개된 토막글이 소설답게 종합됩니다.

     

    그럼 민은선에 대해 여러분들이 파악할 만한 글을 적도록 하지요. 다소 길 수도 있습니다.(참고로 정말 소설 2권에서 저렇게 썼습니다. 추후 수정될 수도 있어요.)

    --------------------------------
     「위대한 계획가」는 「세상의 룰」을 알고 있었다.
     물론 사람의 이성과 합리성이 불완전하듯 계획가의 지식도 불완전하였다. 그녀는 물리학에서 시작하여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학문을 모조리 섭렵하려 했다. 그녀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문서화하는 계획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능력이었다.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 심지어 자연 재해에 이르기까지 그 확률이 엄밀한 의미에서 제로가 아니라면 실현되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빛의 속도로 순간이동을 한다든지 아틀란티스 문명이 다시 나타난다든지 하는 상식 밖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녀 본인도 일어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식적인 가능성에 기초하여 세상의 움직임을 「세상의 룰」이라 불렀다. 이 규칙만 어기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였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상식이라 여기는 것에 기초한 게 아니라 그녀 본인이 상식이라 여기는 것에 기초한 룰이란 점이 아이러니하였다.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이 능력을 알아차렸다. 초등학생 시절, 자신이 공부한 문제만 시험에 나온다면 좋겠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그러다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능력을 남용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능력을 쓴 다음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겪어야 했다. 심지어 그 부작용조차 그녀가 상정한 「세상의 룰」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실현되었다. 여러 번의 시험에서 모든 과목을 만점 받게 되었지만 그녀에게 시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하는 친구가 생기면서 학급에서 왕따가 될 위기에 처하며 선생님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으면 용서해 주겠다.”는 식의 웃지 못 할 꾸지람도 들었다.
     처음에는 이 능력의 정체도, 부작용의 정체도 잘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알아차렸다. 구체적인 계획일수록 그 구체적인 조건을 충족시키며 계획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요소들에서 그녀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그 계획 현실화 능력을 잘 쓰지 않았다. 대신 문제점을 해결할 때까지 끊임없이 「세상의 룰」을 배웠다. 사실상 평생에 걸친 학습이었다.
     세상의 룰을 아주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하는 것은 물리학이었다. 작용과 반작용 개념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부작용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일반인에게는 얼핏 보기에 괴상할 수 있는 양자역학마저 그녀에게는 그저 세상의 룰의 일부, 즉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만만해졌지만 혹시 모를 부작용 때문에 조그마한 계획을 하였다. 계획의 스케일에 따라 부작용의 스케일도 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한 번쯤 능력을 실험해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와 사귀게 된다고 계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정말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절묘한 첫 만남, 멋진 외모, 신사적인 매너, 흠잡을 데 없는 집안,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지성 수준, 무교이며 무신론자, 물리학 전공, 그리고 정말 그녀를 사랑한 남자였다. 계획대로 모든 일상이 장밋빛으로 마냥 물들어 간다고 생각할 때, 그녀는 다시 능력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부작용을 의식하였기에 아주 작은 스케일의 계획만을 세웠다. 예를 들어, 데이트 코스는 어떻게 된다든지, 상대의 취향이 자신과 같게 된다든지, 어떤 이벤트를 받게 된다든지, 자신의 선물에 상대가 얼마나 기뻐하든지 등등 그녀에게 사소한 스케일이라고 여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작용은 잔인하게 그녀에게 「세상의 룰」이 가진 쓴맛을 강제로 보여줬다. 그것도 지금껏 나타나지 않은 부작용이 총집합된 형태로.
     그 남자는 문어다리식 연애를 하고 있었으며 상대 여성을 모조리 ‘진심’으로 사랑하는 상태였다. 그녀는 씁쓸한 기분에 헤어지기로 「계획」하고 「실행」하였다. 웬일인지 그녀에게 이번만큼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씁쓸한 기분을 지우기 힘들었다. 학교에는 더 이상 그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나야 할 부작용이 그 남자에게 미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계획가는 그 때 처음으로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능력을 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의 집안이 하던 사업이 대박 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왠지 마음이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잠시나마 이 능력을 타인을 위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마저 하였다.
     그러나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잘못 선 보증 때문에 집안이 파산하고 전 재산이 경매에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녀는 얼른 1등 복권 숫자를 예언하다시피 일기장에 휘갈겨 쓰고 복권을 구입하여 집안의 경제를 파탄상태에서 한 순간에 예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반전시켰다. 복권 당첨 금액 또한 역대 사상 최대금액이었으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이 기록이 깨지기 힘들 것이라고 방송에서 떠들어댔다. 그녀는 집안의 부(富)를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젠 경제학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의외로 경제학에서는 부유해지는 화려한 비법 같은 것은 실려 있지 않았다. 그러나 물리학을 한 그녀에게 경제학 또한 그저 「세상의 룰」의 일부였을 뿐이다. 룰은 학자마다 조금씩 달랐다. 아예 정반대의 시각을 지닌 학자도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봤을 때 옳다고 납득하는 주장만 받아들였다. 그녀는 주식과 채권에도 손을 대서 대박 행진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이었다. 그녀의 연이은 성공에 처음엔 기뻐하던 그녀의 아버지가 결국 그녀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나 힘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을 해버렸다. 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과 번민을 느꼈다.
     그녀는 평소에 많은 공부─이젠 심리학마저 손을 댔다─를 하였으므로 능력 같은 건 쓰지 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창안해서 학계에 이름을 날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녀는 평소에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단」을 고심하던 끝에 그 비법에 관한 열쇠가 될 이론을 제안하였다. 하필이면 그녀의 지도교수이던 이현민 물리학 교수가 그녀의 이론을 가로채 버렸다. 그녀는 능력을 써서 이현민 교수의 명예를 추락시키고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려는 유혹을 느꼈지만, 명예를 얻기 위해 타인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짓은 개운한 처사가 아니며 어떤 반작용이 자신에게 찾아올지 몰라 불안하여 결국 단념하였다.
     그녀는 시름에 빠져 일기장을 한 장씩 읽으며 태우다가 문득 자신의 능력이 발동되고 부작용이 찾아오기까지의 시간차를 떠올려 보았다. 부작용은 항상 뒤늦게 찾아오는 편이었다. 또한 굳이 직접 계획을 안 세우더라도 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계획도 존재하였다. 그녀는 머릿속에 사고실험을 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정리하였다. 자신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추구하게 될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그녀는 시험 점수, 사랑, 돈, 명예를 위해 능력을 써왔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막상 지나고 보니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게 아니었고, 없더라도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 것들이었다.
     그녀는 15년짜리 인생계획을 닷새에 걸쳐 계획하였다. 그녀는 더 이상 명예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기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평범한 한 사람의 부모가 된다면 분명히 자식을 낳게 될 것이다. 자기가 자식을 낳았을 때의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길 원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바라는 대로 유토피아가 완성되지는 않으리라 여겼다. 또한 한 국가 급의 변화와 개혁이 발생했을 때, 국가 급의 부작용이 들이닥치리라는 것은 다른 이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며, 그녀가 인정한 「세상의 룰」이자 경제학의 핵심 명제 중 하나이기도 한 “There is no free lunch”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생각하기에 가능한 수준의 개혁과 그 개혁이 완성되었을 때의 사회 모습을 몽땅 계획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계획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도 계획하였다.
     도무지 보통 수준의 정치가나 선거나 법안으로는 불가능할 일이었으므로 이런 총체적인 일을 음지에서 추진할 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계획대로라면 분명히 그 세력이 계획된 이 땅의 부(富)를 모조리 훔쳐갈 우려고 있었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그 세력에 가담하여 이 집단의 궤도가 본래 그녀가 상상한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끔 직접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어느 소설에서 본 비밀 음모 결사 단체의 이름을 떠올렸다. 좀 우습게도 했지만, 그대로라면 무시 못 할 위력을 지니리라 생각했고, 없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단체였다. 그 단체의 움직임은 그녀가 상정한 「세상의 룰」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국내 활동 인원 10만 명에 모두 무보수로 일하며─돈이 오가지 않아야 순수하게 이념에 걸맞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정치, 경제, 법, 제도,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소리 소문 없이 미칠 수 있는 「다극화 추진 위원회」가 존재하며 머지않아 한 달 안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계획하였다. 직접 실체도 본 적 없는 상상 속의 단체였지만, 그 계획을 세운 지 단 보름 만에 그녀는 「시작과 끝」을 만나게 되었다. 만남은 시작과 끝에게는 우연이었지만 그녀에겐 기정사실이었다. 그녀의 프로필을 조회하고 인생 역정을 보니 보통 수완가가 아니란 것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설마 그녀 쪽에서 먼저 접근하리라 보진 않았기에 시작과 끝은 위원회의 수장이 된 이래로 처음으로 보안이 허술했었나 우려할 정도였다. 게다가 먼저 길가에서 상대를 알아본 것은 그녀 쪽이었다. 위원회의 최고 우두머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복장으로 어디에 자주 가는지 상상해서 그 자리에 있었던 결과로, 능력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심리학을 접목한 상상력으로 이만하면 대단히 현실적인 상상력이었다.
     단 하루 만의 면담으로 앞으로 그녀의 인생과 대한민국과 전 세계 인류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생각한 미래 역사의 흐름을 짧게 요약하여 보고서 형식으로 시작과 끝에게 건네주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란 약속을 받아내며 동시에 정식 위원이란 직위에 걸맞게 「위대한 계획가」라는 코드 네임도 등록하였다. 개인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개입할 수 없는 외부의 일도 계획만 하면 그대로 「현실화」되는 능력이 드디어 사회를 뒤집어엎는 거대한 음모에 사용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은 인과율의 흐름이나 세상의 룰을 뒤엎어버리는 행위가 아니었다. 이 정도쯤이면 그녀도 이런 부작용으로 나중에 제 3차 세계 대전 정도는 발생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결국 대한민국은 별다른 피해 없이 전쟁 후의 폐해가 된 세계에서 더욱더 엄청난 부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의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3차 세계 대전은 자신이 죽은 다음 한참 시간이 지나 발발하게 될 것이니 그녀가 계획한 것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게 된다. 그녀의 계획은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전 인류의 5분의 4가 전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죽어버리고 한국은 국가를 온전히 보존한다는 게 끝이었다. 국력을 보존한 한국이 더 이상 그녀의 계획 능력 없이도 전 세계의 참상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사고실험으로 상상해 보았고 결론은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그 때가 되면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많이 개선되고, 전 세계를 주도해도 될 자격을 갖게 되리라는 게 그녀의 예상이었으므로 더 이상의 계획은 필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국은 만 년 정도는 끄떡없이 국가 상태를 보전할 수 있다고 짤막하게 장난삼아 보고서에 집어넣었다. 만 년 후에도 그녀가 살아 있을 리는 없지만, 아무래도 만 년 후에는 반드시 처참하게 멸망하여 역사 속에 자취를 감추게 되리라.
     시작과 끝은 보고서에 대한 답례로 그녀에게 취직자리를 추천해 주었다. 사실 시작과 끝은 그녀에게 직접적인 임무를 부여해 봤자 그녀의 능력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므로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였을 뿐이었다. 물론 그 직장은 좋은 곳이었다. 일본의 전력 회사로 주로 대체 에너지를 취급하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녀는 일본어를 공부한 뒤 손쉽게 취직하여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대기업이 되고서 나중에는 한국에 진출하여 전력, 철도, 지하철, 버스 운송업, 도로 건설, 여러 기계의 부속품 산업에 뛰어드는 등 대단히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성공하였다. 이는 그녀가 능력을 쓰지 않고도 성취된 것이었다. 물론 한국에만 진출한 게 아니었다. EU, 미국,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지에도 사업 진출을 하였으나 유독 중국과 중동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그녀가 회장을 상대로 강력하게 그쪽으로의 사업 진출을 말렸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 지는 그녀도 알 수 없지만 3차 세계 대전 때 그쪽 국가는 거의 궤멸 상태에 이를 것으로 구태여 사업 진출을 해봤자 전쟁 이후에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한국에도 썩 이롭다고 할 사안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속 승진을 하다가 회장의 소개로 회장의 아들과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장의 아들이 그녀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회장의 아들이 보았을 때, 그녀는 너무 독선적이었고 자기 확신에 차 있었으며 회장 아들인 자신보다 더 회장에게 신임 받으며, 부하직원들도 그녀를 무척이나 신뢰하는 게 질투가 났었다. 결국 해선 안 될 불륜 행위로 회장의 아들은 그녀를 버리려 했으나 그녀는 이미 회장의 아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 연애하고 헤어지자 결국 자살한 첫 번째 남자친구는 그녀가 생각한 범위 안에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 그 완벽에 흠집이 가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며 망가져 버리고 끝내 죽어버렸다.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게 된다면 그녀는 기껏 잡은 행복을 놓치게 되는 셈이었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남편은 나름대로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적인 정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용서하면 자신에게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게 잘못이었다. 내연녀는 낙태를 거부했고 아이를 낳았다. 이혼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어떤 부작용이 닥칠지 제대로 예상조차 못한 채 능력을 써 버렸다.
     그녀는 사생아와 자신이 곧 낳게 될 딸이 서로 질투하지 않고 보듬어주며 잘 감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설령 상대가 부재중이어도 상대의 생존에 대한 확신만으로도 미래를 견딜 용기를 갖길 원했다. 자신의 딸은 자신과는 다른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얼른 보기에 순순히 납득할 만한 거짓보다 잔혹한 진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혜안을 갖길 원했다. 이왕 이 계획으로 불행해질 거라면, 처음에 엄청 불행했다가 나중에는 인생의 모든 불행을 소모해 버려 행복한 일만 잔뜩 남기를 기도했다─────.
     끝으로 장난삼아 똑똑하고 운동 잘하는 미인이길 바랐다. 자신의 딸이 자신과 같은 계획 현실화 능력 없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가려면─무엇보다도 3차 세계 대전에서 생존하려면─ 그만한 능력은 있어야 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아이를 낳고 한 동안 행복했으나 결국 내연녀에게 사주 받은 트럭기사에게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해 버렸다. 그녀는 의식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딸이 행복하길 원하며 그녀가 줄곧 상상한 딸의 모습이 실현되리란 「상상 속의 계획」을 「승인」하는 「서명」을 도로 위에 「혈흔」으로 남겼다.
     경찰들은 그 핏자국을 단순히 다잉 메시지로 판단하였으나 그게 그녀의 서명이란 것을 알아챈 사람은 회장과 시작과 끝뿐이었다. 「위대한 계획가」는 죽기 직전에 가장 추상적인 계획을 발현하는 데 능력을 쓰고 죽었다. 어디에도 기록된 적 없으며 누구에게도 말해준 적 없으며 어떻게도 알아낼 수 없는 내용의 계획이었다.
    ------------------------------------------------------------------
    어떠셨으려나 모르겠네요.


    능력 소유 -> 부작용 ->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능력 사용 -> 사망


    이렇게 큰 틀이 짜여져 있긴 한데,
    '무슨 사건'을 겪어서 차에 치여 죽습니다. 아무렴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죽기야 하겠습니까..
    근데 그 '사건'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서 말입니다. ㅠㅠ
    범인은 정해져 있습니다. 사고 친 트럭기사는 이염갑이고, 이 개노무시키는 위원회 내의 배신자에게(그래서 6권 제목이 배신자와 피에 물든 밤이어요..) 사주를 받은 거죠..


    여기서 더 어려운 점은,
    1)이 셋이 죽은 날짜가 같은 날이며,
    2)사주를 한 사람은 배신자이며,
    3)시작과 끝은 배신자가 누군지 파악조차 못하며,
    4)이들의 능력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필연적인 상황'에 의해서 죽게 된다.(즉, 죽는 분들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배신자의 입장에서 글을 전개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그냥 당하는 입장에서 계속 전개해 나가야지 싶어요. ㅠㅠ

     

    이 작품에서 6권만큼은 상황이 동시적으로 변합니다. 각자가 한 곳에 위치한 게 아니라 다 동떨어진 데서 사고를 당하거든요.

    그런데 교차하는 부분이 있어요.
    손은하가 갇힌 냉동고를 이염갑이 트럭에 실어가는데, 이 트럭이 민은선을 칩니다. -_-;; 이 미친 양반이 사람 두 명 죽여요.

    동시에 사건이 일어날 때, 이걸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만화에선 화면을 분리해서라도 할 수 있지만, 소설은 그러기 힘들잖아요..(다단이라도 나눠버릴까요. -_- 형식을 파괴하고 있는 글이긴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아래는 요즘 쓰고 있는 6권 프롤로그입니다... 아직 하준의 입장이 3분의 1도 반영되지 않았어요.. 거기다 민은선, 손은하, 권은주의 입장도 반영해야 하다니...! 난 여기서 나가야 겠어!

     

    6권 구성은 프롤로그(2020년 이전의 정세), Ch1(2020년), Ch2(2021), Ch3(2022), Ch4(2023), Ch5(2024), Ch6(2025), 에필로그(2025년 이후의 정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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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정확히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있다. 우선, 이 얘기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기억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간혹 앞뒤 안 맞는 부분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은 기억력의 한계에 의한 것이다. 되도록 어긋나지 않는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오류는 전부 본인의 무능인 탓으로, 본인에게 진실을 들려준 이들에게는 이 오류들과 관련된 잘못이 없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이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사태가 이렇게 돌아갈 지 전혀 몰랐다는 예지능력의 부재도 아니요, 권력의 부재도 아니요, 그저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있을 뿐이다. 확실히 이들에겐 사태를 바꿀 능력도, 기회도, 심지어 의지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사태 해결 내지 사건 전개의 향방을 바꾸길 포기했다면 거기엔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우선 ‘그’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는 편이 수월하리라. 편의에 따라서는 그를 둘러싼 다른 이에 관한 얘기도 첨가하겠다. 우선, 그의 이름은 김하준. 내가 유일하게 후원을 했던 경제학자로, 매우 특이한 인재라 할 수 있다. 경제학자로서의 능력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 건 후대의 역사가들조차 종결짓지 못할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곁에서든 멀리서든 그를 지켜봤을 때, 그는 한 가지 복을 타고 난 듯 보였다. 우리는 이를 人福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직설적으로 女福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에게는 ‘언제나’ 지지하는 사람이나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일 지도 모른다. 상황이 유리할 때라면 추종자가 늘어나는 게 납득이 될 만한 현상이지만, 모든 여건이 극단적으로 불리할 때조차 그에게 크든 작든 헌신하길 주저치 않는 추종자들─대개는 여자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그는 특정 종교를 이끄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사람들이 흔히 어렵다고 투덜대는 경제학을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사람, 즉 경제학자다. 더구나 같은 남자가 봤을 때도 미남이라 부를 만한 외모는 아니다. 물론 못생겼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추종자가 생길 외모는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수수께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이 여복 덕분에 나라를 뒤흔들 미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추종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어려운 책을 써내도 국내 인구의 약 절반은 그가 쓴 책을 최소한 한 권은 소장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 책을 읽었는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누린 인기는 흡사 연예인이 누려야 할 인기─내 생각엔 그조차 초월해버린 것 같다─라 봐야할 정도였다. 사실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 그가 제안했던 프로젝트가 연이어 통과될 수 있었다. 아무리 케인즈도 뉴딜 정책 이전에 일반이론을 출판하지 못했지만, 그는 이론을 대중에게 거의 납득시킨 다음에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거의 천운이라 봐야 한다. 그렇기에 수수께끼이다. 그는 국내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제도주의 학파의 경제학자이며 베블런 유파의 기업 이론과 소비 이론을 추종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낸 책은 논문을 엮어낸 논문집이며, 거의 교수 정도 되어야 알아들을 어렵고 장황한 이야기─더구나 주석도 불친절할 정도로 생략되어 있으며, 이를 파악하려면 맨 뒤의 참고 서적을 일일이 다 뒤져야 하는 걸 내가 아는 이유는 그의 부탁으로 그 책이란 걸 한 번 다 읽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로 도배되어 있다. 딱 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란 뜻이다.
     어쩌면 시기를 잘 타고나서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중국발 무역 충격을 정확히 예측하였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서 국제 무역의 돌파구를 찾았다. 또한 태양광을 비롯한 환경 산업이 호황을 탈 무렵에 신설시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이쯤 되면 행운이라 부르기 어려운 필연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법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죽기 전에 나에게 알려준 일기와 진술을 토대로 이 모든 사태가 우연은 아니었으며, 다른 용어는 생각나지 않지만, 필연이라기보다는 순리에 가까운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는 그 이외에도 이 일과 관련된 여러 명의 진술을 참고하였으나 중심이 되는 것은 하준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는 대학 4학년 무렵으로 돌아간다.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 이전 시점의 이야기를 서술할 수도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며, 사태가 이렇게 돌아간 원인을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싶다. 세상은 개인이 바꾸기에는 너무도 거대해져 버렸다. 세계화는 지구를 좁혀놓았을지 모르지만, 인구는 경직성을 유발하였다. 집단이 아니고선 이 어마어마한 인구를 어떤 경향을 향해 가도록 만들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나는 그라는 인물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정작 그는 제도와 시스템에 관심이 있었지만, 결국 그 제도라는 것도 개인과 집단이 고안해 낸 것이다. 그러나 부디 오해하지 말길. 그는 초인이 아니다. 그가 세상을 많이 바꾼 것은 맞지만, 어쩌면 국내에 한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모든 병폐와 과오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돌린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나는 그를 비난할 의도가 추호도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건전한 비판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그를 향한 건전한 비판이 존재한다면 나는 충분히 그 쓴 소리를 앞장서서 할 용의가 있다. 또한 우리 자신을 향한 건전한 비판이 존재한다면 나는 충분히 그 쓴 맛을 느낄 용의가 있다.
     어쩌면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제학자다운 글─나도 경제학과 출신이지만, 안타깝게도 운명의 저주인지 나는 그저 평범한 회계사일 뿐이다─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교수 사무실을 나온 하준은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사려고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리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동기들을 비롯해서 후배들이 하준을 에워싸고 교수 사무실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끔─하준에겐 일상적인 일이라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히 폭탄 발언을 한 연예인을 취재하러 온 기자 무리와 맞먹는 인파였다. 만약 여기서 벽이라도 무너지면 하준은 머리에서 20cm 위의 벽돌에 맞아죽거나 인파에 짓눌려 죽을 것이다.
     하준을 향해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이놈들은 a)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지성을 지닌 대학생인가, b)콘서트장에 스타를 보러 온 청소년인가, c)범죄자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인가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머릿속에서 기어 올라왔다. 교수 사무실에서의 분위기 때문에 하준은 c)를 찍고 싶었다. 그만큼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하준이 잘못한 일은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 시험 때 컨닝을 한 것도 아니었고,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가 안 갚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하준은 남들에게 자랑을 해도 될 만큼 우수한 학생이었고, 스스로 그리 말해도 어느 누구도 감히 뻔뻔한 주장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단지 그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유학길에 오를 수 없다는 통보를 듣고 난 직후이기 때문에 불과하다. 물론 학업 성적으로만 따졌을 땐, 국가가 장학금을 뭉텅이로 떠밀어서라도 더 큰 학문의 세계로 그를 보내야 할 정도지만, 장학금은 병원비로 치환할 수 없는 돈이다. 학업에 들어갈 모든 돈을 국가가 지원해 주더라도 아버지를 고칠 돈은 스스로 조달해야만 했다. 물론 지금껏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이것저것 많이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으로 가면 더 이상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진다고 봐야 했다.
     “선배”라는 단어가 연거푸 들렸지만 좌절감 때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유학이 끝날 때까지 돈을 모아서 지원하겠다는 녀석도 있었고, 하준 덕에 취직할 수 있었던 녀석도 흔쾌히 거금을 내놓겠다고 아우성쳤다. 그러나 더 이상 이 친구들에게 빚을 져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자존심 때문이 아니다. 이 친구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게 가능했다면 진작 부탁했을 것이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더더욱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처음 몇 달은 흔쾌히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년 단위의 시간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면 누구라도 허탈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가족이어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다. 물론 이 녀석들이 제안하는 것이 가족들이 할 만한 간호는 아니며 그저 금전적인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개중에 하준에게 흑심을 품은 여학생들은 간호를 도맡아 함으로써 점수를 따려는 기색도 엿보였지만, 가족이 아니고선 도중에 나가떨어질 게 분명하며, 하준에게서도 멀어질지 모른다.
     하준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둘러싼 학생들은 그가 문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끔 막아놓고서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다. 물론 이들도 대학생이라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학교 밖으로 나가면 그의 인생은 거기서 끝날 것이란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인간 바리게이트를 친 것인데, 시위 경력이 있는 학생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그렇다, 이 모습은 한 명의 인간을 향한 비난과 비판 없는 시위 모습과 같았다. 오히려 이 시위의 목적은 비난이나 반대가 아니라 도움과 연대를 위한 시위였다.
     학생들의 소란이 거슬렸는지 의자에서 전화를 받던 교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하준 뒤에 섰다.
     “이보게, 지금 하준이가 곤란해 하잖나.”
     “교수님! 교수님은 월급을 받고 연구만 하는 대학 직장인입니까, 한 명의 제자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참 교육자입니까!”
     “그걸 당연히 알면서 묻는가.”
     교수는 자신보다 더 인기 좋은 학생을 향해 허물없는 시샘의 눈빛을 던지고는 넉살 좋게 말했다.
     “내가 훗날 학자들에게 좋은 평가 한 줄 받는다면, 그건 아마 훌륭한 제자를 배출한 사람으로서 일걸세.”
     그 말의 의미를 아는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도 아까와는 딴판인 교수의 말에 적잖게 놀랐다. 이 교수가 인기 있고 없고를 따지는 사람이 아님을 알기에 이 결정이 즉흥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아까는 분명 한 명의 교수로서는 사정 있는 학생을 일일이 돕고 다닐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이 교수가 그저 생색내기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님을 빌었다.
     “그러니, 미래의 전설적 경제학자 K군은 다시 나와 면담을 하도록 하지. 그리고 너희들, 좀 조용히 해라.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치는 건 뭐다?”
     “외부 불경제요!”
     “외부 경제라 한 녀석, 감점 0.5점.”
     다들 교수의 실없는 농담에 다들 격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교수도 빙긋 웃더니 그의 손목을 붙잡고 도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게.”
     교수가 먼저 자리에 앉자 그도 뒤이어 앉았다. 교수가 사무실 밖에서 구경하는 학생들이 거슬린다는 듯 손짓을 하자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밀폐된 방에서 다시 면담이 시작되었다.

     

     인간 바리게이트는 그를 더 이상 가로막지 않았다. 오히려 보호막이 된 것처럼 그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둘러싸 그가 움직일 때마다 아주 조금의 시차를 두고 함께 움직였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부산대에서 부산대 지하철역까지 갔다. 처음 보는 사람은 무척 신기해할 광경이지만, 그가 군대를 간 2년을 제외하고 4년이나 이 광경을 본 사람에겐 너무나 낯익은 광경이며 그가 귀가하러 간다는 것을 눈치 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마치 거대한 세포가 이동하는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세포핵은 당연히 그, 김하준이다. 이런 모습도 그가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그녀를 만나면 마치 이물질을 받아들이듯 좌우로 갈라졌다.
     그의 눈앞에 나타나 반듯한 차림새로 미소 짓는 그녀는 손은하라고 하는 미인이다. 그녀는 보통 미인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 나라를 기울게 만들 정도로 위험할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 자신도 스스로의 치명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으나, 그녀는 지혜도 겸비하였기에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하준에게 수많은 인파가 들러붙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하에게는 또 다른 여성 한 명─중학생 시절부터의 친구다─이 뒤에 붙은 게 다였다. 그렇다고 해서 하준이 결코 지혜가 얕다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모여드는 사람들은 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지, 누구도 해를 끼치려 하진 않는다. 그러나 은하에게 모여든 사람 중엔 단지 사리사욕을 위해 접근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은하는 하준보다 운이 떨어진다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오라버니, 이렇게 보는 것도 이제 며칠 안 남았겠네요.”
     은하가 무의식적으로 눈웃음을 짓자 그의 친구들 중 남자 몇 명은 경기를 일으킬 듯이 몸 둘 바를 몰랐다. 은하는 이런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진화적,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수줍음이 표현되는 일종의 행동양식이다. 대조적으로 하준은 무척이나 무덤덤하게 은하를 대했다.
     “어찌될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그렇지 않아요, 선배!”
     하준 근처의 많은 여학생들이 그를 격려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 일일이 답변하지 않았다. 무시하는 것으로도 보이겠지만, 멋대로 지껄이는 쪽에서 화를 낼 수는 없다. 4년이라는 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이런 대접에도 그들은 꿋꿋이 그의 전후좌우를 지켰다. 그는 이들의 구심점이자 세포핵 역할을 힘들이지 않고도 수행해 냈다. 그가 부탁한 게 아니라 그들이 원한 것이므로.
     “주변분들 말씀이 맞아요. 제 친구도 다 잘 될 거라는 걸요.”
     “그… ‘예언자’ 같은 애 말이냐.”
     “오라버니께서 과외로 가르친 애잖아요.”
     “나는 걔가 언젠가 큰 일 터트릴 거 같아 가까이 하기에 좀 그래. 네 생각은 어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친구 험담을 유도하는 건가요? 그 친구는 예언가도 아닐뿐더러, 오라버니께서 무사히 유학을 가시리란 것은 저뿐만이 아닌, 여기 있는 모든 분의 의견이 만장일치예요.”
     은하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여기저기서 갈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히 남자들의 환호로 지하철 직원이 주의를 당부할 정도였다. 물론 이 직원도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광경을 자주 보아온 터라 그 이상의 제재는 가할 수가 없었다.
     하준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은하의 선명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위험할 정도로 맑았다. 그가 그녀를 처음 본 곳도 이곳 지하철 대합실이었다.

     때는 2012년. 하준은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겨우 대학생 1학년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하준은 몇 차례의 질문으로 상대가 자신보다 더 많은 학식을 쌓았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 과외 상대는 손은하가 아니라, 그녀의 친구인 민은선이라는 아이였다. 물론 은선도 은하 못지않은 미인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주변은 늘 바람 불지 않는 호수처럼 고요했다. 하준은 은선의 집에 오는 게 좋았다. 그렇다고 은선이가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은선에겐 다른 사람에게선 찾기 힘든 오만과 공포가 보였다. 오만함은 용인해 줄 수 있었다. 그는 은선이 그 정도 오만함을 갖춰도 문제없을 만큼 뛰어난 아이임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은선과 함께 있을 때 무언가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들기도 한다. 아주 막연하고 근거 없는 느낌이지만, 그녀 스스로도 하준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짐작하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준은 이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이 날만은 유독 여러 가지 사건들이 하루 동안 벌어졌기 때문이며, 수능 하루 전날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수능 하루 전인데도 은선은 하준에게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었다. 그녀가 경제학과에 가려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배우는 것이었다. 사실 배운다기보다는 하준과 대등한 위치에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은선에겐 내일이 수능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자신감이라기엔 지나치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네가 똑똑해도 내일 수능이야. 늦잠 안 자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긴장감 좀 가져. 넌 너무 느슨해. 다른 애들이 보면 분명 미워할 걸.”
     “언제는 제게 고교 수학 문제라도 가르쳐 주신 적 있나요?”
     “넌 이미 수학과를 당장 졸업해도 좋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내가 뭘 가르쳐 준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난 경제학과 1학년이거든.”
     은선은 깍지를 낀 채로 턱을 괴고 하준을 쳐다보았다.
     “오빠가 보시기엔, 제가 정말 성실하고 유능해 보이세요?”
     “네가 무능하고 불성실하다면 난 벌써 목메고 죽어야 할 걸.”
     은선은 짐짓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어머, 그런 무서운 말씀 마세요.”
     “아무튼 그동안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언젠가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겠지.”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미리 알았더라면 하준은 그 자리를 바로 떴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예지 능력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었다. 심지어 이 때 묘한 소리를 시작한 은선에게도.
     “오빠가 보시기에, 이 성실한 제자에게 과외가 필요했을까요?”
     “전혀. 그래도 부모라는 존재는 늘 자식을 걱정하기 마련이지.”
     은선은 피식 웃었지만 하준의 대답을 비웃은 게 절대 아니었다.
     “물론 저희 부모도 그런 부모인 건 맞아요. 하지만 이번 과외는 제가 어머니께 부탁해서 시작한 거예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부담감을 떨쳐 내려면 학원이든 과외든 해 보는 게 정상 아니겠냐.”
     “하지만 여태껏 제대로 된 과외수업은 단 한 번도 없었죠.”
     “그야 네가 뛰어나니까 그렇지. 아부나 맘에 없는 칭찬이 아니라 사실이야.”
     “사실 과외 같은 건 명분이었을 뿐이에요. 저는 하준 오빠 같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께 과외를 받고 싶다고 했을 뿐이에요.”
     하준으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얘기였으나 왜인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대체 무슨 얘기인 거니.”
     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결국 도로 앉아버렸다.
     “실은 처음부터 알려줬어야 했던 건지로 모르겠어요.”
     하준은 양반 다리를 하고는 다리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이것은 ‘집중해서 네 얘기를 경청하겠다’는 일종의 신호다.
     “제게는 오빠가 믿지 못할 능력이 있어요. 예지나 예언과는 조금 다른 것이에요. 저는 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요.”
     “계획? 계획은 누구나 하는 거잖아.”
     “제가 하는 계획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봐야죠.”
     “그럼 내가 당장 집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도록 해주겠어? 오늘 집에 제사가 있어서 말이지.”
     은선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안 돼요.”
     “그럼 어떤 게 가능한 건데? 시간 여행은 되는가?”
     은선은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우선 저는 물리 법칙이 불가능하다고 판정을 내린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리고 기술적인 제약이 걸린 것도 일단 보류해 두지요. 그래서 순간 이동, 시간 여행, 염력, 부활, 느닷없는 핵전쟁 등은 안 돼요. 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꽤나 자의적이네.”
     “예, 그것 때문에 문제지요.”
     “그게 어째서 문제가 돼? 지극히 당연한 거 아니냐.”
     “어떤 문제가 도사리는 지는 다음에 알려드릴 게요. 일단 「미래 계획」이라 명명한 이 능력을 못 믿으시는 것 같으니 여기서 제 능력을 보여줘야겠지요?”
     “그야 당연…”
     은선은 노트를 펼치고 문장들을 적기 시작했다.
     『하준 오빠는 오늘 안에 경국지색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을 지하철에서 만나 첫눈에 반해버리고 사귄다.』
     『물론 이 여자와 결혼도 하고 아들도 한 명 낳게 된다.』

     『나는 내일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도 조용한 생활을 즐기지만, 그 조용한 생활은 몇 년 못 간다.』
     『하준 오빠는 그동안 귀찮아했던 제사를 오늘 하루 빠지게 된다.』
     “어이, 아무리 그대로 제사 빠지는 건 불가능해.”
     “오빠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이 미래가 벌어지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지금 적은 것들은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랍니다.”
     “그럼, 난 오늘 버스를 타겠어! 그러면 미인은 못 만나겠지만 네 예언은 틀어지겠지.”
     “이건 예언이 아니에요. 예언은 정해진 미래를 읊는 수동적인 행위이지만, 미래 계획은 제가 가정한 미래를 현실로 옮기는 능동적인 행위라구요.”
     “근데 너, 조용한 생활 좋아한다면서 왜 스스로 조용한 생활을 포기하는 거야.”
     “가능하지 않으니까요. 이것도 다 제가 재주가 넘치기 때문이랄까요.”
     은선은 팔짱을 끼고는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오만함을 표현하려 가슴을 내밀었지만, 하준은 은선의 재주가 뛰어나단 것을 인정하고 있어서 납득해 버렸다.
     “혹시 미인을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동안 많은 가르침 받았습니다.”
     “그 미인이 너인 건 아니겠지. 요즘은 고백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보네.”
     “오빠가 좋은 사람이란 건 인정하지만,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은선은 첫 번째 계획에 ‘서로’라는 단어를 첨가했다.
     “근데 내가 여기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하철엔 안 가도 되잖아.”
     “그 전에 어머니께서 쫓아내실 걸요.”
     “마지막 날에 그건 사양하고 싶네. 그럼 내일 수능, 최선을 다해서 잘 치길 빌게. 그 동안 나도 즐거웠어.”
     “이미 만점 예약이랍니다.”
     은선과 하준은 서로에게 목례를 하고 헤어졌다.
     하준은 평소에 지하철을 타지만 은선의 예언인지 미래 계획인지 별 시답잖은 얘기를 애써 부정하려고 버스 정류장에 갔다. 내일이 수능인데도 이렇게 태평한 사람이 고3이라니, 말이 안 되도 너무 안 되는 경우가 아닌가.
     은선의 집은 지하철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물론 버스 정류장과도 가까웠다. 하준이 민은선의 과외를 봐주기 시작한 게 정확히 1월 2일부터니 벌써 거의 1년을 함께 지낸 셈이었다. 그런데 오늘처럼 이상한 얘기를 꺼낸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아주 이성적이고 차분한 아이지만, 이상하게도 천재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하준은 은선이 노트에 적은 글귀를 차분히 떠올려 보았다. 은선 본인에 대한 글귀 이외에는 한 결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더구나 집안 제사에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어른들이 화낼 걸 뻔히 알면서 자신이 왜 그런 도박을 벌인단 말인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하준은 버스를 기다렸다. 지하철에 가면 미인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은선의 계획을 어그러뜨려 그 폭주하는 망상에 제동을 걸고 싶었을 뿐이다. 오기나 다름없었다. 혹시 아는가.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날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지만 아무래도 버스가 좀체 오질 않았다. 그가 서 있던 줄도 어느새 눈에 띠게 줄어들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러 갔기 때문이다. 도로의 차량 통행도 눈에 띠게 줄었다. 하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먹구름이 가득차서 금방이라도 비나 눈을 쏟아 부을 기세였다. 그 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삽시간에 버스정류장에 모였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하준은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아무나 붙잡고 질문을 하였다.
     “무슨 일입니까?”
     “하이구마, 말도 마소. 지금 버스가 사고를 당했다 안 캅니까!”
     “얼마나 안 옵니까?”
     하준의 질문에 부처머리로 파마한 아주머니가 버럭 화를 냈다.
     “그걸 내가 우예 알 낀교! 아, 비키소!”
     알고 보니 하준이 길을 가로막는 형국이라 얼른 자리에서 비켜주었다.
     한산해진 버스 정류장에 사고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러 왔다가 하준에게서 사고 얘기를 듣고는 구시렁구시렁 욕설을 지껄이며─물론 하준을  향한 욕은 아니다─택시나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도 지갑 사정이 좋았다면 택시를 탔을 터이다. 그러나 며칠 전에 지갑을 잃어버려서 차비만 간신히 현금으로 때우고 있었다. 교통카드와 학생증 또한 지갑에 있었기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집안 곳곳을 뒤져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부탁해서 학교와 도서관을 뒤져보기도 했으나 모두 허탕이었다. 그래서 하준은 학과 사무실에 학생증 분실 신고를 하고 재발급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때 학과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하준이 휴대폰을 받자 매우 사무적인 음색의 대학원생이 사무적이지 않은 떨림으로 말했다.
     『아…김하준…군이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학생증이 발급되었습니까.”
     『그게… 결론만 말하면, 아니요.』
     수화기 너머에 들리는 음성이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 하준은 잠시 진정하길 권유하고 싶었으나, 그럴 필요 없이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지금 분실된 하준…군의 지갑이 학과 사무실에 있습니다.』
     찾아주어서 감사하단 인사를 하려 했지만, 그 말을 하기에 앞서 일단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는 그저 학생증 분실 신고를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지갑을 되찾길 포기하고 학생증을 재발급 받으려 한 게 아니었는가.
     “누가 찾아줬습니까? 감사의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요.”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라… 내일 수능인 수험생이에요. 일단 지갑은 우리가 맡아놓을 테니 얼른 찾으러 오세요. 빨리 오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대학원생은 정식 직원까진 아니었기에 완벽하게 기계적이진 않았다. 더구나 목적어가 생략─아무래도 상관없지만 하준은 이런 데에 은근히 신경을 쓴다─된 걸로 보아 상대의 흥분은 완전히 진정되지 못한 셈이다.
     하준은 누가 주워줬는지도 궁금했지만, 결국 이렇게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데 대해 의문이 생겼다. 버스 사고는 누가 일으킨 것인가? 왜 빨리 수습이 안 되고 있는가? 지갑은 누가 주운 것인가? 왜 자신은 찾지 못했는가? 이대로라면 경국지색을 만나는 게 아닐까?
     미인을 만난다면 기뻐해야 하지만, 그의 표정에선 그런 기쁨의 기색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은선의 미래 계획이 어김없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소리 없이 경악해 버렸다. 어쩌면 이번 처음이 곧 마지막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늘 안에 진짜 하준이 제사에 불참하는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
     하준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지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고 곧장 집을 향해 걷는다면 얼마나 걸릴까? 사고는 하루 안에 수습되지 않는 것일까? 지하철에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버스 사고에서 유도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하준이 제사에 불참하는 불상사는 어떤 상황이 원인이 되어 하준을 강요하게 만들까? 만약 은선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연 치고는 절묘하지 아니한가. 하준은 과학을 존중하고 미신을 깔본다. 하준이 과외를 봐준 은선은 이과생이며 무신론자이다. 양자역학에선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경우를 확률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을 테지.
     하준은 고민 같은 건 지하철에서나 실컷 하자고 다짐하고는 뛰어서 지하철에 갔다. 난폭하게 자동 매표 기계에 돈을 쑤셔 박고는 튀어나오는 표를 잽싸게 훔치듯 움켜쥐고서 개찰구를 통과했다. 아직까진 미인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다. 하준은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바닥만 쳐다보며 전동차에 올라탔다. 버스 사고의 여파 때문인지 사람들이 평소 이상으로 북적였다. 하준은 면벽참선을 하듯 열리지 않는 문에 밀착해서 자신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는 이것이 절대적인 운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미래 계획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몰랐다. 또한 그의 이성은 아직도 미래 계획의 어처구니없는 설정을 비웃고 있었다.
     은선의 집에서 부산대 지하철역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같은 순환 논법이 반복될 뿐이라, 그마저도 관두었다. 그래도 지갑을 찾은 건 좋은 일이 아닌가. 실체야 어쨌든 사기적인 능력을 은선 스스로를 위해서든 사회를 위해서든 쓴다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 건 없지 않은가. 은선은 이성적이고 분별력 있는 아이다. 결코 세상에 해를 입힐 일을 계획하진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세뇌시키다시피 한 하준은 지체 없이 학과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그는 거기서 복병인지 아군인지 얼른 파악이 안 되는 무리와 마주쳤다. 불과 어제까지는 아군이 확실했건만.
     “이야~ 우리가 너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
     “친애하는 후배님, 이런 때가 아니고선 선배가 후배한테 얻어먹을 일이 좀처럼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동의하지 않으신지?”
     “오늘 모두 연대의 끈을 꽉 조여 보자구!”
     구성원의 성격은 제각기 달랐으나 하준에게 원하는 건 동일했다.
     “한 턱 쏴!”라는 외침이 학과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이쯤 되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주의를 줄 법도 한데, 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하필 요령 좋지 못한─하준은 그리 생각하나, 휘둘리는 게 아니라 인기가 좋은 것이라 항변하는 그 분─수화기 너머의 안경을 쓴 대학원생 누나였다.
     하준은 자신의 신념을 조금 수정해야 하는 게 좋지 않을지 고민했다. 진지하기만 한 사람이 무리 안에서 인기가 좋기란 힘들다. 자아도취에 빠진 헛소리를 늘어놓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생각해도 진지한 자신에게 많은 사람이 들러붙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한 턱 쏘지 못할 이유를 A4 용지 열두 장 분량의 보고서로 작성해서 낭독한다면, a)야유가 터져 나오고 결국 억지로 한 턱 쏘게 되거나, b)모두 한바탕 크게 웃고는 결국 무사히 귀가하게 될 것이다. 하준의 답안지는 분명 a)를 찍지만, 이상하게 현실적 흐름은 b)로 흘렀다. 하준이 그들에게 지갑을 주운 사람은 따로 있으며, 자신은 오늘 제사를 지내야 하니 일찍 집에 가봐야 한다고 하자 모두 순순히 납득해 버렸다는 게 그 증거다.
     “그래도 지하철까진 같이 가자!”
     선배 중 한 명이 그리 얘기하자 모두 동의했다. 이곳에선 만장일치가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직 하준의 의견을 빼고 본다면.
     모두와 함께 귀가한다는 건 일종의 운명의 주사위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 중에 미녀가 하준과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미래 계획이 정말 이번에도 들어맞는지 확인하려면 하준 주변에 이 정도 장애물은 있는 편이 좋았다.
     “그럼 지하철까지 같이 가죠.”
     하준이 순순히 제안에 응하자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여자 선배 중 몇 명이 거슬리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학과 사무실을 빠져나오고 지하철로 오는 길에서 오간 얘기의 중심은 단연 김하준이었다. 물론 하준은 이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의 묘한 발언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여자 선배들 중 많은 수가 하준이 곧 군 입대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무리한 국방 정책과 대북 정책에 비난을 퍼부었다. 시기도 대통령 선거 기간이 머지않은 때라 농담 삼아 하준이 대선 후보로 나오면 어떨지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다들 진지하게 당성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 얘기 끝에 그들은 개찰구까지 통과했다. 다들 하준을 따라 지하철로 통학을 하기에 같은 방향이었다. 하준은 머릿속으로 경국지색이라 부를 여인이 지금 올지, 전동차에 탑승해서 그 안에서 볼지, 친구들과 선배들이 흩어질 때 올지 가늠해 보았다. 아무래도 맨 첫 번째 선택지가 가장 가능성이 희박하였다. 그러나 하준은 결국 나라를 기울어버리게 만들 여자를 전동차가 오기도 전에 봐버렸다.
     ‘민은선, 이번만큼은 네가 틀렸어. 얘는… 傾世之色이야…….’
     하준을 둘러싼 무리가 그녀가 오자 모세의 기적 앞에 홍해가 갈라지듯 좌우로 갈라져 길을 텄다. 그녀에게선 후광 같은 게 비친다거나 눈에서 광채가 나온다는 등의 초자연적 환시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하철 대합실 안이 아까보다는 조금 더 훈훈해졌다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 하준이 느낀 건 그뿐이었다.
     지하철이 온다는 방송 안내 멘트가 들리고서야 하준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민은선 못지않게 다소곳한 아이였다. 그녀는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이에 질세라 하준도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전동차가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노선에 들어와 정차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곧이어 그들 모두 질서정연하게 전동차에 올랐다. 그 때까지 그 둘은 서로에게 소리 없는 인사만 했을 뿐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타이밍이 어쩔 수 없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둘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준은 난방이 조금 과하게 틀어진 게 아닌가 싶었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니었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민은선의 친구인 손은하라고 합니다.”
     “아…나는… 부산대 경제학과 12학번… 그러니까 1학년…잠깐, 은선이 친구?”
     “네, 오라버니의 성함이 김하준, 맞지요?”
     “어…, 그런데 나에게 무슨 용무라도?”
     이 둘의 대화에 다들 집중하는 모양인지 전동차 안은 무척이나 조용하였다. 때문에 하준은 근처에 동기들과 선배가 있었는지 잠시 잊어버렸다.
     “학과 사무실에서 아무 말도 전해주지 않았는가요? 지갑을 주운 사람은 저랍니다.”
     은하의 눈웃음은 은선의 그것과 여러 가지로 달랐다. 다른 사람들에겐 두 사람의 눈웃음이 한 결 같이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하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아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혹시 은선이가 내 지갑을 네게 준 건 아니지?”
     “아뇨, 어제 부산대에 놀러 왔는데, 우연찮게 복도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던 것뿐이에요.”
     “그럼 내가 은선이의 과외 선생인 건 어떻게 알았어?”
     “제 친구 중에 부산대에 다니는 대학생에게서 과외 받는 사람이 은선이 한 명 뿐이에요.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것저것 알게 되었죠.”
     “그런데… 지하철에서 왜 기다렸어?”
     “학과 사무실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외부인인 저는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거든요. 은선이한테 듣기론, 오라버니께서 지하철로 통학을 하신다기에 귀가길엔 반드시 지하철로 올 거라 확신했어요.”
     간단한 문답이었지만, 하준은 은하에게 명징(明澄)한 통찰력이 있음을 간파했다.
     “일단 나를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은데.”
     “네, 제 목적을 얘기해 드리지 않았네요. 오라버니, 혹시 여자 친구 있으세요?”
     “있어! 있어! 여기!”
     대답은 하준 근처의 여 선배가 대신 했다. 하준은 은하와의 대화에만 신경 쓴다고 이 복병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몰려드는 압박감이 하준에게 포위 완료 선언을 했다. 양팔 모두 붙잡혔고, 목에는 업히려고 애쓰는 동기도 있었다. 심지어 하준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경계의 눈초리로 은하를 올려다보는 동기생도…
     하준은 ‘이봐요, 그러고도 댁들 대학생입니까!’라고 쏘아 붙이고 싶었으나 은하는 피식 웃고는 손수건으로 하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그 손길이 아주 부드러워 현기증이 일어날 뻔했다.
     “지갑 속에 오라버니의 얼굴을 보고 흥미가 생겼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왔는데, 헛걸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네가 볼 때 난 어떤 사람인데?”
     “무척 진지하고 속이 다정한 사람이에요. 딱 제 이상형이랍니다.”
     기습 공격 같은 급작스런 고백에 하준은 심장에서 피가 가슴 밖으로 분출되어 버린 건 아닌가 싶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건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우선 지갑을 주워서 돌려드린 데 대한 답례로 제게 응원의 한 마디 해주세요.”
     “응?”
     “저 내일 수능이라서요. 오라버니께서 힘내시란 말씀만 해주시면 저, 만점이라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확답을 해버린 것은 하준이 아니라 그의 친구들이었다. 더구나 이들은 은하가 어디서 시험을 치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이에 은하는 아주 흔쾌히 대답을 해주었고, 얼결에 하준도 내일 새벽 시험길에 응원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버렸다. 하준은 뒤늦게 후회하였다. 이놈들은 명명백백한 복병이었다.
     하준은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홀로 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이 역에서 내리지 않는다. 손은하라는 여자아이도 은선이네 집 근처에 사는 모양인지 전동차에서 작별 인사만 했을 뿐 결국 그대로 가버렸다. 내일이 수능이니 무리해선 안 된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하준의 눈에선 아직도 은하라는 아이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 정말 홀리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준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양 볼을 찰싹 쳤다. 그제야 추위가 다시 그의 온몸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엔 왜 놀러 온 거지?’
     집에 거의 도착하기 직전, 그는 휴대폰의 진동을 느끼고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너머에서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아버지 지금 병원에 계신다! 얼른 개금 백병원 응급실로 온나!』

    Nushian의 꼬릿말입니다
    덤으로 혹시 비봉출판사에서 출판한 제도주의 경제학 읽어보신 분 있으면 댓글 좀 남겨주세요. ㅠㅠ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럽니다.
    어라, 이건 경제게시판에 써야했던 건 아닌가..!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10/05 23:14:41  221.155.***.8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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