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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어새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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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20-12-11
    방문 :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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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5248
    작성자 : 저어새
    추천 : 2
    조회수 : 205
    IP : 119.199.***.21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2/12 18:53:16
    http://todayhumor.com/?readers_35248 모바일
    (소설) 포트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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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태성이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로, 봄방학이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교탁위에 선 그는 간단하게 집안일 때문에 전학을 왔다고 말했다. 원래 살던 곳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말투에선 경상도 말씨가 많이 묻어나왔다. 그때까진 아직 지방에서 온 애들을 무시하는 문화 비슷한 게 남아 있어서, 태성이는 전학 오자마자 곧장 시답잖은 놈들에게 말투 따위로 놀림을 받곤 했다. 그리고 개중엔 분명 나도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딱히 놀리고 싶어서 놀린 건 아니었다. 주변 애들이 다 하기에 따라서 했던 것뿐이었다. 나는 반에서 겉도는 애들 중 하나였기에, 그런 짓거리라도 안하면 완전히 반에서 소외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그를 놀리는데 재능이 있는 편이었고, 그리고 꽤나 잘 했다. 외가가 경상도였기 때문에, 그쪽 사투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됐다. 나는 주로 그가 하는 경상도 말씨를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거나, 애들이랑 평범히 대화하다가 중간에 경상도 말씨를 섞는 식으로 그를 놀리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도대체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그런 시답잖은 농담을 애들은 굉장히 재밌어 했다. 애들은 그 때문에 나를 굉장히 띄워주었고, 나도 그게 좋았는지 날마다 부지런히 그를 이용한 농담을 생각해 뱉어내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그로부터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반에서 겉돌던 무리에서 벗어나 당당히 인기 있는 그룹에 들어갔고, 더 이상 겉도는 무리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잘 나가는 녀석들의 생일파티에 초대 받았고, 점심시간이면 그들과 같이 놀았다. 못 웃기면 어쩔까 불안해하던 날들이었지만, 어찌됐건 그 당시의 내게 있어선 최고로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에 반해 태성이는 갓 전학 왔을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반에서의 위치가 낮아져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태성이가 가까이 하는 것조차 싫어했고, 소위 겉도는 녀석들조차 태성이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다. 이따금 그의 가방엔 썩은 우유가 터져있었고, 주변 아이들은 썩은 내가 난다고 수업시간이 되자마자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했다. 태성이는 묵묵히 가방을 들고 밖에 나갈 뿐이었다. 분명, 그가 그런 취급을 당하는 데에는 나도 한 몫을 했었을 것이다. 놀리기 시작한 것은 내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확실히 나였다. 하지만 이왕이면 나는 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짓거리도 몇 달 가까이 하니, 다들 질려버려서. 애들은 더 이상 그런 내 농담을 듣고 예전처럼 자지러지게 웃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떠나갔다. 점심시간이면 나를 찾아와주던 애들이 한 명 두 명 사라졌고, 내가 찾아가도 더 이상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

    반대로 태성이는 어느 순간부터 급속도로 친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태성이와 가까이 지내면 갖고 싶은 물건이나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늘어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나는 곧 태성이가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것저것 선물을 갖다 바친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 비용은 겉보기에도 상당했기에, 나는 그가 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렇게 잘 사는 녀석은 아닐 거라고. 하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그의 얘기라곤 그의 집이 대저택이니 자동차가 외제차니 하는 것들뿐이었다.

     

     

    그가 돈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주변엔 항상 아이들이 우글거렸다. 반 아이들 화제의 중심은 태성이가 가지고 다니는 값비싼 전자기기들이나 그가 햄버거를 오늘 쏜다는 얘기들뿐이었다. 다들 태성이에게 저지르던 괴롭힘 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그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아우성이었다. 태성이는 그런 그들을 굳이 막으려고 들지 않았다. 심지어 반 아이들이 어울리는 것을 꺼리는 겉도는 애들마저도.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반 아이들 중 태성이와 친해지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만은 끝끝내 혼자 남아 태성이와 친하게 들려고 굴지 않았다. 그건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 때문이었기도 했고, 죄책감 때문이었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조바심만큼은 내 속을 점점 태워가고 있었다. 더 이상 태성이와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면, 반에서 오로지 나 혼자만이 외톨이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언습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성이를 중심으로 잘 나가는 녀석들도 겉돌던 녀석들도 서로 친하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 속에 오로지 나만이 없었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악몽을 꾸었다. 학기 초 태성이가 당하던 괴롭힘을 그대로 내가 당하는 꿈이었다. 가방엔 썩은 우유가 터져있고, 가방과 실내화는 항상 어디론가 사라져있고, 책상위엔 낙서가 가득한 꿈. 아이들은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나를 향해 힐끔힐끔 비웃고, 소위 겉돌던 애들마저 내게 매정하게 대하는 꿈. 나는 그러한 꿈을 꿀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리고 그러한 꿈은 곧 불안으로 이어졌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나는 태성이의 생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듣지 못했지만, 나는 일단 선물을 사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건네면서, 태성이에게 말이라도 걸어볼 생각이었다. 태성이가 그간 그를 놀렸던 이들과 잘 지내는 걸로 봐선, 나도 진작 용서했을 것이라는 판단도 섰고, 더 이상 자존심이나 죄책감이니 하는 것들을 내세워 태성이를 멀리 했다간, 꿈의 내용이 머지않아 사실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저금통에 들어간 지폐나 동전 따위를 훔쳐 태성이의 선물을 마련할 자금을 모았다. 그건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나는 태성이가 부모님의 현금을 어떤 방식으로 훔치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쩌면 태성이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까지 사고가 이르렀다. 애초에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머리를 두어 번 흔들며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최종적으로 나는 저금통과 어머니의 지갑에서 만 오천 원 정도를 훔쳐, 문구점에서 가장 비싼 학용품 세트를 사 포장해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다. 어느 날 태성이에게 선물을 축하해준다며 아이들이 아침부터 선물 보따리를 들고 태성이의 주위에 모이면, 나도 그 사이에 낄 생각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아침부터 태성이의 책상 주위에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자 나도 가슴이 덩달아 달아올랐다. 나는 재빨리 가방 속에서 선물을 꺼내 그 틈에 끼었다. 태성이의 책상엔 대부분 문구점에서 산 선물들이 포장되어 가득 쌓여있었다. 내 선물이 그것들 중 꽤나 큰 편에 속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두려움과 고양이 섞인 목소리로 태성이에게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네주었다. 태성이는 내 선물을 건네받으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 순간 몸을 뒤덮고 있던 두려움과 고양된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불안도 죄책감도 동시에 사라졌다.

     

     

    나는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에서 자축했다. 이제 다음부터 죄책감이니 자존심이니 하는 것들에 구애받지 않고 평범하게 태성이에 말을 건네도 될 거라면서.

     

     

    그때였다. 누군가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그때는 그렇게 놀려놓곤 지금은 생일 축하하다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주변의 공기가 빠르게 얼어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서늘한 눈초리를 피해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잠시 짧은 정적이 흘렀다. 마치 판사의 선고만을 기다리는 죄인의 심정 같았다. 심장이 요란하게 뛰어서, 당장 앞에 있는 태성이에게도 들릴 것만 같았다.

     

     

    누군가 판결을 정한 듯 내 등을 떠밀었다. 그게 시발점이 된 것처럼 주변에서 수많은 손들이 뻗어 나와 무리로부터 나를 쫓아냈다. 그들은 나를 쫓아냈을 뿐, 나를 향해 손가락질도 욕지거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초리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만을 내게 보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실내화는커녕 사물함에 넣어두었던 교과서도 찾을 수 없었다. 책상엔 수많은 욕지거리가 적힌 낙서가 가득 적혀있었고,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가방안의 물건은 모조리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다. 그건 분명, 학기 초 반 아이들이 태성이에게 했던 괴롭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막상 불안이 현실이 되니 생각보다 현실감이 옅었다.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안 좋은 일들이 좀 더 현실적인 광경으로 내게 다가왔을 뿐, 내가 사는 세계와는 별개라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어쩌면 그 불우한 꿈과 망상을 통해,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것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한동안 나는 그런 괴롭힘에 화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그저, 억울했다. 내게만 죄가 있다는 게 억울했다. 다들 태성이를 같이 놀려놓고는, 그 죄를 나만 진다는 게 너무 억울해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억울함은 질투로 이어졌고, 질투는 원망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태성이가 가진 친구들과 반에서의 관심은 내게 부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태성이만 전학 오지 않았어도, 반에서 내가 이렇게 따돌림을 당할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태성이에 대한 원망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부터 천천히 사라져갔다. 마치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느리지만, 하지만 확실하게. 그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워질만한 종류의 기억은 아니었고, 나의 의식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나는 되도록 학교와 태성이에 관련한 모든 것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고, 그와 관련된 장소나 물품 따위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이 주 정도 지나니 학교에서 겪었던 모든 안 좋은 일들은 한때의 악몽처럼만 느껴졌다. 좋은 증조라고 나는 생각했다.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게 마음속에 끊임없이 몰아치던 일상으로부터 착실하게 도피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여름방학이 십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더 이상 그러한 기억들로부터의 도망이 어려웠다. 나는 지나가다 이따금 마주치는 달력에서 끊임없이 가까워지는 개학날을 보고 한 달 전에 내가 느끼면서 살던 감정들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건 두려움, 부러움, 시샘, 분노, 억울함 등이 뒤섞인 것들이었다. 그런 생각이 안 들도록 뭔가 집중할 게 내겐 필요했다.

     

     

    집 근처 골목길에 오랫동안 버려진 자동차가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오는 긴 주택가 언덕길을 걸어 올라오다 보면, 붉은색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살구색을 가진 고급스러운 승용차가 한 대 서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주인이 없는 건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나는 그 차가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여름이 되도, 겨울이 되도 그 자동차만큼은 마치 계절을 잊은 것처럼 후드와 천장에 눌어붙은 낙엽 따위를 붙이고 있었다. 언젠가 그 자동차 밑에서 고양이 가족을 본 기억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 차 밑을 내려다보니 그곳엔 어린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아있었다. 하얀색 줄무늬를 가진 갈색 고양이. 왼쪽 발을 절었고 오른쪽 눈이 멍청하게 풀려있었다. 가족에게 버려진 게 분명했다.

     

     

    나는 이따금 그 녀석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곤 했다. 먹는걸 보고 싶었지만, 그 녀석은 내가 가기 전까진 음식에 입도 대지 않았다. 괘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배신에 그 녀석은 세상 모든 게 적대적으로 보일 것이었다. 나도 한 때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그 녀석에게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개학날이 점점 가까워오자, 나는 그 고양이를 키우는데 온전히 시간을 소비했다. 동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뭔가에 집중하고 싶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개학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해 나아갔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머릿속에 그런 생각들을 가득 채운 채 보내고 싶진 않았다.

    고양이는 내가 매일같이 먹을 것을 갖다 주고 하루 몇 시간씩 자기를 지켜보고 있음에도, 나에 대한 경계를 결코 풀지 않았다. 동물은 눈치가 빠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녀석도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라고 눈치 챘는지도 몰랐다. 가끔은 그에 대해서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내가 없으면 그 녀석은 금방이라도 굶어죽을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 대한 조금의 예의를 표시를 해줘야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와선 그 녀석은 그런 내 속 마음까지 읽은 것처럼 내가 주는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루는 그 녀석이 참치캔에 대가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먹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참치캔 뒤엔 내가 전날 줬던 소시지 반쪽에 개미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나는 아마도 여태 내 음식을 먹지 않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이 녀석에게 참치캔을 줬고, 그 녀석은 그걸 먹느라 다른 음식에 눈길도 안줬던 것이다.

     

     

    나는 그 녀석이 참치캔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가 살짝 반응을 할뿐 녀석은 내 손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녀석을 만지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참치캔이라고 불러. .”

     

     

    별안간 내 옆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태성이었다. 나는 내가 헛것을 봤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슬리퍼에 잠옷. 옷차림은 마치 집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온 듯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올려다 본 얼굴은 분명 태성이었다.

     

     

    나는 왜 태성이가 이곳에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애들이 말하는 태성이의 거대한 저택과 외제차가 있을 동네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쩌면 내 짐작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성이에겐 저택도 외제차도 없다.

     

     

    태성이는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보는 나를 태연하게 무시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음식을 주면 잘 안 먹는데. 참치캔만 주면 정신없이 먹어. 그래서 참치캔이야.”

     

     

    태성이는 그 말을 확인하듯 작게 고양이의 이름을 불렀다. “참치캔. 참치캔.” 그러자 참치캔은 귀를 크게 열어 보이더니 처박고 있던 참치캔에서 얼굴을 들고 태성이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 나갔다. 태성이는 바보같이 침을 줄줄 흘리는 고양이를 가볍게 들어 안더니 턱을 가볍게 간질였다. 그러자 참치캔은 목에서 고고롱 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나한테 손길 한 번 허락하지 않던 녀석이 태석이에게는 완전히 아양을 떨었다. 그 고양이에게 애정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막상 태성이 앞에서 그러고 있는걸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태성이는 내 표정을 슥 한번 보고는 품에서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고양이는 다시 비틀비틀 걸어가 먹다 남은 참치캔에 머리를 박았다. 태성이는 내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면서 내게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나도 친해지는 게 어려웠어. 웬만한 음식을 줘도 저 녀석은 입에도 안댔으니까. 너도 꽤 많이 갖다 줬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태성이와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는 내가 괴롭힘 당할 때에도 단 한번 말을 걸지 않았다. 그 모든 괴롭힘은 그가 지금 내게 걸어주는 말 한마디면 끝났을 텐데.

     

     

    이것저것 갖다 주다가, 한번 참치캔을 까서 줬는데. 그건 먹더라. 엄청 좋아했어. 그 뒤로는 참치캔만 갖다 줘. 참치캔 가격이 우습지도 않은데 말이지.”

     

     

    태성이는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대로 말을 이어 말했다. “한번은 집에서 참치캔을 들고 가다가 어머니한테 걸린 적도 있어. 고양이 준다고 하니까 기겁을 하시더라고. 그 뒤로는 몸 어딘가에 숨겨서 가져가. 참치캔이 다 먹으면 캔을 내가 먹은 증거품처럼 어머니한테 제출하지. 내가 먹었다 라고.”

     

     

    나는 태성이가 하는 말을 듣는 채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 말들은 해안 동굴에 들어온 파도처럼 귓속에 잠깐 들어왔다가 도로 내뱉어졌다. 나는 그저 태성이가 이렇게 말이 많았던 얘였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여태껏 그에게서 말이 많은 인물이라는 감상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어느 쪽인가 하면 과묵한 쪽이었다. 괴롭힘 당하던 시절에는 단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고, 아이들 틈바구니에 있을 때도 그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 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입장이 반대였다. 그가 내게 말을 했고, 나는 그런 그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그 뒤로도 내게 이런저런 말을 끊임없이 계속했다. 매일 아침마다 방충망에 붙어있는 매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나, 집에 찾아오는 학습지 강사가 짜증난다는 이야기나, 부척이나 늘어난 참치캔 소비량 때문에 어머니가 의심하다는 얘기 같은 것들.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을 얘기들이었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얘기를 피하지 않고 다 듣고 있었다. 피하고 싶진 않았다. 여기서 자리를 피했다간, 다시는 태성이와 마주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참치캔에 머리를 박고 있는 참치캔도 마치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따금 귀를 쫑긋쫑긋 움직여댔다.

     

     

    그 다음날도 태성이와는 그 승용차 앞에서 마주쳤다. 나는 멍청하게 생긴 참치캔을 바라보았고 그는 내 옆에서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마치 학교에서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와 대화한 적은 없었다. 나는 그의 말을 우스꽝스럽게 놀렸을 뿐이고, 그건 일방적으로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 뿐이었다. 태성이가 내게 말을 건 것도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극히 일방적인 얘기라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악의로 가득한 농담을 던지는 것과 달리, 그의 얘기는 친근함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무언의 공감을 구하는 것 같았다. 어째서 그러는가에 대해서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몇 번이나 그의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결국 그와 헤어져 집에 돌아올 때쯤엔 그의 얘기를 머릿속에서 곱씹고 있었다.

     

     

    결국 언제부턴가는 나도 그에 얘기에 맞장구를 치거나,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뱉곤 했다. 태성이는 내 대답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도 그 사실에 기뻐했다. 하지만 결코 태성이처럼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

     

     

     

     

     

     

    태성이는 우리 집과 좀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다. 낡은 2층 주택이었는데, 절대로 아이들이 말한 것처럼 으리으리한 대저택도 비싼 외제차가 있을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사는 눅눅한 반지하보다는 나았기에, 나는 태성이의 집에 대해서 어떠한 화젯거리도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성이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내게 있어 크나큰 위안이었다. 아니, 생각보다 그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몇 몇 대화를 주고받다보니 우리가 굉장히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리 둘 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아버진 사고로 잃어버린 게 아니야. 사고가 난건 맞지만 죽지는 않았거든.”

     

     

    태성이는 정정하듯 말했다.

     

     

    그럼 아직 살아계신다는 얘기야?”

     

     

    그건 알 수 없어. 법적으로는 아직 살아있다고 하지만.”

     

     

    나는 태성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죽지도 않았지만, 살아있는건 알 수 없다.

     

     

    태성이는 혼란한 듯한 내 표정을 읽은 듯, 설명을 덧붙였다.

     

     

    아버지의 사고는 목숨을 앗아가진 않았어. 대신 걸을 순 없게 됐지.”

     

     

    공사판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갑자기 철제바닥이 주저앉았고 태성이의 아버지는 그대로 3층 아래로 추락했다. 목숨을 건졌지만, 다시는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망가진 기계를 버리듯이 아버지를 대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러한 대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때 배웠어. 병신이 될 바에 죽는 게 나을 거라고.”

     

     

    태성이는 그때를 생각하는지 쓸쓸하게 말했다.

    태성이의 아버지는 바닷가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널따란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비성수기엔 사람 한 명 없어서 아버지는 휠체어를 끌고 줄 곧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셨다.

     

     

    거기서 그림도 그리셨어. 나는 잘 모르지만, 재능이 있으셨을 거야. 몇 몇 그림은 어떤 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들었으니까.”

     

     

    입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태성이도 아버지를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오려고 하지 않아, 혼자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서 어렵사리 요양병원을 찾아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항상 그림에 대한 얘기를 했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허공 어딘가에 시선을 두고는 끝도 없이 그림에 대한 심상이나, 그릴 그림에 대한 계획을 얘기했다. 태성이의 얘기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태성이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어느 날부턴,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다.

     

     

    작년에 아버지가 사라졌어. 바닷가에 휠체어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몸만 어디로 훅 하고 사라진 거야. 경찰들도 찾지 못했어. 그냥, 사라졌어.”

     

     

    그래서 태성이는 말했다. 죽지도 않았지만, 살아있는건 알 수 없다.

     

     

    너는 어때?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나는 별 거 없어. 배달 중에 사고가 나셨고, 그 자리에서 죽었어.”

     

     

    오토바이는 보험도 들어놓지 않았고, 사고의 책임자들은 잘못을 회피했다. 그리고 우리 집은 그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태성이의 얘기처럼, 진귀한 얘기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 두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우린 모두 그로부터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졌다는 것 정도였다.

     

    태성이는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하지 않아. 너한테만 하는 거지.”

     

     

    이유가 뭔데?”

     

     

    우리에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 다른 얘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할거야.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없지.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 하지만 우리는 달라. 같은 아픔을 겪었고, 그렇기에 같은 아픔을 서로에게 줄 수 없어.”

     

     

    태성이의 말엔 나에 대한 순수한 신뢰가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아이들로부터의 괴롭힘을 모두 겪었다. 그건 다른 아이들이 겪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태성이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했던 이유도 그랬다.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고.

    하지만 분명 우리에겐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점도 있었다.

     

     

     

     

     

     

    개학을 하루를 앞두고 어머니는 나와 어린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나는 어머니에게 별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저 어느 가방에 무엇을 넣는지만 물어보고, 조심스럽게 학교는? 이라고 질문했을 뿐이었다. 안정되면 금방 돌아온다. 어머니는 간단하게 그렇게 대답하셨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어쩐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그것을 바라기도 했다. 내일 학교에 가면 태성이는 내게 말을 걸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다시 괴롭힘이 시작되고, 반년동안 거지같은 학교생활이 시작될 뿐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 의자에 앉아, 멍하니 벽에 걸린 시계만을 쳐다보았다. 동생은 가방에 머리를 대고 누워 자고, 어머니는 공중전화부스에 들어가고 수십 분이 넘도록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투명한 박스 안에서 어머니는 화도 내고, 때론 애원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번이나 본 광경이었다. 여전히 그 속에서 무슨 대화가 이어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어차피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태성이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 나눴던 수많은 대화들 중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게 몇 번이나 있었는지 세 보았다. 우리는 분명 비슷한 사람이었다.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어째서 태성이는 새벽 2시에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잠을 자고, 나는 고속버스터미널에 앉아 가방과 동생을 지킨다고 뜬 눈으로 지세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스스로 생각해보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저 언제부턴가 잊은 줄만 알았던 태성이에 대한 부러움과 분노가 스믈스믈 다시 올라오고 있다는 것만을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태성이의 집 앞이었다. 그와 함께 아침에 잠깐 지나간 곳이었지만, 주변 골목길의 느낌으로 한 밤중에도 이곳이 그의 집 앞임을 알 수 있었다. 아침에 봤었을 때랑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사자머리가 달린 철제 대문은 웅장하게 커 보였고,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른색 기와와 붉은 벽돌을 가진 2층 집은 새벽하늘 속에서 거대한 짙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고민해봤지만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해보았지만, 한여름 밤의 더운 공기도, 뒷산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도, 습기 먹은 눅눅한 공기도 모두 현실이었다. 나는 뒤늦게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했다. 전화 부스에서 나와 보니 나는 없고, 내팽개쳐진 동생과 짐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자 실제로 일어난 일도 아닌데 벌써 볼이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까치발을 들어 태성이 집의 낮은 담장을 넘어다보았다. 1층 거실에 열린 창문 틈으로 자그마한 텔레비전의 소리와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 아마 그 앞에 놓인 소파에서 태성이의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실 것이었다. 태성이는 2층 어딘가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남은 방학숙제를 끝내놓고 지쳐 잠들었을 것이다. 작지만 부러운 행복이었다. 태성이는 내일 등교할 학교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이고, 태성이의 어머니는 당장 오늘 어디서 자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대단한 사치로 보였다. 그리고 그건 아마 지금의 내가 가질 수 없는 행복이었다.

     

     

    그 날 밤, 나는 태성이의 작은 행복 하나를 앗아가기로 했다. 나는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그와 나의 어떠한 균형 같은 게 맞을 것 같았다.

     

     

    나는 골목길을 올라 살구색 승용차를 찾았다. 그리고 참치캔을 밟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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