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가는 건 순서 없다고</div> <div><br></div> <div>가는 건 순서 없다고</div> <div>내 죽는 날을 상상해 보았다</div> <div>모르긴 몰라도 붐비진 않을 것이다</div> <div>천연 겁쟁이라 내 사람을 만들질 못했으니</div> <div>그나마 모인 사람들의</div> <div>얼굴에는 하얀 안개가 두터워서</div> <div>육개장 한 그릇도 채 못 비우고</div> <div>못내 겨워 자리를 뜰 테지</div> <div><br></div> <div>가는 건 순서 없다고</div> <div>내 눕는 자리를 상상해 보았다</div> <div>모르긴 몰라도 내가 몸 뉘일 곳은</div> <div>입방 삼십 센티미터 아무개 납골당 1열 3단</div> <div>발 한 번 쭉 피지도 못하겠지만</div> <div>까치발 들어도 눈길 딛기 어려운 곳이라</div> <div>값싸고 적적하니 내 팔자에 좋겠다</div> <div><br></div> <div>가는 건 순서 없다고</div> <div>나 죽는 시간에 작은 편지를 적어놓는다</div> <div>육개장은 반푼만 덜어 준비해주시고</div> <div>웅크리어 읽을 책 한 권만 넣어주시어요</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