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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1830
    작성자 : 으우왓
    추천 : 7
    조회수 : 1282
    IP : 121.180.***.69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9/22 01:27:28
    http://todayhumor.com/?readers_21830 모바일
    [단편]검은남자와 이상한 사탕 그리고 노란나비

    "사탕 한번 보고 가시죠."

    기묘한 남자였다. 이 무더운 날씨에 검은 면바지에 검은 셔츠를 입은, 땀 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미소를 짓는 이 남자는 지나가는 내게 말했다.

    "손님, 사탕한번 보고 가시죠?"

    그냥 지나가려는 발걸음을 세우며 남자가 다시 말을 걸었다. 나는 미간을 찌뿌리며 사탕이라니? 하고 속으로 반문했다. 핸드폰도 술집도 아닌 과자를 가지고 호객행위를 하는 이 남자, 언제나 그렇듯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난 그가 가지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에 평소처럼 다시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대낮에 사람도 없는 골목 어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그 조차도 사탕을 팔려고 하는, 작열하는 태양아래 컴컴한 색으로 도배된 옷을 입고 있는 이 남자가 가지고 있는 묘한 이질감에 나는 흥미가 돋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사탕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사탕인데요?"

    "자자... 맛은 아홉가지 지만 딱 하나만 맛 볼 수 있는 사탕이 왔습니다. 딸기, 치즈, 초코, 민트, 김치, 샤베트, 호두, 체리 그리고 선택을 잘 못하는 고객님, 모험을 좋아하는 고객님을 위해 이 모든 맛을 무작위로 맛볼 수 있는 물음표 맛까지 준비 되어 있습죠."

    사탕은 조금 큰 유리병에 색깔별로 나눠 담겨 있었다. 진열대에는 아홉개의 사탕이 나란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그안에는 형형색색을 가진 사탕이 수북히 담겨 있었다. 내가 사탕병을 훑어보는 와중에도 남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고 그저 웃는 상일뿐이다. 남자는 무표정한, 아니 그 표정을 숨기는 나의 얼굴을 슬쩍 보더니 말을 이었다.

    "선택은 한번 뿐입니다. 어떤 선택도 괜찮지만 한번 뿐입니다."

    나는 남자의 말에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조소를 띄웠다. 나는 남자의 오른쪽 눈에서 왼쪽 눈으로 시선을 옮기며 남자의 이 근거 없는 자신감, 사탕 따위에 선택을 강요하는, 마치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명화를 파는 듯 한 거만한 태도의 이유를 찾고자 했으나 그 남자는 그저 조금 묘한 남자일 뿐 이였고 나는 남자의 의중을 알지 못한 체 가볍게 남자 앞의 사탕을 가리켰다.

    "빨간색. 이걸로 하나 줘요. 아, 그전에 하나 먹어 봐도 되죠? 시식으로."

    남자는 곤란 하다는 듯 말했다.

    "손님 그건 저희 가게 방침상 불가능 합니다. 시식을 하는 순간 사탕의 마법이 시작 되어버리거든요. 대신...."

    남자는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전단지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선택할 기회를 드리죠. 뭐든 좋습니다. 한번 골라보세요!"

    말을 마친 남자는 한걸음 물러서 팔짱을 끼고 자신만만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분위기와 달리 말 많고 가벼운듯한 언행에 믿음이 썩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남자가 전해준 전단를 똑바로 고쳐 들며 읽어 나갔다. 딸기맛... 시간을 되돌린다. 초콜렛... 돈을 준다. 샤베트... 살을 빼준다. 치즈맛... 투명인간이 된다... 나는 전단지를 읽다가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런 어린아이 장난 같은 수작에 장단을 맞춰주다니! 차오르는 부아를 애써 누르며 전단지를 한 손으로 구겨버리곤 남자를 쏘아 봤다. 남자는 어느새 표정 없는 얼굴로 돌아가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수 없이 가볍고 헤픈 장사치의 모습에서 진중한 눈빛을 띈 채 나의 반응만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남자에게서 근원을 알 수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천천히 한걸음 씩 뒤로 물러나본다. 그런 나를 남자는 천천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미친게 아닙니다. 미지의 순간은 늘 공포와 두려움으로 부터 시작되죠.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딛나 안 딛나는 개인의 선택. 부디 어린애 장단에 놀아났다고 생각 하지 말아 주시길."

    남자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혼란스럽다. 이 남자는 어떻게 내 생각을 아는 듯 말하는지. 당혹스러운 전개에 엄습해오는 공포를 느끼며 한걸음 물러섰다.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광기가 서린 듯 반짝였다. 분명 10분 전만 해도 일상의 연속이였건만, 순식간에 찾아온 이상에서 나는 바삐 탈출구를 찾고 있다.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문득 남자의 사탕이 들어왔다. 그래. 얼른 하나 집고 이 자리를 벗어 나버리자.

    "저거요. 저거 빨간색 저 빨간색 사탕 주세요."

    "딸기맛! 탁월한 선택이죠. 후회의 순간에, 위기의 순간에, 이상에서 일상으로 되돌려 줄 딸기맛! 여기 있습니다!"

    남자는 다시 쾌활한 모습으로 돌아와 웃으며 사탕을 포장하고 있었고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나는 바짝 졸아 남자의 말, 손짓만을 보고 있다. 남자는 부지런히 포장을 하곤 마무리를 하려는 듯 긴 끈을 가져와 이리 저리 돌려보곤 반듯한 나비모양으로 리본을 묶은 뒤 사탕을 내게 들려주었다.

    "죄송합니다. 포장은 아직 서툴러서."

    웃으며 손짓하는 남자를 뒤로하고 나는 사탕 값 이 만원을 지불한 뒤 탈출하듯 그 자리를 떠났다.

    기묘한 경험이였다. 봄 바람이 살랑이는 오월, 계절을 잘못 이해 한듯한 흑의의 남자가 들려준 사탕. 유심히 관찰해본다. 그저 연분홍의 색깔에 동그랗지만 가운데 구멍이 뻥 뚤린, 어디서나 파는 목 캔디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사탕을 먹으려고도, 버리려고도 하지 못한 채 책상 한켠에 우두커니 세워놓고는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먹기엔 혹시 이상한 성분이 있을까 두려웠고,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유리병을 유심히 살펴본다. 남자가 포장해준대로 반듯한 나비리본이 병 입구에서 날아갈 듯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나비가 자리한 자리는 동그란 코르크로 막혀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했다. 사탕을 판 남자를 빼고.

    “하나 먹어볼까...?”

    노란 나비 리본의 끝에 살짝 손을 댄다. 어디서나 보이는 평범한 리본. 겁낼 것 없다. 나는 힘을 주어 리본의 끝을 당겼다. 리본은 적당한 마찰음을 내려 흘러 내려왔고 나비는 금세 그 자취를 감추고 날아갔다. 코르크 뚜껑에 힘을 주어 ‘펑’소리와 함께 병을 열어본다. 그리곤 살짝 두려움을 느끼는 손가락을 넣어 사탕 한 개를 꺼내 천천히 혀 끝에 올려 놓았다. 조금이라도 맛이 이상하다면 뱉을 심산이 였으나 사탕은 의외로 정상이였고 게다가 적당한 달콤함에 새콤한 딸기향이 섞여져 오히려 맛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꽤 훌륭했다. 금세 달콤한 기분에 휩싸여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로 혀끝으로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며 천천히 녹아가는 사탕을 음미한다. 

    “뭐야... 괜히 걱정했잖아...”

    나는 달콤함을 충분히 만끽하며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편히 기대었다. 얼마 남지 않은 점심 시간이지만 잠깐의 여유는 충분하리라. 비록 사탕파는 남자에게 10분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더 여유로웠겠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 돌린순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회전의자를 틀어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12시 45분. 아직도 15분이나 남았다.

    “아직도 한참 남았네...?”

    나는 의미없이 다시 의자를 돌리려다가 압정이라도 밟은 듯 상체를 가볍게 요동쳤다. 쿵. 하는 소리가 가슴속에서부터 울려 퍼진다. 15분이라니...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 들어온 시간은 50분 쯤이였고 분명 한 동안은 사탕병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시계를 잘못본건가 싶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본다. 46분으로 바뀌는 디지털시계를 보며 목덜미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소름에 전신이 찌릿찌릿해짐을 느꼈다. 사탕 장수가 했던 말이 빠르게 스쳐 지난다. ‘위기의 순간에, 이상에서 일상으로 되돌려 줄 딸기맛.’ 나는 가방에 구겨집어 넣었던, 사무실에 와서 버릴마음으로 들고 왔던 전단지를 다시 펴보았다. 구깃구깃한 전단지에 그려져 있는 딸기맛 사탕과 그 밑에 쓰여져 있는 글을 읽어 내렸다.

    딸기맛 : 24시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 단, 수명이 5년 줄어든다.

    한 동안 멍한 상태로 계속 같은 글 귀를 읽어 내려갔다. 24시간 전으로 되돌릴수 있다... 수명이 5년 줄어든다... 24시간 전으로 되돌릴수 있다... 수명이 5년 줄어든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본다. 50분. 물끄러미 휴대폰의 시간을 바라보고 있자니 휴대폰의 숫자가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오가 사로, 영이 구로, 구가 팔으로... 천천히 바뀌던 숫자는 다시 45로 바뀌고 나서야 변화를 멈췄다. 분명,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 것이다. 몇 번이나 부정하고 믿지 않으려고 했으나,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나야해.’

    이 기묘한 일의 시작은 그 기묘했던 사탕장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남자가 지금 당장 필요했다.

    2.


    회사가 끝나자 마자 검은셔츠의 남자를 찾기위해 다시 그 사탕가게를 방문했지만 그 곳에 더 이상 검은 남자는 없었다. 빈 가게엔 회색 콘크리트 먼지만이 날릴 뿐이였다. 원래 사탕가게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곳엔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았다. 멍하니 가게가 있던 자리만 쳐다보다 다시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내가 헛것을 본것이였을까? 악마의 장난에 빠진것일까? 머리속이 휘몰아 친다. 평범하던 생의 처음으로 다가온 특별함이 내 온몸을 뒤흔다. 지금 당장 집에 있는 쇼파가 필요했다. 내 공간이 필요했다. 머리속의 혼란을 잠재우고 정리할 수 있는 나만을 위한 곳이.

    작은 원룸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침대쇼파와 작은 유리 테이블, 15인치 평면티비가 있는 나의 집. 집에 도착해서 사탕을 테이블 위에 살포시 올려놓고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한번에 왕창 시간을 돌려볼까 했으나 수명이 줄어든다는 제약 있어 마음 놓고 사용할 순 없는 일이였다. 나는 사탕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실험하고 알아보려 노력한 끝에 사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내가 터득한 사탕의 힘은 이러했다.

    1.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건 쪼개서 되돌아 갈 수 있다. 한 알을 먹고 5년을 담보로 24시간을 마음대로 쪼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2. 현재의 모든 상황은 과거의 상황으로 바뀐다. 무엇이 부서져도, 무엇이 망가져도, 무엇을 놓쳐도 시간을 되돌리면 그 사건 전으로 돌아간다. 

    3. 과거로 돌아가도 도플갱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를 만날 수도 없으며 나는 나일뿐이다.

    4. 사탕 한알의 유효기간은 먹은 지금부터 현재까지 3일간 지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24시간을 다 되돌렸을 때 까지 한알의 힘이 유효한지 기간이 정해져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딸기맛 사탕, 즉 시간을 돌려주는 이 마법사탕은 꽤 단순하게 보였다. 그러나 역시 5년이란 제약은 크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이라고 최고치를 잡아도 이제 70년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즉, 열 네알. 그리고 336시간. 내가 당장 죽을 요량으로 시간을 돌린다면 나의 죽음까지는 얼추 336시간 정도 남아있는 것이다. 활용을 하지 않는다면 수면제 보다 안락한 죽음을 선사해주는 독약일테지. 그러나 잘만 활용한다면 남은 생을 평생 먹고 살 마법의 묘약이 될 것이다.실험으로 소모한 시간은 5시간 정도였고, 잘하면 남은 사탕을 한입도 대지 않더라도 큰 한방을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신에게 선택받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남들이 보기엔 나는 점쟁이고 예언자고 선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정적이지만. 당장 떠 오르는 것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 토요일을 기다려 로또당첨 번호만 알아내 시간을 돌린다. 알아낸 번호를 적어내어 1등에 당첨된다. 이것은 누구나 생각해봄직한 뻔한 공상의 레파토리지만 내게는 이제 더 이상 공상의 영역이 아니였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1등은 식은죽 먹듯 손쉬운 일이고 중복 당첨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일등으로만 중복 당첨이라니.. 수중에 굴러 들어올 돈을 생각하니 등 뒤로 전율이 흐르고 입가에 미소만 맺힐뿐이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토요일까지 숨죽여 기다렸다. 목표는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암기하고 최대한 멀리 돌아가는 것. 그리고 당첨이 되는지 확인하는것이였다. 구매가 아슬아슬한 시간에 구입해서 그것도 중복당첨이 된다면 분명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아니, 집중되지 않더라도 아슬아슬한건 늘 불안하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아슬아슬한 시간을 남겨놓고 함정에서 빠져나가거나 탐욕에 눈이 멀어 시간가는지 모르고 작업하다가 갇혀죽는 그런 뻔하디 뻔한 스토리들이 머릿속에서 가벼운 경종을 울려 마음의 날을 세워준다. 그러나 불안한 점은 또 있었다. 정말 만약의, 만약의 가정이긴 하지만 미래가 계속 계속 바뀐다면? 시간을 되돌렸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가 펼쳐진다면? 난감한 일이였다. 지금 당장 쥐고 있는 동전을 몇 번씩 던져서 같은 면이 나오는지 확인 해보았지만 동전은 계속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내가 던지는 힘이 과거와 계속 달라서 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결과가 필요했다. 같은 고정조건에서 계속 미래가 바뀌는 실험. 그것이 로또였다. 최후의 실험이자, 최초의 도박.

    3.

    내 계획은 단순했다. 당첨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쓸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되돌려 각각 다른 판매점에서 1등, 2등, 3등을 구매. 한 개는 당첨번호로, 나머지는 자동으로. 각각 오천원어치씩 구매한 후 1,2,3등이 다 맞는다면 2,3등은 버리고 1등 당첨금만 수령할 요량이였다. 그리고 사탕하나를 더 먹고 1등으로만 만원어치를 10게임 구매한다. 이것이 최종계획이지만 만약 1,2,3등의 당첨번호가 다 맞지 않는다면 이 계획은 폐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하게 구성은 되지만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결국은 미래도 또한 재구축 된다는 소리다. 만의 하나라도 미래가 재구축 된다면 이건 쓸모없는 계획일뿐이다. 젠장, 손에 땀이 가득난다. 이번 한번으로 내 생의 오년을 버린다. 아니, 이미 5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시도 한다면 10년이지. 몇 년이나 남은 삶인지 모르나 모험을 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만큼 나는 큰 확신이 필요했다. 만약 아니라면 또 다른 방법을 궁리해보면 된다. 어느덧 시간은 당첨추첨 시간이 되었고 나는 텔레비전을 틀어 채널은 6번으로 옮겼다. 프로그램의 시그널이 흘러나오고 간단한 인사와 소개가 끝나자 당첨번호가 하나씩 굴러 나온다. 혹여나 잊어버릴까 해서 손등에 하나씩 적어가며 암기한다. 적어논다고 과거에서도 볼 수 있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왠지 더 잘 외워지는 기분이다. 1,7,11,18,31,36, 보너스 2. 몇 번이나 소리내어 말해보며 숫자를 머리에 각인시킨다. 몇 분을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허공을 응시하며 번호 하나하나를 읊어 본다. 모두 정확히 맞다. 이제 돌아간다. 10시간 전으로.

    “헉...헉...”

    시간은 오전 열한시가 조금 지났을 뿐였지만, 나는 마음이 급했다.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몸을 연거푸 움직이게 한다. 몸이 빠릿하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 죽음 조금 더 찾아온 순간에도 바삐 움직인다. 최대한 멀리 퍼트려서 사야했다. 같은 지역에서 1,2,3등이 나오고 1등 연속당첨이 나오는건 분명 이상한 일일테니.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시간안에 돌아올수 있는 가장 멀리 떨어진 동네로 찾아가 로또를 구매했다. A지역에서 1등번호를, C지역에서 3등번호를, F지역에서 2등번호를 구매한 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참 부지런히도 움직였지만 벌써 하늘은 어두컴컴해졌다. 이제 9시까지 천천히 여유를 즐기면 되리라. 편의점에서 조금 독한 맥주를 두어캔 산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맞아주는건 옆집에서 초저녁부터 들려오는 탄식과도 같은 교성이 뿐이였다. 계획만 잘 되면 저 빌어먹을 옆집과도 안녕이다. 나는 맥주 두 캔을 테이블에 깔아놓고 한캔은 단숨에 다 마셔버린후 나머지 한캔을 모금씩 홀짝이며 시간을 기다렸다. 안주는 없었다. 이것은 그저 축배이자 거룩한 순간의 의식주와 같았다. 취함을 즐길필요도 없다. 조금씩 내 몸으로 흡수된 알콜이 모든감정을 조금씩 무뎌지게 한다. 긴장할 필요없어... 속으로 몇 번을 되뇌인다. 그러나 심장은 어느때 보다 바삐 뛰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589회 로또당첨 번호를 추첨하겠습니다.”

    익숙한 소리,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한다. 당첨번호는 1,7,11,18,31,36, 보너스 2. 그리고 아나운서의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방송이 끝난다. 나는 이 이 순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공이 기계안에서 빠르게 요동친다. 내 심장고동도 빠르게 고동친다. 

    “첫번째 볼! 빨간색. 빨간색 1번 볼 입니다!”

    놀랍지 않다. 그저 심장이 두근거릴뿐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미친 듯이 뛴다. 두근두근하는 소리가 귓속을 맴돌고 헛구역질이 계속 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 번호도 골라져 나온다.

    “두번째 볼! 회색! 회색 7번 볼 입니다!”

    계속해서 당첨번호가 굴러나온다. 1,7,11,18까지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꼭 들어맞는다. 그러나 나머지가 중요했다. 이건 아직 황금이 아니라 몇 개의 종이 쪼가리일뿐이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방송을 시청했다.

    “다섯번째 볼! 노란색 31번 입니다!”

    쾅, 쾅, 쾅, 맨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린다. 이건 된다. 이건 된다! 이 구역질 나는 생활도 이제 끝이다. 나는 손바닥으로 계속 테이블을 두드리며 방송을 기다렸다. 그렇게 쌔게 테이블을 내려치는대도 손의 감각이 없다. 술기운 탓인지 소리도 잘 안들린다. 귓가에는 두근두근하는 심장소리 때문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키우려고 한손을 더듬거리며 리모콘을 찾았지만 손에 잡히질 않는다. 할 수 없이 티비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여섯번째 볼! 회색!....삼십.........”

    3.
    “사망자는 김지은 31세입니다. 딱히 원한 살 일도 없었고 조용하고 별탈 없는 사람이였다고 하네요.”

    “아으.. 썩는 냄새 봐라..이 사진에서 손에 쥐고있는 종이 쪼가리는 뭐야?”

    “아 로또입니다. 한달전에 발표한 로또번호인데, 저 손에 쥐고 있는게 1등 당첨번호더라구요.”

    “뭐야? 그럼 사인은 심장마비나 뭐 발작같은건가?”

    “네.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인데, 워낙 사망자가 신경이 예민한 성격이기도 했고, 게다가 맥주캔이 있는걸로 봐서는 음주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로또1등뿐만 아니라 주머니에는 2등, 3등 당첨번호도 가지고 있더군요. 1,2,3등이 같이 당첨되었으니... 심장 멎는줄 알았다가 정말로 멎은거겠죠.”

    “허 참... 기구한 인생이로군, 신에게 선택 받은순간에 신에게로 돌아가다니 말야.”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뭐야? 새로나온 목캔디 인가?”

    “아아. 경감님! 현장물건 마음대로 훼손 시키시면 안됩니다!”

    “아 거참. 타살도 아니고 어짜피 사고사 아니야! 이거 치우면 힘드니까 내가 거들어 주는거야 임마. 너도 하나 먹을래?”

    “전 됐습니다. 그리고 드시지 마세요.”

    “아이 자식, 정없게 자식이 말야. 이 전단지는 뭐야?”

    “글쎄요... 뭐... 어디서 받아온거 같은데 말입니다. 내용이 애들 장난같아요.”

    “뭐? 어떤 내용인데?”

    “뭐 사탕을 먹으면 초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거 같은데, 삽화가 여기 이 사탕이랑 똑같더라구요. 혹시 사탕에서 독약이 검출되나 감식해 봤는데, 또 그건 아무 이상 없구요.”

    “아이 자식이... 놀랬잖아 임마. 난 또 이거 먹고 죽었다고.”

    “아! 경감님 드시면 안됩니다!”

    "얌마. 사탕 하나 먹는다고 세상 안 뒤집어져. 형식아, 얼른 마무리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김경감은 입안에서 퍼지는 은은하지만 달콤한 맛과 새콤한 딸기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혀끝으로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며 김경감은 이 경사가 증거물 봉투에 넣어논 사탕을 챙겨들고 차로 향했다.

    오래전에 쓴 단편소설인데 조금 수정해서 올려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출처 내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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