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대화">“괜찮아요. 아까 바람을 쐬러 갔다가 넘어져서 그래요. 그렇게 심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할 것은 없어. 그런데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우선은 그냥 자는 것이 어떨까? 미안해~”</p> <p class="바탕글">절벽에서 혜영이를 살려주다가 팔에 상처가 생긴 것이다. 그런 준혁을 보고 연희는 깜짝 놀랐다.</p> <p class="바탕글">신혼 첫날 사랑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남편의 셔츠와 팔에 피가 낭자한 것을 보니 연희는 슬퍼졌다. 그리고 준혁이 그냥 자자는 말에도 상처를 받았다.</p> <p class="바탕글">허나 아픈 사람에게 떼를 쓰기도 뭣하고 해서 할 수 없이 승낙하는 연희였다. 어디서 넘어진 것인지 지금까지 어디에 있던 것인지 더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선은 참기로 하였다.</p> <p class="대화">“그럼 잘자요.”</p> <p class="바탕글">하고 간단히 인사만 했다.</p> <p class="바탕글">준혁과 등을 마주하고 눕자 연희는 어쩐지 쓸쓸하고 외롭고 서운한 마음이 가을바람처럼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p> <p class="바탕글">잠을 이루려고 해도 얼른 잠이 오지 않고 무엇인가 여자의 직감으로 말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를 치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밤이 깊어질수록 축축하고 찐득한 공기가 문틈으로 들어왔다.</p> <p class="바탕글">머리도 식히고 내일 준혁에게 어떻게 물어볼까 산책이나 갔다와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숄’을 꺼내 두르고 의자에 앉았다.</p> <p class="바탕글">첫날밤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그녀는 잘 알지 못했다.</p> <p class="바탕글">몇 번이나 자고 있는 준혁을 깨워 자세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다. 그의 불편해보이는 몸을 간호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p> <p class="바탕글">어느새 새벽 두시가 지나가고 있다. 연희는 의자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p> <p class="바탕글">문득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침대에 있어야할 준혁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놀라 화장실과 건너방을 가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연희는 가만히 현관문렌즈를 통해 내다본 연희는 깜짝놀랐다.</p> <p class="바탕글">건너편 호실에서 준혁이 슬금슬금 걸어 나오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준혁이 무슨 까닭으로 남의 방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렇게 의문을 품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p> <p class="바탕글">그녀는 황급히 침대로 올라가 잠을 자는 척을 해야했다. 어느새 준혁은 현관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p> <p class="바탕글">샛눈을 뜨고 보니 왼손에 수건을 하나 들고 있었다. 그리고 준혁은 헉헉대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어떤 사정으로 남의 방에 들어갔나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그에게 지금이라도 일어나 따져 묻고 싶었지만 준혁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무서운 연희였다.</p> <p class="바탕글">준혁은 가방을 열어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연희의 입장에서는 수수께끼다.</p> <p class="바탕글">신혼 첫날밤 남의 방에서 나와 수건을 가지고 와서 헉헉대다가 잠이 들다니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p> <p class="바탕글">아무시 생각해도 준혁이 의심스러웠다. 이렇게 밤새 잠을 못이루고 고민에 빠진 연희였다.</p>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출판사 대표이다.
그의 이전 문학 작품으로는 '시간은 달린다' '꽃가루' 작품이 있으며, 그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전자책을 잘 만드는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노벨문학상을 꿈꾸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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