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바탕글">첫날밤의 신랑 신부이니 일분일초가 아깝지 않을까? 산책을 가도 같이 가고, 고단한 몸을 쉬어도 같이 쉴 일이 아닌가?</p> <p class="바탕글">어린 연희는 첫날밤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몰랐다. 아니 어떻게 준혁을 대해야 할지도 몰랐다.</p> <p class="바탕글">준혁이 이따가 들어간다는 말에 ‘알았어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혼을 하기 전이라면 이런 냉담한 반응에 화를 내고 응석을 부렸을 것이다.</p> <p class="바탕글">그러나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고 보니 그런 응석을 부리는 것이 도리어 부끄러웠다.</p> <p class="바탕글">준혁은 차를 끌고 호텔 정문으로 가지고 나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조수석으로 한 여인이 담배를 물고 들어온다.</p> <p class="대화">“우선 한적한 곳으로 가죠. 피차 타인 눈은 거슬리잖아요.”</p> <p class="대화">“그러지!”</p> <p class="바탕글">혜영을 태우고 한적한 곳으로 달려 나왔다. </p> <p class="바탕글">오늘밤 목적을 이루기에 적당할 것 같은 장소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해변과 절벽이 만나는 곳.</p> <p class="바탕글">밤이 어둑해지자 사람의 그림자도 없고 절벽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에 다른 소리들은 묻혀 사라질 것 같았다.</p> <p class="바탕글">‘숄’로 다 가리지 못한 어깨가 섹시하게 느껴지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대담하고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비밀리에 만나야 한다고는 하지만 홀몸으로 나를 만나려고 하다니, 특히 이런 곳에서 말이다.</p> <p class="바탕글">주변을 둘러보니 혜영이를 빠뜨릴 만한 곳이 있었다.</p> <p class="바탕글">절벽 밑에는 파도가 부딪혔다. 바다의 깊이는 모르지만 여기서 밀어 버리면 머리가 깨질 수도 있고, 바다에 빠져 익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p> <p class="대화">“많이 변하지는 않았네.”</p> <p class="바탕글">혜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p> <p class="대화">“변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순진했던 내가 이제 훌륭한 악마가 되었지. 모두 니년 덕분이야.”</p> <p class="바탕글">혜영은 못들은 체 하며,</p> <p class="대화">“덕분에 나도 얼굴이 좀 변했어. 고마운 일이지.”</p> <p class="바탕글">하면서 혜영은 준혁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달라는 듯이 자신 있게 얼굴을 비춰 보였다.</p> <p class="바탕글">예전에 준혁이라면 그녀의 자태에 숨이 턱 막혔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준혁은 그런 혜영이 아름다울 수록 더욱 얄미운 마음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이런 요물이 어디에 또 있을까? 벌써 30이 가까이 오거늘 20대 초반같은 피부와 입술을 가지고 있다.</p> <p class="바탕글">준혁은 상관 없다는 듯이</p> <p class="대화">“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이야! 본론을 말해봐.”</p> <p class="바탕글">하면서 낭떠러지로 잠시 눈길을 보냈다.</p> <p class="대화">“오랜 만에 봤는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냐?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하긴 빨리 신부 곁에 가고 싶기는 하겠지. 큭큭크”</p> <p class="대화">“무슨 헛소리야!”</p> <p class="대화">“사실 아까 결혼식장에서도 있었어. 신부대기실까지 찾아갔는걸. 아주 어린애던데, 요즘에는 또 그런 취향이 생겼나봐?”</p> <p class="바탕글">혜영이 입을 열 수록 밀어 버리고 싶은 준혁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팔이 떨어지지 않았다.</p> <p class="대화">“하고 싶은 말이 뭐야!”</p> <p class="대화">“호호호, 우리사이에 너무 딱딱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야 뻔히 알면서 말야. 뭐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냐? 내가 당신의 약점을 조금 잡고 있으니 자물쇠의 의미로 돈을 조금 주었으면 해. 뭐 싫다면 법대로..”</p> <p class="바탕글">준혁은 말도 안되는 협박이라고 생각했다.</p> <p class="대화">“흠, 싫다.”</p> <p class="바탕글">그래서 소리 지르며 딱 잘라서 말했다. 혜영은 그 말에 조금 놀랬지만 다시 냉정을 찾으며,</p> <p class="대화">“소리 지르면 누가 겁낼까봐? 싫다고? 돈만 준다면 나는 이대로 몸을 숨길게. 너와 그년이 부부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 줄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나를 돕지 않는다면 그 어린년과 그년의 어미 앞에 가서 ‘내가 바로 준혁의 아내다!’ 라고 말할테니까. 알아서 판단해!”</p> <p class="대화">“역시 본색을 드러내는군. 너의 제안 모두 싫다!”</p> <p class="대화">“모두 싫다고? 그럼 할 수 없지!”</p> <p class="바탕글">혜영의 말이 끝나자 준혁은 소리 지르며 혜영에게 다가갔다.</p> <p class="대화">“니년을 죽여 버리겠어. 감히 나를 협박해. 죽여 버리겠어.”</p>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출판사 대표이다.
그의 이전 문학 작품으로는 '시간은 달린다' '꽃가루' 작품이 있으며, 그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전자책을 잘 만드는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노벨문학상을 꿈꾸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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