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 현명하고 고결한 마음을 가진 군주가 있었다.<br>통치에는 원칙이 있었고 행동에는 철학이 깃들어 있었다.<br>이 나라에는 마녀도 살고 있었다.<br>선인을 헐뜯고 자신을 내세우길 좋아했다.<br>군주를 시기하는 자들은 마녀에게 아첨하였고<br>마녀는 사람들의 위에 군림하고 싶어했다.<br><br>고결한 도덕성은 계속된 날조에 흠이 갔고<br>마녀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br>마침내 군주는 권좌에서 내려오고<br>조롱과 멸시 속에 죽어갔다.<br>나라는 혼란에 빠지고<br>백성들은 탄식으로 나날을 보내며 구세주를 원했다.<br><br>세월이 흘러 마녀는 권좌에 오르고<br>나라는 기강이 문란해지고<br>죄없는 사람들은 죽어갔다.<br>왜냐하면 마녀는 고결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기 때문이다.<br><br>마녀는 사람을 세뇌하고 조종하는 흑마술에 능했다.<br>사실 그게 다였다.<br>마녀는 사람을 다스릴 줄 몰랐다.<br>반발하는 자들에겐 설득하기보다 억업을 가했다.<br>마녀의 농간에 넘어간 이들은 애국을 외쳤으나<br>그들이 사랑한 건 단지 빛바랜 과거였다.<br>그리고 그 과거의 상징이 마녀였다.<br><br>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br>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동정조차 하지 않았다.<br>도덕을 외치는 자들은 조롱당했고<br>그게 밥먹여주냐는 파렴치하고 저급한 자들은 되레 당당했다.<br>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br>도덕이 사라진 나라에서의 생존전략이 되었다.<br>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자신이 약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행위이므로.<br><br>마녀는 늘 화려한 옷을 입고<br>알 수 없는 기괴한 주문을 외우며<br>나라의 존망보다 자신에 대한 여론관리에 몰두했다.<br><br>어느날 사막에서 불어온 저주가<br>사람들을 덮치며 퍼져나가자<br>마녀를 따르는 자들은 저주를 감기따위밖에 안 되는 일로 여겼고<br>마녀 또한 유언비어 퍼트리지 말라고 협박했다.<br>고통에 신음하는 자들은 외면한 채로.<br><br>마녀는 사람을 살리는 백마술을 쓸 줄 모른다.<br>마녀의 흑마술은 마녀의 어두운 후광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br>사람을 다스릴 줄 모르므로 공포를 잠재울 수 없다.<br>마녀를 따르는 사람들만이 어두운 후광을 볼 뿐이기 때문이다.<br>그러므로 마녀는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날까 두려워한다.<br>마녀는 결코 구세주가 아니었다.<br><br>나는 마녀가 자신조차 속박하는 과거로 짜낸 모자를 벗길 바란다.<br>63 평생 무능했던 자가 갑자기 유능해질 수는 없다.<br>당치도 않다.<br>단지 마녀가 양심과 도덕심에 눈을 뜬다면<br>그리하여 자신이 정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단 하나임을 깨닫고<br>평생 처음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면<br>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녀를 위해 변호할 수 있을 것이다.<br>마녀도 결국은 사람이라고.<br>
근데 안 그럴 거 같다.
(양심을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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