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 /></div> <div><br /></div> <div><br /></div>석봉이가 하산했을 때 싸리문은 최신식 도어락으로 바뀌어 있었다. 초가삼간은 17층 짜리 아파트로 변했다. 산에 있는 동안 시간이 많이 흐른 모양이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어머니 어찌된 일인가요? 지금이 무슨 임금 시대인지요?" <div><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석봉이는 2012년의 대한민국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의 가게를 물려받았다. 떡집으로 시작한 가게가 이미 제법 커져있었다. 떡으론 벌이가 시원찮아서 팔기 시작한 토스트는 어느새 주종목이 됐다. '석봉토스트'. 가게 이름이었다.</div> <div><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석봉아 나는 빵을 썰테니 너는 햄을 굽거라."<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어머니, 전 평생 글만 썼습니다. 이제와 햄을 구우라시니요."<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석봉아 햄을 굽거라."<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어머니 전......"</div> <div><br style="margin: 0px; padding: 0px" />갑자기 누군가 석봉이 대신 '네'하고 대답한다. 또 다른 누군가 똑같이 '네' 한다. 하나둘 늘어나더니 어느새 무리를 이루었다. 이들은 모두 석봉이였다. 글 배워 햄 구울 이들은 이미 거리에 차고 넘쳤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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