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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55338
    작성자 : 라케
    추천 : 6
    조회수 : 382
    IP : 114.199.***.6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11/10 21:48:16
    http://todayhumor.com/?pony_55338 모바일
    [자작/팬픽]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2부 2화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1부


    2부













    “끔찍한 비로군.”

    사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끔찍하게도 짙은 비였다. 만일 지금 포니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피아를 구분못해 일어나는 상해가 더 많을 것이라 사내는 확신했다. 그만큼 짙은 비였다.

    분명 포니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자신에게로 오는 체인질링의 모습에서 그것을 쉽게 엿볼 수 있었다.

    “척후 보고합니다. 전방 500미터 내 어떠한 매복, 함정, 은신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전투는 없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병사는 자신있게 상황들을 줄줄 읊어갔고 사내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예상했던 상황을 재확인 했을 뿐이니 특별히 놀랄 일도 없었다.

    “그렇군, 들어가보아라.”

    “넵!”

    병사는 칼같이 경례를 붙이고는 제자리로 돌아갔고, 사내는 잠시 막사를 둘러본다. 우중충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막사의 병정들은 묵묵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분명 그들끼리 약간의 농담이 오가기도 하긴 하지만, 약간의 소일일 뿐.

    결국 모두가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모두가, 그것을 꿈꾸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는 자신의 어깨에 짓누르듯 느껴지는 책임감에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선 안된다, 자신은 책임을 지기 위해, 태어났다. 그런 자가, 책임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자신을 추스르고, 겁박하고, 안심시키고, 설득하며 사내는 비가 내리는 막사의 풍경을 관조했다. 차가운 비였다. 시린 비였다. 애린 비였다.

    “후우, 꼴사납군.”

    “형님!”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일까, 생각을 하다 자신에게 비웃음을 흘렸다. 누구일까, 라니. 알고 있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자기 기만이라고 일축하며 휴브리스는 고개를 돌렸다.

    “사티로스.”

    “형님, 비가 내리우. 그 몸 상하면 걱정할 양반이 한 둘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러시네.”

    사티로스는 빙글빙글 웃으며 형에게 우산을 건냈다. 웬일로 동생이 호의를, 싶었지만 그 의외의 호의를 휴브리스는 받아들였다.

    “정찰병이 말하길 매복은 없다더군.”

    “당연한 일이오, 형님. 저놈들, 꽤 많이 지쳤을 거라고.”

    그리 말하며 사티로스는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명백하게도 포니들은 많이 지쳤음에 틀림이 없었다. 전황은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 체인질링의 우세였다. 더 이상 군사들이 전투에 목숨을 바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천칭은 체인질링에게로 기울어져 있었고 이미 모두가 이 방어전에서 전쟁을 끝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쉬운 말이다. 쉬운 말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그 쉬운 전쟁을 끝내지? 어차피 아무리 쉬운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전투는 전투다. 전황이 아무리 기울어지고, 아무리 뻔해보인다고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나서서, 죽이고, 죽을, 전투를,

    도대체 누가 한단 말인가?

    “형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지?”

    “...... 당연한 말이다. 이 전쟁은 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어.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인 피해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아니잖아, 형님. 그런게 아니잖아?”

    사티로스는 난폭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한 기분. 그에 휴브리스는 얼굴이 찌푸려졌다.

    “저 병사들이 죽는 걸 보기 힘들잖아? 싫잖아? 형님은, 착해 빠졌어. 어느 누구도 죽기를 바라지 않아. 2년이 지났는데도, 마찬가지야 형님. 변하지를 않았어.”

    “그래, 그렇지.”

    사티로스는 휴브리스의 명쾌한 대답에 기쁜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런데, 바뀐 게 있어?”

    “......”

    “결국 전쟁은 희생을 기초로 해. 전쟁은 국민의 희생을 바라기 마련이야, 형님. 우리가 승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누군가는 죽겠지. 저들 중 누군가는 분명히 죽을 거야. 형님, 형님. 저번에 아바마마께 말씀 드렸었다면서? 협정을 맺자고.”

    “......”

    “그런데, 안했었지? 왜? 왜 그랬을까. 뻔 하잖아. 이길게 뻔 한 전쟁을, 누가 멈추려고 하겠어. 아바마마께서는 지금 이퀘스트리아를 정복하실 생각이신지도 모른다고. 그래, 당연하지. 저런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나라가, 벌써 우리나라를 쳐서, 이런 꼴을 만든다는데, 아바마마께서 좋아하실리도 없거니와, 이건 기회나 마찬가지니까. 새로운 나라를 개척할, 기회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사티로스.”

    사티로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긴 웃음. 휴브리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씹었다. 사티로스는 긴 웃음 끝에 얼굴을 굳히고는 조용히 말했다.

    “헛짓거리 하지마, 착한 척 하지마, 형님. 인정해. 이건 전쟁이야. 아무도 안 죽을 수 있는 전쟁이란 없어.”

    휴브리스는 사납게 사티로스를 노려보다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다, 잠시 멈추곤 동생을 향해, 그가 건내어준 우산을 집어던졌다.

    비에 진탕이 된 땅바닥을 후리며 우산은 요란하게 부서졌고 그에 몇 방울의 진흙이 사티로스에게 튀었다. 휴브리스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웅얼거렸다.

    “...... 알고 있다, 알고 있어...”

    사납게 비가 내렸고, 그 사이로 묵묵히 휴브리스는 걸어 나갔다. 활활 타오르는 정신과 몸이 비에 차갑게 식어갔다. 동생이 던진 몇마디는 휴브리스의 마음 속, 휘몰아치는 회오리가 되어 그를 잠식해갔다.

    홀로 남은 사티로스는 우산을 내려다보았다. 산산이 부서진 우산의 조각들이 비에 젖어 흐늘거렸고 이음나무들은 진흙에 잠겨 이제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빗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거세어져만 갔고 사티로스는 계속해 우산을 보았다. 귀신같이 살벌한 눈빛이었다.

    “난, 난... 그래서 당신이 싫어, 휴브리스 형님.. 당신이 싫단 말이야..”

    사티로스는 계속해 우산만을 노려보다 몸을 돌렸다. 두 형제가 떠난 자리엔 우산만이 남아 차가운 비를 맞았다.

    차가운 날이었다.









    //


    가끔 제목을 잘못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제목의 주인공이... 

    그렇죠, 네.


    좋은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
    라케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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