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폰지 사기? 21세기 판 튤립 사태? <br><br>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이 시대에 유일한 동아줄? 사다리? 쯤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br><br>사용 가치는 제로에 수렴하는 무가치한 코드 무더기 따위가 단지 희소성만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니 이것이야말로 신종 다단계 사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br><br><br><br>비트코인이라는 테마는 철학게시판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가상화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욕망과 불평등 구조에 관해 한번쯤 돌아보게 만듭니다. <br><br>욕망에 휘둘린다는 게 이런 걸까요? <br><br>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좀더 크고 멋진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잠을 자며,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갈 때 좀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고, 좀더 멋진 이성과 사귀고 섹스하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칭찬과 존경과 선망의 눈길을 받고 싶고...<br><br>우리가 욕망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br><br>별로 비싸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맛있는 음식, <br>그닥 돈이 많거나 예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사귀고, 만지고 섹스도 할 수 있는 접근성 뛰어난(?) 이성<br>적어도 비는 새지 않고 화장실, 욕실 정도는 갖추고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집<br>중대형차, 고급차는 아니어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만으로 불편할 경우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소형 중고차<br><br>뭐 이 정도만 있으면, 그냥저냥 사는 데는 불편함이 없는 정도 아닐까요? <br>대중적인? 욕망은 이정도로 만족시켜 두고, 그렇게 해서 절약한 나의 시간과 정력을 좀더 여유롭고 뭔가 가치 있는 나만의 삶을 영위하는 데 투자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그 시간에 그냥 빈둥거리며 낮잠을 자는 것도 좋고요. 뭐 어때요? 누가 청구서 들고 달려오기 전까진, 내 삶은 온전히 내 꺼니까요. ^^<br><br>요즘 세상만 그런 건지 원래 인간이라는 종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br>욕망조차도 뭔가 건강하지가 않은 것 같단 느낌이 들어요. <br>단순하고도 순수한, 건강한 욕망보다는<br>불안과 고독, 공허감으로부터의 끝없는 회피와 정신적 도주를 '욕망'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br><br>이렇게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면, 삶은 참 공허하고도 또 공허하게 느껴지네요. <br>감기 걸려서 열이 나고 몸이 아픈데 감기약 살 돈이 없다면 그건 참 비참하게 느껴질 것 같긴 합니다. <br>그런데 살아오면서 나는 그 정도로 가난해 본 적은 없었네요. <br>그런데도 나는 항상 불안하고 자꾸 뭔가를 모으고 쌓아놓고 싶어합니다. <br><br>항상 하는 얘기지만 시간이라는 건 인간의 거대한 착각일 수 있어요. <br>하루, 이틀, 10년 뒤에도 내가 존재할지 않을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br>하지만 나는 끊임 없이 그 올 지 안 올지도 불확실한 미래의 내가 궁핍하고 비참해지지는 않을지 걱정합니다. <br><br>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br>천사 미하일이 미리 만들어둔, 시체에 신길 슬리퍼가 이미 준비되어 있는데<br>자신이 그날도 멀쩡하게 살아 있을 줄로 알고 값비싼 구두를 주문했던 어느 부자와 같은 어리석음이겠죠. <br><br>비트코인으로 한탕 거하게 벌어서 미래를 보장받고 싶은 젊은이들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br>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오는 건...<br><br>작년 이전에 비트코인 100만원 할 때 미리 사두지 못해서만은 아닐 거라고...믿고 싶습니다. <br>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ㅠㅠ ㅎㅎㅎ<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