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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5047
    작성자 : bsn
    추천 : 10
    조회수 : 1247
    IP : 117.123.***.10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8/22 22:06:01
    http://todayhumor.com/?panic_95047 모바일
    [단편] 오랜 꿈의 외로운 끝
    옵션
    • 창작글
    <div style="text-align:left;"><im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width:386px;height:262px;" alt="MfQcprS.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8/1503402936bc42d1a486b342b59aa4d9f38d2dd27b__mn719979__w1440__h900__f127705__Ym201708.jpg" filesize="127705"></div> <div><br><strong>오랜 꿈의 외로운 끝</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한 남자가 연단에 우뚝이 서 있다.<br><br>그 아래로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모여 그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다.<br><br>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얼굴보다 두꺼운 마스크를 두르고 있다.<br><br><br>[우리를 낳아 주고 길러준 대지가 지금은 우리를 흙먼지 아래에 가두고 있습니다. 그 누가 생각이라도 했겠습니까? 보물 같은 이 세상이 우리에게 떠나라고 말할 줄을요.]<br><br><br>그의 계획된 어조와 제스처 하나하나가 매우 치밀하고 효과적이다.<br><br><br>[사람들은 먼지 더미 아래서 아직도 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년엔 괜찮아질 거야, 내후년엔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이 땅엔 미래가 없다는 게 우리들의 결론입니다.]<br><br><br>그가 잠시 뜸을 들이다 곧 다시 말을 이어 간다.<br><br>그런 그의 목소리는 그 여느 때보다 결연에 가득차 있었다.<br><br><br>[우리는 개척자입니다. 빙하를 가로질러 땅을 찾고, 바다를 건너 대륙을 찾고, 지구를 넘어 달을 밟는 그 본성은 모든 우리들 안에 잠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저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것들을 동경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 감정에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집을 찾아 하늘의 저 구석으로 떠나는 우린 인류라는 이름의 개척자입니다.]<br><br><br>박수갈채와 환호성이 공중에 울려 퍼진다.<br><br>그 소리는 웅장하다 못해 온 대지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하다.<br><br>남자가 한순간 하늘을 올려다본다.<br><br>그와 동시에 사람들도 고개를 젖혀 위를 쳐다본다.<br><br>아직 해가 지지 않은 어스름한 하늘엔 반짝이는 별 대신 희미한 12개의 잿빛이 일렬로 멈춰서 있을 뿐이다.<br><br><br><br><br><br>천천히 눈이 떠지며 주위의 빛들이 내 망막을 때려 대기 시작한다.<br><br>그런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br>아니, 정확히 말하면 눈을 감고 있을 때와 똑같은 하얀빛들만이 눈앞에 아른거릴 뿐이었다.<br><br>이것이 현실이란 것을 알아챈 건 시야를 조금 더 아래로 내렸을 때였다.<br><br>내 발밑의 저 끝에서 이상한 도형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br><br>그것들은 공중에 뜬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제자리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br><br>난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내려 내가 누워 있었던 자리를 내려다봤다.<br><br>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침대였다. 전체적으로 붉은빛에 금색 테두리로 장식된 잠자리는 참으로 고귀해 보였다.<br><br>이번엔 고개를 올려 천장을 쳐다봤다. <br> <br>하얀 천장은 마치 도화지처럼 깨끗했고, 이는 내 주위의 모든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이 백색의 배경은 상하좌우 구분 없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해 내가 있는 공간 자체를 인식하기가 힘들었다.<br><br>난 침대에서 내려와 도형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br><br>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힘없는 다리는 그 속도가 매우 더디었다.<br><br>그렇게 어찌해서 도형에 다다르자 난 그것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br><br>그것들은 공중에 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매우 맑은 유리로 된 단상 위에 새겨진 빛나는 도형 한 쌍이었다.<br><br>하나는 온전한 원으로 얇은 테두리는 초록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끝이 이어지지 않은 원에 빨간색 테두리를 가지고 있었다.<br><br>손가락으로 그것들을 여러 차례 눌러 보았지만,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br><br>난 이내 흥미를 잃고 등을 돌려 내가 있었던 그 침대 쪽을 바라봤다.<br><br>침대 뒤쪽 공간으로 회색 직사각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내 키보다 한 뼘쯤 작은 문이었다.<br><br>난 문를 향해 걸었다.<br><br>빨간 침대를 지나 회색 문에 가까워지자 내 걸음걸이에 맞추어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br><br>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입을 열었다.<br><br>그 작게 벌려진 입 너머로 이곳과 완전하게 대비되는 시커먼 공간이 나타났다. <br><br>난 발을 멈추지 못 하고 그저 그 검은 터널 속으로 빨려가듯 걸어갈 뿐이었다.<br> <br> <br><br><br><br>이곳은 매우 어둡고 비좁았다.<br><br>좌우로는 고개조차 돌릴 수 없었으며, 문을 들어올 때의 그 높이로 계속 몸을 수그리고 있어야 했다.<br><br>이 좁고 캄캄한 길을 약 1분간 걷자 그제서야 공간이 조금 여유로워지며 난 고개를 바로 들 수가 있었다.<br><br>그런 내 시야 정면으로 울퉁불퉁한 직사각형 모양의 빛이 저멀리서 반짝였다.<br><br>난 그 빛이 비치는 방향을 따라갔다.<br><br>애초에 길 자체가 너무나 협소하고 일직선이라 그곳 이외의 방향으론 움직일 수가 없었다.<br><br>그렇게 한참을 걷자, 테두리의 실루엣이 점차 선명해지며 난 빛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br> <br><br>그것은 하나의 무대였다.<br><br>양옆으로 넓어진 공간을 토대로 8 대 5 정도의 비율을 가진 무대는 줄지은 인형들로 가득차 있었고, 뒤쪽 배경으론 한가득 수놓은 별빛들이 은하수를 이루며 무대를 밝게 비추는 중이었다.<br><br>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갑자기 멈춰 있던 인형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br><br>뒤이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노인의 나레이션을 출발로 별을 마주하는 인형극이 느닷없이 시작됐다.<br><br><br>[옛날 옛날에 한 부유한 왕국이 있었습니다.]<br><br><br>웅장한 성 모양의 종이가 무대의 별빛을 가리며 그림자로 배경을 이루었다.<br><br><br>[그곳의 왕은 현명하고 자비로워 백성들은 누구 하나 근심없이 평화롭게 살아갔습니다.]<br><br><br>이어서 왕관을 쓴 인형이 나타나며 그 주변으로 십수 개의 평범한 인형들이 같이 올라왔다.<br><br>그들은 남녀노소의 목소리로 제각각 떠들어 대고 있었다.<br><br><br>[나라의 창고는 황금으로 넘쳐 났으며 모든 병사들은 강하고 용맹했습니다. 왕국은 말 그대로 세상을 호령했습니다.]<br><br><br>드넓은 밭과 전사들의 검투 장면이 차례로 넘어갔다.<br><br>이어서 모든 인형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통일된 아름다운 하모니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br>가사 없이 음만 읊는 그 노래는 머리를 울릴 정도로 공명했다.<br><br><br>[그러나 시련은 그 어떤 왕국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br><br><br>노인의 이 서글픈 한 문장을 끝으로 모든 인형들이 한순간에 멈추었다.<br><br>그와 동시에 그들의 행복한 선율도 칼 같이 끊어졌다.<br><br>노래 부르며 만세하던 몸짓 그대로 멈춰 버린 인형들의 모습은 마치 고장난 시계 바늘처럼 정적이었다.<br><br><br>모든 배경과 인형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로 가라앉았다.<br><br>아무것도 없는 무대엔 곧 눈부신 은하수만이 남아 관객의 눈을 비쳐 댔다.<br><br>허나, 이도 오래 가진 못 했다.<br><br>밤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사그라들며 이제 무대의 배경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br><br>완벽한 어둠, 그 공허함의 수명은 다행히도 수 초에 지나지 않았다.<br><br>사라진 별빛을 대신해 아래서부터 빛이 올라왔다.<br><br>하나의 길이 자신만의 빛을 내며 발밑에 나타났다.<br><br>수많은 직선과 곡선들이 서로 뒤엉켜 초록색으로 빛나는 그 길은 굉장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br><br>난 길게 뻗친 그 새로운 빛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br><br>한 발자국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싸 왔다.<br>온도감과 함께 느껴지는 그 편안한 향기는 허브향과 상당히 비슷했다.<br><br>그렇게 기분 좋은 나른함을 만끽하며 짧지 않은 길을 얼마간 걷자, 아까와는 그림이 사뭇 다른 환경이 내 앞에 나타났다. <br> <br> <br> <br><br><br>사선으로 점차 넓어지는 길 끝에서 색색의 유리로 장식된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br><br>수십 개의 유리에서 반사된 빛들은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초라한 간판엔 박물관이라는 한 글자가 검게 적혀져 있을 뿐이었다.<br><br>간판 아래와 그 왼쪽 옆으로 개찰구와 매표소가 보였지만, 그것들은 모두 비어 있었다.<br>그곳에 겹겹이 쌓인 먼지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br><br>난 입구를 지나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다.<br><br>안의 공간은 아까보다 한층 더 여유로웠다.<br><br>내부는 마치 동굴과 같았으며 너무 넓지 않은 길 양옆으론 여러 가지 물건들이 밝게 전시돼 있었다.<br><br>한데, 뭔가 이상했다. <br><br>그것들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br>전시된 물건들은 하나같이 모두 완벽한 형태로 유물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br><br>책들은 어제 출판된 것처럼 깨끗했고, 녹 하나 슬지 않은 무기들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무시한 듯하였다.<br><br>그 외의 다른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였다.<br><br><br><br>이곳은 빛이 아니라 세련된 갖가지의 물건들이 열을 이루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br><br>그런데 그것들은 이전의 공간에서와 같은 편안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br><br>오히려 목덜미를 타고 스며드는 오싹함에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br><br>근원 모를 불안과 함께 여러 물건들을 지나치자 그제서야 제법 유물다운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br><br><br><br>온 공간이 좌우의 황금빛에 물들었다.<br><br>금으로 만든 왕관, 칼, 지팡이, 술잔 등의 호화로운 사치품들이 제각기 빛나며 어두웠던 공간을 밝게 비추었다.<br><br>허나, 역설적으로 그것들 사이를 걷는 내 기분은 전혀 밝지 않았다.<br><br>왜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내 심박수는 불안하게 높아지고 있었다.<br><br><br><br>짧은 황금빛 길이 끝나자 공간은 다시 어두워졌다.<br><br>길은 갈수록 더 넓어졌고 높아지는 천장은 유물들의 어스름한 빛마저 닿지 않았다.<br><br>그런 내 옆으로 순간 무언가가 시야에 잡혔다.<br><br>불안감에 잔뜩 경계를 하고 있던 난 그쪽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br><br>그것은 손이었다. 살이 다 떨어져 나가 뼈밖에 남지 않은 손들이 벽에 박힌 채 전시돼 있었다.<br><br>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손들은 벽을 타고 천장까지 도달하며 그렇게 내 주위를 감싸안았다.<br><br>누렇게 변색된 다섯 손가락을 쫙 펼친 채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한 그 제스처는 기괴한 걸 넘어 공포감마저 느껴졌다.<br><br><br>순간, 저것들이 날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 분명했다.<br><br>저 손들이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날 찢어발기기 위해서였다.<br><br>눈앞이 아찔해졌다. 동시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br><br>난 불안감에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br><br>앞을 쳐다봐도 뒤를 돌아봐도 손들은 공간에 가득 했지만, 가만히 서서 저것들에게 잡힐 순 더욱이 없었다.<br><br>난 시선을 내려 애써 저것들을 보지 않으려 했다.<br><br>그러자 마치 이런 날 농락하듯 이번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br><br>수많은 사람들의 통곡,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그 원망들이 벽에 부딪혀 섞이며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br><br>난 이제 두 손으로 귀까지 틀어막았다.<br><br>공포심을 넘어선 패닉에 본능이 몸을 지배했다.<br><br>난 그 본능에 따라 육체의 고통도 느끼지 못 한 채 그저 미친 듯이 달려갈 뿐이었다.<br><br><br><br><br><br>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서서히 잦아드는 환청과 함께 내 앞으로 비쳐오는 잔상에 난 다리를 천천히 멈추었다.<br><br>그것은 그림이었다. 내 키보다 크고 넓은 한 폭의 풍경화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조명을 받으며 웅장하게 서 있었다.<br><br>그림의 첫인상은 매우 분주하고 역동적인 도시의 모습이었다.<br><br>하지만 점차 시선을 집중할수록 그 안에 담긴 끔찍한 본모습이 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br><br>그림의 제목은 '재앙'이었다.<br></div> <div><br>밤에도 생기 넘치게 돌아가는 도시가 하얀 달빛을 받으며 그 아래서 반짝였다. </div> <div> </div> <div>때는 모두가 잠들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길거리는 촘촘한 거미줄처럼 번잡했다. </div> <div> </div> <div>그곳에서 사람들은 마치 축제라도 벌인 냥 열정적으로 춤추고 있었다, 소리 지르며 자신의 사지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런 그들의 몸은 모두 붉게 물들어 있었다.<br><br>누구 것인지 모를 피에 젖은 채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이 살아 숨 쉬는 도시와 대비되며 내 망막에 선명히 새겨졌다.<br><br>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고, 풍차는 힘차게 돌아가며, 선박으로 수놓은 강은 격렬하게 빛났지만, 도시는 절망에 휩싸여 있었다.<br><br>순간, 내 눈 밑에서 볼로 흐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br><br>한 쌍의 물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뿜어져 나오며 시야를 흐렸다.<br><br>슬픔, 이내 마음속 한구석이 괴로움으로 뒤덮이며 그것은 더욱더 짙어져 갔다.<br><br>난 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며 두 손으로 눈물을 지웠다.<br><br>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내 감정에 의문은 머릿속에서 한없이 소용돌이쳤다.<br><br>그 회오리는 곧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됐다.<br><br><br>(지금 난 왜 슬픈 거지?)<br><br><br>난 처음으로 생각했다. <br><br>돌이켜 보면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내 첫 사고(思考)였다.<br><br>온전한 문장으로 완성되는 내 의문은 단순한 감각의 받아들임보단 한 차원 높은 것이었다.<br><br>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와 함께 내 시야도 어지럽게 돌기 시작했다.<br><br>그렇게 좌우로 난잡하게 흔들리던 내 두 눈이 한순간 그림의 끝, 성벽 위의 왕을 바라봤다.<br><br><br>〔 끼이이이익 〕<br><br><br>문이 열림과 동시에 그림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에 따라 도시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었다.<br><br>갈라진 도시의 틈 사이로 어떤 빛이 비쳐왔다.<br><br>그 빛의 두께는 듣기 거북한 문소리와 함께 점점 커지며 내 눈을 강하게 찔러 댔다.<br><br>난 이 어스름한 공간을 잡아먹는 그 눈부심에 눈을 질끈 감았다.<br><br>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감겨진 눈꺼풀 위로 닿는 빛이 익숙해졌다고 느껴질 때쯤 난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br> <br> <br> <br><br><br>그림 속의 세상은 이 공간에 실재했다. 도시, 그 잔인한 학살의 마을이 바로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br><br>좌표 평면의 하늘은 격자 형태로 빛나고 있었으며, 아무도 없는 도시가 그 아래를 외로이 지키고 있었다.<br><br>도시는 중앙에 거대한 대로가 놓여 있었고, 그 길 양옆으론 수많은 건물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br><br><br>(도대체 뭐야..?)<br><br><br>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곧 정신이 아득해졌다.<br><br>이것이 현실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br><br>완전히 똑같은 그림 속 세상이 내 앞에 나타나게 될 줄은 몰랐으며, 그 타이밍 또한 마치 소설처럼 절묘했다.<br><br>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세게 저었다.<br><br>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br><br>반쯤 정신을 차린 난 아직도 슬픔에 찬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로를 따라 걸었다. <br>그와 동시에 주위의 배경도 자연스럽게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br><br><br><br>도시의 북서쪽으로는 풍차 지대가 밀집해 있었으며, 동쪽으로는 거대한 원형의 공원이 잡초들에 뒤덮여 있었다.<br><br>난 이어서 눈을 돌려 도로변의 나무집들에 시선을 옮겼다. 그것은 거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br><br>모든 집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람의 손길이 떠난 듯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으며 퀘퀘한 냄새 또한 풍겨왔다.<br><br>폐허로 변한 집들의 벽은 대부분이 낙서로 더럽혀져 이곳이 폐가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증명해주는 듯했다.<br><br>난 각양각색의 그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br><br>허나, 별 다른 거는 없었다. 하나같이 그저 평범한 정신 사나운 낙서들뿐이었다.<br><br><br>(그저 흔한 폐가들이야)<br><br><br>그렇게 그것들로부터 시선을 돌리던 내 시야의 끄트머리에 아까와는 분위기가 다른 한 그림이 눈에 스쳤다.<br><br>난 다시 고개를 돌려 그것을 정면으로 쳐다봤다.<br><br>바로 뒤이어 내 발은 한 집 앞에서 그 걸음을 멈추었다.<br><br><br><br>적갈색 벽에 새겨진 글자들과 그림, 낙서는 내가 보았던 재앙의 참상을 묘사하고 있었다.<br><br><br>[사람들은 입에서 피를 쏟으며 하나둘 쓰러져 갔다.]<br><br><br>막 흩뿌려놓은 듯한 필체의 글 아래엔 피를 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자로써 그려져 있었다.<br><br><br>(이 낙서, 아까 그림에서의 재앙을 말하고 있어..)<br><br><br>가슴이 답답했다. 숨이 막혀 오며 아무것도 생각나지가 않았다.<br><br>난 떨리는 손으로 벽을 짚어가며 본능적인 걸음을 계속했다.<br><br>곧 옆집의 담벼락까지 손이 닿았다. 그곳에서는 이야기의 꼬리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br><br><br>[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패닉에 빠졌으며, 병은 그들의 호흡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그 가공할 만한 속도는 겨우 10분 만에 도시의 반을 점령할 정도였다.]<br><br><br>이번엔 도시의 반을 뒤덮는 거대한 시체밭이 그려져 있었다.<br><br>줄줄이 쓰러져 있는 죽은 자들과 그걸 지켜보는 병든 자들의 구도는 참혹하다 못해 고통마저 느껴졌다.<br><br><br>(왜 고통이 느껴지는 거지? 그냥 그림일 뿐이잖아..?)<br><br><br>지금까지 쭉 이어지던 불안감은 곧 의아함으로 그 형태를 바꾸었다.<br><br><br>(도대체... 뭐야..?)<br><br><br>알 수 없는 생각들로 가득 찬 내 머리는 마치 벽에 막힌 듯 사고를 이어나가지 못 했다.<br><br>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의문을 낳고 그것 또한 다른 물음으로 이어지는 꼬리물기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br><br>난 내 생각들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br></div> <div> </div> <div><br><br><br>그렇게 얼마나 헤맸을까, 어느 순간 차디찬 바람이 불어왔다.<br><br>생생한 온도감의 바람은 의식의 각성제가 되어 내 생각을 다시 깨워 줬다.<br><br><br>(뭐지..?)<br><br><br>난 멍해졌던 눈을 다시 고쳐 뜨며 내 앞의 전경을 바라봤다.<br><br>그곳엔 매우 아름다웠을 것만 같은 석조 다리가 무너질 듯 말 듯 간신히 서 있었다.<br><br>허나, 그 아래 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br><br>집을 잃은 선박들은 메마른 강바닥에 허무하게 널부러져 음침한 공기를 주변에 물씬 풍겨 대고 있었다.<br>거기서부터 이따끔 들려오는 삐걱대는 소리는 흡사 선원을 잃은 유령선들의 비명을 듣는 듯하였다.<br></div> <div> </div> <div>(내가 언제 여기까지 걸어왔지?)</div> <div> </div> <div><br>그런 생각도 잠시, 유령이 나올 법한 음산함에 난 최대한 빠르게 다리를 건넜다.<br><br>그렇게 그곳을 지나자 도시의 나머지 반이 날 마주했다.<br><br><br><br>반쪽짜리 도시는 수많은 상가들과 고급 주택, 그리고 더 정교하고 넓은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분주했던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었다.<br><br>방금까지 모든 벽에 그려져 있던 낙서들은 이곳에서부터는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br><br>그 뿐만이 아니었다. <br><br>애초에 이곳은 전혀 낡아 있지 않았다.<br><br>모든 건물, 길, 화단들은 막 방금까지 관리를 받은 것처럼 깨끗했으며, 심지어 전등까지 들어온 건물도 있었다.<br><br>강을 경계로 도시는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br><br>난 아까보다 두 배는 넓어진 대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br><br>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br><br><br><br><br><br>생생한 도시와 고요한 주변, 차가운 공기, 그리고 단 하나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고립감.<br><br>그 모든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공간의 이 반쪽은 지나칠 정도로 이질적이다.<br><br>난 왜 이 도시를 바라보면서 울고, 아무것도 아닌 그림 따위에 고통을 느끼는 걸까.<br><br>분명히 답이 있어야 할 이곳엔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br><br>모순, 내가 걷고 있는 이곳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 단어가 어쩐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br>한없이 회오리치며 내 무의식 속에 선명히 새겨진다.<br><br><br><br><br><br>길지 않은 길을 걷던 내 앞으로 순간, 벽이 나타났다.<br><br>마을의 끝, 성벽과 길이 만나는 곳엔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져 있었다.<br><br>그 위, 망루에 45도로 꽂혀진 깃발은 바람이 없음에도 격렬하게 펄럭였다.<br><br>난 깃발을 더욱 자세히 쳐다봤다.<br><br>흩날리는 푸른색의 깃발 안엔 지구와 그 옆을 떠나는 12개의 작은 별똥별들이 하얀 단색으로 그려져 있었다.<br><br>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몰랐지만, 그것에서부터 어쩐지 그리운 향수가 느껴졌다.<br><br><br>(그립다고..? 난 지금 뭐가 그리운 거지?)<br><br><br>끝없는 의문들은 마침내 한계치를 벗어났다. </div> <div><br>머릿속이 새하얘졌다.<br><br>이상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br><br>문에서 느껴지는 쇠냄새, 하얀 격자 배경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규칙적인 하늘,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 전부 다 어색했다.<br><br>내가 있는 이곳, 아니 내 자신의 존재가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br><br>내 모든 감각과 생각들은 현실처럼 선명했지만, 그 느낌만큼은 꿈처럼 낯설었다.<br><br>무언가 분명히 잘못되었다.<br><br><br><br>문이 열리며 둥근 고리 모양의 빛이 날 비추었다.<br><br>아지렁이마냥 일렁이는 빛은 곧바로 내 의식을 홀렸고 난 그 이끌림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br><br>내가 그 환상 속에서 깬 것은 닫히는 문 소리가 뒤에서 크게 들려왔을 때였다.<br><br><br><br><br><br>난 정신을 차리며 뒤를 돌아봤다.<br><br>문이 있었던 자리는 아무것도 없이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br><br><br>(도대체 뭐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거야..?)<br><br><br>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br><br>내 몸속 깊은 곳을 울리는 그 소리는 의아하게도 내 것이 아니었다.<br>그것은 내 주변 공기의 진동이었다.<br><br>온 공간을 울리는 박동에 맞추어 내 심장도 천천히 그것의 리듬을 따라가기 시작했다.<br><br>난 좌우를 둘러보며 주변을 살폈다.<br><br>이 공간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컸다.<br><br>이곳은 원통형의 세상이었고, 난 그 중심 허공의 좁은 길 위에 서 있었다.<br><br>위아래를 둥글게 감싸는 검은 하늘은 체크무늬의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으며, 그 은청색 빛들은 갈수록 중첩되어 저 멀리서 작은 고리를 이루었다.<br><br>아른거리는 고리의 특이한 지평선은 빛이 번져 뿌옇게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br><br>그 압도적인 규모에 지금까지 내가 품어 왔던 의문마저 희미해졌다.<br><br><br>(여긴 또 어디지..?)<br><br><br>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길에 첫발을 내딛었다.<br><br>문득 오른편에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점점 커져 갔다.<br><br>난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br><br>의문의 물체가 날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br><br>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그것의 실루엣이 곧 선명해졌다.<br><br><br>(뭐야, 책..?)<br><br><br>정체불명의 책은 어느새 바로 내 옆까지 도달해 있었다.<br><br>하지만 난 왜인지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br>그런 내 맘을 안 듯 책은 내 걸음 속도에 맞추어 날 천천히 따라오기 시작했다.<br><br>난 허공에 떠다니는 그 책을 유심히 지켜봤다.<br><br>그때였다. <br>한순간, 책이 펼쳐지며 동시에 그 안에서부터 하늘보다 짙은 푸른빛들이 올라왔다.<br><br>빛들은 공중에서 빠르게 교차하며 작게 진동하는 어떤 3차원의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br><br><br>(뭐야, 이거?!)<br><br><br>한 남자의 얼굴이 허공에 나타났다.<br><br>푸른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그의 얼굴은 눈속임이라고 하기엔 그 화질이 너무나 선명했다.<br><br><br>(이 사람...)<br><br><br>난 무의식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절멸한 왕국의 왕이라는 것을.<br><br><br>그의 표정은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br><br>비록 영상엔 아무런 글도, 음성도 없었지만, 어쩐지 그의 얼굴에서 내가 알지 못 했던 이야기가 서서히 읽히기 시작했다.<br><br><br><br>재앙은 전조 없이 도시를 닥쳐 왔다.<br><br>한순간에 지옥이 돼 버린 도시엔 사람들의 울부짖음만이 메아리쳤다.<br><br>하지만 왕은 사람들을 버렸다.<br><br>그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br><br>살아남은 사람들을 구하지 않으면 그들이 모두 똑같이 죽게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br><br>그러나 그는 구하지 않았다.<br><br>단순히 제 옆의 점성술사의 말만 들으며 발을 동동 굴릴 뿐이었다.<br><br>그런 그의 모습은 통치자의 신분에 맞지 않게 상당히 어색했다.<br><br><br><br>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다 들어오자 영상은 곧바로 사라졌다.<br><br>분노가 치솟아 올랐다.<br><br>내 기억 속에 있던 도시의 참경이 무능한 왕의 얼굴과 겹쳐지며 그것은 더욱 거세졌다.<br><br><br>(도대체 그 빌어먹을 왕은 누구야?!!)<br><br><br>왕, 처음으로 만나는 타인에 대한 물음은 자연스레 나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br><br><br>(잠깐만.. 그럼 난.. 누구지?)<br><br><br>그것은 곧 회의로 승화됐다.<br><br><br>(난 존재하는 걸까? 혹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br><br><br>머리가 비워지며 동시에 밝아지기 시작했다.<br>내가 알지 못 하는 기억들이 하나둘 의식의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br><br>일순간, 또 하나의 책이 날아왔다.<br><br>그것의 모습은 아까와 비슷했지만, 그 표지 아래의 책장 속에선 어딘가 다른 아우라가 느껴졌다.<br><br>난 이번에는 제자리에 서서 그것을 받아들였다.<br><br>곧 페이지들이 빠르게 넘어가며 아련한 푸른빛의 공간이 똑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br><br><br><br>홀로그램 큐브 속엔 하나의 구체가 떠 있었다.<br><br>여러 가지 익숙한 얼룩들로 가득한 그것은 바로 지구였다.<br><br>대륙과 바다의 모양새, 그리고 구름이 덮는 하얀 얼룩까지, 그것은 영락없는 지구의 모습이었다.<br><br>푸른 행성은 아까의 깃발처럼 12개의 알 수 없는 빛들에 둘러싸여 있었다.<br><br>그것들은 각자 자신만의 궤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 하나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았다.<br><br>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머릿속에 문득 문장들이 떠올랐다. <br><br>아니, 그것은 글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어, 구조, 어법 등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생각 그 자체였다.<br><br>그 순수함의 느낌은 왜인지 모르게 서글펐다.<br><br><br><br>왕의 무능함을 지켜보던 신은 격노했다.<br><br>격분한 신은 왕을 벌할 방법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그가 홀로 영원히 배회하게 만들도록 마음먹는다.<br><br>신은 똑같은 역병을 전세계 곳곳에 퍼뜨렸다.<br><br>세상에 남아 있던 11개의 다른 나라들은 먼지처럼 사라졌다.<br><br>그와 함께 지구 곁을 돌던 빛들은 고작 희미한 하나만을 남긴 채 모두 다 사그라들었다.<br><br>공허했다, 그리고 외로웠다.<br><br>마지막 남은 외로운 빛도 결국엔 서서히 어둠 저편으로 떠나가며 영상은 그렇게 희미해져 갔다.<br><br><br><br><br><br>내 앞의 지구가 사라지며 그보다 조금은 어두운 빛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br><br>나선형의 문, 우리 은하를 닮은 그 모습이 어쩐지 익숙했다.<br><br>각각의 나선팔에서 새어나오는 하얀빛들은 내 기억 속에 선명히 존재했다.<br><br><br>이 다음부터의 이야기는 이제 알 것 같다.<br><br>모든 것이 생각났다.<br></div> <div>참경을 담은 그림에 눈물을 흘린 이유도, 그 실제 도시의 전경에 고통을 느낀 것도, 깃발에서 느낀 그리움도 전부 다 기억났다.<br><br><br>문이 열리며 오랜 시간의 낯익은 빛이 전신에 비쳐 온다.<br><br>그와 동시에 내 마음은 찢어지듯 아려 온다.<br><br>이제 다시 왕을 벌할 시간이다. <br><br>끔찍한 내 자신의 죄를 속죄할 시간이다.<br><br><br><br><br><br>빛이 보였다.<br>공간 감각을 흐리는 아주 새하얀 배경이었다.<br><br>그곳에 서 있는 내 바로 앞으로는 유리로 된 단상이 날 마주했다.<br><br>단상의 꼭대기엔 서로 다른 형태와 색으로 그려진 두 개의 원이 빛났다.<br><br>그 너머 뒤로는 고급스런 붉은빛이 주된, 마치 왕이 누울 법한 침대가 하얀 공간에 떠 있듯 놓여져 있었다.<br><br><br>난 다시 되돌아왔다.<br><br>공간은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보다 한결 더 익숙했다.<br><br>그러나 이 익숙함은 고작 두 번의 조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br><br>난 단상 밑의 작은 영역을 발로 세게 밟았다.<br><br>그러자 천장의 가장 둘레에서부터 노란빛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br><br>곳곳에서 몰려오는 노란 선들은 마치 바다를 향하는 강처럼 어느 한 곳으로 모여 갔다.<br><br>그곳엔 말 그대로 검은 바다가 있었다.<br><br><br>검정색 도화지를 가득 점 찍는 별빛들, 한 획에 그려진 은하수의 붓질, 그리고 그런 주변에 동화된 외로운 작은 얼음별 한 쌍.<br><br>눈처럼 순수했던 공간은 어느새 커다란 창문을 열고 몽환적인 하늘을 받아들이고 있었다.<br><br><br><br>우주라는 무대 위의 연극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던 날 깨운 것은 바로 오른편에서 들려온 소리였다.<br><br>그쪽을 향해 눈을 돌리니 내 키만한 홀로그램의 구가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br><br>푸르다 못해 자줏빛이 감도는 그것은 작게 자전하고 있었으며, 그 위로는 개척자(Pioneer)란 이름의 로고가 크게 떠 있었다.<br><br>마지막 글자와 한 칸의 공백을 이루는 뒤의 12라는 숫자가 매우 정겹게 느껴졌다.<br><br>그때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br><br>그것은 평범한 사람의 자연스런 목소리가 아니었다.<br><br><br>[열두 번째 개척자입니다. 항해 일지를 열람하시겠습니까?]<br><br><br>그것은 구체, 홀로그램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였다.<br><br>난 잠시 망설였다. <br><br>그러나 마음을 다잡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br><br>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자 기울어져 자전하던 구가 그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br><br>점점 가속도를 붙이는 구는 이내 표면이 진동할 정도로 빨라졌다.<br><br>난 그 역동적인 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br><br>살이 타는 듯 차가웠다.<br><br>이어서 발을 움직여 아예 그 안으로 들어섰다.<br><br>고민 따윈 없었다.<br><br>온몸에 한기가 서리며 손발이 떨려 왔다.<br><br>허나, 눈만큼은 아주 선명했다.<br><br>내 앞의 기억들을 지켜보는 두 눈은 결코 얼어붙지 않았다.<br><br><br><br><br><br>잿빛으로 얼룩진 푸른 행성을 떠나는 12개의 방주들이 보였다.<br><br>그것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각자의 궤도를 돌다가 하나둘 별을 떠나기 시작했다.<br><br>순서가 제일 느린 12번째 함선은 마지막까지 그곳에 남아 있었다.<br><br><br><br>화면이 클로즈업되며 그 안의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br><br>참으로 평화롭다.<br><br>과학의 힘으로 만든 인공 생태계는 안정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별을 향한 이주에 모두가 들떠있다.<br><br>저 위에서 그걸 바라보는 왕, 아니 선장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쳐난다.<br><br>그는 그 어떤 시련도 우리 개척자들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br><br><br>장면이 넘어갔다.<br><br>그 급작스런 전개에 이어지는 줄거리는 비참함을 처절하게 그려 냈다.<br><br><br>한 쌍의 물고기가 만나는 별자리, 그 어두운 별빛들 가운데 그나마 가장 밝은 별을 향해 출발하는 날의 늦은 새벽, 사람들이 갑자기 쓰러지기 시작했다.<br><br>눈, 코, 입, 귀 등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발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영화처럼 현실감이 없었지만, 이는 결코 허상이 아니었다.<br><br>고통에 몸부림치며 집 밖으로 뛰쳐나온 병자들은 소란 소리에 나온 이웃들에게도 그 피를 뿌려 댄다.<br><br>그렇게 죽음은 거미줄처럼 이어졌다.<br><br>선장은 갑작스런 경보에 잠에서 깼다.<br><br>그는 곧바로 자리에 복귀하며 이내 컴퓨터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지만, 거듭제곱되는 연쇄 작용은 이미 도시의 반을 점령하고도 넘쳐났다.<br><br>그는 당황하며 메뉴얼을 다급하게 찾기 시작한다.<br><br><br><br>이런 급박한 상황에 교본을 읽고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br><br>난 중앙 모니터를 쳐다봤다.<br><br>주민의 60%, 720만 명이 사망자 수에 집계됐다. 그 수치는 멈추지 않고 여전히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었다.<br><br>공포스럽게 울리는 사이렌은 1급, 최고 비상 사태를 외치고 있었다.<br><br>순간, 중앙 모니터를 제외한 조종실의 모든 화면들이 다운됐다.<br><br><br>"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br><br><br>내 시선은 자연스레 빛으로 이끌렸다. <br><br>홀로 켜진 모니터엔 단 하나의 문장이 적혀져 있을 뿐이었다.<br><br><br>[함선 내 모든 구역을 격리합니다.]<br><br><br>화물칸부터 시작해, 생물 보관 시설, 인공 생태 구역, 엔진 동력실, 조종실, 그리고 주거 도시가 격리되었다.<br><br>1200만의 도시는 앞뒤가 모두 막힌 채 그렇게 재앙 속에 갇혔다.<br><br><br>"안돼, 이럴 순 없어! 빨리 격리 구역을 재지정해야 해!"<br><br><br>난 서둘러 홀로그램 광센서에 마스터 카드를 스캔했다.<br><br><br>[권한이 없습니다.]<br><br><br>"뭐라고?!"<br><br><br>난 두 번 세 번 연달아 그것을 반복했다.<br><br><br>[권한이 없습니다.]<br><br>[함선은 앞으로 25시간 동안 자가 면역 치유 과정을 거칩니다. 선장은 이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br><br><br>눈앞이 아득해졌다.<br><br>이 배를 총괄하고 주민들을 책임지는 선장이라는 직책의 권한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br><br>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br><br>중앙의 화면엔 이제 도시 곳곳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나타났다.<br><br>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br><br>그 참혹한 광경은 우주 속에 실현된 지옥 그 자체였다.<br><br>천국을 상상하며 더 이상 살 수 없는 집을 떠난 개척자들이 지금 그 한 발자국을 내딛기도 전에 모두 다 아스러지고 있었다.<br><br>무력감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br><br><br>"빌어먹을 권한 따위 개나 줘 버려! 지금 당장 주민들이,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br><br><br>난 천천히 도는 홀로그램에 신경질적으로 카드를 갖다댔다, 계속해서 그랬다.<br><br>그러나 몇 번을 반복해도 결국에 돌아오는 건 권한이 없다는 차가운 음성뿐이었다.<br><br>그럴 동안에도 사람들은 죽어가고 화면은 개척자들의 피로 가득 번져 갔다.<br><br>그렇게 방주 안의 씨앗들은 검붉게 시들어 갔다.<br><br> <br> <br> <br>하루가 지났다.<br> <br>모든 화면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곧 조종실 안엔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br> <br>그와 함께 들려오는 컴퓨터 음성이 그의 귓가에 울렸다.<br> <br> <br>[치유 과정이 끝났습니다.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br> <br> <br>허나, 화면 속에 담긴 수치와 문자들은 그와 모순되는 데이터들뿐이었다.<br> <br>중앙 모니터의 브리핑은 동력 유지 장치와 기내 생명 유지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파괴, 정지되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br><br>그 옆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붉은색 그래프는 선내 주민들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었다.<br> <br>그는 0이라는 나락까지 떨어진 눈앞의 그래프를 잠시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창에 비치는 도시를 바라봤다.<br> <br>그는 그렇게 한참동안 페허가 된 도시를 멍하니 내려다봤다.<br> <br>그의 알 수 없는 표정은 머릿속 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br> <br>순간, 4비트의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려왔다.<br> <br>그것은 다른 함선들과의 연락이 닿을 때 울리는 일종의 전화벨 같은 것이었다.<br> <br>크게 놀란 그가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수화기라 할 수 있는 교신용 스피커를 허둥지둥 틀었다.<br> <br>그러자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한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br> <br>그것은 첫번째 함선에서부터 온 녹음된 메시지였다. <br> <br> <br>[여기는 개척자 1호, 함선 내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고 있다. 일단 감염되면 누구든 1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항원의 형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호흡기를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도저히 걷잡을 수가 없다. 주민들이 모두 죽어 가고 있다. 모든 함선에 즉시 도움을 요청하는 바이다. 다시 반복한다. 함선 내...]<br> <br> <br>그 뒤로 이어지는 나머지 10개의 교신들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br> <br>모든 함선들은 정체 모를 역병에 휩싸였고 다른 11개의 함선들에게 전부 긴급한 도움을 요청했다.<br> <br>인류를 태운 방주들 중에 병들지 않은 것은 단 한 척도 없었다.<br> <br>그는 떨리는 손으로 버튼 하나를 눌렀다.<br> <br>이어서 마이크에 입술을 바짝 갖다댄 채 그가 망설이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br> <br> <br>"여..여기는 개척자 12호. 지금 이 신호를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으로, 아니 지구 쪽으로 답신을 보내기 바란다. 그 형태와 수단은 아무래도 좋다..."<br> <br> <br>그가 잠시 말을 잇지 못 했다. <br> <br>뒤이어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억눌리는 울음에 잠겨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br> <br> <br>"제발.. 제발 누군가라도 있어주세요. 제게 살아 있다고, 제가 혼자가 아니라고 아무나 말해 주세요. 전 지금 너무나 무섭습니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br> <br> <br>그는 기다렸다. <br>사람을 향한 그리움, 외로움에 대한 공포 속에 하염없이 기다렸다. <br> <br>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br> <br>답신은 없었다.<br> <br>무심한 전파 라디오엔 여러 천체들의 맥동이 수도 없이 잡혔지만,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는 신호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br> <br>그는 이 광활한 어둠 속에 혼자였다.<br> <br> <br> <br>10년이 지났다. <br> <br>그 대부분을 술과 절규로 보낸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다.<br> <br>난 매일마다 저 아래의 도시를 배회하곤 했다.<br> <br>깨질 듯한 머리를 비우기 위해 찾아간 곳이었지만, 늘 내 머리는 감정에 무거워져 그 고통이 더욱 심해진 채 돌아왔다.<br> <br>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은 적이 없었다. 최소한 내 기억 속에선 그랬다.<br> <br>잠들어 있는 시간 동안 내 무의식 속에선 중세풍의 도시가 항상 배경이었다.<br>암울한 공기가 건물들을 스치는 그 도시는 늘 죽어 가고 있었다.<br> <br><br>도시 전체가 사방을 감싸는 벽에 가로막히고 그 안에서 새빨간 핏분수가 용오름친다.<br> <br>사람들의 비명이 벽에 부딪혀 섞이며 도시 안 쪽 깊숙이 메아리친다.<br> <br>고통에 울부짖는 그들의 얼굴은 항상 바로 내 코앞에 나타났으며 나와 눈을 마주한 채 그렇게 일그러졌다. <br> <br> <br>악몽, 끔찍한 실제의 기억들은 날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br> <br>10년 간의 슬픔, 좌절, 후회, 자책에도 그것들은 여전히 내 감정을 붙든 채 날 구속했다.<br> <br>난 죄인이었다. 그것도 인류 역사 상 마지막 죄인.<br> <br>그 죄목은 실로 무겁고 참담했다.<br> <br> <br>인류의 멸망을 방관한 죄.<br> <br> <br>그러나 인류의 마지막 땅이었던 이곳엔 날 벌할 사람이 없었다.<br> <br>아니, 잔인하게 말하면 딱 한 명이 있었다, 바로 나 자신.<br> <br>난 스스로를 벌해야만 했다. <br> <br>난 지구를 떠나 태양계 외곽, 얼음만이 존재하는 차가운 하늘에 스스로를 가두었다.<br>이 하얀 공간 속에 내 모든 기억과 정신을 가두었다. <br><br>꿈이라는 끝 없는 연옥 속에서 고통받고 슬퍼하며 자신의 존재를 자책하는 내 모습.<br>영원토록 헤매는 우화 속의 왕은 절대 용서 받을 수 없을 것이다.<br> <br> <br> <br> <br> <br>기억은 그렇게 끝났다. <br> <br>홀로그램이 사라지며 현실로 돌아온 육체는 이내 따뜻해졌다.<br> <br>눈을 한 번 깜빡이자 내 앞의 단상이 다시 보였다.<br> <br>수도 없이 봐온 그것은 억겁의 세월에도 여전히 물처럼 맑았다.<br> <br>단상 아래의 거의 다 지워진 한 쌍의 발자국은 선장이 있어야 할 자리를 나타낸 것이었다. <br> <br>그것을 보자 여기에 서서 망설이던 지난 시간들의 내 그림자가 아직도 아른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br> <br>난 손을 뻗었다.<br> <br>아래로 길게 뻗친 손은 잘 가다가 초록 원과 끊어진 붉은 원 사이에서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흔들렸다.<br> <br>다시 꿈 속에 빠져 속죄할 것인가, 이대로의 죄책감을 간직한 채 외롭게 방황할 것인가.<br> <br>문득 단상에 작게 불이 들어온 달력으로 눈이 돌아갔다.<br> <br> <br>[12117년 2월 20일.]<br> <br> <br>"만 년이라..."<br> <br> <br>헛웃음이 새어나왔다.<br> <br>허파를 경직시키며 흘러나오는 그 모순적인 웃음은 가늘고 길게 이어졌다.<br> <br>그 때문인지 몰라도 손가락은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br> <br>통제할 수 없는 괴로운 진동은 손을 타고 팔까지 올라올 정도로 격해졌다.<br> <br>허나, 흔들리는 것이 분명 내 작은 몸뚱아리 뿐만은 아니었으리라.<br> <br> <br> <br> <br> <br>저 멀리 작지만 분명히 밝은 태양의 눈이 보인다. <br> <br>주변의 은하수와 어울려 섞이는 그 빛이 고혹적이기까지 하다.<br> <br>하지만 내가 찾는 푸른 별은 보이지가 않는다. <br> <br>작디작은 그 별이 도대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이곳에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br> <br>그럼에도 그것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은 여전히 내 맘을 옥죄고 있다.<br> <br>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의 검은 구석을 쳐다볼수록 흘러나오는 눈물이 이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br> <br>난 처음에 눈을 떴을 때처럼 생생한 감각을 차례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br> <br>우선 도서관의 맥동이 느껴졌다. <br>그 웅장함은 밖에 있음에도 아까 그 안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 커져 있었다.<br> <br>이어서 주변의 별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br>고향의 밤하늘보다 한층 빠르게 스쳐 가는 별들의 고리는 하나하나가 전부 살아 있는 듯했다.<br> <br>마지막으로 내 몸, 그 중에서도 손의 촉감이 분명하게 느껴졌다.<br>커다란 조타기를 잡는 내 결연한 두 손은 이제 떨리지 않았으며, 더 이상 차갑지도 않았다.<br> </div> <div><br>이 모든 것들은 마치 고목에 피어 그곳에서 지는 한 송이의 꽃과도 같았다.<br></div> <div> <br>아마도 더 이상의 꿈들은 없을 것이다. <br> <br>이것이 내 오랜 꿈의 외로운 끝이다.<br> <br> <br> <br> <br> <br>-끝-<br> <br> <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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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sn의 꼬릿말입니다
    생각 없이 읽는 한 편의 외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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