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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314
    작성자 : Wit-Dori
    추천 : 11
    조회수 : 1647
    IP : 110.70.***.80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6/08/28 10:34:45
    http://todayhumor.com/?panic_90314 모바일
    [단편] 달빛이 내리는 오솔길
    옵션
    • 창작글
    bigstock-dark-spooky-forest-with-silhou-42225886-1024x552.jpg
     
    달빛이 내리는 오솔길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안개와, 향긋한 자연의 내음으로 뒤덮인 숲.
    그 끝없는 검은 숲 위에 이어지는, 회색빛 하늘의 명암이 천천히 회전하며, 제 발밑을 쳐다본다.

    천구의 가장 안쪽 껍질에 위태롭게 매달려, 밤이라는 심연의 시간 동안 잠든 생명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보름달과, 그런 그를 막아 세우는 구름이 가득 찬 하늘. 
     
    그 잿빛 구름들을 뚫고 들어오는, 금색의 달빛은 길을 헤매며, 조금 더 흐릿하게 빛날 뿐이다.』
     
     
     
     
     
    그저 갑자기라고 할 수밖에 없이, 의식이 내 몸을 찾아왔다.
     
    이 숲에 나 혼자 서있는 것이 어쩐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내 머릿속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가족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공허한 기억과 함께, 그림자의 색을 띠고 있는 이 검은 숲에 갇혀 있을 뿐이었다.
     
    난 본능적으로 내 몸을 내려다봤다. 
    아마도 내 의식이 최초로 보는 사람의 형상일 그 몸은, 자신의 몸뚱아리라고 하기엔 뭔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몸 뒤로 이어지는 그림자는 한 개가 아니었다.
     
    내 그림자 옆에 서있는 또 하나의 그림자, 그것은 하얀빛의 사람의 형상이었다.
    나보다 작은 키에 소녀 같이 왜소한 체격을 가진 그것은, 미동도 하지 않으며, 내 뒤에 딱 달라붙어 날 따라오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 귀신의 빛을 보고 혼비백산하며 도망갔을 테지만, 난 이 '하얀 그림자'로부터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못 했다.
     
    아니, 오히려 무언의 친근함, 애잔함이 느껴졌다.
     
    그 두 개의 감정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섞이며, 눈물과 미소를 부르는 역설적인 감정을 탄생시켰다.
     
    난 애써 그 오묘한 감정을 추스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파리 하나 없는 검은 나무들과, 잿빛이 가득한 하늘,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한 줄기 희미한 달빛.

    그 작은 금빛을 받으며 내 발밑에서 반짝이는, 고운 조약돌들은 마치 길을 알려주듯, 희미한 빛의 행렬을 저 멀리 이어 나가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그 황홀한 이끌림에, 난 빛의 발자국을 따라, 이름 모를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어느 정도 걷자, 이성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 빛나는 오솔길과는 대조적으로 장식되어 있는,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의식한 것은 메마른 가지만을 뻗치고, 썩은 검은빛을 발하는 나무들이었다.
     
    그것들은 어김없는 고목(枯木)의 모습이었지만, 그것들은 결코 죽어 있지 않았다. 분명히 살아 있는 식물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들은 식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손을 연상시키는 그 다섯 갈래의 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날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것들은 도저히 내가 아는 나무라는 생명이 아니었다.
     
    다행히 뻣뻣한 몸통 때문에, 그 저주받은 가지들은 내 키보다 높은 허공에서 의미 없게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두려운, 위협적인 존재는 따로 있었다.
     
    나무보단 키가 작지만, 그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더 난폭한 아래 세상의 식물들.

    비수처럼 날카로운 잡초들과, 칼의 잎을 달고 있는 꽃들, 그리고 뱀의 비늘을 덮고 있는 덩굴까지...
    그것들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계속해서 날 지켜보며, 내가 약점을 흘리는 그 순간만을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걷고 있는 길 위로는 그 어떤 식물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저주받은 식물들은 이 오솔길에 접근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내 다리를 붙잡으러 오솔길로 몸을 던질 때마다, 마치 결계에 막혀 튕기듯 반대 방향으로 꺾어졌기 때문이다.
     
    정확힌 알 수 없지만, 오솔길 위에 듬성듬성 있는 조약돌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것들에게 죽지는 않을 거란 안도감에, 난 문득 뒤를 돌아봤다.
     
    내 뒤의 하얀 형상은 계속해서 날 따라오고 있었다.
     
    그 조약돌들이 이 형상에겐 결계 작용을 하지 않는 듯했다.
     
    내 그림자 옆에 서있는 하얀 그림자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그 특유의 애잔함이 마음속을 아려왔다.
    난 그 슬픈 느낌을 지우려 다시 고개를 돌리고, 돌에 비친 달빛을 따라 계속 길을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영원할 것 같던 '빛의 길'이 갑자기 끊어져버렸다.
     
    계속 땅만 보고 걷던 나는, 놀라 고개를 들며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을 둘러보는 나의 시야 정면에 어떤 낡은 집이 들어왔다.

    알 수 없는 포근함을 안겨주는 그 집은, 어울리지 않는 검은 매마른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것들은 아까의 그 저주받은 나무가 아닌, 정말로 제 생을 마감한 고목(古木)들의 흔적이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호기심이란 감정에, 난 그 허름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집에 가까워지자 정사각형 형태로 집을 둘러싸고 있는 돌무더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돌들의 무덤은 한때, 외부 세계로부터 집을 지켜주던, 담벼락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난 과거의 영광을 잃은 그 죽은 벽을 넘어서며, 마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윽고, 기분 나쁜 감촉이 발, 다리, 허리를 타고 오르며, 사각거리는 모래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엔 그 흔하디 흔한 잡초 한 포기도 없었다.
    단지 검은 흙 위를 간간히 장식하는, 부러진 나뭇가지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마당을 지나자 집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떡하니 날 막아섰다.
     
    이 집은 중세풍의 2층 구조였는데, 이상하게 1층만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손상이 없었다.
    1층만 보면 이 집이 폐가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난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기 위해,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또 다른 문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 뒤편쯤에 도달했을 때, 잠금장치가 녹슬어 있는 작은 부엌문을 찾을 수 있었다.

    이어서, 난 조심스럽게 그 고장난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부식된 금속의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와, 기분 나쁜 감촉이 귀와 손을 통해 온몸을 타고 흘러갔다.

    난 그 기괴한 느낌을 떨치며, 그대로 부엌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 나무 썩는 냄새와 곰팡이 내음이 섞인, 퀘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 왔다.
    지하실의 그것보다 더 역한 그 악취에, 난 입고 있던 셔츠를 올려 코를 막았다.

    부엌 옆엔 커다란 식탁이 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아직까지도 식사를 기다리는, 4개의 접시와 4쌍의 수저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스테이크라도 올라갈 법한 비주얼의 그 접시들에는, 허나, 먼지밖에 담겨 있지 않았다.

    난 그대로 부엌을 나와, 거실로 걸어갔다.

    "뭐..뭐야..."
     
    거실에 들어서자, 순간, 내가 지금 어느 시대에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졌다.
     
    거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사슴 박제와, 고풍스러운 오래된 커튼, 그리고 불 꺼진 양초까지.
    그것은 완벽한 중세 시대의 모습이었다.

    난 혼란스러운 머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거실 곳곳을 둘러봤다.
    중세 시대만큼이나 지루한 모습의 그 거실은, 박물관 같은 분위기말고는 특별한 다른 점은 없었다.


     
    거실을 전부 살펴본 나의 호기심은 이어서 2층으로 그 눈길을 돌렸다.

    (2층엔 뭐가 있을까?)
     
    난 2층을 확인하기 위해, 거실 귀퉁이에 있는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들려오는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가끔씩 보이는 구멍 뚫린 층계가 날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난 멈추지 않고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그렇게 간신히 2층에 도달하자, 뻥뚫린 천장과 거기에 담긴 밤하늘이 날 맞이했다.
     
    2층에 있는 단 하나의, 이 작은 방은 지붕의 반이 무너져 내려, 유령의 집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주위를 살펴봤다.
     
    반쯤 무너져 내린 이 방 안엔, 아이들이 쓸 법한 작은 침대 두 개만이 들여져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건지, 검은 누런빛만을 발하고 있는 침대 시트가, 사람의 손길이 끊긴 뒤의 시간의 흐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응..? 뭐지?"
     
    순간, 나의 시야에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책이 들어왔다.
     
    난 바로 침대로 걸어가, 그 책을 집어 들었다.
     
    누렇게 변색된 책의 표지에는 매우 서투른 글씨로 '일기장'이라 써져 있었다.

    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표지를 넘기고 한 장씩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나갔다.
     
    연필로 쓴 글씨가 바래지고, 변색된 페이지에 글씨가 가려지고 해서, 도저히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간간히 보이는 작은 글씨들로, 난 이것이 한 자매의 공동 일기장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난 이 방에서 살았을 그 자매와, 가족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덮고 방을 나섰다.
     
    그대로 계단 쪽으로 걸어가면서, 난 문득 뒤를 돌아봤다.
     
     

    (뭐..뭐야, 왜 멈춘 거지? 더 이상 안 따라오는 건가...?)
     
    하얀 형상은 내 등 뒤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침대 앞에 서있었다.
    마치 아래에 펼쳐진 일기장을 읽는 듯, 고개를 숙인 채로...
     
    그 하얀 그림자는 머리, 몸통, 손, 다리만 간신히 구분할 수 있는 그런 형태였지만, 난 확실히 그것의 행동을 읽을 수 있었다.
    그 하얀 형상은 분명히 아래에 놓여 있는 일기장을 읽고 있었다.
     
    그런 그것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비참함이 느껴졌다.
    그 감정에 휩쓸리며, 나 또한 마음이 쓰라려 왔다.
     
    그 아픈 마음을 감싸기 위해, 난 그대로 계단을 내려와 그 집을 나왔다.
     
    밖에는 다시 빛나는 오솔길이 펼쳐져 있었다.
     
    난 익숙한 그 산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나의 시야 왼쪽 끄트머리에 익숙한 새하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비록 내가 의도한 미소는 아니었지만, 올라간 입고리만큼이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그렇게 이 검은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달빛의 길을 걸어갔다.
     
     
     
     
     
    난 길을 걸어가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그래, 한 번 생각해보자. 정체모를 이상한 숲에, 기억은 없고, 내 뒤에선 하얀 형상이 따라오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의문스러웠던 것은, 바로 내 뒤를 따라오며, 이상한 서글픈 분위기를 뿜어내는 저 하얀 그림자였다.
     

    (도대체 왜 날 따라오는 거지...?)

     
    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머리가 내린 판단은, 일단 이것이 따라오는 이유를 알려면, 이것의 정체부터 알아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얀 빛의 사람의 형상이라...)
     

    저 하얀 그림자는 아무리 봐도, 귀신의 형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이외에 저 존재를 설명할 다른 근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의문점은 하나, '왜 날 따라오는가?'였다.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내 과거, 즉 기억이 필요했다.
    그 사실은 지금은 저 귀신의 정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다른 사실로 귀결될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귀신이 날 증오하거나, 저주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애틋함이 느껴지는 그것이, 내 안의 이상한 보호 본능을 조금씩 맥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난 고개를 돌려 그 애틋한 그림자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분명히 아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그 얼굴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 새하얀 얼굴은 왠지 모르게 한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얀 빛에 가려진 희미한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순간, 얼굴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뭐야? 얼굴이...보인다.. 설마 기억이..?"
     
    그 흔들거림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하며, 흐릿한 이목구비에 겹쳐진, 한 여자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새하얀 빛을 내뿜는 건지 아니면 그 빛을 받는 건지 모를, 희미한 그 얼굴은 어쩐지 익숙한,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그 형체가 더욱 또렷해지며 여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치려는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유리 파편처럼 일그러지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화...환상이었나..?"
     
    내가 본 것이 한낱 환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이내 공허해졌다.
     
    그래도, 그 공허한 머릿속엔, 그것이 의미없는 환상일 뿐이라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기엔, 아직 내 기억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그마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난 저 하얀 그림자에 관한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다시 그 빛의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순간, 차갑고 습한 바람이 내 귀에 불어왔다.

    이어서 그 기분 나쁜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희미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뭐..뭐야?!!"

    난 깜짝 놀란 두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고요한 숲의 풍경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뭐지...?"

    의구심과 두려움이 가득 찬 상태로, 난 다시 길을 걷기 위해 아래의 조약돌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달빛을 받는 조약돌들은 반드시 흐릿한 금색, 내지는 하얀빛을 띠어야 한다.
    한데, 내 앞에 있는 이 다섯 개의 조약돌들은 금색도 흰색도 아닌, 붉은빛을 발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기현상에, 난 고개를 조금 들어 앞을 바라봤다.
     
    그런 나의 눈 앞엔, 붉은빛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저 멀리 언덕까지 펼쳐진 모든 조약돌들이 루비의 그 붉은색을 뽐내며, 핏빛 오솔길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도..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난 극심한 당황감에, 고개를 더 높이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허억..."
     
    하늘엔 붉은 달이 떠있었다.
     
    천구를 가득 뒤덮고 있던 구름은 지평선 끝에서도 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검은 하늘 위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핏빛의 달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그 붉은 달이 점점 갸늘어지더니, 날카로운 타원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내 무의식은 계속해서 그 환각과 주위의 풍경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찾아댔고, 결국 그것은 아래를 내려다 보는 누군가의 눈으로 그 형태를 바꾸었다.

    붉은빛이 가득한 그 눈은 핏발이 가득 선, 포식자의 살기어린 눈동자였다.
     
    그것을 지각한 순간, 이성을 대신해 본능이 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성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환상이라고, 위험하지 않다고 게속해서 외쳐댔지만, 몸은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본능은 저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라고, 살아남으라고 명령했고, 내 몸은 그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난 앞만 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 맹수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쉬지도 않고 달렸다.
    그러나 그 눈은 결코 멀어지지 않았다.
    멀어지긴 커녕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날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난 몸의 고통도 잊은 채, 그저 저것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쉴 새 없이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앞에 또다시 빛이 끊기는 구간이 나타났다.

     
     
     
    빛이 있어야 할 구간에는 길이 아닌, 넓은 원형의 호수가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이성이 다시 돌아왔고, 난 달리던 다리를 강제로 멈추었다.
    그 급작스런 제동에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난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그대로 몸을 낮추었다.
     
    그렇게 몇분 정도 있자,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서 선명해지는, 시야 사이로 호수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빛을 발하는 호수는 숲에서 본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어두웠다.
     
    그 주위엔 그때의 그 저주받은 나무들이 원형의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 나무들에게선 아까와는 다른,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몸통엔 군데 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미동도 하지 않는 말라비틀어진 가지들은 절규하는 사람의 손짓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 모습이 끔찍했다.
     
    아마도 이 호수의 물을 자신의 생명수로 사용한 것에 따른 대가인 것으로 보였다.
     
    확실히 그 검은 물은 생명이라는 단어보단 죽음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완전한 심연의 색을 띠고 있었다.
     
    난 이어서 호수 건너편을 바라봤다.
     
    호수의 반대편엔, 한 작은 집이 그 죽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랜턴 하나 없는 그 집은, 그 크기와 비주얼로 보아 한 명도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판자집으로 보였다.
     

    "폐...폐가인가..?"
     
    확실히 그 집에선 도저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몇년간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이끼가 가득한 벽에, 문은 고장나 제 구실을 하지 못 하고 있었으며, 안에서는 그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정보들을 통해, 내 머리는 그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막혀 있던 안도감이 밀려오며, 긴장했던 근육들이 다시 부드럽게 이완되기 시작했다.
     
    "하아...괜히 놀랐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들어올린 순간, 집 뒤의 고목이 우거진 곳에서 움직이는 어떤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난 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다시 자세를 낮추었다.
     
    이 정체 모를 검은 숲에서 내게 우호적인 것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일렁이는 그 실루엣은 앞치마를 두른 한 여자의 실루엣이었다.
     
    한데, 그 여자의 어깨 위로 이상한 검은 그림자가 이어지고 있었다.
     
    (뭘...이고 있는 거지?)
     
    여자는 어깨 위에 무엇인가 커다란 물건을 짊어지고, 호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난 그 물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려 시야의 폭은 좁히되, 그 거리를 늘렸다.
     
     
    (허억!!!)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되자, 소리 없는 비명이 마음속으로 새어나왔다.
     
    그녀가 이고 있던 것은 한 아이의 몸이었다.
     
    그 아이의 다리와 팔은 모두 축 늘여져, 마치 코트처럼 여자의 상반신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또한, 아이의 머리는 그 여자의 왼쪽 가슴에 엎어져 있었는데, 그 아래로 이상한 액체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자가 호수에 가까워지며 달빛을 정면으로 받게 되자, 검은 실루엣이 점점 제 색을 발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 여자의 검은 그늘 속에서 그 액체가 조금씩 색을 나타낼수록, 나의 머리는 서서히 멈추어 갔다.    
     
    그것은...그것은 아이의 입과 코, 그리고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의 흐름이었다.
     
     
    그 끔찍한 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와중에, 박자와 음을 갖춘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 흐으응~ 흐으응~ 흐으응~ ]
     
     
    그 멜로디는 기쁨에 차 흥얼거리는 여자의 콧노래 소리였다.
     
    이어서, 뭔가 둔탁한 것이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따라, 내 시선은 자연히 호수 쪽으로 돌아갔다.

    (허억...)
     
    숨이 탁 막혀 왔다.
     
    여자가 어깨에 걸쳐 있던 아이를 검은 호수에 던져버린 것이다.

    그 물리적 충격에 물이 요란하게 요동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의 흔들림이 호수 전체를 뒤덮었다.

    그 격렬한 파도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아이가 빠진 지점에서 색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뭐야??!!)
     
    마치 물속에서 서서히 퍼지는 잉크처럼, 피의 붉은 일렁거림이 검은 물을 따라 호수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내 머리는 하얗게 비워졌고, 두려움을 넘어선 패닉만이 그 공간을 차지했다.
     
    이윽고, 저 여자에 대한 공포와, 갑자기 긴장한 근육의 끊어질 듯한 고통이 온몸을 휩쓸었다.
     

    "흐어어억..."
     
     
    빈틈없이 옥죄어 오는 심신의 압박감에, 난 결국 신음 섞인 비명소리를 내뱉었다.
     
    그 힘없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봤고 그 여자의 눈과 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검은색의 그 공허한 눈... 내 눈과 마주친 그 여자의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끝없는 심연만이 그 날카로운 눈매 속에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붉은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검은 숲에, 한동안 고요한 적막이 이어졌다.

    그 짧지만, 긴 침묵을 깬 것은 비명 섞인 나의 목소리였다.
     

    "허아아아악!!!"

     
    여자의 눈이 이상했다... 검은색만 담긴 눈은 아까와 같았지만, 그것을 담는 눈매의 곡선이 이상해졌다.
     
    갑자기 그 여자의 눈이 점점 반달 모양으로 변해간 것이다.
     
    반달을 넘어 아치형으로 가늘어진 그 소름끼치는 눈에 이어서, 음이 심하게 갈라지는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가야~ 거기서 뭐하니, 어서 빨리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꾸나~ ]
     
    단어들의 조합만 보면, 자신의 아이를 부르는 자상한 어머니의 사랑스런 한 마디였지만, 그 멜로디는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마치 먹잇감을 찾은 포식자처럼 흥분된, 그 목소리는 도저히 사람의 소리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괴기했다.
     
    난 그대로 몸을 올리고, 저 여자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허나, 근육이 경직된 다리는 그 지시를 받아드릴 수 없었다.
     
    난 인대가 찢어지는 듯한 그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졌다.
     
    그렇게 넘어지며 머리가 땅에 가까워져 가는 그 짧은 순간, 상하가 반전된 나의 시야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내 뒤의 하얀 그림자였다.
    그 형상은 마치 뭔가 두려운 것이라도 본 듯,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내 뒤에 숨어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녀렸다,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왠지 내가 '그녀'를 지켜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다리의 고통도 잊은 채, 두 발로 다시 자리에 일어섰다. 
     
     
     
    [ 아가야~ 아가야~ ]
     
    그 여자는 이젠 갈라지는 것을 넘어서 고막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를 내며, 점점 다가오는 속도를 늘리고 있었다.
     
    난 호수의 오른편 길로 다가오는 그 여자를 피해서, '그녀의 팔'을 잡고 왼쪽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귀신의 팔을 잡았다는 사실도 지각하지 못한 나의 머리엔, 생존 본능과 보호 본능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면서도, 난 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아아아악!!!"
     
    그 여자는...이젠 살기를 뿜어내는 증오의 눈빛으로 날 쫒아오고 있었다...
     
     
    [ 거기 서!! 어서 이리 안 와??!!! 나중에 또 혼나려고 그러니?!!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
     
    분노에 가득찬 그 여자의 목소리가 호숫가의 축축한 공기를 거쳐, 내 귀에 들어왔다.
     
    그 끔찍한 멜로디는 주위의 풍경만큼이나, 날 두렵게 만들었지만, 난 오히려 그 두려움에 속도를 더욱 높이며,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여댔다.
     
    그렇게 쉬지도 않고 달리자, 어느순간부터 폐와 심장의 고통이 가슴을 지나 복부까지 이어졌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혹사의 고통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내 전신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난 내 옆의 새하얀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 고통을 지우려 애썼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몸의 신호가 날 강제로 멈춰세웠다.
     
    난 그대로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앉으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여자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 듯했다.
     
    그러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안도감에, 억지로 참고 있던 고통들이 더욱 극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슴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에 호흡의 리듬이 불규칙해졌고, 그에 따라 눈 앞이 아른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정신을 잃으려 하는 그 순간, 어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일어나... 일어나... ]
     
    여인의 가녀린 목소리에 이어지는 차가운 감촉이 내 손을 감싸안았다.
     
    그 감촉은 온도라는 속성만 제외하면, 사람의 손의 느낌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 차가운 손의 감촉에 난 정신을 차리고, 오묘한 감각이 느껴지는 내 왼손을 바라봤다.
     
     
    나의 거친 손 위엔, 어떤 새하얀 손등이 포개어져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 하얀 그림자의 손이었다.
     
    손등의 핏줄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 손은 분명히 한 여인의 작고 고운 손이었다.
     
    [ 여기서 자면 안돼, 어서 일어나... ]
     
     
    하얀 형상이 말을 했다... 아까 들었던 목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다.
     
    보이지도 않는 입을 움직여대며, 내게 말을 거는 그녀의 목소리엔 서글픔이란 감정이 맺혀 있었다.
     
    "누...누구세요..? 왜 절 따라오시는 거에요?"
     
    나의 이 물음에, 그녀가 아까와는 다른, 따뜻한 목소리로 답했다.
     
    [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엔 스스로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늘 그래왔듯이... ]

    말을 끝마친 그녀의 모습에서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나중에 알 수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의 두 번째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갈 뿐이었다.

    (도대체...이게...)
     
    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감촉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차갑지 않았다.
     
    손은 이미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시렸지만, 마음만큼은 함박눈의 그 포근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빛을 받는 모든 생명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몽환의 달.
     
    진한 보랏빛을 내뿜는 하늘의 어미와, 제 어미의 빛을 받아 자수정의 색을 발하고 있는 땅위의 자식들이 정처 없는 길을 알려주듯, 황홀하게 일렁인다.』

     
     
    난 희미한 보랏빛으로 빛나는 오솔길을 따라 계속 길을 나아갔다.
    이젠 달빛이 무슨 색으로 바뀌든,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내 옆의 새하얀 그녀와 함께, 어서 빨리 이 숲을 빠져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옆에서 아우성 쳐대는 검은 나무들과, 풀, 꽃들이 왠지 더욱 성가시게 느껴졌다.
     
    난 조약돌 하나를 집어들어, 제일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한 잿빛의 꽃을 향해, 있는 힘껏 그것을 던졌다.

    돌에 치인 꽃은, 줄기가 꺾어지며 칼 같은 꽃잎을 그 위로 흩뿌렸다.
     
    그 아름답지만, 잔인한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박히며, 내게 알 수 없는 익숙한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난 그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디서 까불고 있어...)
     
    이 숲의 풍경에서 처음 느꼈던 두려움과는 상반된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메어왔다.
     
    나의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했다는 희열에, 왠지 이 숲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기억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난 다리를 더욱 빨리 움직여댔다.
     
    그 작지만, 빠른 걸음이 언덕을 넘어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순간,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이내 완전히 멈추어버렸다.
     
     
     
    "뭐...뭐야, 이런 곳에 왜 저런게 있는 거야..?"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숲에 둘러싸인 들판엔, 주위의 검은 숲을 압도하는, 고귀한 디자인의 대저택이 서있다.

    그 규모는,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만으로도 주변의 숲을 환하게 비출 정도다.

    저택의 문 앞에서 그 빛의 길을 끝내고 있는 보랏빛 조약돌들은, 마치 지금까지의 길이 원래부터 저 대저택을 향한 것이었다고 내게 말하는 듯하다.

     
     
    난 그 호화로운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저택의 그 기풍 있는 디자인은 현관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내 키의 두 배나 되는 높이의 문은, 그 테두리가 금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중앙에는 칼로 새겨진 듯한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와...이게 다 뭐야...)
     
    누군가의 손에서 탄생했을 그 그림의 세계는, 거대한 보름달이 떠있는 것으로 보아 밤의 풍경인 듯했다.

    그 밤의 세계 속에는, 늑대 두 마리가 각각 양쪽의 절벽에서 대칭을 이루며, 중앙의 보름달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고, 그 만월 위에는 까마귀 세 마리가 앉아 있었다.
     
    (뭐..뭐야?!!)
     
    순간 데칼코마니의 중심인 보름달이 반으로 갈라지며, 끼이익거리는 그 비명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열린 문 안에서 나타난 것은, 하얀 샤워 가운을 걸친 한 여인이었다.
     
    "저...저..."
     
    이런 숲속에서 여자가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그 여인의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외모에, 난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기...기..길을..."
     
    이제 막 샤워를 끝마친 젖은 생머리가 그녀의 앳된 순수함을 대변하고 있었지만, 그 매력적인 눈매에 담긴 푸른 눈동자는 이상한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혹시 숲에서 길을 잃으신 건가요..?"
     
    그보다 더 여성적일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 그 황홀한 음에 순간 마음을 놓아버릴 뻔했지만, 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네... 숲에서 나가려고 길을 따라 걷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조금 다가오며, 은은한 여인의 향기를 풍겨댔다.
     
    "아, 그렇군요. 이 숲이 길이 좀 복잡하고 다듬어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길을 자주 헤매요."
     
    젖은 긴 머리가 불편한지, 그녀가 머리를 한 쪽으로 넘기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밤중에 숲을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해요. 나가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하기도 하고요. 괜찮으시다면 게스트룸에서 하룻밤 머물고 가셔도 되는데..."
     
    그녀의 말 뒤에 이어지는 야릇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막 저녁을 먹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얼굴을 보니까, 식사를 안 하신 것 같은데, 뭐라도 좀 드셔야 하지 않겠어요?'
     
    말을 마친 뒤, 그녀가 내 손을 잡은 채로, 날 어딘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연회장에서나 볼 법한 크기와 비주얼의 식당이었다.
    그 넓고 높은 공간엔, 새하얀 천을 두른 기다란 식탁이 중앙에 서있었고, 갖가지 음식들이 특유의 하모니를 이루며 그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자, 어서 앉아요."  
     
    서로 마주보며 앉은 자리엔, 고급스러운 스테이크와 처음 보는 보랏빛의 와인이 차려져 있었다.
     
    "한 잔 해요."
     
    그녀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자신의 자리에 있던 와인잔에 입을 마추기 시작했다.
    보랏빛 와인이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입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시야 아래엔, 어느샌가 와인잔이 쥐어져 있는 왼손이 나타나 있었다.
    그 왼손이 천천히 올라오며, 고개가 젖혀졌고, 보랏빛 액체가 입술, 이, 혀를 차레로 거쳐 갔다.

    내 의지에 따른 행동이 아니었기에, 난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을 넘어가며,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맛이 혀를 감싸안아 왔다.
    그 뒤에 이어지는 향수인지 과일인지 모를, 향내가 코를 천천히 자극해 왔다.

    그 황홀한 감각으로 서서히 감기는 나의 눈에, 내게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때요? 맛과 향이 참 좋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은 더 이상 파랗지 않았다.
    하늘의 달보다 더 짙은, 검은색에 가까운 보랏빛의 그 두 눈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날 따라와요."
     
    그녀가 등을 돌리며,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몸이 움직이며, 자아를 잃은 그 몸뚱아리가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기가 제 침실이에요, 어서 들어와요."
     
    그녀가 한 쌍의 날개 문양으로 장식된 문을 열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내 몸도 자연히 그녀를 따라 방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몸이 방에 다 들어서자, 그녀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입고 있던 하얀 가운을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일한 박자로, 뒤에서는 서서히 닫히는 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수록 내 의식은 점차 사라져 가며, 앞이 천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이 반쯤 내려가며, 이젠 하얀 실루엣만이 아른거릴 정도로 의식이 희미해졌을 때,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 후우~ 〕
     
     
    누군가 바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방안의 모든 불이 한순간에 꺼져버렸다.

    방안에는 완전한 어둠이 내렸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내 의식은 한 없이 밝아져 갔다.
     
    그렇게 의식이 돌아오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각한 그 순간, 내 옆에서 빛이 나타나며, 여자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 끼야아아악!!! ]

    난 비명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억... 뭐..뭐야??!!!"
     
     
    악마...그곳엔 악마가 있었다.
     
    까마귀의 날개를 달고, 보라색 눈동자로 날 노려보는 검은빛 나체의 한 여자.
    그 여자, 아니 그 악마는 방금 전까지 나랑 함께 있던 바로 그 여인이었다.
     
     
    [ 거의 다 했는데... 거의 다 했는데... 니 년이 또 방해를!!! ]
     
    찢어지듯 날카로운 그 목소리의 방향은 내가 아닌, 내 왼쪽을 향하고 있었다.
     
    난 다시 고개를 돌려, 빛이 느껴지는 왼쪽을 바라봤다.
     
    그 새하얀 빛은 내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오던 그녀의 빛이었다.
     
     
    [ 니 년이... 니 년이 감히!!! ]
     
    검은 악마가 제 어깨의 날개를 펄럭이자, 검은 깃털과 함께 불어오는 엄청난 바람이 뺨을 때려댔다.

    그에 지지 않고 내 옆의 그녀는 제 빛을 더욱 밝게 퍼뜨렸고, 검은색의 공간은 이내 그녀의 순수한 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 찬란한 눈부심에, 난 눈을 감았고, 누군지 모를 여인의 처절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의식을 잃어 갔다.
     
     
     
     
     
    어느 순간, 감긴 눈 앞으로 느껴지는 빛과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난 눈을 떴다.
    그런 나의 눈 앞엔, 하얀 그림자가 서있었다.
     
    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저기 감사합니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이 향한 곳엔, 낯익은 조약돌들이 있었다.
     
    푸른 달빛을 받아 흐릿한 하늘색으로 빛나는 조약돌들이, 천구의 끝을 향해 흐르는 강물처럼, 지평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오솔길의 끝, 지평선 어딘가에서, 별처럼 빛나는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설마? 드...드디어..!!!"
     
    별을 닮은 그 빛들은, 밤이 내린 도시의 불빛들이었다.
     
    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여자들도, 저주받은 검은 식물들도 더 이상 없었다.
    광할한 평야엔 그저 '달빛이 내리는 오솔길'만이 흐릿하게, 그러나 화려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난 내 옆을 따라오는 그녀와 함께, 그 달빛의 흔적을 밟으며 하염없이 뛰어갔다.
     
    뺨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고, 도시의 빛이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빛은 희미해져 갔지만, 반대로 그녀의 모습은 더욱 선명해져 갔다.
     
     
     
    "아아...아아..."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어깨까지 오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생머리에, 한 마리의 양처럼 순한 그 얼굴...
    밝게 웃고 있는 그녀의 미소가 더 짙어질수록, 내 안의 기억들도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온다.
     
    허나, 기억의 파편이 조금씩 맞춰지며, 하나의 그림을 이루어 갈수록, 나의 발걸음은 서서히 느려져 갔다.
     
    마침내, 다리가 멈추어 더 이상의 바람도 느껴지지 않을 때, 난 땅을 밟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난...자리에 엎어져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기억이 돌아왔다... 내 마지막 기억의 그림이 눈 앞에서 그려진다.
     
     
    보름달이 뜬 밤, 달빛만이 비추는 검은 방, 그 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돌, 돌을 따라 흐르는 붉은 피...
     
    쓰러져 있는 소녀의 실루엣, 그 옆에 서있는 한 여인의 그림자...
     
    죽어 있는 나의 동생, 그녀를 죽인 새엄마...
     
    나의 사랑스러웠던 여동생...그레텔...
     
     
    고요하게 그 끔찍함을 담아내는 그릇된 인물화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뒤의 기억이 새로운 그림을 이어갔다.
     
     
    새로운, 1인칭 시점의 그림엔, 피 묻은 손과, 쓰러져 있는 한 여인, 그리고 정면에서 주인공을 쳐다보는 악마가 담겨져 있었다.
     
     
     
    그 잔인한 그림이 한 순간에 사라지며,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레텔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서글픔의 감정에 동화되며, 내 시야가 점차 눈물로 얼룩져 가기 시작했다. 
     
    "흐흑... 동생아...흐흐흑... 그레텔..."
     
    내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녀의 눈가에도 투명한 물방울이 맺힌다.
     
    한 동안 그곳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물방울은, 제 감정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하염없이 흘러내려, 그 흐름의 흔적을 목까지 이어간다.
     
     
    [ 오빠... 이제 가자... ]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나의 시야에, 문득 등 뒤의 검은 숲의 풍경이 들어왔다.
     
    기억이라는 그림을 검은색 잉크로 뒤덮어주는 그 망각의 숲...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힘없는 내 손은 이내 그녀의 손을 빠져나와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그 흔들리는 손 만큼이나, 갈등하는 나의 마음이 곧 어느 한 방향을 선택했다.
     
     
    [ 오...오빠.. 안돼... ]
     
    그녀를 등지며 걸어가는 내 앞에, 날 막는 듯한 푸른 달이 비춰졌다.
     
    저 푸른 달과 내 눈이 몇번을 마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한 번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검은 숲을 향해 걸어갈수록, 감정을 짓누르던 기억들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그 끔찍한 밤의 기억이 사라져 간다.
     
    마지막으로 그녀에 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갈 때쯤, 난 걸음의 속도를 줄였다.
     
    허나, 그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달빛에 가까워지며 서서히 짧아지는 내 그림자 뒤로, 그 '하얀 그림자'가 이어질 것을 알기에, 난 '또다시' 그 검은 숲에 발을 들인다...
     
     
     
     
     
    -끝-
     
     
    출처 그림 출처 https://waffleswriting.wordpress.com/2016/07/12/demon-guests/
    Wit-Dori의 꼬릿말입니다
    끔찍한 기억을 간직한 채 잔인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과, 감당할 수 없는 기억을 지우며 망상 속에 빠져 사는 것 중에,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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