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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bsn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6-07-08
    방문 : 172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92736
    작성자 : bsn
    추천 : 27
    조회수 : 4205
    IP : 124.80.***.8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3/07 17:24:32
    http://todayhumor.com/?panic_92736 모바일
    [단편] 이별 10분 전
    옵션
    • 창작글
     
    d.jpg

    이별 10분 전
     
    가로등이 여우불처럼 일렁이며 술취한 나그네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도시의 밤.
    난 지금 가로등이 비춰주는 그 도시의 길을 걷고 있다. 
     
    술에 찌들어 난잡한 리듬으로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발을 움직여 대고 있다.
     
    내가 왜 술을 마신 건지, 누구랑 마신 건지, 어떻게 집으로 온지도 모른 채 그저 하염없이 걷고만 있다.
     
     
    주변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하다.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주변이 어쩐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남자의 자존심이란 그보다 한층 더 어리석은 법이다.
     
    (남자가 이딴 거에 겁을 먹으면 안되지~)
     
    술기운인지 오기인지 모를 분위기에 난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음은 알았나 봐~ 발걸음이 느려져~"
     
    한 소절을 끝마치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 진짜 못 부르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음색으로 가사만 힘차게 읊어 대는 내가 참 우스워 보였다.
     
    (들은 사람은 없겠지...?)
     
    난 주위를 둘러보며 나의 그 짧은, 민망한 공연에 본의 아니게 참석한 불행한 관객들이 있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갈 길 잃은 고양이들만이 돌아다닐 뿐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12시 반에 누가 아파트 밖으로 나오겠어~"
     
    난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며 다시 노래를 이어 나갔다.
     

    "이별의 말을 하는 그 예쁜 얼굴, 나는~"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똑같은 가사를 세 번째 부르기 시작했을 때쯤 집 앞에 도착했다.
     
     
     

    난 천천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하얀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피곤한 몸과 함께 잠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른 여름 아침의 햇살이 얼굴에 비춰지며 감겨진 내 눈앞에서 흐릿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 댄다.
     
    난 그 성가신 빛줄기에 반강제적으로 눈을 떴고 이어서 무의식적으로 머리맡을 더듬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찾는 것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생겨난 버릇이다.

    그렇게 화면이 켜지자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단 한 통의 부재중 전화였다.
     
    (아! 맞다!)
     
    순간 어제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여자 친구와의 다툼...
     
    누군가에겐 연인 사이의 흔한 말싸움 정도로 생각되겠지만 어제의 일은 결코 가벼운 말다툼이 아니었다.
     
    도저히 연인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말을 해대며 한 쪽을 헐뜯는 어제의 그 일방적인 대화는 단순한 사랑의 말싸움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 번 말해 봐."
     
    "병신년아, 그거 하나 못 알아처먹냐?!! 미팅 가게 돈 좀 달라고!!"
     
    "너... 지금 그게 나한테 할 말이냐?" 
     
    "아니, 그깟 미팅 가지고 왜 그렇게 정색하는데... 까놓고 말해서 내가 여자를 사귀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룻밤 재밌게 놀아보겠다는 건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나쁜 새끼..."
     
    "뭐..? 이런 개 같은 년이... 너도 솔직히 나 군대 가있을 동안 남자랑 안 놀았다는 증거 있냐?"

    "하...됐다, 너무 힘들다... 이제 그만 하자."
     
    "그래~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신 연락하지 마라. 어차피 너말고도 만날 여자 널리고 널렸으니까."
     
     
     
     
     
    그 순간 내게 밀려오는 감정은 후회가 아닌 짜증이었다.
     
    (하아...미치겠네...)
     
    속으로 아무리 합리화를 하려 해도 어제의 일은 분명한 내 잘못이었다.
     
    난 연인 사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그 이상을 나갔다.
     
    허나, 그것이 악의를 가진 행동은 아니었다.
    난 그저 내 감정과 생각을 그녀에게 전달했을 뿐이란 말이다.
     

    그렇게 앞으로의 복잡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는 와중에 순간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그녀의 전화였다. 

    잠깐 동안 그녀가 날 모니터링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6년이란 시간은 서로에 대한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이 그 뒤를 이었다.
     
    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여 초록색 아이콘을 옆으로 밀었다.
     

    "여보..세요..?"
     
    [어, 나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그 멜로디에 순간 소름이 끼쳐 왔다.


    "음.. 부재중 전..."
     

    그녀가 빠르게 말을 끊으며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
     
    "혀..현아!"

     
    마치 내 목소리를 대화에서 지우려는 듯 끊어진 전화의 잡음이 귓가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하아.. 진짜 미치겠네)
     
    분명한 이별의 전조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불안도, 후회도, 슬픔도 아니었다.
     
    단지 지금의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귀찮음만이 맴돌 뿐이었다.
     
     
    "하아..."
     

    자동적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앞으로 일어날 상황과 그 상황에서 내가 지어야 할 표정, 말투, 눈빛 등이 너무나 귀찮게 느껴졌다.
     
    (그래도 나가긴 해야겠지..?)
     
    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온수가 온몸을 타고 흘러간다.
     
    방금 전 그녀의 전화만 없었다면 정말 완벽한 기분으로 완벽한 감각에 흠뻑 빠져 있을 텐데...
     
    그렇게 빠른 샤워를 마치고 난 외출 준비를 했다.
     
    (귀찮은데 대충 입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 난 문득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에 새겨진 또 다른 나의 얼굴엔 슬픔이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권태로운 사람의 일그러진 표정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 나의 감정에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딱히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 말고도 이런 남자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밖은 여름이 저물고 다시 가을이 떠오르는 듯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오고 있었다.
     
    (벌써 가을인가...)
     
    카페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Book&Coffee란 이니셜이 새겨진 간판 아래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리창.
    그 투명한 벽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레였던 긴 생머리의 뒷태는 이젠 그저 길거리의 흔한 여성의 뒷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그 얼굴엔 눈물도, 분노도, 아쉬움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곳에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은 단지 체념의 흔적뿐이었다.
     
    난 테이블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
     
     
    "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
     
    (첫번째 기억이라...)
     
    "너랑 처음으로 만난 곳."
     
     
    그녀가 무표정한 시선으로 밖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길 건너에 있는 도서관... 기억나?"
     
    (하아... 귀찮게 하네...)
     
    "너랑 첫 데이트한 곳."
     
     
    그녀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날 비껴가고 있었다.
     
     
    "저기 지나가는 11번 버스... 기억나?"
     
     
    이번엔 따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길고도 짧은 침묵을 깬 것은 내가 아닌 그녀의 목소리였다.
     
     
    "너랑 나랑 처음으로 다툰 곳.. 그때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서로 막 싸웠잖아."
     
     
    그녀가 이번엔 내 눈동자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일... 기억나?"
     
    (.....)
     
    "어."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복잡한 눈빛을 머금은 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깬 것 또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그 기억들... 전부 생각나?"
     
     
    난 묵묵히 그녀의 눈만을 바라봤다. 아니, 그 눈 아래의 작은 연못을 바라봤다.
     
     
    "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
     
     
    그녀의 눈에 담겨 있던 연못은 이미 제 몸을 흘러넘쳐 아래로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허나, 그것은 결코 그녀의 눈물과 같지 않았다.
     
    난 알고 있었다, 내가 흘린 눈물은 거짓된 감정의 가면이었다는 것을.
     
     
    "잘 가..."
     
     
    그녀는 그 짧은 한 마디를 마치고 그대로 카페를 나섰다.
     


    난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허나, 그것은 이별의 쓰라림 때문이 아니었다.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감정은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자유의 환희였다.
     
    (이제 자유야!! 내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사라졌어!!)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은 뒤에서야 난 비로서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보다 더한 해방감 때문에 별로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렇게 달콤한 자유의 쾌락을 느끼며 카페를 나서는 그 순간, 밝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새하얀 빛이 내 눈을 덮쳐 왔다.
     
     
     
     
    "뭐...뭐야?!!"
     
    어디서 온지 모를 그 밝은 빛에 난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허나, 그 감겨진 눈의 검은 시야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빛은 강렬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감겨진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그 빛이 희미해졌다고 느껴질 때쯤 난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내 앞의 그 광경, 아니 내 감각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딘가에 누워 있었다.



    아침에 내가 일어났던 침대 위에서 다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뭐..뭐야 이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음부터 꿈이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느끼고 있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
     
    난 몸을 일으키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
     
    (뭐야 파..팔이..)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팔과 손은 계속해서 핸드폰을 사용할 뿐 내가 내리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순간, 익숙한 전화벨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현이의 전화였다.
     
    곧 손가락이 아이콘을 밀며 입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뭐야 왜 목소리가 멋대로..)
     
    내 입과 혀과 멋대로 움직이며 힘없는 목소리를 흘려 댔다.
     
     
    [어, 나야.]
     
     
    그에 이어지는 또다시 듣는 그녀의 목소리.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이 상황에서 내 의지를 무시하며 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부재중 전..."
     
     
    이윽고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
     
     
    "혀..현아!"
     
     
    난 이 상식을 넘어선 상황에 한동안 멍을 때렸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며 온몸의 감각이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느낌의 따뜻한 물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흘러갔다.
     
    하지만 내 머리는 지금 그런 감각을 느낄 여유따윈 없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분석하느라 다른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도대체 이게...)
     
    내 몸은 잘 움직이고 있었다.
    샤워를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와 내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저 몸이 멋대로 움직이며 내 명령 따위는 듣지도 않을 뿐이었다.
     
    마치 '나'라는 영혼이 이 의지없는 몸뚱아리에 갇혀 있는 듯한 그 괴리감은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몸은 어느덧 옷을 다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거울을 보는 행위 자체는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난 그곳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
    그렇게 보인 거울 속의 이미지에 또 한 번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게 뭐야...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사실 난 이 몸이 내 몸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허나,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거울에 담겨있는 상은 완벽한 나의 모습이었다.
    이 괴리감과는 완전하게 모순적으로, 변함없는 내 모습이 그곳에 맺혀 있을 뿐이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생생하게 이것이 현실임을 알려주는 나의 감각과, 그에 대응하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서로 충돌하며 내 머리를 난잡하게 어지럽혀 댔다.
     
    그렇게 반쯤 의식이 흐릿해진 상태로 내가 도착한 곳은 10분 전에 내가 나왔던 바로 그 카페였다.
     
     
    (아까 그 카페잖아..?)
     
    내 몸이 카페에 들어가며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변함없이 차가운 그 얼굴, 그 체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지 없는 내 몸이 자리에 앉으며 그녀와의 두번째 이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
     
     
    아까와 똑같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아까와 똑같은 음색의 말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너랑 처음 만난 곳."
     
    (난 말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였다.
     
     
    "저 길건너에 있는 도서관... 기억나?"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너랑 나랑 첫 데이트한 곳."
     
    (도대체 왜..)
     
    "저기 지나가는 11번 버스... 기억나?"
     
     
    내 입은 따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은 두 번씩이나 겪기에는 너무나 힘든 것이었다.
     
     
    "너랑 나랑 처음으로 다툰 곳.. 그때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서로 막 싸웠잖아."
     
     
    이번에는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이어서 그녀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어제 일... 기억나?"
     
    "어.."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눈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녀의 행동은 그것이 다였다.
     
    한순간, 짧지 않은 침묵을 깨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그 기억들... 전부 생각나?"
     
     
    또다시 그녀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
     
     
    뒤이어 내 눈에서도 거짓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잘 가..."
     
     
     
    등 뒤에서 카페의 그 흔한 출입문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까처럼 내 몸은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내 머리도 지금의 상황을 받아드리지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제 기능을 정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다시 이성이 돌아왔다.
    내 몸은 아까처럼 카페를 나서려 문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 아니 희망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건 꿈이야! 난 그저 현이랑 헤어지고 나서 집에 와 잠을 자고 있는 거야. 저 문이 열리면서 이제 곧 잠에서 깨어날 거야!!)
     
    순간, 머리가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모든 근심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래 이제 악몽에서 깨어나는 거야) 
     
    문이 열리며 이전보다 더 밝아진 듯한 그 새하얀 빛이 다시 비쳐 왔다.
     
    감히 희망이라는 단어를 상징할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이 온몸을 적셔 왔다.
     
    난 그 빛에 내 모든 것을 맡기며 단지 이 '악연의 사슬'에서 벗어나길 기도할 뿐이었다.


     
     
     
    감겨진 눈이 떠지며 아까보다는 약한, 그러나 충분히 눈부신 푸른빛이 아른거렸다.
     
    (깬 건가..?)
     
    희망 따위는 없었다.
     
    (뭐...뭐야?! 끝난 거 아니였어?!!)
     
    난 또다시 그 빌어먹을 핸드폰을 만져 대고 있었다.

    이것이 비록 세 번째로 반복하고 있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내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었다.
     
    (뭐야 파..팔이...)
     
    팔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감각은 느껴지긴 했지만 이젠 그 감각 마저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하는 감촉도, 핸드폰을 들고 있는 팔의 저림도, 심지어 내가 숨을 쉬고 있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뭐..뭐야 살려줘...)
     
    마치 산 채로 관에 갇힌 듯한 답답함, 그리고 공포감이 머릿속을 가득 메어오기 시작했다.
     
    공포를 넘어 패닉 상태에 다다른 그 순간, 어김없이 변함없는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극한의 두려움으로 인해 이젠 내 목소리 마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 나야.]
     
    "음... 부재중 전.."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
     
    "혀..현아!"
     
     
    전화가 끊어지자 내 몸, 아니 내 몸이었던 그 몸뚱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도대체..)
     
    머리에서부터 발끝으로 온몸에 물이 흘러갔지만 난 그 감촉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게 원상태로 돌아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난 눈을 감는 행위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내 몸에서 내게 허락된 것은 보고, 듣고, 맡고, 두려워 하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Book&Coffee... 벌써 세 번째로 보는 그 간판이 익숙하게 느껴지기 보단 지옥으로 향하는 표지판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천천히 가게에 들어서자 어김없이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체념의 얼굴을 보자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공포가 분노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만큼 분노와 두려움은 서로 한끗 차이인 것이다.
     
     
    (그래,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 이 개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데 너는 한가하게 앉아나 있어?)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사로잡던 공포가 이제는 오히려 내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만의 힘을 주었다.
     
    난 눈을 부라리며 그녀를 매섭게 쏘아봤다.
     
    허나, 그것은 헛된 행동이었다.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있었으며, 애초에 내 몸의 통제권을 잃은 지금의 상황에서 내 눈빛이 결코 그렇게 보일 리가 없었다.
     
     
     
    "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
     
    (또 시작이네 씨발)
     
    "너랑 처음으로 만난 곳."
     
    "저기 길 건너에 있는 도서관... 기억나?"
     
    (그깟 도서관 따위가 뭐가 중요한데?)
     
    "너랑 나랑 첫 데이트한 곳."
     
    "저기 지나가는 11번 버스... 기억나?"
     
    (그래, 내가 너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여줬던 날이지)
     
     
    한순간의 침묵이 지나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랑 나랑 처음으로 다툰 곳.. 그때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서로 막 싸웠잖아."
     
     
    말을 끝마치고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내 눈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제 감정을 미처 숨기지 못 하고 빠르게 흔들리는 그 눈동자가 매우 역겹게 느껴졌다.
     
     
    "어제 일... 기억나?"
     
    (역겨운 년...)
     
    "어.."
     
    "우리가 함께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그 기억들... 전부 생각나?"
     
     
    세 번째로 보이는 그녀의 눈물에 순간 마음이 흔들릴 뻔했지만 내 분노는 그보다 한층 더 격했다.
     
     
    (도대체 뭐 어쩌라는 건데?)
     
    "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
     
     
    내 눈에서도 거짓의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난 그것을 원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 앞에서 당당하게 비웃어주고 싶었다.
     
     
    (넌 날 아주 중요했던 사람으로 생각하나 본데, 난 아니야. 넌 그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에 지나지 않아. 넌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난 너따위 없어져도 아무런 신경도 안 쓴다고)
     
     
    입이 움직일 수만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가장 깊숙한 기억 속에 자리잡아 평생을 따라다니며 심장을 쥐어뜯을 그 문장들을, 그녀의 귀에 똑똑히 들려주고 싶었다.
     
     
    "잘 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고개를 약간 숙인 그 실루엣이 한순간 문을 넘어 사라져버렸다.
     
    역설적이게 점차 작아지는 출입문의 딸랑거리는 소리가 어쩐지 아쉽게 느껴졌다.
     
    (벌써 가냐? 난 아직도 할 말이 남고도 넘쳐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마치 인형 안의 솜이 다 빠진 듯한 그 허전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씨발...욕을 더 해줬어야 했는데..)
     
    얼마 있지 않아 내 몸도 서서히 일어서며 어김없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젠 공포도 분노도 없었다. 헛된 희망도 품지 않았다.
     
    단지 이번에도 이별의 연극이 반복된다면, 그 이유를 밝혀내 이 거지 같은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겠노라고 마음 먹을 뿐이었다.
     
    그렇게 문이 열리며 익숙한 하얀빛이 눈앞에 펼쳐졌다.
     
     
     
     
     
    역시나 이 이별의 순환은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보이는 내 방의 천장, 옆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나른한 햇빛,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
    변화는 없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난 이전과는 다르게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너부러져 있는 토익책들, 아직도 옷걸이에 걸려 있는 지저분한 코트, 살짝 열려 있는 문까지... 완벽한 내 방의 모습이었다.
     
    (이게 진짜 내 방이라면...)
     
    난 문득 한 가지 가정을 설정했다.
     
    그것은 이곳은 비슷하긴 해도 실제의 내 방이 아니며 가상에 기초를 둔 임의의 공간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에 따라 난 여러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냈다.
     
     
     
    <이 상황에 대한 나만의 이론들>
     
     
    첫번째, 가장 단순하게 난 꿈을 꾸고 있다는 시나리오이다.
     
    난 현이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집에 와 잠을 잤고 지금 악몽을 꾸고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가장 현실성 있는 생각이지만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애초에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각몽을 꿔 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내 의지로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 따위를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이 이론의 경우, 단순히 현실의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두번째, 내가 죽었다는 시나리오이다.
     
    가장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이지만 어느정도 타당성은 있다.
     
    이 이론은 전에 귀신에 관한 한 TV프로를 본 기억이 떠오르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귀신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고 계속해서 죽기 전에 했던 행동을 반복한다고 한다.
     
    즉, 난 카페에서 나가다 반응할 수 없는 어떤 사고에 의해 즉사했고, 어떤 미지의 공간에서 내가 죽기 전까지 했던 '기상-연락-준비-만남'의 단계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론의 경우,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난 언제까지 이 행동을 반복할지 모른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절망만큼 의문점도 분명하다.
     
    그것은 일부 귀신들이 그렇듯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왜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가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누군가의 저주를 받았다는 시나리오이다.
     
    삼류영화와 같은 이 시나리오는 세 가지 이론 중 가장 가능성이 낮고 나로서도 받아드리기 힘들다.
     
    그래도 정리를 해보자면 용의자는 현이 또는 현이의 가족, 지인들로 추정된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저주라고 가정하면, 그 저주는 대상에게서 몸의 통제권을 빼앗고 동시에 이 모든 반복되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허나, 그것은 가능성이 더욱 낮아 현실성이 전혀 없으며 따라서 그 방식은 아마도 첫번째 시나리오와 일종의 관련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즉, 나를 꿈속에 가두어 이곳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순간, 소름이 끼쳐왔다. 그것은 난 결코 여기서 나갈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난 찝찝한 느낌을 떨치기 위해 머릿속을 천천히 비웠다.
     
    불안함과 회의감만 가득 안겨준 공상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주위의 풍경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또다시 그 카페, 지루함만 반복되는 그 장소다.
     
    하지만 난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현이 뒤쪽의 창문으로 비교적 한산한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버스가 차례로 지나가며 그 뒤로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외제차 한 대가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 조화로운 도로에서 간혹가다 들려오는 경적 소리가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카운터를 바라봤다.
     
    그곳엔 두 명의 직원이 있었다.
    한 명은 20대 초반의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30대 중반 정도의 여자였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학생은 제 옆의 여자의 눈치를 보며 음료를 만들고 있었고, 점장으로 보이는 키가 큰 여자는 카운터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간혹가다 입가에 미소를 지어 댔다.
     
    그 둘의 생생한 표정 하나하나가 사람 냄새를 풍겨 대며 이것이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제 일... 기억나?"
     
     
    그 소리에 난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내 눈 정면으로 보였다.
     
    난 그녀를 무시하고 의식적으로 시선을 내려 테이블 쪽을 바라봤다.
     
    테이블 위엔 입도 대지 않은 아메리카노 한 잔과 화면이 켜져 있는 그녀의 핸드폰이 있었다.
     
    그동안 노래를 듣고 있었는지 핸드폰엔 하얀색 이어폰이 연결돼 있었다.
     
    난 핸드폰 화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시켰다.
     
     
    <정준영-이별 10분 전 The Sense of an Ending>
     
    그 아래의 || 모양의 아이콘을 통해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난 계속해서 화면을 바라봤다.
     
    어느덧 타이머가 4:26에 도달하며 노래가 끝나자, 시간이 다시 0:00로 리셋되며 같은 가사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이 노래만 듣고 있었구나...)
     
    어쩐지 나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그 핸드폰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게 있는 그 순간, 슬픔을 억제하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잘 가..."
     
     
     
    한순간, 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제 앞의 남자를 무심하게 지나친다.
     
    뒤이어 그녀가 지나가면서 남겨진 냄새의 자취가 남자의 코끝을 살랑살랑 간지럽힌다.
    그에겐 익숙한 좋은 향기다.
     
    허나, 그것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보이지 않는 꽃길이 점차 시들어가며 제 존재를 잃어간다.
     
    그러다 어느순간 그녀의 체취가 모두 사라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흔한 커피 냄새만이 허공에 맴돈다.
     
     
     
    내 몸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지만 내 자아는 아직도 테이블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뭐지... 내 이론이 맞는 걸까 아니면 틀린 걸까?)
     
    머릿속에선 수많은 생각,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지만 내 몸은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을 놀리고 있었다.
     
    (한 번 더 확인을 해봐야겠어)
     
    난 다시 머리를 비우고 몇 초 후에 펼쳐질 그 순환의 한 주기에 대비해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눈앞을 가리는 역설적인 빛이 비쳐온다.
     
    한 존재가 모든 방향에서 오는 그 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그렇게 또 한 번 문이 열리고 닫혔다.」
     
     
     
     
     
    ....이것이 벌써 몇 번째 반복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젠 시간의 흐름 마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감각이 망가져버렸다.
     
    도저히 모르겠다. 각각의 주기에서 그 어떤 차이점도 알아낼 수가 없다.
    완벽하게 똑같은 공간, 소리, 리듬, 그리고 사람들... 수십 번 반복된 그 모든 상황들이 내 정신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점점 내 자신을 인지하기가 힘들다.
     
    서서히 기억이 잊혀져 간다.
    내 이름, 나이, 성격, 취향, 가족... 그 모든 것들이 내 기억에서 천천히 잔인하게 사라져 간다.
     
    허나, 모든 기억이 사라지진 않는다.
     
    허무하게 부서져 내리는 내 다른 기억들과는 달리, 그녀와의 기억은 이 이별의 순환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견고해진다.
     
    도대체 왜?..
     
     
     
     
     
    "여보..세요..?"
     
    [어, 나야.]
     
     
    익숙하지만 어쩐지 멀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부재중 전.."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목소리가 매우 차갑게 느껴졌다.
     
    (옛날엔 장난기 섞인 귀여운 목소리였는데..)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
     
    "혀..현아!"
     
     
    카페.. 고작 두 글자밖에 되지 않는 단어 하나가 내 마음 어딘가를 난잡하게 만들었다.
     
    6년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했다.
     
    그녀를 만난 첫 장소가 바로 방금 말한 그 카페였다.
     
    우리 둘의 시작은 우리의 연애가 늘 그랬듯이 장난기가 넘쳐났다.
     
     
     
    한 여학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학생을 바라본다.
     
    그녀의 입술이 작게 떨리는 것을 보니 그녀가 곧 무슨 말을 꺼낼 것처럼 보인다.
     
     
    "저기 혹시 OO고 학생이세요?"
     
     
    갑작스러운 낯선 이의 질문에 그가 잠시 당황하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자신의 붙임성 좋은 성격을 드러낸다.
     
     
    "아..네."
     
    "아~ 반가워라. 지금 입고 계신 교복이 우리 학교 교복이더라구요. 그런데 명찰이 안 달려 있어서 몇학년인지를 모르겠네."
     
    "아 전 2학년이에요."
     
    "어? 나랑 동갑이네? 근데 넌 몇 반이야?"
     
     
    그녀가 갑자기 말을 놓자 남자의 머릿속은 잠시 혼란해져 그의 문법이 오류를 일으킨다.
     
     
    "어.. 전 9반인데.. 그러면 넌?"
     
     
    그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에 그녀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말투가 왜 그래, 겁나 웃기네."
     
     
     
    그렇게 우리는 어색함을 깨는 웃음과 함께 시작했다.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카페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공부, 아니 잡담을 해댔고 그렇게 서로 가까워졌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어이가 없고 웃긴 상항이었다.
     
     
     
    현이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는 동안 내 몸이 샤워를 다 끝냈다.
     
    다시 옷을 대충 입고 나갈 준비를 마친 내 몸뚱아리가 거울을 향해 돌아봤다.
     
    그러자 내 얼굴이 그 투명한 평면에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내 시선은 차례로 입, 코, 그리고 눈을 거쳐 눈썹에서 그 여정을 마쳤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녀와의 기억은 내 몸에도 새겨져 있었다.
     
     
    "현아.. 나 눈썹이 너무 못생겨서 고민이야.."
     
    "뭐? 눈썹?"
     
    "어.. 나 그래서 항상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잖아."
     
    "그러게, 생각해보니 난 너 눈썹을 본 적이 없네. 그러니 이마 한 번 까봐."
     
    "아 근데 진심 놀리지 마라."
     
    "푸하하하핫~ 와 진짜 무슨 눈썹이 그렇게 생겼냐. 내 눈썹을 한 번 봐봐. 난 이렇게 예쁘게 있는데~"
     
    "아니 진짜 놀리지 말라고 나 심각해."
     
    "잠시만 그대로 눈 감고 기다려봐. 내가 진짜 멋있는 눈썹 그려줄게."
     
     
    순간, 피식 웃고 싶었지만 난 내 의지대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 뒤의 기억은 항상 그랬듯이 웃음만이 가득했다.
     
    결국 그녀의 그림은 이마를 기는 웬 송충이 두 마리로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서로 배가 아플 때까지 웃고 또 웃었다.
     
    (진짜 그때 현이 엄청 웃었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엔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
     
     


     
    "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내 앞엔 그녀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뭐야, 내가 언제 카페까지 들어온 거지?)
     
    이런 생각도 잠시, 이내 다른 모든 잡다한 생각들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내 머리는 곧 나와 내 앞의 현이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흐릿한 감정에 휩싸인 채 난 멍하니 그녀의 얼굴, 아니 그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검은 커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흑빛 머리칼이다.
     
    (예쁘네..)
     
    또 다른 기억 하나가 막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나 머리카락 너무 긴 것 같지 않아?"
     
    "뭔 소리야 적당한데? 그리고 난 너가 단발이든 긴 머리든 다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그러다 스트레스 받아."
     
    "그래? 음.. 그럼 딱히 너가 원하는 헤어스타일 있어?"
     
    "나? 음.. 난 앞머리랑 옆머린 남겨두고 뒷머리만 묶은 머리가 좋던데."
     
    "그거야 쉽지. 잠시만 눈 감고 있어 봐."
     
    "짠~됐어, 눈 떠 봐. 어? 뭐야 왜 말이 없어? 너무 예뻐서 기절해버렸냐?"
     
     
    그때의 그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의 수줍음을 감추려는 듯 일부로 장난스런 말만 내뱉던 나만을 위한 여신..
    그녀의 볼에 떠오른 두 개의 붉은 달과 장난스러운 눈웃음이 섞인 그 얼굴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잘 가..."
     
    (어? 뭐..뭐야 벌써?)
     
    (잠시만 기다려줘, 나 아직 너한테 말도 제대로 못 했다고...)
     
    이런 내 맘을 무시하듯 그녀는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그와 함께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감정에 어쩐지 가슴이 메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지..)
     
    점차 작아지는 출입문의 종소리와는 달리 내 죄책과 후회의 감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6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했던 그 모든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곳에 서 있는 나와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 모든 그림에서의 나의 모습, 아니 어리석었던 나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서로의 추억들이 물 한 방울에 잿빛으로 얼룩져 갔다.
     
    감각을 느낄 수 없음에도 어쩐지 가슴이 아파 왔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눈이 흐려지며 동시에 뜨거워졌다.
     
    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았다.
     
    허나, 이제 와서 그것을 알게 되었다 해도, 그것은 그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미 너무 많이 늦어버렸다.
     
    그럼에도 난 그 무의미함이 싫어 제발 다시 한 번 문이 열리며 이 '이별의 순환'이 계속되길 기도할 뿐이었다.
     
     
     
     
     
    <제 1막 : 시간>
     
     

    이제 막 잠에서 깬 한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불안한 기색으로 연인의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차갑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
     
    "혀..현아!!"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지만 그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6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마음을 나눠 왔음에도 이번 만큼은 그도 그녀의 마음, 감정, 생각을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
     
    이 갑작스런 약속에 그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이 지루한 일상적인 과정이 그에겐  어쩐지 두렵게 느껴진다.
     
    그렇게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그곳에 담긴 또 다른 자신에게 그가 간절히 외쳐 댄다.
     
    (그래, 별일 없을 거야..별일 없을 거야...)
     
     
     
    집에서부터 카페로 가는 그 짧은 여정 동안 수만 가지의 생각, 감정들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어 온다.
     
    그러다 어느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약속의 장소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허나,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그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져만 갔다.
    1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는 그의 마음을.
     
     
     
     
     
    <제 2막 : 후회>
     
     

    "어서 오십시오~"
     
    차가운 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서자 알바생이 힘차게 인사를 해댄다. 이별의 장소엔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다.
     
    그렇게 자리에 찾아가 앉자 그녀의 얼굴이 내 두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그 얼굴을 보자 반가움과 상실감이 섞인 오묘한 감정이 마음속을 어지럽혀 댔다.
     
    이런 나와 달리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게서 시선을 돌린 채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가 첫 만남에 대해서 묻는다. 이어서 첫 데이트, 처음으로 싸운 날에 대해 묻는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말, 난 도저히 그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봐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기억들... 전부 생각나?"
     
     
    그녀의 음색이 불규칙하게 흔들려 댄다.
     
    고통스럽다.
    그녀의 목소리에서의 작은 떨림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짓이기는 듯하다.
     
    그녀에게 말해야만 한다.
    후회의 말이든 작별의 말이든 무엇이든 말해야만 한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무슨 말도, 어떤 표정도 지을 수가 없다.
     
     
    "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
     
     
    그녀의 적갈색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요동치며 눈아래서 볼을 따라 저만의 물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내 눈도 그녀와 똑같은 방식으로 제 감정을 드러낸다.
     
    붙잡아야 한다.
    울면서라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라도 그녀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잘 가..."
     
     
     
     
     
    <최종 막 : 마지막>
     
     

    끝이다.
     
    6년의 기억들이 생기를 잃은 채 모두 가슴 속에 묻혀진다.
     
    돌아선 그녀의 뒷모습, 저 멀리서 마지막으로 보일 그녀의 실루엣이 너무나 두렵다.
     
    이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게 내겐 너무나 잔인하다.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보고 싶다.
    다시 한 번 문이 열리며 그 하얀 빛이 비쳐 왔으면...
     
     
     
     
     
    「붉은 커튼 한 쌍이 펼쳐지며 무대를 가린다.
     
    이윽고 갈 길 잃은 무대의 빛들이 어두운 관객석으로 그 방향을 돌린다.」
     
    갑자기 비쳐오는 빛에 사람들의 눈이 성하지 않다. 몇몇은 눈물 마저 흘린다.
    허나, 장담컨데 그들의 눈물은 결코 빛 때문이 아닐 것이다.
     
     
     
    "인형극이라 해서 유치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밌네?"
     
    "그치? 내가 오빠한테 이거 인기 엄청 많다고 했었잖아."
     
    "어, 맞아 그랬었지. 되게 재밌는데 또 굉장히 아련하네."
     
    "오빠, 우리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자."
     
    "당연하지.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겠어."
     
     
    한 커플이 서로 간의 신뢰를 맹세하며 밖으로 나선다.
     
    그들은 만남을 시작한 지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의 믿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겁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듯하다.
     
     
     
     
     
    "아~ 얘들아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선배님도 무대 조절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대략 10명의 사람들이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서로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편 서로 호흡을 맞추었던 남녀 한 쌍이 기분 좋게 그들만의 대화를 시작한다.
     
     
    "와~힘들어도 보람 있는 공연이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럽다.
     
     
    "너도 수고 많이 했어~ 그런데 이번 공연이 몇 번째 공연이지?"
     
     
    여인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매력적이다.
     
     
    "음.. 아마 24번째일걸?"
     
    "와~많이도 했다, 그치?"
     
    "그러게. 그럼 이 친구 벌써 24번이나 이별을 겪은 거네?"
     
    "뭐야~ 너 설마 그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얘 눈이 공연을 할 때마다 뭔가 더 슬퍼지는 것 같아서."
     
    "에이~ 그냥 느낌이지 뭐."
     
    "정말 그럴까?"
     
    "됐고, 오늘 너랑 나랑 약속 있는 거 알지? 무대 정리 마무리하고 우리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
     
    "어, 알겠어. 있다가 보자~"
     
     
     
     
     
    한 쌍의 인형이 같은 상자에 나란히 들어간다.
     
    허나, 그 둘은 각각 상자의 끝과 끝으로 나누어 배치된다.
     
    비록 남녀 인형 한 쌍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그렇게 하면 서로 간의 실이 얽혀 다음 인형극에 쓰지 못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둘 사이의 여러 잡동사니들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 둘은 분명히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둘의 모습이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이 엔딩은 아니다.

    다시 며칠이 지나면 그들은 상자에서 나와 다시 빛을 보고 다시 생명을 얻을 것이다.
     
    10분 후에 있을 그 이별을 또 한 번 준비하기 위해.
     
     
     
     
     
    -끝-
     
     
    출처 그림 출처 http://cy.cyworld.com/home/26294292/post/4BD9C158CF15753714728401
    bsn의 꼬릿말입니다
    ♫ 정준영-이별 10분 전 The Sense of an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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