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직장동료아가씨 둘이 연필을 책상위에 세우는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을 물끄러미 보고있었다.</font>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그들의 하찮아 보이는 놀이는 그들에겐 전혀 하찮지 않았었는지 그들은 정말 너무나 열심히 연필 두자루를 멋지게 세워놓느라 골몰하고있었고 뭐가 재밌는지 실패할때마다 재밌다는듯 웃고있었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그걸 쳐다보며 무심코 그 앞으로 지나가던 나는 우연히도 그 책상에 삐져나온 서랍장에 발이 걸렸다. 별로 힘을 싣지 않았던 먼저 디딘 발이 균형을 잃고 그들이 놀고있는 위로 맥없이 쓰러졌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그리고 마침 정확히 서있던 연필들과 내 두 안구의 위치가 잘 맞아있었다는걸 깨달았고 그걸 깨닫는순간 그 연필들이 내 눈에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이후는 엄청나고도 설명하기 힘든 거북스런 아픔이 몰려왔으며 동시에 모든 시야가 사라졌다.몸을 일으키자 주변에 무시무시한 비명소리가 들린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얼굴을 만져보고 나는 그 연필들이 내 안구를 뚫고 뒷통수까지 뚫고 나온걸 더듬어 느낀다.그쯤되면 즉사라도 하는줄 알고있던 나는 내가 생각보다 멀쩡히 있는 사실에 몸서리 친다. 연필을 갖고놀고있던 그들은 내 옆에서 비명만 지르고 있다. 그중 한명이 내눈에 박힌 연필 하나를 빼려고 손으로 잡는다. 그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른다. 그것이 마치 감전된듯한 아픔을 내게 안겼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통증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상태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는 다시 주변의 정체모를 사물에 발이 걸려 뒤로 쓰러졌다. 문제는 바닥의 푹신한 카펫에 내 뒷통수로 빠져나온 연필끝이 살짝 박힌것이며, 쓰러지면서 약간 몸을 움직였을때 카펫에 박힌 연필은 고정되있었기에 그에 박혀있는 내 머리의 상처가 더 벌어졌다는것이다.연필은 가만히 있고 내가 움직인 결과였다. 여전히 나는 살아있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그런데 내가 쓰러지면서 뭔가를 다시 건드린것을 단지 수초만에 깨닫게..아니 깨닫지도 못하게 된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어쩌면 이건 자비로운 일일수도 있겠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나는 쓰러지면서 뭔가를 잡아당긴것이다. 내가 잡아당긴건 책상위의 책장에 깔려있던 책상위의 천 덮개였고 내가 쓰러지며 힘껏 당긴 천덮개에 같이 딸려내려온건 그 책상위의 책이 가득 담긴 무거운 책장이었다. 바로 그것이 내 얼굴위로 쏟아졌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책장은 연필도 그에 박힌 내 머리통도 사정없이 뭉개어 그때까지 계속되고있던 내 고통을 종결지어 주었다.그것에 당하는 순간까지도 선명하게 의식을 가졌다는건 전할 방법이 없어 아쉬운일이다. 나는 심지어 내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까지도 들었으니까..그 우드득 하는 소리. 그리고 내용물이 뭉개질때 나는 비릿한 냄새까지도 의식이 소멸하기 직전까지 감지할수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4"><br></font></div> <div><font size="4">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내 시신의 도저히 눈뜨고 못봐줄 꼴사나운 몰골이었으리라..</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