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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2736
    작성자 : bsn
    추천 : 27
    조회수 : 4206
    IP : 124.80.***.8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3/07 17:24:32
    http://todayhumor.com/?panic_92736 모바일
    [단편] 이별 10분 전
    옵션
    • 창작글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tyle="width:240px;height:152px;" alt="d.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3/1488779271bc3664a16ccd4e8ab1572cba71344f59__mn719979__w580__h385__f18212__Ym201703.jpg" filesize="18212"></div> <div><br><strong>이별 10분 전</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가로등이 여우불처럼 일렁이며 술취한 나그네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도시의 밤.<br>난 지금 가로등이 비춰주는 그 도시의 길을 걷고 있다. <br> <br>술에 찌들어 난잡한 리듬으로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발을 움직여 대고 있다.<br> <br>내가 왜 술을 마신 건지, 누구랑 마신 건지, 어떻게 집으로 온지도 모른 채 그저 하염없이 걷고만 있다.<br> <br> <br>주변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하다.<br> <br>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주변이 어쩐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남자의 자존심이란 그보다 한층 더 어리석은 법이다.<br> <br>(남자가 이딴 거에 겁을 먹으면 안되지~)<br> <br>술기운인지 오기인지 모를 분위기에 난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br> </div> <div><br>"마음은 알았나 봐~ 발걸음이 느려져~"<br></div> <div> <br>한 소절을 끝마치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br> <br>(하.. 진짜 못 부르네~)<br> <br>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음색으로 가사만 힘차게 읊어 대는 내가 참 우스워 보였다.<br> <br>(들은 사람은 없겠지...?)<br> <br>난 주위를 둘러보며 나의 그 짧은, 민망한 공연에 본의 아니게 참석한 불행한 관객들이 있나 살펴보기 시작했다.<br> <br>다행히 갈 길 잃은 고양이들만이 돌아다닐 뿐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br> </div> <div><br>"그럼 그렇지, 12시 반에 누가 아파트 밖으로 나오겠어~"<br></div> <div> <br>난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며 다시 노래를 이어 나갔다.<br> </div> <div><br>"이별의 말을 하는 그 예쁜 얼굴, 나는~"<br></div> <div> <br>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똑같은 가사를 세 번째 부르기 시작했을 때쯤 집 앞에 도착했다.<br> <br> <br> <br><br>난 천천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br> <br>이어서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하얀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br> <br>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br> <br>피곤한 몸과 함께 잠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br><br> <br> <br> <br> <br>이른 여름 아침의 햇살이 얼굴에 비춰지며 감겨진 내 눈앞에서 흐릿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 댄다.<br> <br>난 그 성가신 빛줄기에 반강제적으로 눈을 떴고 이어서 무의식적으로 머리맡을 더듬었다.<br> <br>자고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찾는 것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생겨난 버릇이다.<br><br>그렇게 화면이 켜지자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단 한 통의 부재중 전화였다.<br> <br>(아! 맞다!)<br> <br>순간 어제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br> <br>여자 친구와의 다툼...<br> <br>누군가에겐 연인 사이의 흔한 말싸움 정도로 생각되겠지만 어제의 일은 결코 가벼운 말다툼이 아니었다.<br> <br>도저히 연인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말을 해대며 한 쪽을 헐뜯는 어제의 그 일방적인 대화는 단순한 사랑의 말싸움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br> <br> <br> <br> <br> <br>"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 번 말해 봐."<br> <br>"병신년아, 그거 하나 못 알아처먹냐?!! 미팅 가게 돈 좀 달라고!!"<br> <br>"너... 지금 그게 나한테 할 말이냐?" <br> <br>"아니, 그깟 미팅 가지고 왜 그렇게 정색하는데... 까놓고 말해서 내가 여자를 사귀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룻밤 재밌게 놀아보겠다는 건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br> <br>"나쁜 새끼..."<br> <br>"뭐..? 이런 개 같은 년이... 너도 솔직히 나 군대 가있을 동안 남자랑 안 놀았다는 증거 있냐?"<br><br>"하...됐다, 너무 힘들다... 이제 그만 하자."<br> <br>"그래~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신 연락하지 마라. 어차피 너말고도 만날 여자 널리고 널렸으니까."<br> <br> <br> <br> <br> <br>그 순간 내게 밀려오는 감정은 후회가 아닌 짜증이었다.<br> <br>(하아...미치겠네...)<br> <br>속으로 아무리 합리화를 하려 해도 어제의 일은 분명한 내 잘못이었다.<br> <br>난 연인 사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그 이상을 나갔다.<br> <br>허나, 그것이 악의를 가진 행동은 아니었다. <br>난 그저 내 감정과 생각을 그녀에게 전달했을 뿐이란 말이다.<br> <br><br>그렇게 앞으로의 복잡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는 와중에 순간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br> <br>그녀의 전화였다. </div> <div><br>잠깐 동안 그녀가 날 모니터링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6년이란 시간은 서로에 대한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이 그 뒤를 이었다.<br> <br>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여 초록색 아이콘을 옆으로 밀었다.<br> <br><br>"여보..세요..?"<br> <br>[어, 나야.]<br> <br><br>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그 멜로디에 순간 소름이 끼쳐 왔다.<br><br><br>"음.. 부재중 전..."<br> <br><br>그녀가 빠르게 말을 끊으며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br> <br><br>[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br> <br>(.....)<br> <br>[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br> <br>"혀..현아!"<br><br> <br>마치 내 목소리를 대화에서 지우려는 듯 끊어진 전화의 잡음이 귓가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br> <br>(하아.. 진짜 미치겠네)<br> <br>분명한 이별의 전조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불안도, 후회도, 슬픔도 아니었다.<br> <br>단지 지금의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귀찮음만이 맴돌 뿐이었다.<br> <br> <br>"하아..."<br> <br><br>자동적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br>앞으로 일어날 상황과 그 상황에서 내가 지어야 할 표정, 말투, 눈빛 등이 너무나 귀찮게 느껴졌다.<br> <br>(그래도 나가긴 해야겠지..?)<br> <br>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br> <br> <br> <br>샤워기의 온수가 온몸을 타고 흘러간다.<br> <br>방금 전 그녀의 전화만 없었다면 정말 완벽한 기분으로 완벽한 감각에 흠뻑 빠져 있을 텐데...<br> <br>그렇게 빠른 샤워를 마치고 난 외출 준비를 했다.<br> <br>(귀찮은데 대충 입자...)<br> <br><br>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 난 문득 거울을 바라봤다.<br> <br>거울에 새겨진 또 다른 나의 얼굴엔 슬픔이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br>아니 오히려 권태로운 사람의 일그러진 표정이 새겨져 있었다.<br> <br>그런 나의 감정에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딱히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br> <br>나 말고도 이런 남자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br> <br> <br> <br> <br> <br>밖은 여름이 저물고 다시 가을이 떠오르는 듯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오고 있었다.<br> <br>(벌써 가을인가...)<br> <br>카페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br> <br>Book&Coffee란 이니셜이 새겨진 간판 아래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리창.<br>그 투명한 벽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br> <br>설레였던 긴 생머리의 뒷태는 이젠 그저 길거리의 흔한 여성의 뒷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br> <br>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br> <br>그 얼굴엔 눈물도, 분노도, 아쉬움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곳에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은 단지 체념의 흔적뿐이었다.<br> <br>난 테이블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br> <br>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br> <br> <br>"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br> <br>(첫번째 기억이라...)<br> <br>"너랑 처음으로 만난 곳."<br> <br> <br>그녀가 무표정한 시선으로 밖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br> <br> <br>"저 길 건너에 있는 도서관... 기억나?"<br> <br>(하아... 귀찮게 하네...)<br> <br>"너랑 첫 데이트한 곳."<br> <br> <br>그녀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날 비껴가고 있었다.<br> <br> <br>"저기 지나가는 11번 버스... 기억나?"<br> <br> <br>이번엔 따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br> <br>그 길고도 짧은 침묵을 깬 것은 내가 아닌 그녀의 목소리였다.<br> <br> <br>"너랑 나랑 처음으로 다툰 곳.. 그때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서로 막 싸웠잖아."<br> <br> <br>그녀가 이번엔 내 눈동자로 시선을 돌렸다.<br> <br> <br>"어제 일... 기억나?"<br> <br>(.....)<br> <br>"어."<br> <br><br>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복잡한 눈빛을 머금은 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을 뿐이었다. <br> <br>그 무거운 침묵을 깬 것 또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br> <br> <br>"우리가 함께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그 기억들... 전부 생각나?"<br> <br> <br>난 묵묵히 그녀의 눈만을 바라봤다. 아니, 그 눈 아래의 작은 연못을 바라봤다.<br> <br> <br>"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br> <br> <br>그녀의 눈에 담겨 있던 연못은 이미 제 몸을 흘러넘쳐 아래로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br> <br>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허나, 그것은 결코 그녀의 눈물과 같지 않았다.<br> <br>난 알고 있었다, 내가 흘린 눈물은 거짓된 감정의 가면이었다는 것을.<br> <br> <br>"잘 가..."<br> <br> <br>그녀는 그 짧은 한 마디를 마치고 그대로 카페를 나섰다.<br> <br><br><br>난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br><br>허나, 그것은 이별의 쓰라림 때문이 아니었다.<br><br>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감정은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자유의 환희였다.<br> <br>(이제 자유야!! 내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사라졌어!!)<br> </div> <div><br>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은 뒤에서야 난 비로서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br> <br>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br> <br>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보다 더한 해방감 때문에 별로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br> <br>그렇게 달콤한 자유의 쾌락을 느끼며 카페를 나서는 그 순간, 밝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새하얀 빛이 내 눈을 덮쳐 왔다.<br> <br> <br> <br> <br>"뭐...뭐야?!!"<br> <br>어디서 온지 모를 그 밝은 빛에 난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허나, 그 감겨진 눈의 검은 시야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빛은 강렬했다.<br> <br>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감겨진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그 빛이 희미해졌다고 느껴질 때쯤 난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br> <br>그리고 난 내 앞의 그 광경, 아니 내 감각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br> <br> <br> <br>나는 어딘가에 누워 있었다. <br><br><br><br>아침에 내가 일어났던 침대 위에서 다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br> <br>(뭐..뭐야 이게?!!)<br> <br>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음부터 꿈이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느끼고 있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br> <br>난 몸을 일으키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br> <br>(뭐야 파..팔이..)<br> <br>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팔과 손은 계속해서 핸드폰을 사용할 뿐 내가 내리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br> <br>순간, 익숙한 전화벨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현이의 전화였다.<br> <br>곧 손가락이 아이콘을 밀며 입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br> <br> <br> <br> <br>"여보..세요..?"<br> <br> <br>(뭐야 왜 목소리가 멋대로..)<br> <br>내 입과 혀과 멋대로 움직이며 힘없는 목소리를 흘려 댔다.<br> <br> <br>[어, 나야.]<br> <br> <br>그에 이어지는 또다시 듣는 그녀의 목소리.<br> <br>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이 상황에서 내 의지를 무시하며 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br> <br> <br>"음.. 부재중 전..."<br> <br> <br>이윽고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br> <br> <br>[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br> <br> <br>"혀..현아!"<br> <br> <br>난 이 상식을 넘어선 상황에 한동안 멍을 때렸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며 온몸의 감각이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br> <br> <br> <br> <br> <br>기분 좋은 느낌의 따뜻한 물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흘러갔다. <br> <br>하지만 내 머리는 지금 그런 감각을 느낄 여유따윈 없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분석하느라 다른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br> <br>(도대체 이게...)<br> <br>내 몸은 잘 움직이고 있었다. <br>샤워를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와 내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br> <br>허나,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저 몸이 멋대로 움직이며 내 명령 따위는 듣지도 않을 뿐이었다.<br> <br>마치 '나'라는 영혼이 이 의지없는 몸뚱아리에 갇혀 있는 듯한 그 괴리감은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br> <br> <br> <br>얼마나 지났을까, 내 몸은 어느덧 옷을 다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br> <br>거울을 보는 행위 자체는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난 그곳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br>그렇게 보인 거울 속의 이미지에 또 한 번 정신이 아득해졌다.<br> <br>(이게 뭐야...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br> <br>사실 난 이 몸이 내 몸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br> <br>허나,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br> <br>거울에 담겨있는 상은 완벽한 나의 모습이었다.<br>이 괴리감과는 완전하게 모순적으로, 변함없는 내 모습이 그곳에 맺혀 있을 뿐이었다.<br> <br>머리가 멍해졌다.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br> <br>생생하게 이것이 현실임을 알려주는 나의 감각과, 그에 대응하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서로 충돌하며 내 머리를 난잡하게 어지럽혀 댔다.<br> <br>그렇게 반쯤 의식이 흐릿해진 상태로 내가 도착한 곳은 10분 전에 내가 나왔던 바로 그 카페였다.<br> <br> <br>(아까 그 카페잖아..?)<br> <br>내 몸이 카페에 들어가며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br> <br>변함없이 차가운 그 얼굴, 그 체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br><br>그렇게 의지 없는 내 몸이 자리에 앉으며 그녀와의 두번째 이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br> <br> <br> <br> <br> <br>"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br> <br> <br>아까와 똑같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아까와 똑같은 음색의 말소리가 귀에 들려왔다.<br> <br> <br>"너랑 처음 만난 곳."<br> <br>(난 말하고 싶지 않다고..)<br> <br> <br>그러나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였다.<br> <br> <br>"저 길건너에 있는 도서관... 기억나?"<br> <br> <br>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br> <br> <br>"너랑 나랑 첫 데이트한 곳."<br> <br>(도대체 왜..)<br> <br>"저기 지나가는 11번 버스... 기억나?"<br> <br> <br>내 입은 따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br>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은 두 번씩이나 겪기에는 너무나 힘든 것이었다.<br> <br> <br>"너랑 나랑 처음으로 다툰 곳.. 그때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서로 막 싸웠잖아."<br> <br> <br>이번에는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br> <br>이어서 그녀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br> <br> <br>"어제 일... 기억나?"<br> <br>"어.."<br> <br> <br>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눈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녀의 행동은 그것이 다였다.<br> <br>한순간, 짧지 않은 침묵을 깨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br> <br> <br>"우리가 함께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그 기억들... 전부 생각나?"<br> <br> <br>또다시 그녀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br> <br> <br>"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br> <br> <br>뒤이어 내 눈에서도 거짓의 눈물이 흘러나왔다.<br> <br> <br>"잘 가..."<br> <br> <br> <br>등 뒤에서 카페의 그 흔한 출입문 소리가 들려왔다. <br> <br>그러나 아까처럼 내 몸은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내 머리도 지금의 상황을 받아드리지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제 기능을 정지하고 있었다.<br> <br>그러다 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다시 이성이 돌아왔다.<br>내 몸은 아까처럼 카페를 나서려 문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br> <br>그 순간 한 가지 생각, 아니 희망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br> <br>(그래! 이건 꿈이야! 난 그저 현이랑 헤어지고 나서 집에 와 잠을 자고 있는 거야. 저 문이 열리면서 이제 곧 잠에서 깨어날 거야!!)<br> <br>순간, 머리가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모든 근심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br> <br>(그래 이제 악몽에서 깨어나는 거야) <br> <br>문이 열리며 이전보다 더 밝아진 듯한 그 새하얀 빛이 다시 비쳐 왔다.<br> <br>감히 희망이라는 단어를 상징할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이 온몸을 적셔 왔다.<br> <br>난 그 빛에 내 모든 것을 맡기며 단지 이 '악연의 사슬'에서 벗어나길 기도할 뿐이었다.<br><br><br> <br> <br> <br>감겨진 눈이 떠지며 아까보다는 약한, 그러나 충분히 눈부신 푸른빛이 아른거렸다.<br> <br>(깬 건가..?)<br> <br>희망 따위는 없었다.<br> <br>(뭐...뭐야?! 끝난 거 아니였어?!!)<br> <br>난 또다시 그 빌어먹을 핸드폰을 만져 대고 있었다. <br><br>이것이 비록 세 번째로 반복하고 있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내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었다.<br> <br>(뭐야 파..팔이...)<br> <br>팔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br> <br>아까까지는 그래도 감각은 느껴지긴 했지만 이젠 그 감각 마저도 사라져버린 것이다.<br> <br>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하는 감촉도, 핸드폰을 들고 있는 팔의 저림도, 심지어 내가 숨을 쉬고 있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br> <br>(뭐..뭐야 살려줘...)<br> <br>마치 산 채로 관에 갇힌 듯한 답답함, 그리고 공포감이 머릿속을 가득 메어오기 시작했다.<br> <br>공포를 넘어 패닉 상태에 다다른 그 순간, 어김없이 변함없는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여보..세요..?"<br> <br> <br>극한의 두려움으로 인해 이젠 내 목소리 마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br> <br> <br>[어, 나야.]<br> <br>"음... 부재중 전.."<br> <br>[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br> <br>"혀..현아!"<br> <br> <br>전화가 끊어지자 내 몸, 아니 내 몸이었던 그 몸뚱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br> <br> <br> <br>(도대체..)<br> <br>머리에서부터 발끝으로 온몸에 물이 흘러갔지만 난 그 감촉을 느낄 수가 없었다.<br> <br>이 모든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모든 게 원상태로 돌아와 있을 것만 같았다. <br> <br>그러나 난 눈을 감는 행위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br>내 몸에서 내게 허락된 것은 보고, 듣고, 맡고, 두려워 하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br> <br> <br> <br> <br> <br>Book&Coffee... 벌써 세 번째로 보는 그 간판이 익숙하게 느껴지기 보단 지옥으로 향하는 표지판처럼 느껴졌다.<br> <br>그렇게 천천히 가게에 들어서자 어김없이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br> <br>그 체념의 얼굴을 보자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br>공포가 분노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만큼 분노와 두려움은 서로 한끗 차이인 것이다.<br> <br> <br>(그래,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 이 개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데 너는 한가하게 앉아나 있어?) <br> <br>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사로잡던 공포가 이제는 오히려 내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만의 힘을 주었다.<br> <br>난 눈을 부라리며 그녀를 매섭게 쏘아봤다.<br> <br>허나, 그것은 헛된 행동이었다.<br>그녀는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있었으며, 애초에 내 몸의 통제권을 잃은 지금의 상황에서 내 눈빛이 결코 그렇게 보일 리가 없었다.<br> <br> <br> <br>"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br> <br>(또 시작이네 씨발)<br> <br>"너랑 처음으로 만난 곳."<br> <br>"저기 길 건너에 있는 도서관... 기억나?"<br> <br>(그깟 도서관 따위가 뭐가 중요한데?)<br> <br>"너랑 나랑 첫 데이트한 곳."<br> <br>"저기 지나가는 11번 버스... 기억나?"<br> <br>(그래, 내가 너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여줬던 날이지)<br> <br> <br>한순간의 침묵이 지나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br> <br> <br>"너랑 나랑 처음으로 다툰 곳.. 그때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서로 막 싸웠잖아."<br> <br> <br>말을 끝마치고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내 눈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br>제 감정을 미처 숨기지 못 하고 빠르게 흔들리는 그 눈동자가 매우 역겹게 느껴졌다.<br> <br> <br>"어제 일... 기억나?"<br> <br>(역겨운 년...)<br> <br>"어.."<br> <br>"우리가 함께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그 기억들... 전부 생각나?"<br> <br> <br>세 번째로 보이는 그녀의 눈물에 순간 마음이 흔들릴 뻔했지만 내 분노는 그보다 한층 더 격했다.<br> <br> <br>(도대체 뭐 어쩌라는 건데?)<br> <br>"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br> <br> <br>내 눈에서도 거짓의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난 그것을 원치 않았다.<br>아니 오히려 그녀 앞에서 당당하게 비웃어주고 싶었다.<br> <br> <br>(넌 날 아주 중요했던 사람으로 생각하나 본데, 난 아니야. 넌 그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에 지나지 않아. 넌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난 너따위 없어져도 아무런 신경도 안 쓴다고)<br> <br> <br>입이 움직일 수만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br> <br>그녀의 가장 깊숙한 기억 속에 자리잡아 평생을 따라다니며 심장을 쥐어뜯을 그 문장들을, 그녀의 귀에 똑똑히 들려주고 싶었다.<br> <br> <br>"잘 가..."<br> <br> <br>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br> <br>고개를 약간 숙인 그 실루엣이 한순간 문을 넘어 사라져버렸다.<br> <br>역설적이게 점차 작아지는 출입문의 딸랑거리는 소리가 어쩐지 아쉽게 느껴졌다.<br> <br>(벌써 가냐? 난 아직도 할 말이 남고도 넘쳐나는데?)<br> <br>갑자기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졌다.<br>마치 인형 안의 솜이 다 빠진 듯한 그 허전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br> <br>(씨발...욕을 더 해줬어야 했는데..)<br> <br>얼마 있지 않아 내 몸도 서서히 일어서며 어김없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br> <br>이젠 공포도 분노도 없었다. 헛된 희망도 품지 않았다.<br> <br>단지 이번에도 이별의 연극이 반복된다면, 그 이유를 밝혀내 이 거지 같은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겠노라고 마음 먹을 뿐이었다.<br> <br>그렇게 문이 열리며 익숙한 하얀빛이 눈앞에 펼쳐졌다.<br> <br> <br> <br> <br> <br>역시나 이 이별의 순환은 끝나지 않았다. <br> <br>또다시 보이는 내 방의 천장, 옆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나른한 햇빛,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br>변화는 없었다.<br> <br>(그래, 그럼 그렇지)<br> <br>난 이전과는 다르게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br> <br>책상 위에 너부러져 있는 토익책들, 아직도 옷걸이에 걸려 있는 지저분한 코트, 살짝 열려 있는 문까지... 완벽한 내 방의 모습이었다.<br> <br>(이게 진짜 내 방이라면...)<br> <br>난 문득 한 가지 가정을 설정했다.<br> <br>그것은 이곳은 비슷하긴 해도 실제의 내 방이 아니며 가상에 기초를 둔 임의의 공간이라는 가정이었다.<br> <br>이 가정에 따라 난 여러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냈다.<br> <br> <br> <br><이 상황에 대한 나만의 이론들><br> <br> <br>첫번째, 가장 단순하게 난 꿈을 꾸고 있다는 시나리오이다.<br> <br>난 현이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집에 와 잠을 잤고 지금 악몽을 꾸고 있다는 시나리오였다.<br> <br>가장 현실성 있는 생각이지만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br> <br>애초에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각몽을 꿔 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내 의지로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 따위를 알고 있을 리가 없다.<br> <br>이 이론의 경우, 단순히 현실의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br>즉,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br> <br> <br> <br>두번째, 내가 죽었다는 시나리오이다.<br> <br>가장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이지만 어느정도 타당성은 있다.<br> <br>이 이론은 전에 귀신에 관한 한 TV프로를 본 기억이 떠오르는 것에서 시작됐다.<br> <br>그 내용에 따르면, 귀신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고 계속해서 죽기 전에 했던 행동을 반복한다고 한다.<br> <br>즉, 난 카페에서 나가다 반응할 수 없는 어떤 사고에 의해 즉사했고, 어떤 미지의 공간에서 내가 죽기 전까지 했던 '기상-연락-준비-만남'의 단계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br> <br>이 이론의 경우,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br>난 언제까지 이 행동을 반복할지 모른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br> <br>하지만 그 절망만큼 의문점도 분명하다.<br> <br>그것은 일부 귀신들이 그렇듯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왜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가였다.<br> <br> <br> <br>마지막으로 내가 누군가의 저주를 받았다는 시나리오이다.<br> <br>삼류영화와 같은 이 시나리오는 세 가지 이론 중 가장 가능성이 낮고 나로서도 받아드리기 힘들다.<br> <br>그래도 정리를 해보자면 용의자는 현이 또는 현이의 가족, 지인들로 추정된다.<br> <br>만약 이 모든 것이 저주라고 가정하면, 그 저주는 대상에게서 몸의 통제권을 빼앗고 동시에 이 모든 반복되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br> <br>허나, 그것은 가능성이 더욱 낮아 현실성이 전혀 없으며 따라서 그 방식은 아마도 첫번째 시나리오와 일종의 관련성이 있다고 보여진다.<br> <br>즉, 나를 꿈속에 가두어 이곳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br> <br> <br> <br>순간, 소름이 끼쳐왔다. 그것은 난 결코 여기서 나갈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br> <br>(그..래...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br> <br>난 찝찝한 느낌을 떨치기 위해 머릿속을 천천히 비웠다.<br> <br>불안함과 회의감만 가득 안겨준 공상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주위의 풍경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br> <br> <br> <br> <br> <br>또다시 그 카페, 지루함만 반복되는 그 장소다.<br> <br>하지만 난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br> <br>현이 뒤쪽의 창문으로 비교적 한산한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br>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버스가 차례로 지나가며 그 뒤로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외제차 한 대가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었다.<br> <br>그 조화로운 도로에서 간혹가다 들려오는 경적 소리가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br> <br> <br> <br>이번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카운터를 바라봤다.<br> <br>그곳엔 두 명의 직원이 있었다.<br>한 명은 20대 초반의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30대 중반 정도의 여자였다.<br> <br>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학생은 제 옆의 여자의 눈치를 보며 음료를 만들고 있었고, 점장으로 보이는 키가 큰 여자는 카운터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간혹가다 입가에 미소를 지어 댔다.<br> <br>그 둘의 생생한 표정 하나하나가 사람 냄새를 풍겨 대며 이것이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br> <br> <br> <br>"어제 일... 기억나?"<br> <br> <br>그 소리에 난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내 눈 정면으로 보였다.<br> <br>난 그녀를 무시하고 의식적으로 시선을 내려 테이블 쪽을 바라봤다.<br> <br>테이블 위엔 입도 대지 않은 아메리카노 한 잔과 화면이 켜져 있는 그녀의 핸드폰이 있었다.<br> <br>그동안 노래를 듣고 있었는지 핸드폰엔 하얀색 이어폰이 연결돼 있었다.<br> <br>난 핸드폰 화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시켰다.<br> <br> <br><정준영-이별 10분 전 The Sense of an Ending><br> <br>그 아래의 || 모양의 아이콘을 통해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br><br>난 계속해서 화면을 바라봤다.<br> <br>어느덧 타이머가 4:26에 도달하며 노래가 끝나자, 시간이 다시 0:00로 리셋되며 같은 가사가 반복되기 시작했다.<br> <br>(이 노래만 듣고 있었구나...)<br> <br>어쩐지 나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그 핸드폰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게 있는 그 순간, 슬픔을 억제하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br> <br> <br>"잘 가..."<br> <br> <br> <br>한순간, 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제 앞의 남자를 무심하게 지나친다.<br> <br>뒤이어 그녀가 지나가면서 남겨진 냄새의 자취가 남자의 코끝을 살랑살랑 간지럽힌다.<br>그에겐 익숙한 좋은 향기다.<br> <br>허나, 그것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br> <br>그 보이지 않는 꽃길이 점차 시들어가며 제 존재를 잃어간다.<br> <br>그러다 어느순간 그녀의 체취가 모두 사라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흔한 커피 냄새만이 허공에 맴돈다.<br> <br> <br> <br>내 몸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지만 내 자아는 아직도 테이블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br> <br>(도대체 뭐지... 내 이론이 맞는 걸까 아니면 틀린 걸까?)<br> <br>머릿속에선 수많은 생각,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지만 내 몸은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을 놀리고 있었다.<br> <br>(한 번 더 확인을 해봐야겠어)<br> <br>난 다시 머리를 비우고 몇 초 후에 펼쳐질 그 순환의 한 주기에 대비해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br> <br> <br> <br>「눈앞을 가리는 역설적인 빛이 비쳐온다.<br> <br>한 존재가 모든 방향에서 오는 그 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br> <br>그렇게 또 한 번 문이 열리고 닫혔다.」<br> <br> <br> <br> <br> <br>....이것이 벌써 몇 번째 반복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br> <br>이젠 시간의 흐름 마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감각이 망가져버렸다.<br> <br>도저히 모르겠다. 각각의 주기에서 그 어떤 차이점도 알아낼 수가 없다.<br>완벽하게 똑같은 공간, 소리, 리듬, 그리고 사람들... 수십 번 반복된 그 모든 상황들이 내 정신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br> <br>점점 내 자신을 인지하기가 힘들다. <br> <br>서서히 기억이 잊혀져 간다.<br>내 이름, 나이, 성격, 취향, 가족... 그 모든 것들이 내 기억에서 천천히 잔인하게 사라져 간다.<br> <br>허나, 모든 기억이 사라지진 않는다.<br> <br>허무하게 부서져 내리는 내 다른 기억들과는 달리, 그녀와의 기억은 이 이별의 순환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견고해진다.<br> <br>도대체 왜?..<br> <br> <br> <br> <br> <br>"여보..세요..?"<br> <br>[어, 나야.]<br> <br> <br>익숙하지만 어쩐지 멀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음... 부재중 전.."<br> <br>[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br> <br> <br>목소리가 매우 차갑게 느껴졌다.<br> <br>(옛날엔 장난기 섞인 귀여운 목소리였는데..)<br> <br> <br>[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br> <br>"혀..현아!"<br> <br> <br>카페.. 고작 두 글자밖에 되지 않는 단어 하나가 내 마음 어딘가를 난잡하게 만들었다.<br> <br>6년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했다. <br> <br>그녀를 만난 첫 장소가 바로 방금 말한 그 카페였다.<br> <br>우리 둘의 시작은 우리의 연애가 늘 그랬듯이 장난기가 넘쳐났다.<br> <br> <br> <br>한 여학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학생을 바라본다.<br> <br>그녀의 입술이 작게 떨리는 것을 보니 그녀가 곧 무슨 말을 꺼낼 것처럼 보인다.<br> <br> <br>"저기 혹시 OO고 학생이세요?"<br> <br> <br>갑작스러운 낯선 이의 질문에 그가 잠시 당황하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자신의 붙임성 좋은 성격을 드러낸다.<br> <br> <br>"아..네."<br> <br>"아~ 반가워라. 지금 입고 계신 교복이 우리 학교 교복이더라구요. 그런데 명찰이 안 달려 있어서 몇학년인지를 모르겠네."<br> <br>"아 전 2학년이에요."<br> <br>"어? 나랑 동갑이네? 근데 넌 몇 반이야?"<br> <br> <br>그녀가 갑자기 말을 놓자 남자의 머릿속은 잠시 혼란해져 그의 문법이 오류를 일으킨다.<br> <br> <br>"어.. 전 9반인데.. 그러면 넌?"<br> <br> <br>그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에 그녀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br> <br> <br>"뭐야 말투가 왜 그래, 겁나 웃기네."<br> <br> <br> <br>그렇게 우리는 어색함을 깨는 웃음과 함께 시작했다.<br> <br>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카페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공부, 아니 잡담을 해댔고 그렇게 서로 가까워졌다.<br> <br>지금 생각해 봐도 참 어이가 없고 웃긴 상항이었다.<br> <br> <br> <br>현이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는 동안 내 몸이 샤워를 다 끝냈다.<br> <br>다시 옷을 대충 입고 나갈 준비를 마친 내 몸뚱아리가 거울을 향해 돌아봤다.<br> <br>그러자 내 얼굴이 그 투명한 평면에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br>내 시선은 차례로 입, 코, 그리고 눈을 거쳐 눈썹에서 그 여정을 마쳤다.<br> <br>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녀와의 기억은 내 몸에도 새겨져 있었다.<br> <br> <br>"현아.. 나 눈썹이 너무 못생겨서 고민이야.."<br> <br>"뭐? 눈썹?"<br> <br>"어.. 나 그래서 항상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잖아."<br> <br>"그러게, 생각해보니 난 너 눈썹을 본 적이 없네. 그러니 이마 한 번 까봐."<br> <br>"아 근데 진심 놀리지 마라."<br> <br>"푸하하하핫~ 와 진짜 무슨 눈썹이 그렇게 생겼냐. 내 눈썹을 한 번 봐봐. 난 이렇게 예쁘게 있는데~"<br> <br>"아니 진짜 놀리지 말라고 나 심각해."<br> <br>"잠시만 그대로 눈 감고 기다려봐. 내가 진짜 멋있는 눈썹 그려줄게."<br> <br> <br>순간, 피식 웃고 싶었지만 난 내 의지대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br> <br>그 뒤의 기억은 항상 그랬듯이 웃음만이 가득했다.<br> <br>결국 그녀의 그림은 이마를 기는 웬 송충이 두 마리로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서로 배가 아플 때까지 웃고 또 웃었다.<br> <br>(진짜 그때 현이 엄청 웃었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엔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br> <br> <br><br><br> <br>"여기에서의 첫번째 기억 생각나?"<br> <br> <br>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내 앞엔 그녀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br> <br>(뭐야, 내가 언제 카페까지 들어온 거지?)<br> <br>이런 생각도 잠시, 이내 다른 모든 잡다한 생각들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내 머리는 곧 나와 내 앞의 현이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br> <br>이어서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흐릿한 감정에 휩싸인 채 난 멍하니 그녀의 얼굴, 아니 그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검은 커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br> <br>참으로 아름다운 흑빛 머리칼이다.<br> <br>(예쁘네..)<br> <br>또 다른 기억 하나가 막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이었다.<br> <br> <br>"나 머리카락 너무 긴 것 같지 않아?"<br> <br>"뭔 소리야 적당한데? 그리고 난 너가 단발이든 긴 머리든 다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그러다 스트레스 받아."<br> <br>"그래? 음.. 그럼 딱히 너가 원하는 헤어스타일 있어?"<br> <br>"나? 음.. 난 앞머리랑 옆머린 남겨두고 뒷머리만 묶은 머리가 좋던데."<br> <br>"그거야 쉽지. 잠시만 눈 감고 있어 봐."<br> <br>"짠~됐어, 눈 떠 봐. 어? 뭐야 왜 말이 없어? 너무 예뻐서 기절해버렸냐?"<br> <br> <br>그때의 그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br> <br>자신의 수줍음을 감추려는 듯 일부로 장난스런 말만 내뱉던 나만을 위한 여신..<br>그녀의 볼에 떠오른 두 개의 붉은 달과 장난스러운 눈웃음이 섞인 그 얼굴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br> <br> <br> <br><br><br>"잘 가..."<br> <br>(어? 뭐..뭐야 벌써?)<br> <br>(잠시만 기다려줘, 나 아직 너한테 말도 제대로 못 했다고...)<br> <br>이런 내 맘을 무시하듯 그녀는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br> <br>그와 함께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감정에 어쩐지 가슴이 메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br> <br>(그래.. 내가 잘못했지..)<br> <br>점차 작아지는 출입문의 종소리와는 달리 내 죄책과 후회의 감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br> <br>6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했던 그 모든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곳에 서 있는 나와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br> <br>그 모든 그림에서의 나의 모습, 아니 어리석었던 나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서로의 추억들이 물 한 방울에 잿빛으로 얼룩져 갔다.<br> <br>감각을 느낄 수 없음에도 어쩐지 가슴이 아파 왔다.<br> <br>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눈이 흐려지며 동시에 뜨거워졌다.<br> <br>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았다.<br> <br>허나, 이제 와서 그것을 알게 되었다 해도, 그것은 그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br> <br>이미 너무 많이 늦어버렸다.<br> <br>그럼에도 난 그 무의미함이 싫어 제발 다시 한 번 문이 열리며 이 '이별의 순환'이 계속되길 기도할 뿐이었다.<br> <br> <br> <br> <br>  <br><제 1막 : 시간><br> <br> <br><br>이제 막 잠에서 깬 한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불안한 기색으로 연인의 전화를 받는다.</div> <div> </div> <div>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차갑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div> <div> </div> <div> </div> <div>[일단 10분 뒤에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div> <div> </div> <div>"혀..현아!!"</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전화가 끊어졌지만 그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br> <br>6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마음을 나눠 왔음에도 이번 만큼은 그도 그녀의 마음, 감정, 생각을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br> <br>이 갑작스런 약속에 그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br> <br>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이 지루한 일상적인 과정이 그에겐  어쩐지 두렵게 느껴진다.<br> <br>그렇게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그곳에 담긴 또 다른 자신에게 그가 간절히 외쳐 댄다.<br> <br>(그래, 별일 없을 거야..별일 없을 거야...)<br> <br> <br> <br>집에서부터 카페로 가는 그 짧은 여정 동안 수만 가지의 생각, 감정들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어 온다.<br> <br>그러다 어느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약속의 장소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br> <br>허나,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그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져만 갔다.<br>1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는 그의 마음을.<br> <br> <br> <br> <br> <br><제 2막 : 후회><br> <br> <br><br>"어서 오십시오~"<br> <br>차가운 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서자 알바생이 힘차게 인사를 해댄다. 이별의 장소엔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다.<br> <br>그렇게 자리에 찾아가 앉자 그녀의 얼굴이 내 두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br> <br>그 얼굴을 보자 반가움과 상실감이 섞인 오묘한 감정이 마음속을 어지럽혀 댔다.<br> <br>이런 나와 달리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게서 시선을 돌린 채 입을 열기 시작했다.<br> <br> <br> <br>그녀가 첫 만남에 대해서 묻는다. 이어서 첫 데이트, 처음으로 싸운 날에 대해 묻는다.<br> <br>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말, 난 도저히 그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나지 않는다.<br> <br>하지만 봐야 한다.<br> <br> <br>"우리가 함께 한 시간.. 그 6년이란 기억, 아니 이젠 추억이 될 기억들... 전부 생각나?"<br> <br> <br>그녀의 음색이 불규칙하게 흔들려 댄다. <br> <br>고통스럽다. <br>그녀의 목소리에서의 작은 떨림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짓이기는 듯하다.<br> <br>그녀에게 말해야만 한다.<br>후회의 말이든 작별의 말이든 무엇이든 말해야만 한다.<br> <br>하지만,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br>무슨 말도, 어떤 표정도 지을 수가 없다.<br> <br> <br>"그 추억을 이렇게 끝마쳐야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그렇지..?"<br> <br> <br>그녀의 적갈색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요동치며 눈아래서 볼을 따라 저만의 물길을 만들기 시작한다.<br> <br>그에 따라 내 눈도 그녀와 똑같은 방식으로 제 감정을 드러낸다.<br> <br>붙잡아야 한다. <br>울면서라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라도 그녀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br> <br> <br>"잘 가..."<br> <br> <br> <br> <br> <br><최종 막 : 마지막><br> <br> <br><br>끝이다. <br> <br>6년의 기억들이 생기를 잃은 채 모두 가슴 속에 묻혀진다.<br> <br>돌아선 그녀의 뒷모습, 저 멀리서 마지막으로 보일 그녀의 실루엣이 너무나 두렵다.<br> <br>이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게 내겐 너무나 잔인하다.<br> <br>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보고 싶다.<br>다시 한 번 문이 열리며 그 하얀 빛이 비쳐 왔으면...<br> <br> <br> <br> <br> <br>「붉은 커튼 한 쌍이 펼쳐지며 무대를 가린다.<br> <br>이윽고 갈 길 잃은 무대의 빛들이 어두운 관객석으로 그 방향을 돌린다.」<br> <br>갑자기 비쳐오는 빛에 사람들의 눈이 성하지 않다. 몇몇은 눈물 마저 흘린다.<br>허나, 장담컨데 그들의 눈물은 결코 빛 때문이 아닐 것이다.<br> <br> <br> <br>"인형극이라 해서 유치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밌네?"<br> <br>"그치? 내가 오빠한테 이거 인기 엄청 많다고 했었잖아."<br> <br>"어, 맞아 그랬었지. 되게 재밌는데 또 굉장히 아련하네."<br> <br>"오빠, 우리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자."<br> <br>"당연하지.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겠어."<br> <br> <br>한 커플이 서로 간의 신뢰를 맹세하며 밖으로 나선다.<br> <br>그들은 만남을 시작한 지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br> <br>그들의 믿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겁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듯하다.<br> <br> <br> <br> <br> <br>"아~ 얘들아 정말 고생 많이 했다."<br> <br>"선배님도 무대 조절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br> <br> <br>대략 10명의 사람들이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서로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br> <br>한편 서로 호흡을 맞추었던 남녀 한 쌍이 기분 좋게 그들만의 대화를 시작한다.<br> <br> <br>"와~힘들어도 보람 있는 공연이었다."<br> <br> <br>남자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럽다.<br> <br> <br>"너도 수고 많이 했어~ 그런데 이번 공연이 몇 번째 공연이지?"<br> <br> <br>여인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매력적이다.<br> <br> <br>"음.. 아마 24번째일걸?"<br> <br>"와~많이도 했다, 그치?"<br> <br>"그러게. 그럼 이 친구 벌써 24번이나 이별을 겪은 거네?"<br> <br>"뭐야~ 너 설마 그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br> <br>"그냥 얘 눈이 공연을 할 때마다 뭔가 더 슬퍼지는 것 같아서."<br> <br>"에이~ 그냥 느낌이지 뭐."<br> <br>"정말 그럴까?"<br> <br>"됐고, 오늘 너랑 나랑 약속 있는 거 알지? 무대 정리 마무리하고 우리 만나던 카페에서 보자~"<br> <br>"어, 알겠어. 있다가 보자~"<br> <br> <br> <br> <br> <br>한 쌍의 인형이 같은 상자에 나란히 들어간다.<br> <br>허나, 그 둘은 각각 상자의 끝과 끝으로 나누어 배치된다.<br> <br>비록 남녀 인형 한 쌍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그렇게 하면 서로 간의 실이 얽혀 다음 인형극에 쓰지 못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br> <br>그래도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br> <br>둘 사이의 여러 잡동사니들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 둘은 분명히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br> <br>인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둘의 모습이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진다.<br> <br>그러나 이것이 엔딩은 아니다.<br><br>다시 며칠이 지나면 그들은 상자에서 나와 다시 빛을 보고 다시 생명을 얻을 것이다.<br> <br>10분 후에 있을 그 이별을 또 한 번 준비하기 위해.<br> <br> <br> <br> <br> <br>-끝-<br> <br> <br></div>
    출처 그림 출처 http://cy.cyworld.com/home/26294292/post/4BD9C158CF15753714728401
    bsn의 꼬릿말입니다
    ♫ 정준영-이별 10분 전 The Sense of an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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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07 17:36:39  221.167.***.160  꼬다르레기  473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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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7/03/08 01:18:02  222.97.***.182  Azir  3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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