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대략 3년 전쯤 이야기다.</div> <div><br></div> <div>그 무렵,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구직 활동과 논문 작성에 시달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마침 여름방학이겠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생각에 토호쿠 각지를 여행해 보기로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차를 타고 혼자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이었다.</div> <div><br></div> <div>기분 내키는대로 훌쩍 적당한 데 들르기도 하고, 운전하다 지치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낮잠도 잤다.</div> <div><br></div> <div>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던 셈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첫날은 그저 토호쿠를 북상해, 아오모리 국도변에 있는 편의점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div> <div><br></div> <div>그 다음날은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div> <div><br></div> <div>네부타 축제도 보고, 상가에서 쇼핑도 하고 실컷 놀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틀째 밤.</div> <div><br></div> <div>아키타현 어느 도로에 접어들었는데, 근처는 이미 어둑어둑했다.</div> <div><br></div> <div>차 안 디지털 시계는 밤 10시가 지났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잡음이 끼어, 지직거리는 소리가 기분 나빴다.</div> <div><br></div> <div>나는 라디오를 끄고 내비게이션에 눈을 돌렸다.</div> <div><br></div> <div>당연히 주변은 전혀 모르는 지명투성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싶었지만, 길가에 서 있는 표지판과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계속 국도를 타고 남하했다.</div> <div><br></div> <div>한동안 나아가니, 왼편에 몹시 좁은 산길이 산 안쪽으로 이어져 가는 게 보였다.</div> <div><br></div> <div>이 앞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져, 나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대로 좌회전에 그 길로 접어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길은 얼마 안 가 비포장으로 바뀌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빛이라곤 전조등 뿐인 길을 나아갔다.</div> <div><br></div> <div>타이어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나는 적당히 돌아갈 생각에 유턴할만한 장소를 찾았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앞에 낡아빠진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해 넘게 방치되어 있던 헛간 같은 모습이었다.</div> <div><br></div> <div>군데군데 나무로 된 벽이 썩어 떨어져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양새다.</div> <div><br></div> <div>밖에서 보기로는 고작해야 다다미 6, 7장 정도 크기 정도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무튼 왠지 기분이 나빴다.</div> <div><br></div> <div>다행히 유턴할 정도의 공간이 옆에 있었기에, 나는 신중히 후진해서 방향전환에 나섰다.</div> <div><br></div> <div>그 순간, 갑작스레 오두막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덜컹, 덜컹, 쾅, 타닥, 쾅.]</div> <div><br></div> <div>목재 여러개가 서로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였다.</div> <div><br></div> <div>등골에 소름이 끼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기대어 세워둔 목재가 우연히 넘어지는 소리 같기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div> <div><br></div> <div>무언가가 오두막 안에서 움직이며 집안 물건과 부딪혀 나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주변이 어두캄캄한데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기에 더욱 무서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서둘러 돌아나서려고 핸들을 돌리다, 무심코 오두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div> <div><br></div> <div>마침 무언가 새까만 녀석이 오두막 안에서 나오려던 찰나였다.</div> <div><br></div> <div>그 녀석의 몸은 털이 가득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새까맣고 긴 털이 온몸에 빽빽하게 나 있어서, 마치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본 설인을 연상케 했다.</div> <div><br></div> <div>초등학생 정도 키인데다 얼굴까지 털이 가득해, 이목구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가까이 했다가는 큰일 날 거라는 위험한 분위기가 풍겼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폭포처럼 흘렀다.</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뭐라고 할까, 악의 같은 가벼운 게 아니라, 재난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순간이라도 빨리 거기서 도망치려 했기에,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정신을 차리자 근처 현 셀프 주유소에 있었으니까.</div> <div><br></div> <div>나는 그대로 샛길에 눈도 주지 않고, 국도를 타고 내려와 바로 집에 돌아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집 주차장에서 트렁크를 열자, 작은 날벌레 시체가 엄청나게 들어있었다.</div> <div><br></div> <div>세차용 물통에는 갈색의 더러운 물이 한껏 고여있어, 거기에도 날벌레가 몇마리 모여있었다.</div> <div><br></div> <div>물이 있는 장소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고, 애시당초 여행을 시작한 이래 트렁크를 연 적도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로부터 한동안은 비참한 나날이 이어졌다.</div> <div><br></div> <div>대학교 구내식당에 가면 국이 물통에 고여있던 갈색 물로 보여 마실 수 없다거나, 강의 때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작은 날벌레가 빽빽하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div> <div><br></div> <div>졸업 논문을 잠시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아직도 그 오두막에 있던 새까만 녀석의 악몽은 잊을 수가 없다.</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div> <div><br></div> <div>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기 한달여 전, 토호쿠 지방에서 꽤 위험하다고 악명 높은 심령 스폿에 갔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거기서는 별 일 없었는데...</div> <div><br></div> <div>이제 다시는 길 가다 샛길로 들어서지 않으리라 나는 맹세했다.</div> <div><br></div> <div>여러분도 담력시험하러 갈 때는 부디 조심하라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1144"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1144 </a>[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