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span style="font-size:9pt;">*방명록이나
[email protected]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span></div> <div>*이 이야기는 genasona3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제가 중학교 때 일이니 90년대 후반이겠군요.</div> <div><br></div> <div>당시 저는 의정부에 살았습니다, 가능동. </div> <div><br></div> <div>평안운수라는 버스회사 뒷쪽에 살았는데, 삼촌댁도 그 근처여서 주말이면 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과 어울려 놀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외삼촌댁에는 조그만 뒷산이 있었는데, 사실 산이라기보단 돌, 모래, 잡풀들 그리고 나무 몇그루로 된 조그만 언덕이였습니다. </div> <div><br></div> <div>우리는 그 곳을 "빡빡산" 이라고 부르며 메뚜기, 잠자리도 잡고, 모래썰매도 타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div> <div><br></div> <div>일종의 자연 놀이터인 셈이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빡빡산을 기준으로 오른편엔 삼촌댁이 있는 주거지역이 있었고, 왼편은 숲이 우거진 산이었습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숲이 우거진 산과 빡빡산 사이에는 동네주민들이 가꿔놓은 텃밭들이 크게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친구들과 사슴벌레 잡으러 갈 때면, 텃밭을 5분정도 가로질러 숲까지 걸어가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아이들이 그렇죠.</div> <div><br></div> <div>무언가에 푹 빠져있다가도 금세 다른곳으로 관심이 넘어가잖아요.</div> <div><br></div> <div>우리는 팽이치기가 한참 유행하기 시작하며 한동안 빡빡산을 잊고 살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놀러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저녁은 삼촌댁에서 먹을거니까 놀다가 그리로 오라고 하셨습니다.</div> <div><br></div> <div>점점 날이 어두워지자, 저는 친구들과 다음날을 기약하며 삼촌댁에 갔습니다.</div> <div><br></div> <div>어머니와 외숙모님께서 식사 준비중이셨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버지와 외삼촌이 퇴근해 집에 오실때까지 밖에서 놀다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사촌동생과 밖으로 나섰습니다.</div> <div><br></div> <div>동생이 스케이트보드를 샀다길래 언덕에서 타보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빡빡산을 찾았습니다.</div> <div><br></div> <div>오랜만에 찾은 빡빡산은 더이상 제가 알던 그곳이 아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도로를 내기위해 언덕을 허물어 아스팔트로 덮힌 오르막길이 되어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언덕 중간까지 아스팔트가 깔려있었고, 언덕 위에서 보니 길 나머지는 숲이 우거진 산을 왼쪽으로 감싸듯 비포장으로 이어져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놀이터가 사라진 것보다, 스케이트 보드를 더 재밌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스팔트길까지 올라간 저희는 보드 위에 앉아서 내리막을 내려가는 시시한 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푸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던 그때, 날도 어둑해지고 생각보다 아픈 엉덩이에 동생과 두어번만 더 타고 집에 가자는 얘기를 하며 다시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div> <div><br></div> <div>우리가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앞은 정돈된 포장도로, 뒤는 몇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비포장 도로가 펼쳐져 있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일은 여기서 일어났습니다.</span></div> <div><br></div> <div>포장도로로 스케이트보드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앞을 보니, 하얀색 옷을 입은 누군가가 우리가 올라왔던 언덕길을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그 누군가를 스쳐 지나갔고 내리막 막바지에 멈춰섰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촌동생은 또 타자며 언덕으로 다시 뛰어 올라갔고, 저도 보드를 들고 동생을 따라갔습니다.</div> <div><br></div> <div>올라가면서 중간에 스쳐지나간 사람이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하얀색 블라우스에, 하얀색 긴치마가 땅에 닿을듯 말듯.</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br></div> <div>고개를 푹 숙여 흩내려진 긴 머리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아줌마나 할머니가 아닌 누나의 느낌이 나는 사람이였습니다.</div> <div><br></div> <div>하얀 옷은 저물어가는 해 때문인지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것 처럼 새하얬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누나는 터벅터벅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전 그 누나를 지나 언덕에서 사촌동생과 다시 보드에 앉았습니다.</div> <div><br></div> <div>[저 누나 뭐지?]</div> <div><br></div> <div>[몰라. 형, 얼른 출발하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또 그 하얀 누나를 스쳐 지나갔고, 내리막 끝에서 동생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타자고 졸랐습니다.</div> <div><br></div> <div>언덕길을 다시 올라가는 중에 다시 옆을 지나갔지만, 그 하얀 옷을 입은 누나는 아까처럼 고개를 숙이고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사촌동생도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는지, [형, 진짜 이거만 타고 얼른 집에 가자...] 라고 하더군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시금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언덕 오르막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고 숲으로 가는 거 같은데... </div> <div><br></div> <div>저기 갈 이유가 없을텐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쭈뼛쭈뼛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아, 언덕 중간에서 보드를 멈추고 언덕 오르막길을 올려다 봤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언덕길에 하얀 옷을 입은 누나는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왼쪽을 돌아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텃밭 너머, 수풀 사이 중간 나무에, 그 누나가 두손을 나무에 기댄채 고개만 오른쪽으로 돌려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보고 있는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텃밭의 거리가 멀어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시선이 느껴졌으니까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 제가 먼저 도망갔습니다. </div> <div><br></div> <div>언덕 내리막길을 내려와 한숨을 돌릴때쯤 사촌동생이 같이 가자며 눈물범벅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조금 진정이 되고, 내리막길 또랑에 빠진 스케이트보드를 찾아 다시 올라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1140">http://vkepitaph.tistory.com/1140</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