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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1262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2
    조회수 : 1475
    IP : 45.64.***.20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10/21 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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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청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거리 한가운데 서있는 남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남자는 전단지를 잔뜩 든 채 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광고전단지 였다면 다들 받지않고 무시하거나 받는둥 마는둥 곧바로 버렸을 테지만
     
    전단지의 맨 위에 써있는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제목 때문에
     
    다들 전단지를 받자마자 내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은 남자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관심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는지 남자가 전단지를 나누어 준게 오늘로 딱 일주일째이다.
     
    특별한 소득없이 기운없는 모습으로 남자가 자리를 뜨자 청년은 조용히 남자의 뒤를 따랐다.
     
     
     
     
    실례하겠습니다.”
     
    청년의 부름에 남자는 전단지가 든 커다란 가방을 고쳐 매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가?”
     
    남자의 경계심 서린 대답에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 전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청년의 대답에도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지우지 않으며 물었다.
     
    혹시 내 아들에 대한 건가? 아들을 직접 봤다거나.....”
     
    청년은 난감한 듯 시간을 끌다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급히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 놓고는 안에있던 전단지를 꺼내어 남자 앞에 내밀었다.
     
    여기 사진에 있는 이 아이? 나이는 열두살이고. 짧은 머리를 한 남자애일세.
     
    다시 한번 잘 보게. 이 아이가 확실한가?”
     
    남자의 반응을 예상했던 청년은 몇 번 심호흡을 하고는 훨씬 더 조심스러운 태도로 대답했다.
     
    . 선생님의 아드님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잠시간 이어진 침묵에 전단지를 들고있던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아드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청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거칠게 청년의 멱살을 잡았다.
     
    헛소리 말라며 욕설을 마구 퍼붓는 남자에게 청년은 똑똑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셨겠지만, 지금 죽은 아드님이 선생님 어깨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냥 정신나간 놈이었구만.”
     
    남자는 청년의 멱살을 놓고는 급히 바닥에 있는 가방을 주워들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란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에겐 죽은 사람이 보인단 말입니다.”
     
    남자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청년을 돌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집에나 가게.”
     
    그대로 몸을 돌려 멀어지려는 남자의 등뒤에서 청년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아드님 왼쪽 팔에 큰 점이 있죠? 왼쪽 눈 밑엔 상처가 있구요.”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코웃음을 쳤다.
     
    청년이 말한 것은 모두 며칠간 나누어준 전단지에 써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의 다음말에 남자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드님은 귀를 만지는 버릇이 있죠. 왼손으로 왼쪽귀 귓불을 만지는 버릇이요.”
     
    실제로 아이를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아들이 하는 말을 전해 줄 수 있겠나?”
     
    남자를 완벽하게 믿게 된 남자의 첫마디였다.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청년이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
     
    죄송합니다. 전 죽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들을 수 없어요. 그냥 모습이 보일 뿐입니다.”
     
    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곤 말했다.
     
    그런가? 아쉽구만.”
     
    청년이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남자가 이어서 말했다.
     
     
     
     
    어릴 때 애 엄마 도망가서 제대로 된 사랑한번 못 받아 보고,
     
    못난 아빠 밑에서 고생만 하다가 갔구만. 불쌍한 녀석.”
     
    청년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 후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가 죽은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남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그것만은 내 힘으로 알아보고 싶어.
     
    행여나 자네가 알아볼 생각하지 말게.”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고개를 돌려 남자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고맙네. 말꺼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지금이야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나중에라도 꼭 보답하겠네.”
     
     
     
     
     
     
    청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남자의 뒤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청년은 그저 허공을 바라보는 듯 보였지만
     
    청년에 눈엔 남자의 등에 매달리듯 붙어있는 짙은 회색으로 둘러쌓인 아이의 형체가 분명히 보였다.
     
    물론 놀라운 일이었지만 청년에게는 이렇게 눈을 떼지 못할 만한 일은 아니다.
     
    청년이 눈을 떼지 못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이는 죽은 이유라는 말이 나온 이후부터 계속 아버지만을 가르키고 있엇다.
     
     
     
     
    아이의 장례는 훌륭하게 치를 생각이네.
     
    내가 애타게 아이를 찾는 모습을 보고 금전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겼거든.
     
    직장이 마땅치 않아 힘들던 차였는데 고마운 일이지.”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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