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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080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2
    조회수 : 2250
    IP : 61.36.***.1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07/08 14:22:09
    http://todayhumor.com/?panic_89080 모바일
    버스 정류장
    옵션
    • 창작글

    늦은밤 텅빈 도로를 달리던 내 눈에 정류장에 서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모른척 그냥 지나갈 성격이 아니기에 난 천천히 정류장 앞에 멈춰서 조수석 창문을 내렸다.

     

    저기. 지금 버스 끊겼어요. 기다리셔도 안올거에요.”

     

    내 말에 여자는 약간 당황한 듯 대답했다.

     

    ? .. 그래요?”

     

    난감해 하는 그녀를 보며 다시 말을 건네었다.

     

    괜찮으시면 제가 좀 태워다 드릴까요? 어디로 가세요?”

     

    여자는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적지를 말해 주었다.

     

    . 마침 집 근처네요. 타세요. 근처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여자는 감사의 인사를 하며 차에 올랐다.

     

     

     

     

     

    늦은 시간에 어딜 다녀오는 길이세요?”

     

    그냥 산책이요. 요새 머리가 복잡하거든요.”

     

    그렇게 대답한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는게 다 그렇죠. 힘내세요. 다 잘될겁니다.”

     

    뻔하디 뻔한 말이었지만 다행히 그녀는 힘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잘될 것 같네요.”

     

    아까는 몰랐는데 웃고있으니 제법 미인이었다.

     

    게다가 저 미소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저기 근데 혹시 우리 어디서 본적 있나요?”

     

    의도치 않게 튀어나온 고전적인 내 말에 내가 더 당황 해버리고 말았다.

     

    멍청한 나를 속으로 욕하던 그때 그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금 작업 거시는 건가요?”

     

    여자는 내 말을 의도적으로 건넨 농담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곤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요즘 이상한 이야기가 도는데 혹시 알고 계세요?”

     

    이번에도 식상하기 짝이 없는 무서운 이야기였지만 다행히 그녀는 흥미를 느낀 듯 보였다.

     

     

     

     

     

     

    이 근처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시겠지만 여긴 차도 빨리 끊기고 인적도 드물잖아요.

     

    게다가 교통사고도 잦고 사건도 많이 일어나구요.

     

    왜 최근엔 이 근방에서 살인사건도 일어났다고 하잖아요.”

     

    적당히 겁먹은 얼굴을 기대하며 그녀를 슬쩍 쳐다봤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난 굴하지 않고 약간 목소리를 무겁게 한 후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본 귀신의 모습은 다 비슷해요.

     

    긴 머리를 늘어뜨려 얼굴을 가린채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길가에 조용히 서있거나 정류장에 조용히 앉아 있대요.

     

    여자는 자신의 붉은 원피스를 슬쩍 내려다보곤 웃으며 이야기 했다.

     

    이야기 지어내시는게 서투시네요. 지금 저 놀리시는거죠?”

     

    ? 아니에요. 진짜에요.”

     

    내 말에도 여자는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시덥잖은 남자의 유치한 수작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이 여자에게 난 바보같은 남자로 기억될 듯 했다.

     

    딱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여자에게 점수를 따려 한건 아니지만 왠지 쓴웃음이 나왔다.

     

     

     

     

    태워주셔서 감사해요. 그쪽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뻔 했네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나를 보며 이야기 했다.

     

    아니에요. 저도 오는길 심심하지 않고 좋았어요.”

     

    그녀는 기분좋게 웃은 후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또 뵙고 싶은데.”

     

    기쁨 보다는 당혹감이 밀려왔다.

     

    여자를 태워준건 순수한 호의일뿐 이런식의 전개를 기대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 죄송해요. 저 여자 친구 있어요.”

     

    여자가 머쓱해하거나 아쉬워 할 거라고 생각 했지만

     

    여자는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주섬주섬 휴대폰을 열어 여자 친구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사진을 잠시 들여다보더니 활짝 웃으며 이야기 했다.

     

    ... . 맞네요. 조만간 다시 뵐게요.”

     

    그녀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남기곤 가벼운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제 막 도착했다며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뒤 답장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메시지 창을 연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땅에 반쯤 묻힌 여자 친구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충격적인 모습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자친구의 휴대폰임을 확인한 나는 급히 전화를 받아 다급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뭐야. 너 괜찮아? 어떻게 된거야?”

     

    그냥 장난이라고 말하는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기대하며 휴대전화에 귀를 기울였다.

     

    [여자친구 있으시다구요?]

     

    방금 내려준 그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니에요. 3시간 전부터 없었어요.]

     

     

     

     

     

    뭐라고 소리치려 하던 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녀가 웃으며 휴대전화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태워다 주셔서 감사해요. 큰 짐 옮기고 묻느라 힘이 다 빠졌었거든요.

     

    갈때는 버스타고 어떻게든 갔는데 버스가 끊길 줄은 몰랐네요.”

     

    그녀는 웃으며 휴대폰을 닫고 말했다.

     

    항상 주변을 맴돌았는데 모르시네요. 좀 실망인데요?”

     

    여자의 얼굴이 익숙한 듯 느껴졌던게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제 저랑 만나실수 있겠네요. 방해꾼이 없으니까.”

     

    분노에 휩싸인 나를 보며 그녀는 전기 충격기를 꺼내들었다.

     

    싫으셔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도망치지 못해요.

     

    다리같은게 없어도 전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

     

    그녀는 한켠에 놓인 도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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