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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환상괴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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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6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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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867
    작성자 : 환상괴담
    추천 : 18
    조회수 : 1533
    IP : 112.185.***.13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6/09/26 00:52:30
    http://todayhumor.com/?panic_90867 모바일
    바다 위에 핏빛이 피었다 ㅡ 첫 번째 항차
    <div><3></div> <div> </div> <div>똑똑똑.</div> <div>선장실 출입문을 두드리는 높낮이와 간격에 따라서 방문자의 용건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짐작이 가곤 한다.</div> <div>말은 들어봐야 알 일이지만, 짐작하기엔 나쁜 쪽에 가까웠다.</div> <div> </div> <div>" 들어와. "</div> <div> </div> <div>왕이 허락했다.</div> <div>작은 사회, 세일러피아 왕국의 선장인 그의 집무실에 들어오기를 윤허했다.</div> <div> </div> <div>" Sir. "</div> <div> </div> <div>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는 어찌된 일인지 잔뜩 겁먹은 표정이었다.</div> <div> </div> <div>" 내가 무슨 일로 자넬 부른 것 같나? "</div> <div> </div> <div>" ... "</div> <div> </div> <div>" 안 들리나? "</div> <div> </div> <div>" 캡틴. 들립니다. "</div> <div> </div> <div>" 그게 대답이야? "</div> <div> </div> <div>" 그게... "</div> <div> </div> <div>" 두 말 할 필요도 없군. 어디부터 어디까지 아는지 하나도 빼놓지 말고 다 얘기해.</div> <div>만약 조금이라도 거짓을 보고한다면 다음 항구에서 배를 내리게 될 거야. 명심해. "</div> <div> </div> <div>" 캡틴! 제가 아는 건 아주 조금뿐입니다. 물론 안 좋은 일로 부르신 건 압니다,</div> <div>벌써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제가 아는 것에 대해선 모두 이야기하겠습니다. "</div> <div> </div> <div>" 뭘 알고 있지? "</div> <div> </div> <div>" 아시다시피 어제 선내 회식이 있었고 평소 회식에 참여하기 힘든 저녁 당직자들을 위해</div> <div>이등항해사와 이등기관사가 8시간 당직을 섰습니다. 저는 이등기관사의 당직을 보좌하는 기관원이구요. "</div> <div> </div> <div>" 그래서? "</div> <div> </div> <div>" 4시까지 연속된 당직을 마친 후 잠깐 눈을 붙였다가 7시에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상하게도 배가 고파 눈이 떠졌습니다.</div> <div>식당에 가자 어제 회식을 마친 뒤 자고 일어난 선원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삼등항해사가 술을 많이 마셨다고... </div> <div>갑판원들과 술 마시기 대결을 했다더군요. "</div> <div> </div> <div>" 계속해. "</div> <div> </div> <div>" 과음한 나머지 선원들에게 업혀서 방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저는 별 생각없이 이른 아침을 먹은 뒤</div> <div>바람을 쐬러 상갑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삼항사가 핸드레일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 ... "</div> <div> </div> <div>" 저는 속이 불편해서 토를 하는 줄로만 알고 어제 대단했다고 들었다는 농담을 했습니다. </div> <div>그런데 삼항사가 이상했습니다. 저를 겁내했고,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쳤어요. 자세히 보니 울고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 울고 있었다? 삼항사가? "</div> <div> </div> <div>" 예. 씻지도 않은 듯 했습니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었고 전혀 당직을 올라갈 채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div> <div>핸드레일을 넘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다가오지말라고 했지만 저는 그녀가 위험해보여서 다가갔고,</div> <div>그녀를 잡아당겼어요. 그러자 그녀는 보일러실 쪽으로 도망쳤습니다. "</div> <div> </div> <div>" 왜 보일러실이지? "</div> <div> </div> <div>"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겁에 질려있었어요. 뒤가 낭떠러지라는 사실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div> <div>제가 놀라 다가가자 그녀는 더 빠르게 도망쳤고, 손 쓸 틈도 없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div> <div> </div> <div>" 그 뒤에 어떻게 했지? "</div> <div> </div> <div>" 바로 조타실로 전화를 걸어 보고했습니다. 그 뒤 선내방송이 울렸고, 현장에 누구도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고,</div> <div>선장님께 호출을 받아 올라왔습니다. 제가 말한 건 모두 진실입니다. "</div> <div> </div> <div>" 하나 묻지. 어제 누가 삼항사를 방에 데려갔나? "</div> <div> </div> <div>" 갑판장과 갑판원 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아는 건 갑판장입니다. "</div> <div> </div> <div>" ... 우선 그 갑판원 둘을 파악해서 오라고 해. 그런 다음 자네는 당직을 서러가도록 해. "</div> <div> </div> <div>" 알겠습니다. 캡틴. "</div> <div> </div> <div>선장은 기관원을 보내고 난 뒤 깊은 고심에 빠졌다.</div> <div>선내 사망사고ㅡ.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그 충격은 언제나 끔찍했다.</div> <div>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조타실에서 하루 두 번은 꼭 만나던 동료의 죽음을 생각해보라.</div> <div>단순히 '선원 1명 사망'이란 문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이란.</div> <div> </div> <div>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불규칙하지만 빠른 속도로 노크가 들려왔다.</div> <div>놀라서 달려온게 분명했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 같은 소리다.</div> <div> </div> <div>" 들어와. "</div> <div> </div> <div>" 선장님. 제가 어제 삼항사를 데리고 방에 갔습니다. 조타수인 레니도 함께였습니다.</div> <div>삼항사는 여자 선원을 위해 잠금 장치가 별도로 설정된 방에 살고 있었으니 그녀가 가진 특수한 열쇠말고는</div> <div>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판장이 마스터키를 받아와서 열었습니다. 저희는 삼항사가 눕는 걸 본 다음</div> <div>다시 나왔습니다. "</div> <div> </div> <div>" 천천히 말해도 좋으니 정확하게 얘기해. 그럼 갑판장이 나오는 건 봤나? "</div> <div> </div> <div>" ... 그게. "</div> <div> </div> <div>" 못 봤나? "</div> <div> </div> <div>" 그, 마스터키를, 일항사가 받아오라고 해서... 갑판장 방에 갔었는데 갑판장은 방에 없었습니다. </div> <div>오늘 아침에 만나서 열쇠를 받은 다음 반납했습니다. "</div> <div> </div> <div>" 방에서 나온 다음엔 잤다는 이야기군. "</div> <div> </div> <div>" 예. 캡틴. "</div> <div> </div> <div>"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어. 삼등항해사는 오늘 아침에 울고 있었다지. "</div> <div> </div> <div>" ... 모르겠습니다. 술을 먹은 것 때문일지도요. "</div> <div> </div> <div>" 그녀의 방은 딱 세 사람이 열 수 있어. 나와 일항사가 각각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고, 그녀가 자신의 전용 열쇠를 들고 있지.</div> <div>그녀의 방 화장실에서 이게 나왔는데. 뭔지 보이나? "</div> <div> </div> <div>" 콘돔 아닙니까? "</div> <div> </div> <div>" 잘 아는군. 선원들에게 나눠준 콘돔이지. 선원들에게. 난 사관들이 외국에서 매춘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div> <div>아예 금지시켰지. 하지만 선원들에겐 굳이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어. 대신 콘돔을 나눠주라고 지시했지. 삼항사에게 말야. "</div> <div> </div> <div>" ... 예. 저도 받았습니다. "</div> <div> </div> <div>" 일인당 몇 개씩 줬나? "</div> <div> </div> <div>" 다섯 개입니다. "</div> <div> </div> <div>선장은 조타실로 전화를 걸었다. </div> <div>수습반을 꾸리느라 갑판원들과 함께 내려간 일항사 대신 이항사가 휴식 없이 10시간째 당직을 계속 서고 있었다.</div> <div> </div> <div>" 이항사. 선내에 방송해. 삼항사가 이번 항차에 나눠준 콘돔, 전부 다 가지고 오라고.</div> <div>갯수는 다섯 개. 사용했을리는 없어. 내가 알기로 이 배에 동성애자는 없으니까. "</div> <div> </div> <div>곧 선내방송이 울렸고,</div> <div>선장 앞의 갑판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div> <div> </div> <div>" 왜 가만히 서있나? 가서 가져와. "</div> <div> </div> <div>" 선장님! 저는, 그게-.. "</div> <div> </div> <div>" 자네가 죄가 없다면 갑판장을 불러 얘기하면 될 일이지. 가서 콘돔이나 가져와. "</div> <div> </div> <div>" 그냥 말하겠습니다. 대신 하선만은 시키지 말아주십쇼, 캡틴... "</div> <div> </div> <div>" 하선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걸 보니 각오는 된 모양이군. "</div> <div> </div> <div>그제야 선장은 다시 조타실에 전화를 걸어 방금의 명령을 취소시켰다.</div> <div>눈물을 흘리며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울고 있는 선원에게 벼락이 내려치듯 선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div> <div> </div> <div>" 네 우는 얼굴 보고 싶어서 부른 게 아니니까 울음소리 닥치고 얘기나 해! 삼항사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 "</div> <div> </div> <div>" 캡틴, 실수였습니다! 술에 취해서.. 술에 취해서 세 명이 돌아가며 삼항사를 겁탈했습니다.</div> <div>삼항사는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저희도 술은 취해있었지만... 하지만! 실수입니다. "</div> <div> </div> <div>" 실수? 판단은 뇌가 하는거지, 아랫도리가 하는게 아냐. 그건 실수가 아냐. 계획이었지.</div> <div>네가 저지른 모든 일을 보고해. 무슨 생각이었고, 어떻게 행동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div> <div>죗값은 피할 수 없을거다. "</div> <div> </div> <div>" 갑판장이 먼저 얘기한 겁니다, 그 사람만 아니었어도... 저희도 처음엔 정말 열쇠만 받기 위해서</div> <div>간 거였습니다. "</div> <div> </div> <div>선장의 고함소리가 그 뒤로도 몇 십번이나 D갑판을 쩌렁쩌렁 울려댔다.</div> <div>그 뒤를 이어 몇 명의 선원이 더 선장실을 들락날락거리고서야 오전의 사태는 종료되었다.</div> <div> </div> <div>" ... 다들 점심은 먹었나? 음식이 많이 남았더군. 조리장이 애써 요리한건데 아쉬운 일이지.</div> <div>하지만 오늘만큼은 이해해. 오늘 밥이 넘어가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div> <div> </div> <div>점심식사 후 당직자를 제외한 전 선원이 휴게실에 모여있었다.</div> <div>어제까지만 해도 왁자지껄한 회식이 펼쳐졌던 휴게실이 오늘은 장례식장에 가까울 정도로 침울해보였다.</div> <div>말하는 사람, 아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장뿐이었다.</div> <div> </div> <div>"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해당 인원들은 감옥에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div> <div>집에 처자식이 있는 점, 오랫동안 항해한 점을 감안하여 하선 대신 징계 수위를 높이는 걸로 할거야.</div> <div>사건에 연관된 당사자들은 계약기간 동안 상륙 금지다. 특히 갑판장. 부끄러운 줄 아시오. "</div> <div> </div> <div>갑판장의 낯빛이 흙처럼 어두웠다.</div> <div> </div> <div>" 다른 배로 전선을 시킬 수도 있어. 회사에서 쫓아내지는 않더라도 이 배에서 쳐다보고 싶지는 않으니까.</div> <div>하지만 이번 항차가 회사에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거요. 우리 회사 선단이 몇 번이고 안전검사에서 지적을 받았고</div> <div>이번에 우리가 받게 될 검사에서 한 번 더 지적당할 경우 회사 선단 전체에 대해 강도 높은 검사 명령과 함께</div> <div>회사의 신용 자체가 의심받게 되니까. 애써 쌓아놓은 위상이 검사에 걸리는 반나절만에 모두 무너질 수도 있지.</div> <div>선주들과 임원진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오. "</div> <div> </div> <div>선장은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더니, </div> <div>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린 다음에야 입을 뗐다.</div> <div> </div> <div>" 행위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징계하되, 결과 자체는 추락사야. 타살이 아니라, 실수에 의한 실족사.</div> <div>회사에는 실족사로 보고하고, 선내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에 대해선 징계위원회없이 구두로 말한 내용에 따라 징계하겠소.</div> <div>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짐승 같은 실수 때문에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청춘이 죽어야합니까? "</div> <div> </div> <div>갑판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div> <div>반성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조금 안도하고 있었다.</div> <div>대쪽같은 선장 성격에 당장 회사에 하선 요청을 하지나 않을까 우려했더니 이게 웬 떡인가.</div> <div>회사의 영업을 좌우할 중요 검사를 앞둔 덕에 몇 개월 남지도 않은 계약기간만 참으면 된다는 조건이라니?</div> <div>실실 미소가 나오는 걸 참느라 얼굴이 빨개진 터였다.</div> <div> </div> <div>" 일항사. 아무리 선내 분위기가 엉망이더라도 밥은 먹어야 일을 하니까 갑판원들과 함께 식사하도록 하게.</div> <div>오후엔 보일러실에 가서 민진이 수습하고... 상병보고서 작성해야 하니 현장사진은 많이 찍어두게.</div> <div>괴롭겠지만 부탁하네. 회사에는 우선 위성전화로 보고할테니까 현장 수습도 서둘러주고.</div> <div>시신이 부패하기라도 하면 유족들 볼 면목이 없어. "</div> <div> </div> <div>" 알겠습니다. 선장님. "</div> <div> </div> <div>밥을 억지로라도 먹으라는 선장의 명령이 있었지만 음식물쓰레기통은 그 날따라 넘칠듯 솟아있었다.</div> <div>누구 하나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분위기와 맞지 않게 하늘은 맑아도 너무 맑았다.</div> <div> </div> <div>" 보일러실에 가기 전까지 최대한 바닥은 보지 않는 편이 좋아. "</div> <div> </div> <div>들것, 흰 천, 그 외 수습을 위한 도구들이 선원들의 손에 들려 보일러실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div> <div>내려갈수록 냄새가 느껴졌다. 후덥지근한 열기를 머금고 더 선명해지는 건 피비린내였다.</div> <div> </div> <div>" 우윽. "</div> <div> </div> <div>바닥이 가까워지자 피가 군데군데 튀어 말라붙어있었다.</div> <div>살점도 밟히곤 했다. 구역질 소리가 더 자주 들려왔다.</div> <div> </div> <div>" ... 삼항사. 미안하다. "</div> <div> </div> <div>참혹한 장면이었다.</div> <div>머리통이 완전히 으깨져 훤히 드러난 목뼈 위론 얼굴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div> <div>사방으로 튄 부산물 사이로 터져버린 빨간 눈알 두 쪽이 제자리를 굴렀다. </div> <div> </div> <div>" 으웨엑! "</div> <div> </div> <div>결국 누군가가 참지 못 하고 양동이에 구토하자 너도 나도 달려와 더 이상 토할 것이</div> <div>없을 때까지 토를 해댔다. </div> <div> </div> <div>일항사 역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으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배테랑인지라 </div> <div>겉으론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또 구토를 참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대신 식은 땀을 뻘뻘 흘리는 그는 갑판장이었다.</div> <div>삼등항해사 민진을 가장 처음 겁탈한 남자, 그녀와 똑같은 나이의 딸이 있는 남자.</div> <div> </div> <div>" 갑판장님. 수습하십쇼. 그리고... 삼항사에게 사과하세요.</div> <div>죽었을지라도 듣고 있을 겁니다. 사과하세요. 상병보고서 작성을 해야하니 올라가겠습니다. "</div> <div> </div> <div>" ... 아, 예. 그러시소. 수습은 지가 애들하고 할테니까 올라가서 일 보이소. "</div> <div> </div> <div>신발 밑창이 온통 붉어져있다.</div> <div>묵묵히 자신의 빨간 발자국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일항사의 뒤로 계속 구역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div> <div> </div> <div>... 해가 제법 기울었다. </div> <div>검사를 앞두고 갑판에 해야 할 과업은 산더미인데, 민진의 시신을 수습하는데만 반나절이 걸리고 있다.</div> <div>피가 얼마나 튀고 또 굳어버렸는지 흰색 페인트칠을 해놓았던 바닥이 빨갛게 보였다.</div> <div>물걸레를 짜서 닦고, 또 닦고, 살점과 뼛조각을 줍고, 붉은 양동이 몇 개를 10층 높이 위의 갑판으로 옮기고</div> <div>또 옮기고ㅡ.. 모두의 정신이 지치다 못해 미쳐간다.  </div> <div> </div> <div>이윽고 누군가 외쳤다.</div> <div> </div> <div>" 망할 년, 차라리 뒤질거면 바다에 떨어지면 깔끔하게 갈 거 아냐, 왜 사람 힘들게 여기 떨어지냐고! "</div> <div><br></div> <div><4></div> <div> </div> <div>" ... 일단 전송은 했어. 이항사, 나 잠시만 쉬다올테니 조금 더 수고 부탁하지. "</div> <div> </div> <div>" 그러십쇼. 많이 괴로우실텐데요. "</div> <div> </div> <div>" 어차피 자네나 나나 후배 잃은 건 똑같아. 주변에 지나가는 배는 없으니 조타수한테 맡겨놓은 다음</div> <div>내 컴퓨터에 들어있는 상병보고서하고 물품청구 보고서에 오탈자 있는지 좀 봐줘. </div> <div>혹시 빼먹은 부분 있으면 체크해놨다가 나 올라오면 인계해주고. 역시 사람 죽는 거 본 날은 제정신은 못 되는거야... "</div> <div> </div> <div>" 쉬십시오. "</div> <div> </div> <div>" 그래. 늦지 않게 올라올게. 마라톤 당직 시켜서 미안해. 곧 선장님도 당직 서실테니 맞교대하더라도... </div> <div>아..., 조금 쉬다 오면 얘기하지. 내려갈게. "</div> <div> </div> <div>" 예. "</div> <div> </div> <div>갑판원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시신을 수습하는 현장의 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전해져온다.</div> <div>모두 격앙된 채 두서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div> <div>광기가 무전기를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라 섬찟하다.</div> <div> </div> <div>해양대학을 다니던 시절, 몇 번 스친 적이 있었다.</div> <div>캠퍼스에서 예쁘기로 유명한 탓에 그녀를 흠모하는 학생들이 많았다.</div> <div>이등항해사 자신의 동기들도 몇 번 집적대다 포기하기도 했고ㅡ.</div> <div>여자 해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맞서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 생활하던 후배이자</div> <div>배에 와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하던 동료였는데...</div> <div>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걸까.</div> <div> </div> <div>이항사는 그녀의 어리지만 의젓했던 모습을 생각하며 아주 잠깐 현실을 잊었지만</div> <div>일항사가 부탁한 검토 작업을 위해 삼등항해사 김민진 실족사 경위 보고서를 열자마자 지독한 장면과 마주해야했다.</div> <div> </div> <div>피가 고슴도치 가시마냥 보일러실 바닥 전체에 낭자한 와중에 굴러다니는 눈알이라니.</div> <div> </div> <div>" 크윽...! "</div> <div> </div> <div>차마 더 보지 못하고 파일 보기를 종료했다.</div> <div>오타고 뭐고 그 민진이라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div> <div>저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인재였다.</div> <div>자신을 선배, 선배하며 따르던 동생이었다.</div> <div> </div> <div>그러나 머릿속에 박혀버린 두 눈동자가 계속해서 뇌리에 떠올랐다.</div> <div>잊자, 생각하지 말자ㅡ.</div> <div>급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지만 이항사는 바닥에 커피를 한움큼 뱉고야 말았다.</div> <div> </div> <div>' 어째서 '</div> <div> </div> <div>커피에서 피비린내가 잔뜩 느껴졌다.</div> <div>분명 아무 이상없는 커피일텐데.</div> <div>마실 생각이 사라진 탓에 브릿지 옆문으로 나와 바다를 향해 컵을 기울였다.</div> <div> </div> <div>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방울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div> <div>하지만 입안에 남은 커피는 여전히 찝찝한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div> <div> </div> <div>선상생활 중에 이렇게 기분 나빴던 적은 처음이다.</div> <div>아주,</div> <div>지독히 불길한 느낌이 든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ㅡ 계속됩니다.</div>
    환상괴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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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26 01:25:37  211.106.***.191  보리요  12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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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6/09/26 06:44:53  39.118.***.95  토해뗭  71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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