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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환상괴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3-20
    방문 : 679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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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87753
    작성자 : 환상괴담
    추천 : 16
    조회수 : 2547
    IP : 222.97.***.226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6/05/10 21:00:53
    http://todayhumor.com/?panic_87753 모바일
    [환상괴담] 목을 조르는 백합 ( 도미지 연작 2 )
    1.
    곱창전골 한 냄비가 끓다 못해 거의 졸아든 까닭에 탄 냄새가 음식점 안을 맴돌았다.

    " 아유, 육수가 없으면 더 달라고 말을 하던지! 안 먹을거면 불을 끄던지! 뭐에요 이게? "

    종업원 아주머니의 잔소리에도 묵묵부답인 손님 두 명.
    염치가 없는 진상 손님이라기엔 죄인이 된 것 마냥 둘다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잔소리가 잦아들고 냄비 위에 다시 육수가 넉넉히 채워지자 겨우 대화가 이어졌다.

    " ... 세 달이나 지났다고? 말도 없이 너 혼자서 그렇게 한거냐? "

    " 죄송해요. 아버지. "

    " 죄송하단 말 좀 그만해라. 그건 당연한거고. 좀 납득이 가게 설명해봐. "

    " 설명 못 해요. 저도 저를 몰라요. "

    " 네가 괴로웠단 건 알아.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

    " 아버지. "

    " 괴로웠으면, 자식아, 후.. 아으.. 그래도 그렇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거야,
    이건 아니다, 응? 이해하려고 아무리 해봐도 속에 천불이 난다, 아줌마!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아무거나! 아니, 1도라도 센 걸로 갖다주세요. "

    " 이미 많이 취하셨어요. "

    " 맨정신으로 어떻게 들으란거야? 지금 내 걱정할 때냐? 네 걱정하는 나는? "

    나이 많은 남자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종업원은 소주를 가져다 주며 꽤나 따가운 눈빛으로 둘을 쳐다봤다.

    "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는데요. 백번 생각해도 백번 제 결정이 잘못된건데. "

    " 으으. 내가 아버지 자격이 있어? 있어? 하나 있는 아들놈이 자기 운명을 져버렸는데,
    내 아들, 아들이 없어진거야. 죽지만 않았지 내 아들은 세상에 없는거야. "

    " 힘들어서 그랬어요, 지금 이 처지도 힘들지만.. 아, 아버지, 잔 넘쳐요.. "

    " 상관마라. 안 취했다. 그냥 가득 붓고 싶어서 그런거야. 왜!
    나는 내 마음대로 잔도 못 붓냐? 너는 네 맘대로 저질러놓고 일방통행으로 오면서,
    나는 네 눈치 봐야하냐? "

    " 차라리 제가 한 잔 드릴게요. "

    " 아들이랑 대작하는 거 좋아하는 난줄 알면서 그랬냐.
    나는 딸 없어, 딸 같은 거 키워본 적 없다고! 딸이 싫어서가 아냐,
    그냥 난 외동아들 하나 잘 키운 재미로 살아가는 평범한 아버지였잖아! "

    " 나도 아들이었어요, 딸 아니고 아들 맞다구요, 한 번도 나를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하지만 그 여자가 나타난 이후 모든 게 힘겨워졌어요. "

    " 미지? "

    " 네. 그 사람. 아버지는 미지가 얼마나 집착이 심한 사람인지 아실 거에요.
    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 하는 여자거든요. "

    " 남자가 여자 하나를 못 이겨서 피해다녀? "

    " 뭘 이겨요. 두들겨 패라구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 여자가 남자를 좋아서 쫓아다닌다,
    그 사실 하나론 경찰에 신고도 못 해요, 해도 들어줄까요? 누구에게 털어놔도 배부른 소리라고 해요.
    그럼 화끈하게 그냥 주먹으로 때려버려요? 그렇게 단순무식하게 해결되는 일이 세상에 어딨어요? "

    " 그래서 성전환 수술을 해? 남자로 살고 남자인 줄 알았다는 놈이 그래? "

    " 아버지는 미지를 그냥 여자애라고 생각하겠지만 걔는 그냥 여자가 아니에요. "

    " ... 아줌마, 여기 한 병.. 한 병만 더요.. 에에. 괜찮아요. 운전 안 합니다. 대리 부를 거에요. 한 병 빨리. "

    " 듣고 계세요? 미지는 사람을 홀려요. 단순히 사람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물건처럼 가져버려요. "

    " 차라리 걔랑 그냥 살던지! 살림을 차리던지! 그런 이유로 아들이 딸이 되서 돌아올 수 있냐! "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버지. "

    " 너 아주 여자가 되고 싶었던 거 아냐?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신고, 꼴이 말이 아냐.
    이제 목욕탕 가서 내 등은 누가 밀어줄건데, 동창 놈들 만나서 아들 장가 언제 가냐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해야하냐! 무엇보다도 왜 부모한테 상의 한 번 없었는지, 그게 야속하단거야! 아흐으.. "

    " 계산 하고 나갈게요. 천천히 드세요. "

    " 가라! 가! "

    어느새 가게 안에 손님이라곤 둘뿐.
    그 중 하나마저 빠져버려 한 손님 밖에 남지 않은 가게는 훨씬 허전해보였다.

    " 승수야. 미안하다. "

    아들이었던 딸, 마음 속으론 아직도 아들이라고 믿고 싶은 승수.
    그런 승수에게 실컷 미운 소리를 쏟아놓곤 돌아서서 우는 아버지의 이름은 용구였다.
    이름마저 승아로 바꿀 예정이라는 이야기에 억장은 더욱 무너졌다.
    부모가 내려준 삶과 지어준 이름을 모두 부정당한 기분에 또 소주 한 잔이 고파졌다.

    " 미지... "


    2.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곧잘 얘기하는 아들이었다.
    언제 여자친구 만들어 올 거냐고 짖궂게 물으면 자기 마음 속으로 몇 명 떠올려보기도
    하는 둥 건강하고 평범하던 녀석.

    그런 아들 앞에 '미지'가 나타난 건 2년 전의 일이었다.
    그녀의 지갑을 찾아준 답례로 그녀와 함께한 커피 한 잔.
    이후 모든 게 흔들렸다.

    우연을 인연이라 생각하게 된 순간 특별해지기 시작하는 게 남녀 사이,
    별다른 고백 없이도 어느새 손을 잡고, 서로의 손이 한 계단 한 계단을 건너기 시작한 뒤
    미지는 천천히 아들의 삶을 잠식해오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입술에 닿지 않고서는 학교에 나갈 수 없도록,
    그녀의 손이 볼을 쓰다듬지 않고서는 누군가를 만날 수 없도록,
    그녀의 다리와 다리가 한데 겹치지 않고서는 집에 갈 수 없도록,

    꽃향기를 맡고 날아드는 한 마리의 꿀벌이었던 아들과는 달리
    미지는 향기와 단물로 먹이를 꾀어 삼키는 파리지옥이었던 것이다.

    떨어지는 성적과 총기를 잃어버린 흐리멍텅한 눈빛,
    아들의 일탈을 알아챈 때는 너무 늦어있었다. 집에 몇 번 놀러와 싹싹하게 굴던
    미지라는 아이 때문인가 싶어 추궁하자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곧장 수긍했다.
    순간 화를 참지 못 하고 뺨을 때리자 신음소리 하나 없이 그대로 굳어있던 아들.
    딩동 딩동, 그 순간 울린 초인종과 동시에 집에 들어와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하며 아들의 방에 들어가버리는 미지.

    그 모습도 어이가 없었기에 방문을 열고 '시간이 몇 시인데, 부모님이 걱정 안 하시냐?'
    라고 묻자 배시시 웃기만 하던 미지.

    '승수랑 공부하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길래 걱정이 되서요. 원래 약속 잘 지키는 친구잖아요.'

    남의 집 딸이 무슨 죄야, 저 곱상한 외모에 홀랑 넘어간 아들 놈 간수 못 한 내가 죄인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승수를 방에 가있으라고 한 뒤 음료수 두 잔을 쟁반에 담아 가져가자
    방 안에 아무도 없고 책가방 두 개는 가져온 모양 그대로 남겨져 있었던 기억.
    길고 긴 밤, 해가 뜰 때까지 어디에 있었을까.

    그토록 괴로워하면서도 미지의 팔다리라도 된 것처럼 그녀에게 달라붙어있는 아들,
    대체 어디 사는 누구네 딸인지도 모르고 아는 거라곤 도미지라는 이름 세 글자 밖에 없는 그녀를
    찾기 위해 수소문해봐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어쩌다 집에 들어오면 더욱 수척해진 얼굴로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또 어떻게든 끌려나가기를 반복했고 그 간격은 갈수록 길어졌다.

    마침내 졸업. 졸업식조차 참가하지 못한 반쪽짜리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어느 날은 함께 들어오기에 미지란 년을 찢어죽이려고 달려들면 그건 안 된다며
    부모를 자기 몸으로 막아서는 아들. 그러면 뒤에서 '그녀'의 화사한 반달웃음.

    보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세 달만에 만난 아들은 더 이상
    아들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여자가 되었다고 칭했다. 차라리 자기가 여자라고 믿고 자라온 경우라면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했겠지만 그 이유가 미지라는 여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라니?
    왜! 왜! 어째서!

    차라리 때리던지, 하다못해 성형수술을 하던지, 아니면 멀리 도망을 가던지,
    목줄을 찬 개라도 되는 것처럼 끈질기게 붙어있더니-.

    대체 왜.

    절대 이해 못 하겠어.
    하지만, 아무쪼록 미지가 바뀐 네 모습을 본다면ㅡ.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게다. 그렇게 해서 네가 다시 건강한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
    너만 행복하다면, 나는 죽어라 아파도,
    괜찮다고 해두마.


    3.

    " 잘도 도망다니더니, 이제 보니 아예 돌아오기 싫었던 모양이네..? "

    " 내가 여기 온 건 이별을 고하려고 온거야. 미지야. "

    " 아하-. 목소리는 여전해, 네가 들려. 승수, 안녕? "

    " 이름도 바꿀거야. 승아로. "

    " 그 입술로 아무리 말해봤자 내가 꿀 발라놓은 입술인데. 이리 와. "

    " 갈게. "

    " 못 가. "

    " 이제 끝이야. 보면 모르겠어? 나 이제 남자 아냐. 네가 알던 승수가 아니라고.
    네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이제 없어. 비켜. 옷 입고 나갈래. "

    " 옷? 아하하하. "

    " 어디 숨겨놨어? 당장 내놔! "

    " 없어, 여기 없다구. "

    나체가 되어 한 방에 있는 두 '여자'.
    승아는 미지의 말에 허둥지둥 방 안을 뒤지더니 창문으로 달려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이 입고 온 옷가지가 모두 바닥에 떨어진 채 빗속에 젖고 있었다.

    " 아악. 내 옷! 너 미쳤.. 으으읍, 으읍. "

    " 읍흡흡흐- 아우웅~ "

    어느새 승아의 입술을 덮은 미지의 입술이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 프핫, 하지 마! "

    " 어딜 가려고, 여전히 키스 잘 하네, 내가 가르친 대로 아주 맛있게 잘 해!
    쌉싸름한 나뭇잎 맛이었는데 이제 달큰한 백합향이 나는걸? 한 번 더 하자! "

    " 싫다니까, 난 네가 무서워. "

    " 갸하하핫, 귀여운 것ㅡ. "

    어느새 다시 입술과 입술이 서로를 짓뭉개어 음음거리는 묵음만으로 방이 한참이나 소란스러웠다.
    피기 싫어하는 백합 한 송이가 억지로 억지로 피어나고 있었다.


    4.

    승아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며 재산까지 탕진한 뒤 용구는 하루를 벌어 겨우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 일용꾼이 되어있었다.
    승아와 곱창전골 앞에 마주 앉아 얘기한 날로부터 벌써 달력이 몇 장씩이나 넘어갔다.
    이젠 이름도 승아로 바꿨을거라고 생각해서 휴대폰에도 '승아'로 입력해놓은 자식의 행방이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을 부릴 수도 없고 용구 자신은 아픈데다 지쳐있다.

    몇 병 마신 소주를 좀 깨고 방에 들어가고자 찾아온 PC방,
    게임이라곤 할 줄 모르는 그였기에 그저 인터넷 검색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는 용구였다.
    실시간 검색어에 떠오르는 '승아'란 이름에 설마하는 순간 바로 밑에서 올라오는 키워드 '미지'.
    그럴리가, 승아를 클릭해보자 네티즌들이 인터넷 방송 주소를 올려놓은 글이 쏟아졌다.

    - 요즘 완전 재미난 방송 ㅋㅋㅋ 얼굴도 예쁜데 실제로 둘이 커플이라고 해서 더 이슈 ㅋㅋㅋ
    - 케미 폭발ㅠㅠㅠㅠ 언니들 날 가져여 헉헉~ 둘이 꽁냥꽁냥대는 거 내 스탈
    - 근데 승아는 트젠이란 소리가 있던데.. 승아 과사 검색해보면 나옴; 원래 남자였다는데?

    방송 사이트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급히 회원가입까지 마치는 동안 용구의 손은 바들바들 떨렸고
    이마부터 허리까지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사각형 모양의 방송 창이 뜨는 대기 시간이 지독히도 길게 느껴졌다.

    [ 네네ㅡ, 여러분 관심 덕분에 저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구요, 특히 우리 승아 갈수록 예뻐져요 그죠.
    미지의이미지 님 팬클럽 가입 감사합니다. ]

    가증스러운 그 여자가 확실해, 빨리, 빨리 타자 입력.

    - 승수야
    - 승수야

    동시에 시청하는 사람들이 천 명에 달해서 용구의 말은 일 초도 되지 않아 묻혀버린다.

    - 승수야 아빠다
    - 여러분 미지라는 저 사람 나쁜 인간입니다
    - 승아야 안 보이니

    [ 우와-앗, 승아미지미만잡 님- 별풍선 천 개! 약속대로 리액션 들어갈게요ㅡ,
    승아미지미만잡 님 댓글창에 별풍선 쏘시면서 승아랑 미지랑 키스씬 한다고 해서 천 개 쾌척한다고 써주셨어요,
    맞아요. 여러분 오늘 방제 아시죠? 천 개 터질 때마다 수위 높아집니다-, 이 다음부터 십구금 걸고 할게요. ]

    - 승아야 정신 차려
    - 아빠 여깄어 거기서 나와 집에 가자

    배꼽이 보이는 옷에 다리가 훤히 드러난 짧은 바지를 입은 승아는 완전히 미지에게 홀려버린 표정으로
    미지의 입술을 사탕이라도 되는 듯 연신 핥아대었다. 미지는 승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아지 달래듯
    승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용구는 반쯤 미쳐있었지만 짧은 시청시간 동안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별풍선이란 걸 많이 쏘면 미지가 반응한다, 많이 쏠수록 더 확실하게 반응한다.
    용구가 모니터와 휴대폰을 번갈아 바라보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 승수아빠용구 님! 별풍선 3000개! 대박, 대박, 닉네임 뭐였죠? 아ㅡ 승수아빠.. ]

    황홀한 표정으로 소리 지르다 갑자기 멈춰버린 미지의 반응에 시청자들 또한 의아한 듯 했다.
    리액션 안 하냐는 말에 이어 승아가 왜 저러냐는 반응이 빠르게 채팅창을 점령했다.

    - 승아야 아빠다
    - 승아야 아빠다
    - 승아야 아빠다

    < 규칙 위반! 도배를 하셨으므로 1분간 채팅이 금지됩니다. >

    승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이 보고 있단 걸 알아챈 것이라는 생각에
    용구가 빠르게 타자를 쳤지만 돌아온 건 시스템에 의한 채팅 금지였다.

    ' 희망이 있어, 승아가 봤어! 봤다고! '

    1분만 참고 기다리면 다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미지가 승아에게 '리액션 해야지?'라고 얘기하자마자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서로 입 맞추며 엉겨붙는 두 사람.
    곧이어 방송 화면에 19금 표시가 뜨며 더 짙은 애정행각을 보여줄 거란 걸 예고했다.

    [ 아하하하, 갸-하하하하! 여러분! 방 안에 지금 꼰대 한 명이 들어와있었네요,
    방금 별풍선 준 분이 누구인지 아세요? 비밀, 안 가르쳐줄거야! ]

    < 관리자에 의해 강퇴되었습니다. >

    " 뭐야 이거! 안 돼! "

    PC방 손님들이 갑작스런 고함에 놀라 용구의 자리를 기웃거렸다.
    용구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모니터를 잡아흔들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이 용구를 붙잡고 만류했지만 흥분 상태의 용구에게 통할 리 없었다.

    " 승아야! 저기요! 게임 좀 끄고 승아 미지 방송 좀 켜주세요, 제가 승아를 만나야 해요! "

    사람들은 요즘 수위 높은 방송으로 유명한 승아와 미지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지만
    PC방에서 갑자기 소리 지르는 술냄새 나는 아저씨가 누군지는 알지 못 했다.
    사람들에게 그는 그저 방송 BJ에 집착하는 취객으로 보일 뿐이었다.


    5.

    아주 흰 타일, 흰 세면대ㅡ. 깨끗한 화장실 거울 속 붉게 달아오른 용구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건 또 하나의 백합처럼 보였다. 희고 풍성한 꽃잎 속에 붉은 꽃술이 앉은듯.

    " 백합이- 내 목을 조른다, 갑갑해서 돌겠다.. "

    착각일까, 용구가 보는 자신의 눈물 속에도 언뜻 붉은 기운이 비친 것 같은 느낌은.

    " 아무 생각도 안 난다. "

    그의 머릿속도 붉어지고, 생각도 붉어진다.

    " 안 아팠냐, 응? 안 아프디? 그리 힘들게 꽃 한 송이가 되놓고 왜 아빠 목을 조르냐. 나도 해보자. "

    거친 손바닥이 용구의 다리 가운데, 그의 성을 상징하는 둔덕을 꽉 움켜쥐더니.

    짓이겨버린다.

    그의 눈 앞 시야가 순식간에 붉어진다, 온통 붉어진다, 붉다 못해 새까매진다.

    " 아아아악! "

    손 사이로도 붉은 게 마구 쏟아진다.

    아아ㅡ.

    희고 흰 아름다운 날을 바라던 한 아버지는 대신 더 흰 빛깔의 백합에 목 졸려버렸다,

    졸리다 못해 스스로 붉게 번져버렸다ㅡ.
    환상괴담의 꼬릿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6/05/10 21:34:51  210.178.***.37  낫으로슥슥  688585
    [2] 2016/05/10 21:51:26  123.254.***.182  복날은간다  185680
    [3] 2016/05/10 23:33:28  223.222.***.160  죠르노_죠바나  567505
    [4] 2016/05/11 03:41:17  70.171.***.168  QR코드  59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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