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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495
    작성자 : 아마추어눔나
    추천 : 14
    조회수 : 1486
    IP : 183.98.***.18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9/06 10:26:11
    http://todayhumor.com/?panic_90495 모바일
    [단편] 무감정
    본문의 표현에서 다소 혐오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몇몇 비속어들이 금지어에 걸려 특수문자로 필터링 했습니다.





    "내 경험담 좀 들어보겠어?"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이 허름한 벽돌 담을 비췄다. A는 오늘의 희생양 B를 앞에 두고 환하게 웃었다.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꼴을 보아하니 여차하면 소리라도 지를 기세였기에 A는 손에 든 칼을 들었다 놨다하며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경고했다.

    "아... 경고하는데 내가 참을성이 좀 없어서 말이야. 소리라도 질렀다간 그대로 꽥. 인줄 알으라고?"

    B는 꼼짝없이 얼은채로 고개만 두어번 끄덕일 뿐이었다.

    "좋아. 좋아... 아, 그리고 어차피 의견을 물어볼건 아니었어. 그냥 들어."

    A는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말이야. 인터넷에 싸이코패스 테스트란게 유행했었다고?"

    A는 천천히 B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해봤지. 그런데 완전 아닌걸로 나오더라고. 난 조금 실망했지. 왜냐하면 그 때는 싸이코패스란게 존나 멋져보이고 그랬거든? 뭐 어릴때야 별게 다 멋져보이고 그러잖아. 막 존나 무감정하게 칼 휙휙 휘두르고 응?"

    A가 자신의 손에 쥔 칼을 휙휙 휘두르며 B의 옆을 스윽 지나가자 B는 크게 두어걸음 물러서더니 부자연스럽게 떨기 시작했다. A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쫄기는. '아직' 찌를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부들부들 떨지 말라고. 어쨌든간에 그렇게 실망해서 길을 걷고있는데 말이야. 강아지 새끼가 한마리 나를 졸졸 쫓아오더라 말이야. 근데 시발, 기분도 꿀꿀한데 그 개○끼가 자꾸 내 다리에 앵기더라? 그래서 발로 한대 쎄게 걷어차줬지. 그랬더니 이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날 물더라고. 당연히 졸라 빡쳤지. 안그러겠냐?"

    B는 응답하지 않았다. A는 말을 이었다.

    "내가 살던 집 근처에 공사장이 하나 있었거든. 그 개끼 뒷덜미를 잡고 폐수 담아둔 드럼통에 집어 쳐넣었어. 고개를 내밀때마다 근처에 굴러다니던 쇠파이프로 꾹꾹 눌러줬지. 결국 그 좆만한게 꼬르륵 가라앉았거든? 기분이 좋았어. 개끼 주제에 감히 개기긴 왜 개겨?."

    B의 얼굴이 조금 괴기하게 뒤틀렸다. A가 말했다.

    "그 요상한 얼굴은 뭐냐? 내가 미친새끼같냐? 사실 맞아. 낄낄. 어쨌든 그때! 바로 내가 미쳤다는걸 알았단 말이지. 거 나중에 알아보니 싸이코패스 테스트도 알고보니 별로 신용도가 없는거더라. 나름 공부도 꽤 했던 놈이라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똑같은 개끼부터 시작해서 길거리 고양이같은걸 수없이 잡아죽였지. 하루는 길거리 똥개를 하나 잡아서 안에를 좀 갈라보려 하다가 부모님한테 들켰지 뭐냐? 주먹으로 존나 쳐맞았어. 아직 안갈랐어서 다행이지, 갈랐으면 골프채로 쳐맞았을걸?"

    A가 칼을 휙휙돌리며 B에게 다가갔다.

    "그때부터 좀 더 꽁꽁 숨겼지. 덕분에 그때 이후로는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았어. 어쨌든 뭐그러다가 슬슬 그놈들 잡아죽이는게 질릴때 쯤 사람을 잡아보자 생각을 한거야. 일곱달 전인가? 처음 딱 여기서 한 놈을 잡아죽였는데, 딱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이고 제발 살려주십쇼. 하고 싹싹 빌더라고. 역시 개 고양이 같은놈이 아니라 그런가 딱 손에 칼든놈이 있으니 알아보더라? 뭐, 물론 죽였지만."

    A와 B 사이의 거리는 이제 3미터.

    "근데 말이야.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그것도 질리더라고. 몇달동안은 거세게 반항하는놈, 소리지르는 놈, 바닥에 엎드려 비는 놈, 뭐 별별걸 다 봤는데 처음엔 이놈은 어떻게 나올까. 그러면 어떻게 죽일까 하는것도 재밌었는데. 사람이 말이야, 점점 무감정해지더라고. 그냥 결국엔 목에다가 푹푹 끝. 게임하는 것처럼 되더라고."

    이제는 2미터.

    "그래서 이렇게 스토리 텔링을 만들어 봤다 이 말씀. 어때? 좀 죽여주냐? 사실 이런건 처음인데, 그냥 죽이는건 이젠 재미없으니까. 새로운 컨텐츠라도 넣어보면 어떨까 했지. 질려서 무감정해진다는게, 내가 그냥 살인기계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 나는 어디까지나 '쾌락' 살인마 이고 싶단 말이지. 그러니까..."

    "동감이에요."

    침묵을 고수하던 B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B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덜덜 떨던 모습, 괴기하게 뒤틀린 모습 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B가 성큼 다가섰다. A는 당황하여 칼을 휘둘렀지만 B는 슬쩍 상체를 젖히는 것만으로 피해내고 지금껏 뒤에 숨겨온 칼을 A의 배 한복판에 깊게 찔러넣었다. A가 빈 숨을 토해냈다. 잠시간의 정적을 A의 손아귀를 떠난 칼이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메웠다.

    "저도 어서 당신처럼 풍부한 감정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네요. 연기하는건 힘들거든요."

    B는 얼굴 근육을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억지로 웃으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흐힉..? 하히..? 이게 아닌데... 아! 하하하하하."

    B는 괴상한 소리를 내다 웃음을 뱉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높음도, 낮음도 없이 그저 평탄하게 이어질 뿐이었다.

    "웃음 이라는 거에요. 열심히 연습했는데 어떠신가요?"

    B의 물음에도 A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꺼억꺼억 숨을 내쉬며 바닥을 뒹굴 뿐 이었다.. B는 A를 잠시 지긋히 보더니 쓰러져 있는 A의 배에 꽂혀있는 칼을 밟아 찍어눌렀다.

    "아, 당신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저도 당신 이야기 속의 그 강아지들 처럼 당신의 배를 갈라보면 기분이 좋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B가 마침내 미소를 완성했다. 하얗게 빛나는 그 미소는 너무나도 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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