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style="width:154px;height:108px;" alt="NW0UWyz.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7/14693384630ebadc453eb3470fbb7e973f4ad3dcff__mn719979__w800__h500__f116521__Ym201607.jpg" filesize="116521"></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strong>도시엔 별이 닿지 않는다</strong></div> <div style="text-align:left;"><strong></strong>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 여름의 더위는 밤이 되도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해가 지고 갈 길을 잃은 열기들은, 서서히 집으로 스며들어 사람들의 살갗을 타고 흘러갈 뿐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짜증나는 열대야에, 난 안방을 나와 현관문을 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아~좀 살 것 같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여름이라 해도, 야외의 밤 공기는 머리를 식히기엔 충분히 서늘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우리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복도형 아파트로, 집을 나오면 11층의 아찔한 높이에서 도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우리 마을, 아니 우리 도시를 바라봤다. 도시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번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도시의 빛에 파묻혀, 별 하나 빛나지 않는 밤하늘이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마치 자신의 별을 모두 도시에 빼앗겨, 그 지위가 역전된 듯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별 빛으로 수놓은 화려한 옷을 입지도 못 하고, 그 어두운 맨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늘이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러다 아주 우연스럽게, 어떤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오늘은 달이 뜨지 않았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는 곧 또다른 의문으로 이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가 달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음...뭐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어제 일은 물론, 내 직업도 나이도, 심지어 내 옆에서 자던 아내의 이름도...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 갑작스런 당혹감에, 난 뒤를 돌아 우리 집을 쳐다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억.."</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현관에 있던 두 쌍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내와 딸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현관 센서등의 불 빛 아래서, 그 둘은 무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그저 날 뚫어져라 쳐다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뭔가 잘못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분명 아내랑 딸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로부터 어떤 이질감이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이들과의 추억이 전혀 없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아니 애초에 난 이 둘로부터 '가족의 사랑'이 아닌, '타인의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어쩌면 이들은 처음부터 내 가족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혹감은 곧 공포심으로 그 형태를 바꾸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더 이상 그들을 마주하고, 복도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들에게서 도망쳤다. 행여 그들이 따라올까봐,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 하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일단 이상한 점을 알게 되자, 다른 기괴한 것들을 파악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렇게 아파트를 뛰쳐 나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아파트를 나서자,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정신을 차리고 본 도시의 모습은 도저히 이성의 세계라 할 수가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건물들은 발광하고 있었으며, 거리는 밤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밝게 빛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길가엔 1m의 간격으로 가로등이 빽빽히 세워져 있었고, 심지어 도로에서도 빛이 새어 나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완전한 빛의 도시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나, 이것들은 약과였다. 가장 기괴한 것은 사람들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모든 사람들이 가로등이나 간판의 밝은 빛 아래서 날 쳐다보며, 내가 뛰는 속도에 맞춰 고개를 돌려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미쳐버릴 것 같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질감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순간, 전방 20m부근에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분명히 어둠은 원초적 본능이 두려워하는 한 가지 속성이지만, 나의 또다른 본능은 저곳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었고, 난 그 두번째 본능을 받아들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가쁜 숨을 내쉬며 뒤를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야...저 사람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내 눈을 믿지 못 했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저 전형적인 도시의 밤 풍경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데..그런데..문제는 그게 아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문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 청각은 정상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지금 내가 숨쉬는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 모두 다 들린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데, 이 도시에서 나오는 소리들만 들리지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고요한 적막 속에서, 그저 내 몸의 소음만이 맴돌 뿐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성은 이것이 '꿈'이라 말하고 있었고, 동시에 내 감각은 이것이 '현실'이라 소리치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현실과 꿈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그렇게 나의 머리도 멈춰버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마치 뇌의 이성적 사고가 멈추고, 본능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 같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런 상황에서 본능이 내린 명령은 '해가 뜨길 기다리고, 아침에 이 도시를 탈출한다'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 지시에따라,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 줄기의 작은 희망을 품고...</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아침에 대한 희망은 결국엔 의미없는 망상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여름은 밤이 짧다. 그리고 지금은 분명히 해가 뜨고도 남을 시간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아까 퇴근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출근을 하고 있단 말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러나, 태양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여전히 '심연'에 빠져있을 뿐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심장이 빠르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머리 속에 갑자기 한 문장이 떠올랐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인간은 자신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맞다. 나도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하지만,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다. 여기서 이렇게 생각을 멈추면 안 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상황이 내 상식에서 벗어났다면, 그에 맞게 계획을 바꾸면 그만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 지금 출발하자, 아까도 쳐다보기만 했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진 않았잖아)</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합리화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뇌의 가장 좋은 기능중 하나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렇게 두려움을 떨치려 애쓰며, 난 기다림에서 움직임으로 계획을 바꾸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밝은 거리로 나왔음에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여전히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날 주시하던 그 무표정한 시선들도 더 이상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오히려 그들은 날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이것이 좋은 기회임은 알 수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이 언제 돌변해서 공격할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난 경계를 풀지 않고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데 막상 탈출하려고 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난 아무런 계획도 동선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계획없이 탈출하기엔 이 도시는 그 크기가 너무 컸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또한 마치 사막처럼 주위 풍경의 차이들을 알아보기가 힘들어, 방향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런 미로같은 도시에선,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일조차도 불가능한 것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결국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큰 도로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시 중앙의 큰 도로는 대게 다른 지역과 연결되는 도로일 가능성이 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즉,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 불확실한 가능성을 맹신하며, 마치 수맥을 찾듯이 작은 도로들을 따라 더 큰 도로를 찾아다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2시간 정도 돌아다니자, 왕복 12차선의 큰 도로가 나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 좋았어..이젠 탈출할 일만 남았어!"</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는 기쁨에, 난 도로의 표지판을 올려다 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 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놀라 주저앉으며 주위를 둘러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현수막, 간판, 표지판, 전광판등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곳에 이 알 수 없는 문장이 써져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뭐야 이게??!!!"</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나의 그 비명 섞인 목소리에 사람들이 반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번엔 무표정한 시선이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엔 살기어린 적대감이 담겨져 있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전엔 두려움을 느꼈다면, 이번엔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다리에 힘을 주어 바로 일어났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나서 도로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렸다. 전속력으로 쉬지도 않고 달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심장과 폐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턱 밑까지 차오른 죽음의 공포에 신체의 고통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뭐야??!!!"</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전방에 사람들이 보였다. 수십명은 되보이는 사람들이 그 큰 도로에 듬성듬성 서서,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달리길 멈추고, 뒤로 방향을 바꿨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억!!"</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 바로 뒤에 아까 날 노려보던 사람들이 서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게...무슨.."</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울먹이며 옆으로 뛰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눈물로 흐려진, 나의 시야에 반지하의 작은 주택이 들어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 쪽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 한 반지하의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숨을 고르면서 본능적으로 옆을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이미 주택 입구까지 와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젠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난 온 힘을 다해 문고리를 돌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예상외로 문고리는 아주 쉽게 돌아갔고, 이어서 문이 열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현관문을 잠궜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동안 느끼지 못 했던 호흡계와 순환계의 고통이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호흡의 리듬이 불규칙하게 변했고,</div> <div style="text-align:left;">심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몸은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고통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이성적 사고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내 두려움이 밀려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이 반지하의 집에, 나이외의 어떤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내 공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집을 살펴봤다. 다행히 뭔가 위협적인 존재는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전등 스위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지만, 이 집엔 아예 전등 자체가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뿐만 아니라, 가구도, 주방도, 화장실도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가 이 집에서 찾은 것은 단지 중형 자전거 한 대와, 작은 종이상자 하나뿐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존해 그 상자를 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열기보단 찢기에 가까운 그 피곤한 동작의 보상은 이 도시와 인근 지역의 지리를 담은 지도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리고 난 그 보상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지도엔 수많은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또한, 예상대로 큰 도로는 이웃 도시들과 이어져 있었고, 그들간의 시냅스는 눈으로 훝어낼 수 없을 만큼 많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데..그런데..지도 옆에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144번째 탐사 도시...동일한 구조에 동일한 주민들 거주, 더 이상의 탐사는 의미없음...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마디로 말하면 '탈출 불가능'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 도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가도, 똑같은 도시가 반복된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즉, 탈출은 의미없는 방황과 같은 뜻이란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순간, 빈혈 환자처럼 머리가 핑 돌며 눈 앞이 뿌옇게 변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 무의식의 강한 부정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나, 이것은 '꿈'이 아니다. 내 감각이 살아 숨쉬는 '현실'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살기 위해선, 이를 받아들이고 계획을 바꿔야 한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분명히 어떤 방법이 있을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빠르게 주변을 살피는 나의 눈에 또다른 지도가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 도시의 구조를 담은 지도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 아직 가능성은 있어!"</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떻게 보면 이 세계를 이루는 가장 작은 세포 단위의, 구조라고 볼 수 있는 그 지도에서, 난 빠르게 눈알을 굴려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나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시의 정중앙, 초고층 타워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그 옆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유일한 탈출구...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떻게 800m의 타워형 건물이 이 지옥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러나, 난 어차피 갈 곳이 없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지금같은 상황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그 가능성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시 중앙과 여기와의 거리는 10km정도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분명 뛰어가기엔 먼 거리지만, 지금 내 옆엔 자전거가 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아마도 나이전의 사람이 남긴 물건일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나말고 다른 정상인들도 있는건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나이외의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제 막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는 순간,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뭐야 갑자기??!!!"</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전광판의 광고 소리, 클럽의 음악 소리 그리고...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div> <div style="text-align:left;">수없이 많은 소음들이 얽히면서 만들어진, 기분나쁜 소리가 내 귀를 때려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빠르게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을 살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사방으로 난잡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좀비의 그것만큼이나 기괴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가만히 서서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정확히 들려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것은 단순한 웅성거림이 아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아까 그 표지판의 문장을 읊어대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 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끔찍한 웅성거림에, 불규칙적인 박자로 다른 말이 섞여 들려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어딨어...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어딨어..."</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날 찾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순간, 한 사람이 심하게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땅에 엎어졌다. 얼굴을 창문 쪽으로 향한 채...</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 눈과 마주친 그의 눈은 영혼이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그가 입을 열더니, 책을 읽는 듯한 어색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여깄네? 여깄네? 여깄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저히 사람의 목소리로는 낼 수 없는 큰 소리로, 그는 계속해서 외쳐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여깄네? 여깄네? 여깄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소리에 이끌려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창문 근처로 몰려 들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창문에서 물러나 빠르게 자전거를 챙기고 현관문을 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집을 나오자, 앞에 보이는 반지하 특유의 계단이 사찰의 그것만큼이나 암담하게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찌해서 어찌해서 계단을 올라온 뒤, 자전거에 올라타 주위를 둘러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아까는 반지하의 창문이라서 발목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젠 그들의 전신이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어폰을 끼고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그들은, 비틀거리며 화면의 불 빛으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엇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이 찾는 대상이 나라는 생각에, 온 몸의 털이 곤두섯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재빨리 기어를 3단으로 바꾸고, 페달을 밟아 도로로 나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헉!!"</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로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이리저리 비춰대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내 비명 소리를 들은건지, 벌때처럼 모여있는 그들이 일제히 내 쪽을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페달을 밟아 인도 쪽으로 달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운 인도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아마도 빛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느정도 속도가 붙자, 난 기어를 7단으로 바꾸고 뒤를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억!!!"</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나와 1m의 간격을 유지한 채,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속도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다시 앞을 바라보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7단 기어의 묵직함이 종아리를 따라 허벅지까지 올라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다리의 피로따윈 무시한 채, 더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곧 다리가 저려왔고, 거센 공기저항때문에 눈이 아파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것들은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7단 기어가 1단으로 느껴질 때까지 미친 듯이 페달을 돌려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느정도 달리자,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더 나아가자 괴성또한 들리지 않게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아까보단 느리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도로를 따라 달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간혹가다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들은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빛이 끊기는 구간이 나타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지도를 보니, 1km의 두께로 도시 중앙을 감싼 고리 모양의 지대가 있었고, 그 옆엔 손전등 2개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확실히 빛 하나 보이지 않는 1km의 길을 손전등도 없이 지나가는 것은 꽤나 무모한 일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데 굳이 2개라고 적어 둘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그냥 메모에 적혀 있는 데로 하기로 결정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손전등을 찾기 위해 주변 상가를 돌아다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곳은 이상한 점이 참 많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전까지는 그 수가 적어도 사람이 없는 곳은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데, 이곳은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또한, 이 구역의 건물들은 다른 구역에 비해 상당히 어두웠으며, 다른 지역보다 온도도 떨어져 추위까지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 여름에 추위라니..."</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몸을 떨며 한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다행히 상점 안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빠르게 손전등 2개를 챙기고 나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렇게 가게를 나오자, 전방에 의류 판매점이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꽤 추운데 옷을 좀 챙길까?"</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 의류 판매점으로 들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다행히 이 가게에선 모든 시즌의 옷을 파는 듯 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두꺼운 스웨터와 가벼운 코트, 그리고 검은 색 겨울 슬렉스로 옷을 갈아입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준비를 마치고, 난 가게를 나와 자전거를 끌고 그 어두운 지대로 들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역시나 이 검은 지대는 한 겨울의 밤만큼이나 그 추위가 극심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뭐야..?"</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문제가 생겼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 검은 지대는 뻥 뚫린 직선 길이 아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전방에 비춘 손전등 빛이 어떤 벽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 하고 있었고, 양 옆으론 갈림길이 나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전형적인 미로의 모습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또다른 문제는 통로가 너무 좁아 자전거가 코너를 돌 수 없다는 것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버리고 홀로 걸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로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는 것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전부다 100m의 직선 코스 후에 양갈래길이 나오는 단순한 구조였기에, 처음의 방향만 기억한다면 쉽게 나갈 수 있는 그런 미로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느정도 걷자 전방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사..살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추위도 잊은 채, 출구로 뛰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밖으로 나오니 그 검은 지대와 대조적으로, 거리 전체가 밝게 빛났으며 심지어 열기까지 느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코트를 벗어 던지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지도를 보니 약 500m정도의 거리가 남아있었고, 그걸 증명하듯 전방에 밝게 빛나는 거대한 타워가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타워는 도시의 다른 건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밝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데, 이상한 것은 타워의 절반 아래에서만 빛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왜 저건 다 빛나지 않는거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멀리서 수많은 빛들이 나타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저 빛들이 건물의 불 빛이 아니라는 것을, 난 직감할 수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빠르게 골목으로 몸을 숨겨 그곳을 응시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먼 곳을 더 잘 보기 위해 찌푸려진, 시야 사이로 희미한 실루엣들이 일렁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빛들이 모여 있는 곳은 중앙 타워 근처였고, 그 빛의 원천은 손전등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수많은 사람들이 손전등을 양손에 들고, 하늘을 향해 그 빛을 비추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팔을 직각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머리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 팔때문에 멀리서 본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양끝이 가운데보다 긴 '뫼 산 (山)'자와 같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뭐..뭐야 저 XX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중 일부는 마치 정찰병처럼 주위를 수색하며, 사람들을 무리로 끌고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잡혀온 사람들 주위로 그 손전등 인간들이 개미때처럼 몰려들었고, 가차없이 주민들을 뜯어 먹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역겨운 모습에 구역질이 날 뻔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저길 어떻게 지나가지?)<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사방을 둘러봐도 저길 통과할 만한 길이 안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비록 반대편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방으로 대칭을 이룬 이 도시의 특성상, 그 검은 지대처럼 고리 모양으로 타워를 감싸고 있을게 뻔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 마디로, 타워에 도달하기 위해선, 저들과 접촉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미치겠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복잡한 생각들 사이에서, 순간 지도에 적혀있던 손전등 2개라는 메모가 떠올랐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설마 위장 잠입이라도 하라는건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다시 그 무리를 살펴봤다. 확실히 그들은 동족을 공격하진 않는 듯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래..저 녀석들은 절대 눈치채지 못 할거야...)</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합리화는 불안감을 이겨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불안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손전등을 하늘로 향하게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끔찍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만약 지옥이 존재한다면, 지금의 광경과 비슷할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옆에서 서너명의 사람들이 주민을 물어 뜯고 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아니 이젠 그들이 사람인지도 모르겠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계속 팔을 고정시킨 채, 머리만 돌려가며 사람을 뜯어 먹는 그들을 도저히 인간이라 할 수가 없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순간, 시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물씬 핑겨오는 피비린내에 정신이 아찔해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고개를 돌리고 속도를 높여 그 살육의 현장을 빠르게 벗어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처럼 행동하며 무리를 통과하는 것은, 정신적 충격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도 가져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느정도 걷자, 팔이 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한 그 느낌에, 얼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얼마나 걸었을까, 무리의 끝너머로 중앙 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드..드디어!!)</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눈 앞에 아른거리는 타워의 밝은 빛이 마치 구원의 빛이라도 되는 양, 난 그것을 향해 조금씩, 그러나 빠르게 다가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틱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음..뭐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스위치가 내려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내 손전등의 빛이 꺼져버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일순간, 주위의 모든 손전등이 내게 비춰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단지 손목만 꺾어 내게 손전등을 비추는 그들의 표정엔 그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그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 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새로운 문장이 추가됬다.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이제 그 마지막 문장만을 반복해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이 마지막 문장을 반복하자, 그들의 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손전등이 천천히 손바닥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며, 그들의 몸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변화가 끝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바로 손전등을 버리고, 타워 쪽으로 뛰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팔이 고정되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없는, 그들을 밀치며 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무리를 빠져나오자 타워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와는 대조적으로, 뒤에서 들리는 군중의 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상항을 파악하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흐아아아아악!!!"</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의 손에 손전등이 다 들어가자,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얼굴엔 눈과 코도 없이 단지 옆으로 길게 찢어진 입만이 크게 벌려져 있었으며, 몸 전체가 도시의 그 어떤 빛보다 더 밝게 빛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각각이 서로 다른 빛을 내뿜으며 어우러지는 그 조화로운 모습이, 지금의 상황과는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끔찍한 문장들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심판...심판...심판..."</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마치 속삭이듯이 '심판'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4발로 달려오는 그 모습은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전방의 타워에 더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속삭임은 더 커져만 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타워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일 때쯤, 난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유리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가자, 처음으로 보인 것은 그 높이가 압도적인 기둥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기둥또한 빛나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50%라는 수치가 작게 떠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기둥을 지나자 1시 방향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다행히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려 있었고, 난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꼭대기 층인 160층을 누르고 바로 닫힘 버튼을 누르며 앞을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억!!"</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이미 입구를 지나 기둥 근처까지 와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제발 좀 닫혀라 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미친 듯이 닫힘 버튼을 눌러대는 내 손가락과 반대로, 문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닫히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그런 문을 원망하며, 무의미한 손가락질을 게속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서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그 소름끼치는 빛들이 새어들어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이 1m 앞까지 다가왔을 때쯤, 극적으로 문이 닫히더니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더 이상 그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허억...허억...허억..."</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바라봤다.<br> <br>엘리베이터는 유리로 이루어진 직육면체형이었다.<br>즉, 그 안에선 전후좌우상하의 풍경을 모두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br> <br>그런데..그런데..아래 쪽에서 그들의 빛이 보였다. 그들은 계속 쫒아오고 있었다...벽을 타고 오르면서...<br><br>형형색색의 그 빛들은 내게 점점 가까워지며, 더 밝아져만 갔다.<br> <br>"흐어어억!!"<br> <br>그 '심판'이라는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br>팔의 완력을 이용해 위로 점프하며 점점 내게 가까워지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했다.<br>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들은 어느새 내 발끝까지 쫒아와 있었고, 엘리베이터의 층은 아직 50층을 가리키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흐아아악 오지마 저리가!!!"</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한 발광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놈은 나와 마주한 벽쪽에 매달려 가만히 날 주시했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이윽고 그것이 팔을 들어올리더니 유리벽을 주먹으로 치기 시작했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 <br>〔 퍽 퍽 퍽 〕</div> <div style="text-align:left;"><br> </div> <div style="text-align:left;">놈은 계속해서 그 동작을 반복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점점 금이 가는 유리벽 때문에, 발광체의 빛이 사방으로 난반사되었다.<br> <br><br>〔 쨍그랑~ 〕<br><br><br>유리가 깨지더니, 그 푸른 빛의 팔이 엘리베이터 내부로 들어왔다.<br>놈의 팔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br> <br>"허어어어악!! 저리가 저리가라고!!!"<br> <br>난 놈이 부순 유리벽의 반대쪽인, 문에 딱 달라붙어 그것을 피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손은 내가 없는 방향에서 무질서하게 버둥거렸다.<br>아마도 난잡하게 금이 간 유리벽때문에 안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듯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일순간, 손이 빠지더니 놈이 다시 유리벽을 쳐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이 녀석은 유리벽 전체를 뜯어내, 이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br> <br>난 층수를 바라봤다.<br>60층의 디지털 신호가 막 61층으로 바뀌고 있었다.  <br> <br>아직 반도 올라오지 못 했다는 사실에, 난 절망했다.<br> <br> <br> <br>유리벽이 조금씩 뜯겨져 나가면서, 놈의 모습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br>푸른 빛의 몸에 길게 찢어진 입... <br>그 이질적인 모습은 두려움을 넘어 패닉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쨍그랑~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놈이 마지막으로 남은 유리 조각을 뜯어냈다.<br> <br>"흐어어어아아아악!!"<br> <br>놈은 비명 소리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뜯겨진 벽쪽에 가만히 매달린 채 날 주시했다.<br> <br>난 놈의 얼굴을 쳐다봤다.<br> <br>그것의 입은 분명 웃고 있었다. 그 올라간 입고리를 보자 놈의 표정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br>비록 얼굴엔 입 밖에 없었지만, 난 볼 수 있었다. 먹이감을 찾은 포식자의 그 광기 어린 표정을...<br> <br>이윽고 그것의 입이 180도로 벌어지더니, 날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입 안은 몸의 푸른 빛과 대비되는 완전한 심연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곳에 빠지면, 내 영혼까지도 소멸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난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그저 온몸이 굳은 채로, 서서히 다가오는 그 심연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놈이 내 머리를 삼키려는 그 찰나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띵동~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80층, 지나갑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갑자기 그것이 입을 다물더니, 내게 괴성을 지르고선 아래로 뛰어내렸다.<br> <br>(뭐..뭐지..?)<br> <br>난 어리둥절해 하며 바깥을 살폈다.<br> <br>엘리베이터는 빛이 없는 타워 상부 쪽을 지나고 있었다.<br>아마도 타워의 빛이 끊긴 것 때문에, 놈이 더이상 따라오지 못 한 듯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그 느낌에, 머리 속이 완전히 공허해진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성이 돌아오며, 눈 앞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먼저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어서 저멀리 지상의 빛이 끝나는 지평선이 보였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위로는, 그동안 숨어있던 별들이 하나둘씩 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br> <br>"그래..이제 끝났어 다 끝났어..."<br> <br>밝게 빛나는 별들을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에 눈물이 났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띵동~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160층, 테라스 도착했습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문이 열리고 옥상 테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br>옥상은 테라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중앙에 작은 벤치만 있을 뿐이었다.<br> <br>그 벤치에서 어떤 사람이 앉아있는 듯한 실루엣이 보였다.<br> <br>난 그가 지도의 주인임을 확신하고,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갔다.<br> <br>그는 미동도 없이, 고개만 젖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br> <br>조심스럽게 그를 살펴봤다.<br>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는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절망적이게도, 그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 더 이상 뛰고 있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러나 그는 두려움 속에서 생을 마감하진 않은 듯했다. <br>고개를 하늘로 향한 채, 생명이 진 그의 얼굴엔 이루말할 수 없는 평온함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기 떄문이다.<br> <br>난 살며시 감겨있는, 그의 눈이 향한 방향을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동안 도시의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br> <br>너무 밝아 그만 주위의 빛들을 삼켜버린 별, 빠르게 날아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의 생을 다한 별, 심장이 맥동하듯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별...<br> <br>각각의 별들이 저마다의 빛을 가지고, 하늘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br> <br> <br> <br>난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의 손엔 그가 남긴 마지막 메모가 쥐어져 있었다.<br> </div> <div style="text-align:left;"><br>[ 어미잃은 자식에게 새벽은 오지 않겠지만, 별 또한 지지 않으리라. ]<br></div> <div style="text-align:left;"> <br>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은하수의 중심이 마치 동전으로 가려지듯, 점점 검게 변해갔다. <br> </div> <div style="text-align:left;"><br>"드디어 달이 보이는구나..."<br></div> <div style="text-align:left;"> <br>마음이 공허해지며, 조금은 허탈해졌다. 그러나 절망이 느껴지진 않았다.<br> <br>난 전경을 더 잘 보기 위해, 테라스 난간 쪽으로 향했다.<br> <br>도시와 하늘의 풍경이 동시에 눈을 자극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아름답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도시의 빛과 하늘의 별들을 구분할 수가 없다.<br>위아래로 서로 밝게 빛나는 빛들의 대칭은 마치 거대한 거울을 보는 듯하다.<br><br> <br> <br>난 그 황홀함에 현혹되어, 대칭의 중심인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손만 뻗으면 빛이 닿을 것 같았다.</div> <div style="text-align:left;">난 별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br>순간, 무엇인가 날 별 빛을 향해 끌어당겼다.<br>난 하늘인지 땅인지 모를 그 곳으로 마냥 떨어져 갔다. <br>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별들이 내게 더 가까워진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황홀하다.<br></div> <div style="text-align:left;">이것이 '하늘'의 별인지 '도시'의 별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가 않다. <br> <br>그저....난 그 빛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을 뿐이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희미한 푸른 빛이 내 눈을 간지럽힌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그 평온한 느낌에 난 살며시 눈을 감고, 새벽녘의 어스름한 그 하늘을, 감겨진 눈 앞에 그려본다.</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끝-</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