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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294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21
    조회수 : 1088
    IP : 175.223.***.221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07/16 22:19:26
    http://todayhumor.com/?panic_89294 모바일
    [단편] 시선
    얼마전부터 마을에서 '마음이 불편한' 것으로 유명한 아주머니께서 자꾸 내 뒤를 따라오곤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따라붙는 정도를 넘어서서 조금 기분나쁜 행동도 자주하신다. 자꾸 내 주변이나 우리집 근처에 서서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곤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어느날부터 따라오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근처에 멈춰서서는 먼산보듯 그냥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알게되었다.  그냥 날 보는게 아니니까, 아픈 분이니까 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것도 반복이 되다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 왠지 더 무서운건, 이분이 처음에는 지나가다 날 만나면 쫓아오는 정도였는데 점차 우리집 부근에서 날 기다리듯 자꾸 나타나곤 했다. 집에 돌아오는데 갑자기 내 앞에서 나타나선,  내 등뒤를 한없이 보고있다던지... 아침 운동 나오는데 한쪽 골목에 가만히 서서는 반대편 골목을 계속 노려본다던지...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그분을 딱! 마주치는 순간엔 정말 심장이 툭 튀어나와서 바닥을 뒹굴듯  놀라고 만다.

    이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게 아닌것 같긴 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밤낮 가릴것 없이 내 주위에서 맴도시는 그 모습이 생각보다 무서웠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건지 이유도 모를 노릇이라 더욱 그랬다.
      
    그 중 제일 압권이었던 것은 일주일 전 밤. 공부하다말고 답답해져서 바람이나 쐴 겸 창문을 열려는데, 무심코 창밖에서 내쪽을 올려다보고있는 그분을 보고 말았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희번뜩허니 눈을  뜨고 날 올려다보는 그 모습이란, 세상에, 정말 기절초풍할 것이었다. 귀신이라도 보는 건가? 아님 날 쳐다보는 걸까. 

    어느쪽이 되었든 무서운 일이라 덜덜 떨다가, 마지못해 부모님께 상담도 해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부모님은 믿어주지 않는 눈치셨다. 어머니 왈, "그 분이 지금 가족한테 일어난 나쁜 일 때문에 마음에 병을 얻으셔서 그렇지, 원래 참 좋은 분이다, 저렇게 되시고도 남에게 피해는 끼친 적이 없는 분이다." 라고 하셨던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난 엄청 무섭다고 어필해보있지만, 왠걸, 덩치도 산만한 놈이 부산시럽다고 등짝스파이크만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어디 더 하소연도 못 하고 혼자 속으로 삭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려고 누울때마다 그 눈, 어둠속에서 하얗게 빛나던 눈이 생각이 나서 며칠째 잠을 설치고 말았다. 나를 보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는 그 눈, 눈. 그 눈이 내 주변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사람의 시선이 이렇게 불편하고 무서운건지, 왜 몰랐을까. 아주머니의 시선이 소름끼치게 싫었다. 두려웠다.

    결국 어제밤, 퇴근길 도중 또다시 집 앞에 서 있는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큰 소릴 내고 말았다.

    "아주머니, 아니 진짜 왜 이러세요?! 제발, 제발 좀 제 주위에서 이러지마세요! 가세요, 가시라구요, 쫌!"

    무심코 버럭 내지른 소리에 나도 놀랐지만, 아마도 아주머니는 더 놀라셨던 모양이다. 몸을 흠칫, 떠시더니 처음으로 나를 정면에서 제대로 바라보셨다. 가만히, 가만히 올려다보셨다. 내가 무서워하던 그 눈으로.

    그런데 정작 나를 올려다보는 그 눈은, 잠마저 설치게 하던 그 눈은 마치 그런 적이 없다는 듯이 맑았다. 오히려 조금 불안정하게 떨리는 것이 내 큰 소리때문에 겁을 먹은 듯이 보였다. 밤마다 머리속을 떠도는 그 눈 때문에 두려웠던 시간들이 다 사그라지고, 자동적으로 내 입도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굳게 다쳤다.

    아주머니는 그렇게 한참을 올려보시다가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번엔 내가 조금 흠칫 떨었지만,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조용히 지나쳐가셨다. 뒤돌아 아주머니를 바라보자, 아주머니는 천천히 나에게서 멀어지시면서, 살짝살짝 나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이 왠지 자꾸만 가슴에 걸렸다. 왠지 슬퍼보였다. 하지만 잡지도, 묻지도 못한채 아주머니는 골목 너머로 사라지셨다.

    대체 아주머니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으셔서 그렇게 되신걸까. 전날과는 다른 이유로 밤을 지새며, 궁금증과 이유 모를 죄책감으로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으면 직접 물어보든가 해볼까, 그러면 좀 해결이 될까 혼자 고민하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늘, 내 궁금증과 죄책감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걸 알게되었다.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내가 간신히 잠든 그 새벽, 우리집 앞 골목에서 어떤 여자의 칼을 맞고.

    다행히 현장 부근의 cctv에 잡힌 모습 덕에 금새 붙잡힌 범인은 경찰소 앞에 모여든 방송카메라 앞에서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그년이, 몇주째 계속 날 보았다고, 방해했다고.

    어느샌가 저 먼 앞에서, 어느샌가 저 먼 골목에서, 어느새가 저어기 창가 아래 골목에서 보고있었다고.

    그 눈, 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고, 방해했다고.

    그렇게 한없이 외치며 경찰소로 끌려들어갔다.


     
    그녀는 아마 나와 같은 것을 보았으리라.

    하지만 다른 것을 본 것이겠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온 몸의 힘이 쭈욱 빠졌다.

    그 눈, 그 눈이 향하던 곳이 어딘지에 대한 답을 얻은 댓가, 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일부 실화와 다수의 허구가 섞인 단편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출처 제 실화와 상상력 더하기에서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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