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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093
    작성자 : 페롯
    추천 : 19
    조회수 : 1483
    IP : 180.64.***.13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7/09 01:40:04
    http://todayhumor.com/?panic_89093 모바일
    [단편] 푸른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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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행성


     요즘 ●●는 눈앞이 희뿌옇게 보이기 시작한것이 고민이다. 한창 클때이기에, 부모님도 그저 사춘기 중에 시력이 잠시 악화되었다가 돌아오는것 뿐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세상일은 보통 방심하면 크게 벌어지는 법. 얼마후, ●●는 잠에서 깨자마자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완전히 눈앞이 보이지 않게 된것이다. ●●의 부모님은 그제야 아들을 안과로 데려갔으나, 의사는 전혀, 눈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며 뇌쪽의 문제가 아니냐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의 그 기괴한 일이 점차 나라전체로, 세계전체로 뻗어나갔다. 멀쩡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장님이 되고 만것이다.  
    그 혼란은 얼마가지 않았다. 
     물속에 잠기면, 앞이 보이게 된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리 희소식이라고 하기 힘든것이, 지구는 현재 물이 꽤 고갈된 상태라, 앞을 볼 수 있는 물을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물이 있는곳이라고는 세계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물탱크뿐.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구할 수 없었기때문에 그 희소성 때문이라도 물은 비쌌다. 

    고글에 물을 채워넣은 물안경을 쓰고 앞을 보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꽤 잘 사는 집안의 일이었고, 가난한 이들은 마실 물을 낭비하면서 까지 앞을 볼 생각이 없었기에, 눈이 먼 상태로 그렇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눈에 확연히 보이는 계급차가 나타났다.  
    물안경을 쓰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부자들과 눈이 멀어서 세상을 볼 수 없는 빈민층들. 

     물을 팔던 사람들은 이때다! 하고 물을 더더욱 비싸게 팔기 시작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말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적응이 되지않아서 사기를 당하기 일쑤였고, 가면 갈 수록 그들의 삶은 피폐해져가기만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빈민층들은 마실물조차 구할 수 가 없었다. 쩍쩍 갈라진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도 퍼석하기 그지없고, 말을 하려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는것 조차가 사치였다. 침조차 사치라니,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었다. 

     "....지쳤어."  

    얼굴 전체에도 가뭄이 든것처럼, 빈민층들의 얼굴은 금이 가있었다. --는 자기 얼굴을 만지다가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어쩌면 아름다운 얼굴이었을지도 모르고, 잘생겼을 얼굴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저 자기 신세가 원망 스러워 우는걸지도 모른다. 
    --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의 사람들은 그저 그의 어깨를 툭툭치고 만다. 울어봤자 수분낭비니까.  
    이미 그의 울음은 눈물없는 신음소리였다. 

     한번만,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양껏 물을 마시고 싶다. 

    그는 꺽꺽, 마른 울음을 토하다가 제 분을 못이겨 주변의 벽을 세게 두드린다. 

     '텅텅'  

    양철재질의 소리. 그리고, 문득 손에 느낀 이질감. 

    물기였다. 

    차갑고 서늘한 촉촉함.  그는 문득 깨닫는다. 
    빈민층들이 모여서 이동하다가 머무른 이곳은, 물탱크가 아닌가? 

    홀린듯이 그 주변을 훑는다. 
    몸이 젖고 있다. 
    온몸이 젖고 있다.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된건지는 무리도 잘 모를것이다. 그저 서로에게 의지해서 어디론가 온것 뿐이니까. 뭐가 어찌됐건 행운이었다. 

    그는 그저 좀 더 수분을 얻고싶어서. 그 통에 맺힌 물방울을 조금이라도 더 몸에 묻히고 싶어서 그 '통'주변에 몸을 문질렀다.  

    그리고, 그가 몸을 강하게 기대었을때, 뭔가 큰 소리가 울리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사이렌같은 소리와 온갖 잡음. 그리고 언제부턴가 잊고 있던 시원한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천천히 들려오고 있었다. 

    발이 흠뻑 젖는다. --는 당황한다. 점점 발목도 젖는다. 무리지어있던 빈민층들의 놀란듯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도 잠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온몸이 흠뻑 물로 젖는다. 

    물에 잠긴다. 

    갑자기 물에 잠겨 몸에 과할정도의 압력을 받으며 --는 눈을 뜬다. 

    얼마만에 드디어 보는 풍경은, 거대한 물탱크의 열린 입구와, 온갖 물고기들과 물결에 따라 계속 밀려나고 있는 자신과 난생 처음 보는....바다였다. 

     거대한 '물탱크'가 예고없이 수문을 개방해 버리게 되자 주변 물탱크들이 강한 물결에 휩쓸려 물을 토해냈고, 이내 모든것을 삼켜버렸다. 


     물은 부족하지 않았다.  

     부족한적이 없었다. 

     부족한것은 그 들의 '인간성'이었다.  
     그들의 넘치는 푸르른 이기심은 그렇게 한 행성을 파랗게 수놓았다.       
    출처 미숙한 상상력 미숙한 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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