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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089
    작성자 : 페롯
    추천 : 35
    조회수 : 4086
    IP : 180.64.***.130
    댓글 : 20개
    등록시간 : 2016/07/08 22:00:51
    http://todayhumor.com/?panic_89089 모바일
    여자를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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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상의 여자를 빌려드립니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서 집에 돌아가는 길. 평소보다 업무량이 더 많아서 어깨가 배로 무거운데, 집에 돌아가면 또 의심부터 할 아내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일하고 온거라고 해도 옆에 착, 달라 붙어서 킁킁, 냄새맡아보고, 재킷을 벗겨서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무슨 집에 돌아갈 때마다 검사받는게, 지겹다. 

     차라리 오늘은 아예 들어가지 말까?...아, 자주 가던 술집이라도 들어가서 혼자 맥주라도 마실까? 타코와사비 시켜놓고, 느긋하게 맥주한잔....크! 생각만해도 집에 들어가는것보단 몇배로 즐거워졌다. 그런 들뜬마음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돌려 단골 술집으로 가려던 차였을텐데. 

     어라, 여기가 아닌가?
    분명히 익숙한 길인데, 술집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것이다! 술맛도 좋고 사람도 꽤 오던 곳인데... 건물주의 횡포려나? ....하이고, 이젠 또 어디서 술을 마시나? 한껏 들떴던 마음이 꺾여서 타올랐던 의욕도 팍, 풀이 죽어버렸다. 

    단골술집은 왠지 묘한 가게로 바뀌어있었다.  '이 세상의 여자를 빌려드립니다! 렌탈우먼!'  까만 간판에 투박하게 '렌탈우먼'이라 적혀있고, 위에 작은글씨로 '이 세상의 여자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써있었다. 

    아무래도 그, 그건가? 성매매관련? 간판에 전화번호도 없고, 창문도 없이 블라인드가 쳐져있는걸 보면 그런것도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갈곳도 없어졌고! 뜬금없이 이런데서 의욕이 샘솟았다. 


     딸랑,  맑고 경쾌한 종이 문을 열자마자 맞이하고, 생각보다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엥, 퇴폐업소 그런게 아닌가? 게다가 데스크에 서있는 여직원도 수수한 화장에 머리를 틀어올려 묶은데다가 제복을 입고 있는것이 영락없는 평범한 안내원이다. 
     "어서오세요, 이 세상의 여자를 빌려드리는 렌탈우먼 입니다. 무슨일로 찾아오셨나요? 처음오신 고객이시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엉거주춤 안으로 들어와 저도 모르게 뒷목을 긁적이며 다가서니, 직원이 곧바로 뭔가 종이를 꼬 꺼낸다.
     "그러면 설명부터 해드리겠습니다." 
    "네, 네에...." 
    "저희 서비스는 전세계에서 어떤 여자든 렌탈해 드리는 서비스로, 현재는 사정상 국내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자신의 친척이나 아내를 렌탈하실 수 있고, 자신을 한 번도 본 적없는 남남이어도 가능하세요."
     "...ㅇ, 예?"
     
    어리둥절하다. 어떤 여자든 빌려준다고? 심지어 친척이나 아내도?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주의사항으로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여자를 반납하지 못하게 되실경우 그 여자분은 고객님께 귀속되기 때문에 그 뒤의 책임은 고객님께 있다는 점 알아주시고요."  
    "어...어? 그러면 되는건가요?"  

    이득이다. 백퍼센트확률로 이득이잖아? 지금 내가 꿈을 꾸나? 어떤 여자든 렌탈해 주는데 반납 못하게 되면 내것이 된다는 거잖아. 뭐 이런 꿀같은 서비스가 다있나? 그러면 무지하게 비싸겠지?  

    "저어....그래서, 가격은 얼마인가요?" 
    "신규고객님께 한정으로 무료로 빌려드리고 있는데, 다만 여자를 선택하실 수 는 없는데 괜찮으신가요?" 
    "선택..하면 얼마나..?"  

    저도 모르게 목젖이 꿈틀 거린다. 무료? 무료라고? 랜덤이어도 여자를 빌려주는데, 무료? 선택은 그럼... 

     "선택하시게 되시면 옵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세요. 고객님의 이상형정도에 따라 달라지고...최소가격은 5000만원이시고...최대로는 100억정도 들거예요." 
    "힉," 

     비싸다!....꿈도 꾸지말자. 무료면 어때. 랜덤이라서 어쩌면 거의 100억에 육박하는 여자를 얻을 수 도 있잖아? 좀 낮은 가격이어도 무료니까 잃을것도 없고!  

    "그러면, 무료로... 렌탈은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구요, 본인이 돌려줄 마음이 생기셨을때 돌려주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주시구요, 그럼 지금 바로 렌탈 하시는건가요?" 
    "네, 네....!"  

    홀린듯 멍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내 옆에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외모지만 꽤 매력있는 얼굴을 한 스무살이 좀 넘은 듯한 여자가 있었고, 한손에는 연락처만이 덩그라니 적혀있는 하얀 명함이 들려 있었다. 





     -  


     그 뒤로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집에는 보통 아내가 있으니 비자금을 털어서 근처 원룸에 여자를 두고서 대화를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지냈다. 

    여자는 이름을 물어도 모른다고 대답하고 나이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말에 하나하나 담긴 순수함이 너무 깨끗하고 고와서 싸늘하게 죽었다고 생각했던 순정이 깨어난것만 같았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왼쪽 눈밑의 매력점에 그 반쯤 애교어린 웃음이란...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지옥같았던것이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로 인해 즐겁고 행복해진것에, 나는 그 렌탈가게에 무한한 감사를 마음으로 몇번이고 되뇌었다.  


    오늘더 회식이라고 거짓말치고 그 여자가 있는 방으로 간다. 여느때와 같이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오늘도 고단한 회사생활이었지만 그 애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들뜬다. 

     어,  발걸음이 느려진다. 
    왠지 모르게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다. 
    워낙에 꼼꼼하게 정돈하고 다녀서 분명히, 도어락을 누른뒤에는 번호키가 안보이게 닫아놨었는데, 도어락이 위로 올려져있다. 천천히, 천천히 손을 문손잡이로 가져간다. 문이 작게 열려있다. 삐빅, 삐빅 하는, 문이 열려있다고 발악하는 도어락의 알림음. 알림음이 울릴때마다 머릿속이 쿵쿵 울린다. 심장은 그보다 더 빠르게 쿵쿵 울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냥 잠깐 밖에 나갔다 왔을 수 도 있잖아. 하지만 내가 분명 쓰레기니 뭐니 다 버려줬고 집에있으라고 당부했고, 한번도 그걸 어긴적도 없잖아. 말 잘듣는 착한 애잖아. 먹을것도 먹을 수 있게 가져다 줬고. 아냐, 아니야. 예외가... 
    온갖 잡생각들이 휘몰아친다. 
    생각의 폭풍에 휘말려 손을 움직이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내가 돌리지도 않았는데 문손잡이가 천천히 움직이고, 문이 열렸다. 


     아내다. 


    아내가 이곳을 알아버렸다. 

     ".....나쁜새끼...!"  

    짝, 
    하얗게 불꽃이 튄다. 뺨을 후려 맞았다. 아내는 평소보다 더 끔찍한 몰골로 울면서 나를 붙잡고 뺨을 때리고, 때린다.  

    "너...너때문이야. 당신때문에...!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가 있는데! 어! 당신 때문이야!!!!"  

    악에 바친 고함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리고, 아직 멍한 정신은 현실을 더듬더듬, 더듬는다. 아내가 앞에있고. 아내는 우는 얼굴이고, 

    아내의 옷이 피투성...이?

     "....설마, 아니지?" 
    "당신때문이라고!!!!! 어떻게 임신한 아내를 두고!! 어!!!! 미친 새끼야, 뭐야!!!" 

    아내의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내가 임신한것은 알고 있었다. 

    히스테릭해진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이정도 일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일단 비켜봐."  

    머릿속이 차갑다. 온몸이 차갑다. 내 앞에 쓰러져서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도, 지금 이 기괴한 풍경도 차갑다.  

    "....당신이 알아서해, 나, 난 몰라. 당신때문이야."  

    공기가 쓰다. 현기증이 난다. 꽉 앙문 입술사이로는 피가 샌다. 나는 흉측한 모습을 한 아내를 본다. 

     "알았으니까, 집에 돌아가 있어."  

    아내는 그 자리에서 나를 노려보다가 뒷걸음질로 밖으로 나간다. 복도를 뛰어가는 발소리가 멀어진다. 그제야 난 진정했다. 

    어쩌지, 진짜로? 사람을 죽인거야?

    여자는 죽었을 수 밖에 없다. 머리쪽이 흉칙할정도로 함몰 되어 있고, 여자 옆의 금속배트에 피가 칠갑 되어 있는걸 보면 배트로 내려친거겠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쩌지, 어쩌지.  

    아, 일단 그 서비스에 말해야....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건다. 연결음이 2번정도 울린 뒤에 바로 받는다. 

    "네, 렌탈우먼서비스 입니다. 말씀하세요." 
    "네, 네! 저기....저번에 신규가입하고서 여자를 렌탈했던 OOO인데요..." 
    "아, 네, 고객님. 무슨 문제로 전화주셨나요?" 
    "빌렸던...그, 여자를...못돌려드릴것 같습니다...." 
    "사유도 알아야 본인에게 귀속해드립니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지? 미리 이유도 생각해뒀어야 했는데...뭘 말하지? 머릿속이 하얗다. 

     "사유가 혹시 여성의 피치못할 사망일 경우에는 뒷처리를 저희가 해드리고 있는데 필요하신지요?" 
    ".....! 그걸 어떻게..." 
    "GPS를 켜두고 계셨네요, 그럼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자세한 주소는 문자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일처리는 저희가 해드릴테니 집에 가 계셔도 괜찮습니다." 
    "저에게 귀속된다면서요, 저 여자가..." 
    "그건 이미 처리 되었습니다. 이후 클레임은 일절 받지 않기때문에 본 번호로는 연락되지 않는 점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저쪽에서 전화가 끊겼고, 여전히 나는 얼떨떨함에 멍하니 있다가, 비틀 비틀, 집으로 향했다. 아내의 잔소리는 여전했고 일상은 쓰기만 했다. 


     - 




     "아아아으윽!!! 나 죽어, 나죽어!!!!" 

    내머리채를 잡아당기는 우악스러운 손, 아내는 병원이 떠나가라 울고 있었다. 그래, 드디어 아내의 출산일이 임박했고, 산부인과에 데려와서 아내의 산통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아내에게 큰 애정은 없었지만,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설렜다. 

    내 자손이라니, 설레는게 당연하지.  아, 이내 아내의 손에 힘이 풀리고, 의사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린다.

     ...어? 잠깐, 혹시 아내가 힘이 빠져서 아기가 못나왔나? 비척 비척 의사들 쪽으로 갔을때, 내 눈앞에 보인것은, 

     아내의 사타구니 아래로 보이는 아기. 

    뒷통수쪽이 심하게 함몰되어있는, 피투성이의 아기. 

    왼쪽 눈밑의 희미한 눈물점. 






     아, 그렇구나. 여자는 내게 귀속되었구나.
    출처 미숙한 필력 미숙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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