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단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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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8024

작성자 : Avalanche★

추천 : 8

IP : 208.54.***.16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6/05/25 0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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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제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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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여자친구 집 앞에 도착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문을 열고 들어가기 무섭다. 그분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계실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를 죽이려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슬플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를 이해하려는 표정을 짓고 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 표정을 보고 나는 무슨 반응을 해야할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할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유감입니다 라는 말을 해야할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을 하던 도중, 내 머리 앞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경첩에 기름칠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자넨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낮게 깔리는 남자의 목소리. 아버님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예. 안녕하세..”</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어서 가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버님께서는 손에 들고 계신 물건을 내미시고는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으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니 아버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거 가지고 가게. 당장.”</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버님께서는 손에 있는 물건을 나에게 계속 밀어대고 계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손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보니 CD인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버님 그래도…… 대화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문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아버님은 완고하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가지고 가라고 했지 않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버님은 버럭 화를 내시고는 문을 닫으려 하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버님. 가지고 가겠으니 일단….”</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문에서 손을 떼려던 그때, 집 안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울음소리가 반쯤 섞인 목소리에 높은 톤인걸 보니, 어머님인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빨리 보내라고 헀잖아요! 제발! 아이고… 내 딸이… 내 딸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멈추지 않는 울음에 먹혀버린 어머님의 목소리는 내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죄송합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 한마디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목구멍 끝에 걸려있는 그 다섯 글자가 내 목에서 떠나가질 않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어서 가게. 그리고 웬만하면 오지 말게. 알겠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쿵. 내가 손을 떼자 마자, 짙은 회색 철문은 굳게 닫혀버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리곤 두어개의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리곤, 현관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아버님이 들어가실 때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 여자친구가 남긴 물건을 손에 든 채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더 있고 싶었다. 이 골목에서 조차도 많은 기억들이 남아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문 옆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회색 전봇대 하나가 보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쓰레기봉투들이 난잡하게 쌓여서는,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 머리속에서는 이렇게 더러운 거리가 아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바로 저기 저 곳에서. 굳게 닫힌 저 문에서 걸어나왔던 사람이 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저기 파란 담장이 있는 골목에서 걸어오던 사람이 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선배… 아니아니 오빠. 저 진짜 괜찮아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야.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혼자서 다니려고? 거기다가 이렇게 어두운 골목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폰 플래시를 켜서는 앞쪽을 비추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정말 괜찮아요. 집 코앞이잖아요 오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손을 풀어내려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이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하는거지. 집 바로 앞에서 납치되는 케이스도 있다잖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폰 플래시를 끄고는 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바로 앞쪽에 가로등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가로등이 적을 수가 있나 싶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쓴다면 환한 거리를 만들 수 있을거고, 얘도 깊은 걱정 할 이유는 없을건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선배… 아. 죄송해요. 오빠.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혼자 올 수 있었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살짝 웃음을 짓고는 인사를 하는 내 사랑. 너무나 귀엽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에이. 이용해먹을 수 있을 때는 이용해먹는 게 최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웃음을 짓고는 손을 살짝 흔들어줬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리곤 내 여자친구의 얼굴을 살짝 쳐다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웃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눈은 똘망똘망하게 뜬 채로, 입으로 살포시 웃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오빠 감사합니다. 저 이제 들어가볼게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올라간 입꼬리가 내려가고는 살짝 고개를 숙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흐뭇한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래. 조심해서 들어가고. 내일 학교에서 보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네 오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조용히 문에 손을 얹고는, 부끄러운 듯 후다닥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두어개의 자물쇠 잠그는 소리가 들린 후, 담장 너머로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어 딸 왔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낮은 톤의 남성 목소리.</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휴.. 네 아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버님인 듯 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이구 우리 딸 왔구나. 근데 밖에 누구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톤이 조금 높은 여자의 목소리. 아까가 아버님 목소리였으면 이번은 어머님이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 아니야 엄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래. 내 생각이 맞았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냥… 아는 학교 선배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선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응. 아는 선배가 그냥 집에 데려다 준거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렇게 선배라고 부르지 말라고 얘 뿐만 아니고 다른 애들한테도 분명히 일러뒀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마 부모님이 많이 엄한 집이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집에 안전하게 들어갔으니 나도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발길을 돌려 파란 담장 쪽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니야 엄마…… 그냥 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차에 올라타서는 시동을 걸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래. 가라고 하셨으니 빨리 가는 게 나에게나 저분들에게나 더 나을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가로 나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쉬움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거기에서 더 있을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추억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을건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쉽고 허탈한 마음에 머리를 핸들에 살짝 기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조금이라도 더 길게 남아있을 수 있었다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러면 이렇게 마음이 찢어질 것같이 두근거렸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 명치가 이렇게도 아팠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순탄치는 않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쉬운 마음이 너무나 크고 깊게 남아있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차를 몇 번이고 돌려 그 골목 근처까지 갔었지만, 차마 다시 차를 몰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만약 그랬다가 정말 그분들이 나를 쫒아내면 어쩌나 싶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다시 담배 하나를 물고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러다가 정말 뼈 삭아 없어질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장례식 이후로 담배 피는 양이 부쩍 늘어서 이젠 공기대신 담배연기를 마시는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담배 끊으라고 했던 말을 유언으로 생각하고 정말 지켜볼까 싶기도 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러고보니 아까 받은 물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는 조수석에 던져뒀던 물건을 집어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투명한 케이스 안쪽에 CD 한 장이 들어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CD 표지면 쪽에는, 검은색 매직으로 써둔 글씨가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오빠에게 보내는 마지막 말’ 이라는 글씨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오빠 아래쪽이 까맣게 칠해져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글씨를 잘못 썼던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설마 오빠라는 두 글자를 잘못 쓴것일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거의 저물어가는 석양 빛에 CD를 살짝 비추어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잘못 적은 글자들을 제대로 지우지 못한 탓인지, 검은 칠 너머로 글자들이 희미하게 보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선배. 열심히 지운다고 지운 두 글자는 선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마 내 의견을 동생들에게 제대로 피력하지 못했던것일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분명히 나를 선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마저 나를 선배라고 부르고, 뭔가 잘못됐단 걸 느꼈는지 마구 지워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마지막으로 보내는 말까지 이렇게 상처를 줬어야 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었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최선을 다했었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마지막으로 보내는 모습을 이렇게 남겨놓을 수가 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정말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겨둔 이 물건 하나에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했어야 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왜 그랬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원망을 해야할지, 실망을 해야할지, 아니면 덤벙대던 성격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굳이 다시 그런 일들을 꺼내야하나 싶기도 하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집에 가서 들어보면 알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다시 시동을 켜고,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보니 집안이 너무나 쓸쓸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만약 내 여자친구가 아직도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텅 빈 공간이 되지는 않았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차라리 예전처럼 여자친구 사진이라도 남겨놨었다면, 지금처럼 공허만 남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비록 집에 여자친구를 들인적은 없지만, 또 여자친구도 내 집에 오는걸 꺼려했었지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래도 뭐라도 하나 있었으면 싶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오빠 공간까지 침범하는 건 싫어요’ 라는 말에 ‘괜찮으니까 와’ 라는 말을 해줬었어야 하는데 이제와서 후회하면 너무 늦은 거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지금 남아있는 이 CD 한 장이 이 공허를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저기 벽에 달린 진열장에 CD를 놔두면 될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냉장고에 넣어뒀던 반 병 남은 진을 꺼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탱커레이 넘버 텐. 예전에 칵테일 바를 같이 간 후 맛을 들인 술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진토닉만 연거푸 마셔대는 모습이 그렇게 세련되고 멋졌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젠 그 모습을 보는 건 불가능하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락 글라스에 진을 가득 붓고는 바로 입으로 털어넣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진한 알코올의 맛과 함께 진한 솔잎 향이 올라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직도 이 솔 향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걔가 좋아하던 거니 참고 마실 수 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소파에 몸을 던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정말 자살을 선택했어야 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무엇이 그렇게 자기를 괴롭혔길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어야만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렇게 보낼거 같았으면, 얼마전에 그렇게 싸웠으면 안됐던건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소파를 향해 머리를 살짝 젖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어떻게 사람으로써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만하세요 제발. 더는 못 참겠어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텅 빈 강의실 한가운데. 그녀와 내가 서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가방을 들고는 방을 떠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야. 어디가. 이리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가방을 낚아채고는 책상 위로 던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 진짜 왜그러시는거에요? 제가 몇번이나 말씀 드렸잖아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가방 앞쪽에 서있는 나를 밀치곤 앙칼진 한마디를 내게 던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야, 걱정된다고 하는 그 한마디도 못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화가 가득찬 한마디를 그녀에게 던졌다.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또 수십만마리의 늑대들이 물어뜯을까봐 걱정되서 하는 말인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 한마디도 못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걱정? 걱정되신다구요? 아니 대체 누구신데 제가 가는걸 이래라 저래라 막으시냐구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가 진짜 누군지 몰라서 그래? 나 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선배, 정신차리세요 제발. 제 말은 아무것도 안들리시는거에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분명히…… 동생들에게 말했었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넌 내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았었구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가 분명히 선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몇번이나 쳐말해야 하는건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화가 속에서부터 끓어올랐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게 중요해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리고 내 터져 나오는 화에 아랑곳 않는다는 듯한 저 태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중요해! 너랑 내 관계가 어떤 관곈데 그런 소리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가 선배 꼭두각시에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꼭두각시? 내가 뭘 얼마나 했다고 꼭두각시라는 소리가 나오는거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꺅!”</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잠깐 머리 속이 거멓게 변했던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 짧은 순간의 기억이 사라졌는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눈 초점이 다시 맞춰졌을 때, 내 앞에 있던건 뺨을 부여잡고 있는 여자친구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뺨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사람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그 한마디 했다고 때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가 보고 있는 양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있었다. 눈 안의 모세혈관들이 터졌는지 눈조차도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러고 싶었던게 아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러게 왜…… 왜 내 신경을 건드려가지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꼭두각시라니 말도 안된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저 지켜주고 싶었던건데, 안전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건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왜 꼭두각시라는 말을 하는거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해를 하지 않는게 나을지도 모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미 떠나간 사람이다. 떠나간 사람에게 나쁜 기억을 남길 이유가 있나 싶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차라리 좋은 기억만 남겨야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그게 정말 걔를 위한 일인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내가 걔를 안전하게 지켜주려 했던 것 처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남긴 마지막 이 CD도 들어주는 게 예의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잔을 내려놓고 CD 플레이어를 향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 고요한 집을 내 사랑의 마지막 목소리로 채우는게 정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위한 일인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CD를 밀어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치직 거리는 소리가 나고는, CD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크흠… 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목을 가다듬는 작은 기침소리가 들린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남긴게 목소리였구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었을까 싶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난 살포시 눈을 감고 리모컨을 잡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러면 더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겠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직접 친것인지, 아니면 녹음된 노래를 트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애의 목소리처럼 너무 아름답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멜로디가 익숙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주 오래 전 노래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수십 수백번을 들었던 노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 노래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제발 그만 해둬.</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나는 너의 인형이 아니잖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너도 알잖…”</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찰칵</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뚝</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8pt;">이 쌍년이……</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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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05/25 02:40:02 116.126.***.229 이륙중 576427
[2] 2016/05/25 07:48:03 123.254.***.182 복날은간다 185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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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16/05/25 19:42:15 218.153.***.221 공상과망상 56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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