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r>곱창전골 한 냄비가 끓다 못해 거의 졸아든 까닭에 탄 냄새가 음식점 안을 맴돌았다.<br><br> " 아유, 육수가 없으면 더 달라고 말을 하던지! 안 먹을거면 불을 끄던지! 뭐에요 이게? "<br><br>종업원 아주머니의 잔소리에도 묵묵부답인 손님 두 명.<br>염치가 없는 진상 손님이라기엔 죄인이 된 것 마냥 둘다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br>잔소리가 잦아들고 냄비 위에 다시 육수가 넉넉히 채워지자 겨우 대화가 이어졌다.<br><br> " ... 세 달이나 지났다고? 말도 없이 너 혼자서 그렇게 한거냐? "<br><br> " 죄송해요. 아버지. "<br><br> " 죄송하단 말 좀 그만해라. 그건 당연한거고. 좀 납득이 가게 설명해봐. "<br><br> " 설명 못 해요. 저도 저를 몰라요. "<br><br> " 네가 괴로웠단 건 알아.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br><br> " 아버지. "<br><br> " 괴로웠으면, 자식아, 후.. 아으.. 그래도 그렇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거야,<br>이건 아니다, 응? 이해하려고 아무리 해봐도 속에 천불이 난다, 아줌마! 아줌마! <br>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아무거나! 아니, 1도라도 센 걸로 갖다주세요. "<br><br> " 이미 많이 취하셨어요. "<br><br> " 맨정신으로 어떻게 들으란거야? 지금 내 걱정할 때냐? 네 걱정하는 나는? "<br><br>나이 많은 남자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종업원은 소주를 가져다 주며 꽤나 따가운 눈빛으로 둘을 쳐다봤다.<br><br> "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는데요. 백번 생각해도 백번 제 결정이 잘못된건데. "<br><br> " 으으. 내가 아버지 자격이 있어? 있어? 하나 있는 아들놈이 자기 운명을 져버렸는데,<br>내 아들, 아들이 없어진거야. 죽지만 않았지 내 아들은 세상에 없는거야. "<br><br> " 힘들어서 그랬어요, 지금 이 처지도 힘들지만.. 아, 아버지, 잔 넘쳐요.. "<br><br> " 상관마라. 안 취했다. 그냥 가득 붓고 싶어서 그런거야. 왜!<br>나는 내 마음대로 잔도 못 붓냐? 너는 네 맘대로 저질러놓고 일방통행으로 오면서,<br>나는 네 눈치 봐야하냐? " <br><br> " 차라리 제가 한 잔 드릴게요. "<br><br> " 아들이랑 대작하는 거 좋아하는 난줄 알면서 그랬냐. <br>나는 딸 없어, 딸 같은 거 키워본 적 없다고! 딸이 싫어서가 아냐,<br>그냥 난 외동아들 하나 잘 키운 재미로 살아가는 평범한 아버지였잖아! "<br><br> " 나도 아들이었어요, 딸 아니고 아들 맞다구요, 한 번도 나를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br>하지만 그 여자가 나타난 이후 모든 게 힘겨워졌어요. "<br><br> " 미지? "<br><br> " 네. 그 사람. 아버지는 미지가 얼마나 집착이 심한 사람인지 아실 거에요.<br>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 하는 여자거든요. "<br><br> " 남자가 여자 하나를 못 이겨서 피해다녀? "<br><br> " 뭘 이겨요. 두들겨 패라구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 여자가 남자를 좋아서 쫓아다닌다,<br>그 사실 하나론 경찰에 신고도 못 해요, 해도 들어줄까요? 누구에게 털어놔도 배부른 소리라고 해요.<br>그럼 화끈하게 그냥 주먹으로 때려버려요? 그렇게 단순무식하게 해결되는 일이 세상에 어딨어요? "<br><br> " 그래서 성전환 수술을 해? 남자로 살고 남자인 줄 알았다는 놈이 그래? "<br><br> " 아버지는 미지를 그냥 여자애라고 생각하겠지만 걔는 그냥 여자가 아니에요. "<br><br> " ... 아줌마, 여기 한 병.. 한 병만 더요.. 에에. 괜찮아요. 운전 안 합니다. 대리 부를 거에요. 한 병 빨리. "<br><br> " 듣고 계세요? 미지는 사람을 홀려요. 단순히 사람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물건처럼 가져버려요. "<br><br> " 차라리 걔랑 그냥 살던지! 살림을 차리던지! 그런 이유로 아들이 딸이 되서 돌아올 수 있냐! "<br><br>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버지. "<br><br> " 너 아주 여자가 되고 싶었던 거 아냐?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신고, 꼴이 말이 아냐.<br>이제 목욕탕 가서 내 등은 누가 밀어줄건데, 동창 놈들 만나서 아들 장가 언제 가냐고 물어보면<br> 나는 뭐라고 해야하냐! 무엇보다도 왜 부모한테 상의 한 번 없었는지, 그게 야속하단거야! 아흐으.. "<br><br> " 계산 하고 나갈게요. 천천히 드세요. "<br><br> " 가라! 가! "<br><br>어느새 가게 안에 손님이라곤 둘뿐.<br>그 중 하나마저 빠져버려 한 손님 밖에 남지 않은 가게는 훨씬 허전해보였다.<br><br> " 승수야. 미안하다. "<br><br>아들이었던 딸, 마음 속으론 아직도 아들이라고 믿고 싶은 승수.<br>그런 승수에게 실컷 미운 소리를 쏟아놓곤 돌아서서 우는 아버지의 이름은 용구였다.<br>이름마저 승아로 바꿀 예정이라는 이야기에 억장은 더욱 무너졌다.<br>부모가 내려준 삶과 지어준 이름을 모두 부정당한 기분에 또 소주 한 잔이 고파졌다.<br><br> " 미지... "<br><br><br>2.<br>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곧잘 얘기하는 아들이었다.<br>언제 여자친구 만들어 올 거냐고 짖궂게 물으면 자기 마음 속으로 몇 명 떠올려보기도<br> 하는 둥 건강하고 평범하던 녀석.<br><br>그런 아들 앞에 '미지'가 나타난 건 2년 전의 일이었다.<br>그녀의 지갑을 찾아준 답례로 그녀와 함께한 커피 한 잔. <br>이후 모든 게 흔들렸다.<br><br>우연을 인연이라 생각하게 된 순간 특별해지기 시작하는 게 남녀 사이,<br>별다른 고백 없이도 어느새 손을 잡고, 서로의 손이 한 계단 한 계단을 건너기 시작한 뒤<br> 미지는 천천히 아들의 삶을 잠식해오고 있었다.<br><br>그녀의 입술이 입술에 닿지 않고서는 학교에 나갈 수 없도록,<br>그녀의 손이 볼을 쓰다듬지 않고서는 누군가를 만날 수 없도록,<br>그녀의 다리와 다리가 한데 겹치지 않고서는 집에 갈 수 없도록,<br><br>꽃향기를 맡고 날아드는 한 마리의 꿀벌이었던 아들과는 달리<br> 미지는 향기와 단물로 먹이를 꾀어 삼키는 파리지옥이었던 것이다.<br><br>떨어지는 성적과 총기를 잃어버린 흐리멍텅한 눈빛,<br>아들의 일탈을 알아챈 때는 너무 늦어있었다. 집에 몇 번 놀러와 싹싹하게 굴던<br> 미지라는 아이 때문인가 싶어 추궁하자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곧장 수긍했다.<br>순간 화를 참지 못 하고 뺨을 때리자 신음소리 하나 없이 그대로 굳어있던 아들.<br>딩동 딩동, 그 순간 울린 초인종과 동시에 집에 들어와 '아저씨 안녕하셨어요?'<br>하며 아들의 방에 들어가버리는 미지. <br><br>그 모습도 어이가 없었기에 방문을 열고 '시간이 몇 시인데, 부모님이 걱정 안 하시냐?' <br>라고 묻자 배시시 웃기만 하던 미지.<br><br> '승수랑 공부하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길래 걱정이 되서요. 원래 약속 잘 지키는 친구잖아요.'<br><br>남의 집 딸이 무슨 죄야, 저 곱상한 외모에 홀랑 넘어간 아들 놈 간수 못 한 내가 죄인이지,<br>그렇게 생각하고 승수를 방에 가있으라고 한 뒤 음료수 두 잔을 쟁반에 담아 가져가자<br> 방 안에 아무도 없고 책가방 두 개는 가져온 모양 그대로 남겨져 있었던 기억.<br>길고 긴 밤, 해가 뜰 때까지 어디에 있었을까.<br><br>그토록 괴로워하면서도 미지의 팔다리라도 된 것처럼 그녀에게 달라붙어있는 아들,<br>대체 어디 사는 누구네 딸인지도 모르고 아는 거라곤 도미지라는 이름 세 글자 밖에 없는 그녀를<br> 찾기 위해 수소문해봐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어쩌다 집에 들어오면 더욱 수척해진 얼굴로 방 안에<br> 틀어박혀 있다가 또 어떻게든 끌려나가기를 반복했고 그 간격은 갈수록 길어졌다.<br><br>마침내 졸업. 졸업식조차 참가하지 못한 반쪽짜리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br>들어왔다가 나갔다가, 어느 날은 함께 들어오기에 미지란 년을 찢어죽이려고 달려들면 그건 안 된다며<br> 부모를 자기 몸으로 막아서는 아들. 그러면 뒤에서 '그녀'의 화사한 반달웃음.<br><br>보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세 달만에 만난 아들은 더 이상<br> 아들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여자가 되었다고 칭했다. 차라리 자기가 여자라고 믿고 자라온 경우라면<br>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했겠지만 그 이유가 미지라는 여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라니?<br>왜! 왜! 어째서! <br><br>차라리 때리던지, 하다못해 성형수술을 하던지, 아니면 멀리 도망을 가던지,<br>목줄을 찬 개라도 되는 것처럼 끈질기게 붙어있더니-.<br><br>대체 왜.<br><br>절대 이해 못 하겠어.<br>하지만, 아무쪼록 미지가 바뀐 네 모습을 본다면ㅡ.<br>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게다. 그렇게 해서 네가 다시 건강한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br>너만 행복하다면, 나는 죽어라 아파도,<br>괜찮다고 해두마.<br><br><br>3.<br><br> " 잘도 도망다니더니, 이제 보니 아예 돌아오기 싫었던 모양이네..? "<br><br> " 내가 여기 온 건 이별을 고하려고 온거야. 미지야. "<br><br> " 아하-. 목소리는 여전해, 네가 들려. 승수, 안녕? "<br><br> " 이름도 바꿀거야. 승아로. "<br><br> " 그 입술로 아무리 말해봤자 내가 꿀 발라놓은 입술인데. 이리 와. "<br><br> " 갈게. "<br><br> " 못 가. "<br><br> " 이제 끝이야. 보면 모르겠어? 나 이제 남자 아냐. 네가 알던 승수가 아니라고.<br>네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이제 없어. 비켜. 옷 입고 나갈래. "<br><br> " 옷? 아하하하. "<br><br> " 어디 숨겨놨어? 당장 내놔! "<br><br> " 없어, 여기 없다구. "<br><br>나체가 되어 한 방에 있는 두 '여자'. <br>승아는 미지의 말에 허둥지둥 방 안을 뒤지더니 창문으로 달려가 고개를 내밀었다.<br>그들이 입고 온 옷가지가 모두 바닥에 떨어진 채 빗속에 젖고 있었다.<br><br> " 아악. 내 옷! 너 미쳤.. 으으읍, 으읍. "<br><br> " 읍흡흡흐- 아우웅~ "<br><br>어느새 승아의 입술을 덮은 미지의 입술이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br><br> " 프핫, 하지 마! "<br><br> " 어딜 가려고, 여전히 키스 잘 하네, 내가 가르친 대로 아주 맛있게 잘 해!<br>쌉싸름한 나뭇잎 맛이었는데 이제 달큰한 백합향이 나는걸? 한 번 더 하자! "<br><br> " 싫다니까, 난 네가 무서워. "<br><br> " 갸하하핫, 귀여운 것ㅡ. "<br><br>어느새 다시 입술과 입술이 서로를 짓뭉개어 음음거리는 묵음만으로 방이 한참이나 소란스러웠다.<br>피기 싫어하는 백합 한 송이가 억지로 억지로 피어나고 있었다.<br><br><br>4.<br><br>승아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며 재산까지 탕진한 뒤 용구는 하루를 벌어 겨우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 일용꾼이 되어있었다.<br>승아와 곱창전골 앞에 마주 앉아 얘기한 날로부터 벌써 달력이 몇 장씩이나 넘어갔다.<br>이젠 이름도 승아로 바꿨을거라고 생각해서 휴대폰에도 '승아'로 입력해놓은 자식의 행방이 너무나 궁금했다.<br>하지만 이제 사람을 부릴 수도 없고 용구 자신은 아픈데다 지쳐있다.<br><br>몇 병 마신 소주를 좀 깨고 방에 들어가고자 찾아온 PC방,<br>게임이라곤 할 줄 모르는 그였기에 그저 인터넷 검색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는 용구였다.<br>실시간 검색어에 떠오르는 '승아'란 이름에 설마하는 순간 바로 밑에서 올라오는 키워드 '미지'.<br>그럴리가, 승아를 클릭해보자 네티즌들이 인터넷 방송 주소를 올려놓은 글이 쏟아졌다.<br><br>- 요즘 완전 재미난 방송 ㅋㅋㅋ 얼굴도 예쁜데 실제로 둘이 커플이라고 해서 더 이슈 ㅋㅋㅋ<br>- 케미 폭발ㅠㅠㅠㅠ 언니들 날 가져여 헉헉~ 둘이 꽁냥꽁냥대는 거 내 스탈<br>- 근데 승아는 트젠이란 소리가 있던데.. 승아 과사 검색해보면 나옴; 원래 남자였다는데?<br><br>방송 사이트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급히 회원가입까지 마치는 동안 용구의 손은 바들바들 떨렸고<br> 이마부터 허리까지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사각형 모양의 방송 창이 뜨는 대기 시간이 지독히도 길게 느껴졌다.<br><br> [ 네네ㅡ, 여러분 관심 덕분에 저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구요, 특히 우리 승아 갈수록 예뻐져요 그죠.<br>미지의이미지 님 팬클럽 가입 감사합니다. ]<br><br>가증스러운 그 여자가 확실해, 빨리, 빨리 타자 입력.<br><br>- 승수야<br>- 승수야<br><br> 동시에 시청하는 사람들이 천 명에 달해서 용구의 말은 일 초도 되지 않아 묻혀버린다.<br><br>- 승수야 아빠다<br>- 여러분 미지라는 저 사람 나쁜 인간입니다<br>- 승아야 안 보이니<br><br>[ 우와-앗, 승아미지미만잡 님- 별풍선 천 개! 약속대로 리액션 들어갈게요ㅡ, <br>승아미지미만잡 님 댓글창에 별풍선 쏘시면서 승아랑 미지랑 키스씬 한다고 해서 천 개 쾌척한다고 써주셨어요,<br>맞아요. 여러분 오늘 방제 아시죠? 천 개 터질 때마다 수위 높아집니다-, 이 다음부터 십구금 걸고 할게요. ]<br><br>- 승아야 정신 차려<br>- 아빠 여깄어 거기서 나와 집에 가자<br><br> 배꼽이 보이는 옷에 다리가 훤히 드러난 짧은 바지를 입은 승아는 완전히 미지에게 홀려버린 표정으로<br> 미지의 입술을 사탕이라도 되는 듯 연신 핥아대었다. 미지는 승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아지 달래듯<br> 승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br><br>용구는 반쯤 미쳐있었지만 짧은 시청시간 동안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br>별풍선이란 걸 많이 쏘면 미지가 반응한다, 많이 쏠수록 더 확실하게 반응한다.<br>용구가 모니터와 휴대폰을 번갈아 바라보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br><br> [ 승수아빠용구 님! 별풍선 3000개! 대박, 대박, 닉네임 뭐였죠? 아ㅡ 승수아빠.. ]<br><br>황홀한 표정으로 소리 지르다 갑자기 멈춰버린 미지의 반응에 시청자들 또한 의아한 듯 했다.<br>리액션 안 하냐는 말에 이어 승아가 왜 저러냐는 반응이 빠르게 채팅창을 점령했다.<br><br>- 승아야 아빠다<br>- 승아야 아빠다<br>- 승아야 아빠다<br><br>< 규칙 위반! 도배를 하셨으므로 1분간 채팅이 금지됩니다. ><br><br>승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이 보고 있단 걸 알아챈 것이라는 생각에<br> 용구가 빠르게 타자를 쳤지만 돌아온 건 시스템에 의한 채팅 금지였다.<br><br> ' 희망이 있어, 승아가 봤어! 봤다고! '<br><br>1분만 참고 기다리면 다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br>미지가 승아에게 '리액션 해야지?'라고 얘기하자마자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br> 서로 입 맞추며 엉겨붙는 두 사람.<br>곧이어 방송 화면에 19금 표시가 뜨며 더 짙은 애정행각을 보여줄 거란 걸 예고했다. <br><br> [ 아하하하, 갸-하하하하! 여러분! 방 안에 지금 꼰대 한 명이 들어와있었네요,<br>방금 별풍선 준 분이 누구인지 아세요? 비밀, 안 가르쳐줄거야! ]<br><br>< 관리자에 의해 강퇴되었습니다. ><br><br> " 뭐야 이거! 안 돼! "<br><br>PC방 손님들이 갑작스런 고함에 놀라 용구의 자리를 기웃거렸다.<br>용구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모니터를 잡아흔들었다.<br>PC방 아르바이트생이 용구를 붙잡고 만류했지만 흥분 상태의 용구에게 통할 리 없었다.<br><br> " 승아야! 저기요! 게임 좀 끄고 승아 미지 방송 좀 켜주세요, 제가 승아를 만나야 해요! "<br><br>사람들은 요즘 수위 높은 방송으로 유명한 승아와 미지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지만<br>PC방에서 갑자기 소리 지르는 술냄새 나는 아저씨가 누군지는 알지 못 했다.<br>사람들에게 그는 그저 방송 BJ에 집착하는 취객으로 보일 뿐이었다.<br><br><br>5.<br><br>아주 흰 타일, 흰 세면대ㅡ. 깨끗한 화장실 거울 속 붉게 달아오른 용구가 비춰지고 있었다.<br>그건 또 하나의 백합처럼 보였다. 희고 풍성한 꽃잎 속에 붉은 꽃술이 앉은듯.<br><br> " 백합이- 내 목을 조른다, 갑갑해서 돌겠다.. "<br><br>착각일까, 용구가 보는 자신의 눈물 속에도 언뜻 붉은 기운이 비친 것 같은 느낌은.<br><br> " 아무 생각도 안 난다. "<br><br>그의 머릿속도 붉어지고, 생각도 붉어진다.<br><br> " 안 아팠냐, 응? 안 아프디? 그리 힘들게 꽃 한 송이가 되놓고 왜 아빠 목을 조르냐. 나도 해보자. "<br><br>거친 손바닥이 용구의 다리 가운데, 그의 성을 상징하는 둔덕을 꽉 움켜쥐더니.<br><br>짓이겨버린다. <br><br>그의 눈 앞 시야가 순식간에 붉어진다, 온통 붉어진다, 붉다 못해 새까매진다.<br><br> " 아아아악! "<br><br>손 사이로도 붉은 게 마구 쏟아진다.<br><br>아아ㅡ.<br><br>희고 흰 아름다운 날을 바라던 한 아버지는 대신 더 흰 빛깔의 백합에 목 졸려버렸다,<br><br>졸리다 못해 스스로 붉게 번져버렸다ㅡ.<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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