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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5980
    작성자 : 헤알로
    추천 : 12
    조회수 : 2062
    IP : 1.218.***.11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6/01/30 16: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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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진의 시점.


     엄마가 이상하다.
    자꾸만 허둥대고 멍해지는 엄마가 이상했다.


     
     ..그 일로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져버려 보통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소리도 나에겐 유리가 깨지는 소리만큼 크게 들린다.현실은 나에게 소음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그 날도 그저 소파에 앉아있을뿐이었는데 무언가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다.그렇다고 꺼져있는 티비에 시선을 거두진 않았다.계속 바스락대는 소리에 나는 그저 엄마가 종이같은 것을 구겨서 버리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종이를 손에 쥐고 급하게 안방으로 들어갔다.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안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열었다.

     '정말로...해주는겁니까?'
     '..하지만 어떻게 처단한다는 건지...'

     나는 가만히 듣다가 눈을 떴다.평소 엄마의 입에서 나올만한 단어들이 아니었다.나는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 성폭행범이 학생인건 어떻게 아세요....?'

     나는 눈을 번쩍 떴다.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순식간에 그때 일이 뒤범벅되어 머릿속에 펼쳐졌다.하지말라고,살려달라고,아프다고 울부짖던 내 모습이 환영이 되어 내 목을 아프게 죄어오는 것 같았다.나는 숨마저 쉬어지지않아 꺽꺽대다가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급하게 누워 자는 척을 했다.
    엄마가 아주 무겁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내 가슴을 짓눌렀다.

     
     이번엔 또 뭐지.
    정말로 엄마는 나에게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 같다.
    집전화가 울리자 화들짝 놀란 엄마는 잠시 나를 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누워 잠시 선잠이 든 나는 누운 자세 그대로 다시 귀를 열고 소리에 집중했다.

     '..말도 안돼요...'
     '..난..난 장난인줄 알았다구요....'
     '..그 놈이 당신한테 있어요?!'

     엄마가 지나치게 흥분했다.장난인줄 알았다는건 뭘까.그 놈은 누구길래 엄마가 저렇게 흥분할까.

     [그만둬]

     나는 멍하니 눈을 뜨고 회색빛의 탁한 또다른 '나'를 쳐다보았다.'나'가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왜?그렇게 묻자 '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후회할거야,계속 들으면]

     철컥-!


     문이 열리고 엄마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재빨리 자는 척을 했다.'나'도 숨었는지 더이상 날 책망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엄마가 나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자는 척 하는 나를 깨웠다.

     "..수진아."

     아,엄마의 목소리.나는 오랜만에 엄마의 목소리를 실감했다.푸석하고 메마른 음성이 엄마를 잠식하고 있었다.나는 엄마의 등에 붙어있는 검고 기다란 물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꾸물거리는 것이 기분나쁘다.나만 보이는건가.나한테 와,엄마한테 붙어있지말고.
    근데 너 좀 차갑다.
     
     "...엄마 잠깐 나갔다올게."
     "....."
     "..엄마 좀 늦을거야.이모한테 말해놓을게."

     어디가,엄마?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이상하게,엄마 앞에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차가운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현관문을 열기 전에,엄마는 뒤돌아서서 나를 보고 예쁘게 웃어주었다. 
     

     어디가,엄마?


     








     "...수진아!!!!"

     엄마 목소리.
    그리고 보이는 건 검은 복면을 쓴 아저씨 한명과 경찰 아저씨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묻어있는건 피.

     절규하는 엄마 뒤에 쓰러져있는 익숙한 아이가 보였다.

     집을 나간 엄마 뒤를 밟았더니 엄만 지옥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저 기억이라곤 엄마가 울면서 경찰에 신고한 것과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굉장히 화를 내며 엄마를 찌르려 쥔 흉기 앞에 내가 선 것.

     "왜 우리 아이가 끝까지 아파야하는건데!!!"

     엄마가 그랬다.
    범죄자를 처단해준다고 해서 나같은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뒤따라온 나에게 미안하다고 울면서 말했다.

     검은 복면을 쓴 아저씨는 경찰한테 붙잡히면서 자기는 끝까지 정의를 지켰다고 외치고있었다.
    그런데 아저씨 왜 날 보면서 울어요?
     
     경찰아저씨가 뭐라 그랬더라...분명히 아저씨가 살인혐의가 있댔는데.나 말고 또 누굴 죽였어요?
    뭐지,들것에 실려가는 저 아이 어디서 많이 봤다.

      하얀 천에 가려진 아이,저 아이가 기억난다.
    나를 밑에 두고 처참히 짓밞은 아이.아저씨가 죽였나봐.

     이게 아저씨가 외치는 정의예요?
    나를 위해 저 아일 죽여준거예요?

     ..이걸로 우리 엄마를 꼬드겼구나.
    이건 정의가 아니예요.

     
      우리 엄마 어쩌지.이제 갈 텐데.
    살아서 예쁜 모습 못보이고 결국은 이런 꼴로 가나보다.

     엄마,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요.
    우리 둘 다시 시작할 수 있었잖아.
     
     엄마가 울면서 나를 껴안는다.
    미안하다고,미안하다고 수없이 외치면서 내 상처를 막기 바쁘다.

     ...엄마,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웃는 모습 보여줘. 








     


     







     나 이제 갈게요.













     -하 편은 피해자의 시점으로 써보고 싶었어요.다소 지루함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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