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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2862
    작성자 : 사라다이스
    추천 : 21
    조회수 : 4598
    IP : 121.130.***.177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5/08/27 14:49:35
    http://todayhumor.com/?panic_82862 모바일
    사촌동생한테 죽을뻔한 이야기
    옵션
    • 창작글
    건강상 문제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백조로 지낼 때의 일이다.
    병원에 한달 동안 입원해 있다가 퇴원해 하릴없이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지방에 사는 사촌언니에게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사촌언니는 30대 후반에 아이가 둘 있는 워킹맘이다.
    언니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아이들은 이모가 돌봐주셨다 한다.
    근데 얼마전 이모가 갑상선암으로 쓰러지셨다 했다.
    애들이 어린이집을 간다해도 언니와 형부 일이 너무 늦게 끝나 그때까지 돌봐 줄 사람이 없다 했다.
    마침 내가 백조고 하니 부탁하려 전화한 거였다.
    100만원씩 용돈으로 받으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거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나는 바로 짐을 싸서 다음날 언니의 집으로 내려갔다.

    언니네 동네는 말 그대로 그냥 촌동네였다.
    드문 드문 음식점도 있고 술집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한산한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언니와 형부, 조카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큰애가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 봤는데 벌써 5살이라고 하니 신기했다.
    그런데 거실 구석에서 등치큰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군대에서 전역한 사촌동생 진현이었다.
    예전 모습과 너무 달라져서 처음엔 못 알아봤다.
    어릴 땐 말도 많고 얼굴도 핸썸한 느낌이었는데
    살이 많이 찌기도 했고 어딘가 모르게 음침해 진 것 같았다.
    진현은 나를 보고 그저 고개만 까딱거리고 말았다.
     

    아침에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청소, 빨래 좀 해놓고 애들 오면 간식도 만들어 주었다.
    언니는 9시쯤 되서 집에 돌아왔고
    형부는 12시 전에 들어온 적이 드물었다.
    진현이는 읍내에 있는 중국집에서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했다.
    보통 7시쯤이면 집에 왔는데 더 일찍 들어올 때도 있었다.
    처음엔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서로 어색했는데
    며칠 지나자 조금씩 예전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언니랑 형부 오기 전까지 둘이 집에서 술도 마시고
    언니가 일찍 오면 오토바이도 타고 읍내에 가기도 하며
    진현과 점점 친해졌다.
     

    진현은 중고등학교때 심하게 왕따를 당했다 한다.
    일진같은 애들이 진현이를 보기만 하면 죽일듯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 한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망치듯 누나 집으로 오게 되었고 얼마 안 있어 군대를 갔다한다.
    이제야 진현이 어릴 때와 달라진 이유를 알았다.
    진현은 자신의 과거 얘기를 털어놓은 이후로 나에게 많이 의지했다.
    연애상담이나 누나 험담, 형부 험담, 오늘 있었던 일..
    뭐든 나에게 다 얘기했다.
     

    어느 날 tv를 보다 뜬금없이 진현이 이상한 얘기를 했다.

    "누나, 나는 살인을 하고싶어.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을 어떻게 죽일까, 어떻게하면 더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들어."

    나는 진현이 장난치는 줄 알고 너가 영화를 너무 봤구나~ 하고 말았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진현이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누나가 우리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딱 그 생각만 들었어. 죽이고 싶다고."

    그 말을 하는 진현의 눈빛에 초점이 없었다.
    나는 말없이 침만 꿀꺽, 꿀꺽 삼켰다.
    진현과 나는 한참을 말 없이 앉아있었다.
    진현의 얼굴은 현관쪽을 향해있었다.
    현관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멍때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진현이 벌떡 일어나 쌍욕을 해댔다.

    "씨발, 죽어, 다 죽으라고"

    진현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마구 해댔다.
    나는 진현을 말리지도 못하고 그저 얼어있었다.
    진현은 마지막으로 씨발 하며 벽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그러곤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밤새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진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대했다.
    고민하다 어제 왜 그랬냐 물었다.
    진현은 전혀 기억 안 난다는 듯 뭐가? 하고 말았다.
    진현이 없을 때 언니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언니는 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진현은 군대에 다녀온 뒤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다.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던 게 군대에서도 이어졌나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현이 잘 얘기해 주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전역 이후 진현은 눈에 띄게 이상해졌다 한다.
    벽을 보고 혼자 깔깔 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욕설을 퍼붓다가 뭔가에 놀란 듯 벌벌 떨기도 했다고 한다.
    치료를 받다가 진현이 병원 가기를 거부해서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오고나서 진현이 많이 밝아져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병세가 나타났다니 언니는 나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 했다.
    언니는 그나마 진현이 많이 따르고 의지하는 게 나이니 잘 보듬어 달라했다.
    나는 그 날 이후 진현에게 더욱 신경 써서 잘 해주었다.
    진현도 한동안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은 말이다.
     
     
    언니는 회식이 있어 늦는다 하고 형부는 출장을 가 며칠동안 못 들어온다 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애들도 그 날따라 일찍 잠들었다.
    진현과 나는 편의점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사와 술판을 벌였다.
    술이 거하게 취하자 나도 속에 있던 말이 필터링 없이 술술 나왔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느니 그런 말을 왜 하냐, 내가 그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느냐 하면서...
    진현은 자기는 정말 기억이 안 난다며 거짓말 하지 말라고 웃었다.
     
     
    술기운에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TV가 시끄럽게 틀어져 있고 진현은 내 옆에 앉아있었다.
    가만히 앉아 화장실 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진현의 눈엔 초점이 없었다.
    화장실을 보는 건지, 다른 무언가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안 자고 뭐하냐고 내가 묻자
    진현의 눈이 갑자기 뒤집혔다.
    그러곤 알 수 없는 말들을 빠르게 중얼거렸다.
    난 정신차리라며 진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진현이 고개를 내 쪽으로 휙 돌려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힘이 어찌나 센지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살..려..줘.."
     
    숨이 막혀 끅끅대는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진현은 더욱 세게 내 목을 조여왔다.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내가 이 집에 왜 왔을까 후회가 되었다.
    서울에 있는 엄마 생각도 났다.
    엄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흘렀다.
    내 눈물이 내 목을 옥죄고 있는 진현의 손등에 닿았다.
    진현의 손에 힘이 풀렸다.
    난 그때를 틈 타 진현을 뿌리치고 방으로 도망쳤다.
    거실에서 진현이 씩씩거리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나는 바로 짐을 쌌다.
    새벽에 들어온 언니에게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하고
    아침이 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다.
     
     
    진현이 언니에게 자신이 한 짓에대해 들은 모양인지
    계속 카톡으로 사과를 했다.
    진현의 말로는..
    술을 먹고 내가 잠들어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화장실쪽에서 얼굴이 뭉개져 있는 여자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았다 한다.
    그래서 자기도 같이 노려보았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달려들어 자기 어깨를 잡았다고...
    그 이후엔 기억이 없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가족들은 진현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나,
    무당을 불러 굿이라고 해야하나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진현이 병원은 심하게 거부해서 진현의 뜻에따라
    지금 어느 절에 들어가 수양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 친한 친구가 작년에 겪은 일을 각색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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