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릴적 외가가 인천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div> <div> </div> <div>작은 마을에 흔히 말하는 통통배 만드는 작업장이 하나 있고,</div> <div> </div> <div>외할아버지는 개축사를 운영하셨다.</div> <div> </div> <div>그 옆으로 지금은 기억안나는 작은 집들과 어업관련된 작업장들 몇개가 있었고,</div> <div> </div> <div>근처에 무속인인 이모님이 살고 계셨다.</div> <div> </div> <div> </div> <div>방학때마다 일주일씩 놀러가곤 했었는데,</div> <div> </div> <div>그 때 벌어졌던 소소한 일에 대해 적어볼까한다.</div> <div> </div> <div> </div> <div>외갓집은 특이한 구조로</div> <div> </div> <div>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부터 지붕이 있는 형태였다.</div> <div> </div> <div>마당까지도 지붕으로 덮혀있고, 담이 붙어있는 이모님 댁까지도 지붕으로 연결되어 있었다.</div> <div> </div> <div>때문에 낮에도 어두컴컴한 적이 많아 어린나이에 무서웠던게 기억난다.</div> <div> </div> <div>대문과 마당을 지나면 나무로 된 마루가 나오고, 마루를 올라서면 커다란 방 두개가 문턱하나를 경계로 이어져있었다.</div> <div> </div> <div>안쪽 큰방 옆에는 작은 방이 하나 붙어있었고, 거기에 외삼촌이 살았다.</div> <div> </div> <div> </div> <div>마을은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를 중심으로 집들과 작업장이 둘러싸고 있었으며,</div> <div> </div> <div>마을 곳곳에 뒤집혀진 통통배들이 즐비하게 쌓여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1. 외삼촌 방</div> <div> </div> <div>외삼촌의 작은 방에는 주황빛 전구가 달려있었다.</div> <div> </div> <div>천정에서 부터 내려오는 검은 전선이 주황빛 전구를 붙잡고 있는 형태라 바람이 불면 흔들거렸다.</div> <div> </div> <div>한살터울인 사촌 누나와 외삼촌방의 침대에 누워서 </div> <div> </div> <div>전등빛을 이용하여 손으로 그림자놀이를 하곤했었는데,</div> <div> </div> <div>어느날 어른들이 모두 집을 비운사이에 우리는 깜짝 놀랄일을 겪었다.</div> <div> </div> <div>그날도 여느날처럼 손으로 새모양을 만들어 그림자놀이를 하는데,</div> <div> </div> <div>내가 만든 새가 마음대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누나의 장난인 줄 알았지만</div> <div> </div> <div>누나는 내 손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혼자 개모양을 만드는데 심취해 있었다.</div> <div> </div> <div>내가 만든 새는 내가 손을 내린후에도 벽에 남아있었다.</div> <div> </div> <div>무섭다기 보다는 놀라워서, 누나에게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손으로 만든 새가 있다고</div> <div> </div> <div>보라고 소리쳤다.</div> <div> </div> <div>그림자새는 움직이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하더니</div> <div> </div> <div>벽을 타고 천정을 지나 반대쪽 벽을타고 내려와 사라졌다.</div> <div> </div> <div>그 순간까지도 무섭지 않았는데,</div> <div> </div> <div>좀 커서 그일을 떠올리니 소름이 끼친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 글 제목을 나무의 뿌리로 적은건 이유가 있다.</div> <div> </div> <div>당시 어른들은 마을 한가운데에 아카시아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서 영물이라고 하셨다.</div> <div> </div> <div>하지만 그 말투는 오래된 나무라 자랑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꺼림칙한 모습이었다.</div> <div> </div> <div>어른들이 달갑지 않으셨던 이유는 </div> <div> </div> <div><strong>나무의 뿌리가 집 밑으로 뻗으면 그 집은 불화가 생긴다는 </strong>믿음때문이었다.</div> <div> </div> <div>어린 내 생각에도 나무의 크기가 꽤커서 조밀하게 붙어있는 주변 집들에 뿌리가 이미 도달했으리라 예상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 위에서 얘기한 이유 때문인지 마을에서는 끊임없이 사건 사고, 기현상이 일어났다.</div> <div> </div> <div>작은 선박을 만드는 작업장이 하나 있었다.</div> <div> </div> <div>그 집에는 기술자인 아저씨와 부인,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들이 살고 있었다.</div> <div> </div> <div>(아들의 정신적 장애도 그 집에 나무뿌리가 뻗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div> <div> </div> <div>아들의 장애정도가 심해 돌보는 것으로도 이미 많이 힘든 집이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실종되었다.</div> <div> </div> <div>경찰에 연락을 취하고, 동네사람들이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행방이 묘연했다.</div> <div> </div> <div>그러다 며칠뒤에 아들이 나타났다.</div> <div> </div> <div>다친 곳도 없고 그냥 더러워진 몰골로.</div> <div> </div> <div>사람들은 안심했다. 다행이라며... 그리고 그 날 저녁</div> <div> </div> <div>그 아들이 부모에게 칼을 겨눴다.</div> <div> </div> <div>일가족이 모두 사망하는 참사.</div> <div> </div> <div>이유나 계기도 모르고</div> <div> </div> <div>워낙 흉흉한 일이기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div> <div> </div> <div>훗날 들은 바로는 아들이 돌아온 날 부모를 칼로 해하고, 본인은 목을 매고 죽었다고 하는데... 실종되었다 돌아온 그날</div> <div> </div> <div>왜 그런일이 벌어진건지 아무도 모른다.</div> <div> </div> <div>그저 나무 뿌리때문이라고만 믿고 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여기서 부터 2 입니다. (안무서워도 계속 쓰는 의지의 한국인)</strong></div> <div> </div> <div> </div> <div>4. 동네에서 계속하여 자살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한동안 좋지 않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div> <div> </div> <div>외갓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서운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이모의 아들, 그러니까 이종사촌 형들과 무속인인 이모님께 들은 얘기다.</div> <div> </div> <div>외갓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던 날,</div> <div> </div> <div>사촌형들은 자기들 방에서 놀고 있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벽을 하나두고 외갓집 큰 방이랑 붙어있어서, 외갓집에서 뭐라고 떠들면 다들리는 수준.</div> <div> </div> <div>그도 그럴것이 옛날집이라 방음은 전혀 안되는 구조였다.</div> <div> </div> <div>그래서 형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외할아버지가 벽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하실 정도였다.</div> <div> </div> <div>다시 얘기로 돌아가서</div> <div> </div> <div>형들이 방에서 놀고있는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외갓집에서 마루를 밟는 소리가 들렸단다.</div> <div> </div> <div>마루를 밟을때 나는 삐끄덕소리가 들리더니 잠시후 방에서</div> <div> </div> <div>"야,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어"</div> <div> </div> <div>라고 속삭이는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div> <div> </div> <div>형들은 도둑이 든 줄 알고, 이모님께 가서 옆에 도둑이 들어온것 같다고 말했고,</div> <div> </div> <div>이모부와 이모, 사촌형들이 몽둥이같은 걸 들고 살금살금 외갓집으로 향했다.</div> <div> </div> <div>그런데, 아무도 없었다.</div> <div> </div> <div>분명히 마루를 밟는 발자국소리와  낮게 소근거리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는데,</div> <div> </div> <div>집에는 아무도 없었다.</div> <div> </div> <div>다들 멍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div> <div> </div> <div>잠시후 옆방에서 "야, 이제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어"</div> <div> </div> <div>그 소리를 듣고 이모부가 벌떡일어나 달려가서 방문을 열었지만</div> <div> </div> <div>역시 아무도 없었다.</div> <div> </div> <div>그때 무속인이었던 이모가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가 봤자 아무도 없어. 해끼치는 애들 아니니까 냅둬"</div> <div> </div> <div> </div> <div>5. 사실 외갓집은 할아버지께서 직접 만든 집은 아니었다.</div> <div> </div> <div>오래된 빈집을 수리해서 들어오신 것인데,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손볼곳이 많았다고 한다.</div> <div> </div> <div>외갓집 대문 바로 옆에는 공구들과 각종 자재들이 쌓여있는 창고가 하나 있었다.</div> <div> </div> <div>외할아버지께서 하루는 괭이를 들고 개축사로 가서 축사 한켠에 있는 밭을 갈고 계셨다.</div> <div> </div> <div>어느정도 밭을 갈다가 개들 밥 줄 시간이 되어, 밥을 쭉 주고나서 다시 밭으로 오셨는데,</div> <div> </div> <div>괭이가 없어졌단다.</div> <div> </div> <div>한참을 찾다가 벌써 치매가 왔나 하시면서 다른 농기구를 찾으러 창고에 가셨는데,</div> <div> </div> <div>괭이가... 처음 가져왔던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할어버지께서는 당신이 갖다 놓으시고 까먹었구나 하시며 다시 괭이를 들고 밭을 갈았는데,</div> <div> </div> <div>밭을 갈다가 괭이를 밭 한켠에 세워두고, 식사를 하신다고 집으로 향하셨다.</div> <div> </div> <div>분명히 밭 한켠의 땅에 꽂아두고 식사를 하셨는데,</div> <div> </div> <div>돌아오니 또 없어졌다.</div> <div> </div> <div>그리고 놀란 와중에 창고로 달려가셨는데... 괭이는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이모님 말로는 집안에 있던 귀신들이 자신의 물건이라고 </div> <div> </div> <div>제자리로 돌려놓았다는데...</div> <div> </div> <div> </div> <div>나같이 물건 쓰고 아무렇게나 던져놓는 사람한텐 유용한? ....귀신일지도.... (그래도 소름끼침..)</div> <div> </div> <div> </div> <div>그이후 외할아버지는 창고의 공구들을 거의 쓰지 않으셨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