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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170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2
    조회수 : 2220
    IP : 121.170.***.7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1/04/17 20:30:58
    http://todayhumor.com/?panic_14170 모바일
    브금주의]환영의 섬


    <embed src="http://pds18.egloos.com/pds/201102/20/97/Lang_And_The_CIA.swf">
















    [단편] 환영의 섬





    #

    은회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방음벽이 설치된 밀실 안으로 들어섰다. 흰 색 테이블

    과 그것을 사이에 놓고 맞은 편에 나란히 배치된 낡은 목재의자를 제외하면 좁은 범위안의 밀실은

    창문하나 없는 폐쇠적인 구조였다.

    남자는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상당히 꾀죄죄한 차림의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앉아있었다. 여자의 왼쪽 가슴 한 켠에는 '1093'이라는 숫자가 적힌 빨간색의 번

    호표가 붙어있었다.

    남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차트를 몇번이고 검토하더니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선씨?"

    "네"

    "몸은 좀 어떤가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군요"


    남자는 차트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사무적으로 말했다.


    "저희 일동은 그동안 이미선씨를 대상으로 몇가지 조사와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먼저 이에 응해주신

    점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별 말씀을요"

    "커피 한잔 할까요?"

    "아뇨. 전 녹차밖에 안 마셔요"

    "그럼 녹차로 하죠"


    "여기 녹차 두잔만" 남자는 와이셔츠에 부착된 작은 이어마이크에 대고 작게 말했다. 여자의 얼굴은

    어제보다 편안해 보였다. 남자도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의 비서쯤 되보이는 여자가 또각 또각 구둣소리와 함께 밀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셔요"


    남자가 먼저 찻잔을 들면서 여자에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이제..."


    남자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어제 하다만 얘기 해주시겠어요?"

    "어떤 얘기요?"

    "그 '섬'에 대해서요. 꼭 알고 싶어거든요."

    "아, 그거요?"

    "네"

    여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음,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눈 앞에 바다가 보였다'까지 했을 거예요"

    "아, 맞아요!"

    여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곳은 작은 섬이었어요. 처음 그곳에서 정신을 잃었는데요. 글쎄, 아무것도 기억이 않나는 거예요.

    내가 누군지, 이름이 뭔지, 국적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 살며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관계는 어떻

    게 되는지. 뭐, 이런거 있잖아요"

    "네."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않나던가요? 예를 들면 그 섬에서 정신을 잃기 전에 이미선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

    는지. 뭐, 이런 것도 괜찮아요. "

    "글쎄, 아무것도 기억에 없었다니깐요. 그런걸 알았으면 처음부터 제가 그렇게 혼란스러워 했을 이유

    가 없었겠죠."

    "예, 좋아요. 그래서 그 다음은요?"

    "그래서요.."


    여자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머리가 아팠어요."

    "머리가요?"

    "네."

    "원래부터 두통이 있었나요?"

    "네. 만성 편두통을 앓고 있었죠. 아무래도 무섭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요인이 컸던 것 같아요.

    솔직히 검사님 같으면 안무서웠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근데 그 섬에 대해서 대체 왜 묻는거죠?"

    "꼭 알아야 되니까요."



    #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낯 선 기운이 몸 전체를 감싸자, 나는 어렴풋이 정신이 들었다. '쿵' 하

    고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동시에 정신을 잃은 것이 불과 몇분 전 일이었는데 다시 정신이 들어보

    니 그 곳은 상당히 낯 선 곳이었다.

    그곳이 사면(四面)이 바다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내가 왜 이런 곳에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는지는 아주 오랫 동안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나에 관한 기억이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나'라는 존재가 여기 있다는 사실과 여긴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무인도

    라는 사실, 그리고 어떤 영문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무인도에 표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젠장! 누구없어요! 살려주세요!!"

    급작스럽게 엄습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광활한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내가 내지른 목소리의 메아리 뿐이었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고 투명했으며 날아드

    는 새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로 한없이 이어진 저 드넓고 푸른 바다위로는 떠다니는 배

    한 척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규칙적이면서도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 소리를 제외하면 그 곳

    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가 밀려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이것 저

    것 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우선 주머니와 옷가지들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쓸만한 물건들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왼 쪽 바지주머니에서 아직 뜯지 않은 담배와 라이터, 그리고 몇 개의

    동전이 나왔고, 왼쪽 뒷주머니와 오른쪽 뒷주머니에서는 휴대용 가스 스프레이와 그리고 물에 젖은

    수첩이 나왔다.

    왜 이런 것들이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거라곤 내가 흡연자라

    는 사실뿐이었다.

    물에 젖어 필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뒷주머니에서 나온 수첩은 일기장이 분명했다. 수첩의 윗부분에

    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제목이 희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수첩을 한장 한장

    넘기며 나에 관한 흔적들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던 중 수첩의 뒷부분은 앞부분보다 물에 젖은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2006년 8월 28일. 날씨: 흐림.」



    예상대로 일기장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제목: 두통

    요즘 머리가 너무 아프다. 어릴때부터 편두통을 앓고 있었지만 요즘들어 부쩍 심해지는 것만 같다.

    얼마전에 엄마와 병원에 갔었는데 주치의는 과민성 신경 증후군이라 별거 아니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약만 제 때 챙겨먹으라고 했었다. 주치의가 써준 처방은 대략 3개월치. 엄마는 나중에 받아갈 약

    을 사정상 한번에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고 확신했다. 주치의가 그렇게 별거 아니라고

    떠들어대면서도 3개월이나 써줬다는 것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닐까? 내 머릿속에 뭔가 큰

    문제가 생긴게 틀림없다.」



    나는 다음장을 넘겨보았다.



    「2007년 5월 5일. 날씨: 맑음

    제목: 어린이날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난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이제 열다섯 나도 어른이 됐으

    니까. 다른 애들처럼 중학교에도 들어가고 친구들도 더 많이 사귀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한번

    도 빼먹지 않고 챙겨줬던 엄마가 어린이날 선물을 이번에는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지 못했

    지만 나는 기분이 좋다. 더이상 나를 어린애 취급 안 하고 이제 엄마도 나를 어른으로 인정해 준다는

    얘기가 아닐까?」



    「2007년 7월 6일. 날씨: 흐림

    제목: 병원

    우연히 엄마랑 주치의간에 얘기를 엳듣게 되었다. 현실 도피 증후군... 대체 그게 뭘까?

    엄마는 울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슬퍼서 우는걸까?」



    '2007년 7월 6일' 일기의 뒷부분은 물에 젖어 더이상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뒷장으로 넘겨

    보았다. 바로 다음날의 일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2007년 7월 7일. 날씨: 비

    제목: 꿈

    꿈이란 뭘까? 현실일까? 가상공간일까? 대부분이 후자라고 말하겠지. 나도 얼마전까지는 그렇게 생각

    했으니까. 하지만 이보다 진짜 같은 꿈이 있을까? 얼마전에 친구들에게 내 꿈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

    었다. 그런데 그 애들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말라고. 또다른 어떤 아이는 얼

    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기겁을 하기도 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이건 말그대로 그저 꿈일 뿐인데... 」



    거기까지 읽고 나는 수첩을 모래사장위에 내려놓았다. 필체를 알아볼 수 있는 범위 안에 내용은 전부

    다 살펴보았는데도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꺼져가는 기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희미한 윤

    곽이 잡히더니 금세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 하지만 처음보는 듯한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을 감출 수

    가 없었다.

    나는 입고있던 웃 옷을 벗어서 라이터로 불을 지핀 후에 모래사장 위에 'SOS'라고 크게 적었다. 일종

    의 구조메시지였다. 일단 큰 불이 되면 많은 연기가 하늘 위로 피어오를테고 그렇게되면 지나가는 선

    박이나 헬기가 멀리서도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였다.


    '풀썩!'


    숲쪽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그 다음이었다. 화들짝 놀라면서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고개

    를 돌렸다. 숲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나 말고 누군가가 있었다.



    #


    "잠시 담배 한대 피울 수 있을까요?"

    "네. 뭐..."


    남자는 마이주머니에서 담배케이스를 꺼내 여자에게 건넸다. 담배를 건네받는 여자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그 모습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듯 안경을 고쳐쓰고 바라보았다.


    "이제 좀 진정이 되셨나요?"

    "하, 그래요."

    "그럼 계속해주실래요?"


    여자의 얼굴과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마치 방금까지 뭔가에 쫓기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의 눈

    엔 숨까지 새근새근 헐떡이는 게 보였다.


    "사람이 아니었어요"

    "네?"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어요.. 그건 마치..."

    "동물이었나요?"

    "아뇨. 확실히 동물은 아니었어요."

    "이미선씨가 모르는 동물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섬에는 미확인 생물체가 득실거릴 수도

    있다는 얘기죠."

    "아뇨. 제가 설마 사람하고 동물도 구분못하겠어요?"

    "네?"

    "반인 반수라면 믿겠어요?"



    남자는 할말을 잊은 듯 보였다. 말없이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다. 허공에는 여자가 내뿜은 뿌연 담배

    연기가 하얗게 득실거리고 있었다. 빛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실 안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는 담

    배 연기와 어우러져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까지 했다.


    "좀 더 현실적으로 얘기해 주시겠어요?"

    "거 보세요. 안 믿을 줄 알았다니까요"

    "안 믿는다는게 아니라..."

    "검사님 눈에는 제가 지금 거짓말하는 걸로 보이나요?"

    "으음..."


    남자도 답답한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럼 그 반인반수 괴물의 형상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형상이요?"

    "네. 생김새나 뭐 그런것들요"

    "음, 뭐랄까. 전체적인 외형을 봤을 땐 얼굴은 분명 사람인데 몸은 짐승의 것처럼 털이 복실거렸어

    요. 그리고 눈짐작으로 봐도 키가 2미터는 족히 넘을 것 처럼 보였구요. 덩치가 굉장히 컸어요. 힘도

    엄청 세 보였구요. 아! '유인원'이라고 아세요? 키가 3미터가 넘는 반인 반수의 괴물요. 아무튼 그거

    같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처음엔 너무 무서워서 당장 바지에 오줌이라도 싸버릴 것만 같았어요. 정말 입이 턱 막혔죠.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비명을 질러봤자 아무도 구하러 올 사람은 없었지만..."

    "괴물이 당신을 헤치던가요?"

    "절 헤치려 했죠. 그런 육중한 거구에 한대라도 맞으면 전 아마 이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전 바로

    도망갔어요."

    "당신을 쫓아오던가요?"

    "네, 근데요.."

    "네."

    "그 괴물이 저에게 뭐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뭐라고 했는데요?"

    "근데 기억이 안나요. 죄송해요."



    #

    "쪼, 쫓아오지마!!"

    나는 있는 힘껏 달렸다. 달리는 중에도 나는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여자 라는

    사실이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완벽한 여성의 체형을 갖추고 있었다. 제법 볼록한 가슴은 달리는 이

    와중에도 찰랑찰랑거렸다. 왠지 걸리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그 괴물에

    맞설 생각이 더욱 추호도 없어졌다. 놈은 순식간에 나의 육신을 지배하고 집어삼킬 것이다. 생각만

    으로도 오금이 저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괴물은 육중한 몸

    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내게 따라붙고 있었다.


    "크, 크르르릉!"


    괴물은 먹이를 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무섭게 짖기 시작했다. 나는 더더욱 힘껏 내달렸다. 점점 온

    몸이 한계에 도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힘없이 바닥에 주저 앉을 것만 같

    았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나는 일단 몸을 숨길 곳을 찾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숲속으로 들어

    가는 길이 보였다.

    풀과 나무들이 울창해서 괴물의 눈을 피해 숨기 딱 좋은 곳이 있었다.

    나는 풀숲에 미끄러지듯이 몸을 숨겼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삼켰다. 식은땀이 이마 밑으로 내려와

    눈을 찔렀다. 따가워서 견딜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눈을 깜빡이며 참아냈다. 심장이 요동치듯 빠르게

    뛰고 숨이 가팠지만 숨을 내쉬는 것조차 아꼈다. 아주 약간의 미동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괴물의

    시야에 포착될 수 있기에.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이해하기 어렵기만 했다.

    대체 괴물의 정체는 뭘까? 생전 저런 괴물은 처음 접해보았다. 믿기 어려웠지만 방금 전 내가 본 그

    모습은 분명 언뜻 보기에는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몸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고릴라의 몸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반인반수의 유인원을 보는 듯했다.

    괴물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를 못본 듯 보였다.



    #

    여자는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미선 씨"

    "...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괜찮은데요... 이보세요. 검사 선생님. 제 얘기좀 들어보실래요?"

    "어떤 얘기든 해 보세요."

    "한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는 어린시절부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야했어요. 처음부터 그런건 아

    니었는데...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게 술만 마셨던 거예요. 소녀의 어머니는 작은

    제봉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걸로는 하루벌어서 하루 끼니를 떼우는데에도 벅차기만 했죠. 소

    녀는 알고 있었어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항상 밝은 척 하려 했지만, 속 으로는 그게 아니었거든

    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바로 아버지라는 작자가 술을 마시면 이성을 잃고 소녀와 소녀

    의 어머니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던 거예요. 그가 그렇게 변한 건 하루이틀이 아니었어요.

    그는 소녀의 어머니가 공장에서 번 돈을 모조리 갈취해 노름을 했어요. 노름에서 지고 돌아오는 날

    이면 소녀의 어머니와 소녀는 잔뜩 긴장해야만 했지요. 그리고 다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렀어요.

    소녀의 얼굴과 몸에는 하루라도 멍이 없는 날이 없었답니다.


    어느날 밤이었어요. 심각한 두통에 시달리던 소녀는 식은땀으로 온몸을 샤워했고 끝내 그 고통을 이

    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어요. 그동안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쉽사리 울지 않았던 아니

    단 한번도 눈물이라는 것을 흘려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말예요. 이렇게 어려운 가정 형편에

    어린애처럼 울고불고 떼를 쓴다면 어머니가 더 힘들어하실 것을 소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이었죠.

    소녀는 어머니와 의사가 하는 얘기를 엿들었답니다. 뇌의 일부분이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고. 더 늦

    기전에 수술을 해야하는데 수술비용이 만만치 않을거라고. 의사가 말했어요.

    소녀의 어머니는 울고 있었답니다."


    여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남자는 차트에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다.



    #

    괴물이 다시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따끔한 느낌이 나서 다리를 바라보니 조그만 벌레가 다리를

    물고 지나가고 있었다. "아얏!"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왔다. "크르르릉!" 놈이 사납게

    짖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젠장! 이젠 다 틀렸구나. 더이상 도망갈 힘도 여력도 없었다.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며 놈이 입을 쩍

    벌렸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늘에서 밝은 광채가 일어난 건 그 다음이었다. 뭔가 따듯하고 온화한 빛이 내려오면서 누군가가

    하늘에서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내 두 눈을 믿기 어려웠다. 어떻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이렇게 눈앞에서 연거푸 일어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잠자코 하늘을 올려다보던 놈의 얼굴도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쭉 이어진 계단을 밟고 내려온 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고개를 더 높이

    치켜올렸다. 하지만 밝은 광채 때문인지 정확히 식별하기 어려웠다.


    "크르르릉!"


    괴물이 또 한차례 사납게 포효했다. 하늘에선 마침내 광채가 사라지더니 누군가의 실루엣이 그려졌다.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의 비너스, 아플로디테 여신의 모습과 닮

    아 있었다.



    #


    "그러던 어느날이었요. 소녀는 왠지모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 날은 꿈도 뒤숭숭하고

    안좋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그날도 소녀의 아버지는 술을 먹고 늦게 돌아왔지요. 소녀의 어머니와 소

    녀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별안간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던 거에요. 화들짝 놀라 문을 열어보니

    소녀의 아버지가 초점이 없는 눈으로 야구방망이를 든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소

    녀의 불안감이 빠르게 엄습했죠.

    소녀의 어머니는 그날도 역시 밤새도록 매를 맞았어요. 어린나이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소녀는

    자신의 무능함이 미웠죠. 눈앞에서 어머니가 매를 맞는 장면을 보면서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튼요. 한참이나 어머니를 때리던 소녀의 아버지가 갑자기 눈을 홱 돌려 소녀를 바라보는게 아

    니겠어요. 그리고 소녀가 쪼그려 앉아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오더니 바지를 벗기 시작하더랍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소녀의 어머니가 악에 받쳐서였는지 비명을 지르며 아버지에게 덤벼들기 시작했

    습니다. 한참이나 사투를 벌이던 끝에 소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그 압도적인 힘 앞에 힘없이 주저

    앉았어요. 아버지는 자신에게 대든 댓가를 톡톡히 보여주겠다며 어머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목을 졸리면서도 어머니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머니의 눈동자에서 점점 검은자위가 없어

    지고 입가에서는 하얀 거품이 새어나오고, 또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가면서도요.


    소녀는 톡톡히 보았어요. 죽어가는 엄마의 자지러지는 몸부림과 단말마의 신음소리를. 그리고 소녀

    는 그 흰자위로 가득한 눈동자와 또다시 마주쳐야만 했죠.

    결국 소녀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소녀까지 강간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요?"


    남자는 피곤한 듯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재끼고는 미간을 어루만졌다. 여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소녀는 아버지가 미웠어요. 그리고 그런 감정은 점차 증폭되어 결국 지워지지 않는 앙금으로 마음

    속 깊숙히 자리잡게 됐어요. 분노와 증오라는 감정으로 말이죠. 그리고 소녀는 끔찍한 계획을 세우

    게 됩니다."

    "끔찍한 계획요?"

    "네"

    "어떤 계획이었죠?"

    "아버지를 죽이기로요. 결심했거든요."


    남자가 놀란 듯 인상을 구겼다.



    #

    아플로디테 여신과 괴물의 사투는 몇번이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신의 화살에 맞고 쓰러진 괴물은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나 여신에게 달려들었다. 화살은 몇번이고 괴물의 몸통을 관통했지만 괴물은

    마치 죽는방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괴물의 주먹이 여신의 몸을 세차게 강타했다. 여신은 잠시 괴로운 듯 피를 토하다가 다시 몸을 일으

    켰다. 하지만 괴물의 압도적인 힘 앞에 여신은 조금씩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나는 바지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여신을 돕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내가 괴물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용 가스 스프레이와 라이터를 찾아냈다.


    "쿠오오! 쿠르릉!"


    괴물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추악한 입을 벌리고는 의식

    적으로 포효하기 시작했다. 여신은 이제 더 맞설 힘이 없는지 힘없이 바닥위로 쓰러졌다. 나는 그

    틈을 놓지지 않고 재빠르게 괴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괴물의 눈을 향해 가스스프레이에 라이터불

    을 지폈다. 순간 엄청난 화염에 괴물의 눈이 빠르게 타들어갔다. 괴물은 괴로운 듯 발작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어느날이었어요.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에게 어느때처럼 천원짜리 한장을 쥐어주며 소주1병과 담배

    한갑을 사오라고 심부름시켰죠. 하지만 소녀는 담배를 사면서 슈퍼 아주머니에게 말했어요. 남은돈

    으로 휴대용 가스스프레이 하나와 라이터 하나를 달라고 말예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소녀의

    아버지는 화를 냈어요. 그리고 매를 찾았죠. 분명 소주를 사오라고 했는데 사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매를 주겠다고요. 하지만 소녀는 아버지에게 술을 사다주는 게 몹시도 싫었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술이 자신의 행복을 모두 앗아갔다고 믿고 있었던 거예요.


    매를 찾기 위해 아버지가 마당으로 나간 순간 소녀는 주머니속에서 만지작 거리던 가스스프레이와

    라이터를 꺼냈어요.

    그리고 살금살금 아버지의 뒤에 다가간 순간... 아버지가 홱 돌아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소녀는 너무나 놀라 그만 라이터와 스프레이의 스위치를 켰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화염이 아버지의

    눈을 향해 발사됐죠.

    아버지는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있었지만 소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그리고 눈에 독기를 품고 아

    버지에게 다가갔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녀는 아버지의 목을 누르고 있었답니다. 더 세게... 더 세게...

    독기를 품은 소녀의 꽉 다문 잇새로 발작적인 말들이 튀어나왔어요.



    죽어! 죽어!! 죽어 이 개새끼야!!"




    여자는 싸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침내 남자가 '병과기록'이라고 적힌 차트를 덮으며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미선씨?"

    "네"

    "몸은 좀 어떤가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군요"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선씨는 어릴적부터 아버지에게 비합리적으로 상습적인 성폭행을 받으면서 자라왔습니다. 맞나요?"

    "그럴거에요"

    "그리고 이미선씨는 아버지를 살해했습니다. 맞나요?"

    "네. 저는 아버지를 살해한 폐륜아입니다. 저같은 건 없어져야 돼요. 제게 사형을 언도해 주세요."

    "아니, 이미선씨는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믿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습니다."

    "네?"

    "아마도 당신에게 법적 제제가 가해지기 전에 당신이 정신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죠?"

    "혹시 아직도 그 섬이 존재한다고 믿나요?"

    "그럼요. 저는 힘겹게 그 섬을 빠져나왔습니다."


    남자는 안경을 고쳐썼다.


    "아까 저희들이 몇가지 검사와 설문을 실시했다고 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죠?"

    "네"

    "그 결과 이미선씨가 심각한 병적피해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과보고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병적피해현상이라뇨?"

    "의학적으로는 '현실 도피 증후군(false reality syndrome)'이라 불리는 이 질환은 없는 존재나 환영

    속의 공간을 마치 실제 공간인 것처럼 믿고 또 그렇게 인식 해버리는 일종의 자각증후군이라 할수

    있는데, 미국에서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그만하세요!"

    "미선씨"

    "왜요?"

    "믿기 어려우실지 모르겠지만 이미선씨가 그 섬에서 깨어난 것도 일종의 검사과정이었습니다. 최면

    요법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최면요법이요?"

    "네. 저희는 이미선씨 안에 내재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 일종의 최면을 걸었고 모든것은 이미선씨

    최면속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섬도, 섬 안에서 있었던 일들도 전부 다 말입니다."

    "그럴리가 없잔아요. 제가 똑똑히 보았는데요! 죽어가는 아프로디테 여신을요. 아니, 죽어가는 엄마

    의 모습을요. 제가 똑똑히..."

    "그래요. 섬 안에 나타난 모든 사물들은 이러한 병리현상이 불러낸 과도기적 표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섬안에서 당신을 집요하게 쫓아다녔던 괴물은 어린시절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에게 무차별적

    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당신의 아버지가 되겠고, 그 괴물과 맞서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아프로디테

    여신 역시 섬 안에서 당신의 어머니로 표현된 것이죠.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욕구에 사로잡힌 당신의 자아는 이미선씨 본인 말고는 그 어느 누

    구도 존재하지 않은 자유 분방한 무인도라는 공간을 형성했지만 아버지라는 존재가 마음속 너무 뿌리

    깊은 곳까지 자리잡고 있어서 그 공간에서마저 괴물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곳은 현실세계에 안주하지 못한 이미선씨의 자아가 만들어 낸 일종의 도피처인 셈이죠. 좀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말 그대로 환영(幻影)의 섬이란 말입니다."



    "그.. 그럴리가요. 말도 안돼"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이미선씨 본인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선 유년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

    억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닥쳐!!"

    "이미선씨, 제 얘기 들으셔야 합니다!"


    여자가 발작적으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남자가 테이블 언저리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자 하얀 가운

    을 걸친 건장한 사내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여자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남자가 눈짓으로 싸인을 보내자

    그 중 한 사내가 가운에서 주사기를 꺼내 여자의 목에 주사를 시작했다. 여자는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

    면서 마침내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미선 환자분. 면회왔습니다."


    303호실 문이 열리고 간호복을 차려입은 누군가가 들어왔다. 수간호사였다.


    "... 누군데요?"

    "가족이라는데요?"


    미선은 창가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농담하지 마세요."

    "그러지말고 나와보세요"


    수간호사의 권유에 미선이 못이기는 척 침상에서 일어나 슬리퍼에 발을 밀어넣었다. 그녀의 왼쪽 가슴

    한켠에는 '1093'번의 빨간 번호표가 달려있었다. 교도소에서 사형수에게만 부여된다는 빨간색 번호표.

    그곳에선 더이상 호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중증환자에게만 부여 되고 있었다. 빨간색은 죽음을 의미

    하므로 그곳에서 그 번호표의 의미는 '살아있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살아있는 죽음' 즉 육체는 살아서 움직이지만 머리, 그러니까 정신은 이미 죽어있는 상태를 가리켰다.



    미선이 면회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낯 모를 여인이 앉아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다.


    "미.. 미선아!"


    어머니가 그녀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하지만 미선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신지?"

    "미선아... 미안하다. 이 애미가 못나서... 미안하다... 정말..."

    "아줌마 왜 이러세요?"

    "네 아버지가.. 네 소식을 듣고 굉장히 속을 태웠단다..."

    "아버지요? 그 인간, 아니 그새끼 아직도 살아있어요?"


    미선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사실 네 병원비, 수술비도 네 아버지가 마련한 거야. 그 양반... 그 좋아하는 술도 끊고..."

    "병원비라뇨?"

    "그 날... 너와 함께 병원에 다녀온... 그 날... 네 아버지가... 장기를 팔아서..."

    "네?"





















    「2007년 7월 6일. 날씨: 흐림

    제목: 병원

    우연히 엄마랑 주치의간에 얘기를 엳듣게 되었다. 현실 도피 증후군... 대체 그게 뭘까? 엄마는

    울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슬퍼서 우는걸까? (내가 듣기론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안그러면 영영

    머리를 못쓰게 될 거라고... 엄마는 그것때문에 우는 걸까? 내 수술비용을 마련할 돈이 없어서...?

    그날 밤 난 병원에서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불길한 꿈을 꾸게 되었다. 한밤중에 아버지가 술을 먹고

    돌아와 어머니를 살해하고 나를 강간했던 것이다. 꿈이었지만 굉장히 기분이 더러웠다. 아버지가 정

    말 밉다. 습관적으로 엄마를 때리고 엄마가 힘들게 벌어 온 돈을 몽땅 뺏고... 그 돈으로 다시 술을

    마시는 아버지가 정말 밉다. 내가 아픈것은 견딜 수 있지만 엄마가 아파하는 것은 정말 못볼 것만

    같다. 젠장, 그 인간 대체 어디서 뭐하는걸까? 또 어디서 노름이나 하고 있겠지. 벌써 이틀째 집에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




































    출처





    웃대 - 도모토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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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7 20:42:42  124.63.***.69  Alexai
    [2] 2011/04/17 20:58:44  121.166.***.91  아인소프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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