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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4073
작성자 :
계피가좋아
★
추천 :
5
조회수 : 2390
IP : 121.170.***.6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4/14 22:51:20
http://todayhumor.com/?panic_14073
모바일
브금주의]날이흐렸다.
날이 흐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만같은 아이마냥 눈물을 잔뜩 머금은 구름은 금방이라도 비
를 쏟아 부을것만같았다. 우울했다. 장마라는 기간은 안그래도 우울한 나를 더욱더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것만 같다. 참, 우산을 안가져왔구나.
점심시간이었다. 밥을먹었다. 오늘도 학교앞 편의점에서 산 계란말이와 햄부침이 잔뜩 들어있는 도시
락을 먹었다. 매일매일 혼자서 이걸 다먹어버렸더니 배불러 죽을것만같다. 킥킥, 아 5교시 종이 쳤군.
수업받으러 얼른 뛰어가야지
체육시간이다.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몸이 안좋아 체육선생님께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쉰다고했더니 체육선생님이 딱한 눈으로 바라보며 승낙해주셨다. 축구하는 아이
들의 모습. 다음에 나도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싶다.
'데구르르르'
공이 굴러왔다. 바로 내발끝 앞에 멈추었다. 하지만 난 공을 차주지않았다. 난 아픈몸이었으니까. 골
키퍼인 아이가 공을 주으러 뛰어와선 나를 무서운 눈초리로 처다보고 가버렸다. 괜찮아. 난아파서 잠
시쉬는거니까 저쪽에 있는 아이들은 이해해주겠지.
청소시간이었다. 내 청소구역은 중앙현관을 쓰는일이었다. 빗자루를 들고 나가보니 나이외엔 아무도
나오지않았다. 아이들은 분명 매점에갔거나 교실에서 노닥거리고 있을테지. 어제도 이랬지만 딱 오늘
까지다. 오늘까지만 나혼자 청소해주고 내일부턴 아이들을 대리고 내려와야지.
6교시 시작즈음 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시작하더니 지금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마냥 퍼붓고있었
다. 우리반에도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는지 자그마한 탄식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도 우산
을 안가져왔는데, 부모님을 부를수도 없었다. 집에계신 엄마는 하루종일 일을 하고 오셨으니까 나오시
게 할순 없었다. 어떡하지..
중앙 현관에서서 망연자실한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우산을 안가져왔던 아이들은 다들 부모님이
마중나와서 데리고 가나보다. 젠장, 왜 하필 오늘 우산을 안가져와서.. 뛰어가는 수밖에 없겠군.
헉 헉, 결국 집까지 뛰어왔다. 중앙현관에서 나오자마자 10초만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버릴만큼
대단한 비였다. 집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반응이 없다. 다시한번 눌러보았다. 아마 엄마가 피곤해서 주무시고 계신듯했다. 이럴땐 계속눌러서
깨워야 한다. 5분쯤을 계속 눌렀더니 덜컹하며 문이열렸다. 얼른들어가 씻고싶을뿐이다.
거실로 들어가니 엄마는 티브이를 보고계셨다. 내가좋아하는 버라이어티 쇼 프로다. 얼른 씻고 나와서
저걸 봐야겠다. 욕실에 들어가 깨끗하게 씻었다. 어라, 수건이없군. 문을 조금 열고 엄마에게 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소리쳤다. 거실쪽에서 엄마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TV에 집중하고계셔서 내목
소리를 제대로 못들은것이겠지. 다시한번 엄마를 불렀다. 잠시후 거실쪽에서 수건이 날아와 화장실 문
앞에 떨어졌다. 대충 몸을 닦고 옷을 걸쳐 거실로 나가 바닥에앉았다. 10분쯤 보다가 너무나도 웃긴장
면이 나와 실소를 머금었다. 갑자기 TV가 틀어져 뉴스가 나왔다. 아, 맞다 엄마는 이시간이면 뉴스를
봐야하지.
배가 너무고팠다. 한숨자고일어나니 벌써 7시였다. 부엌으로가 밥통을 열었다. 밥이 하나도없었다. 엄
마에게 밥다먹었냐고물었더니 아까 중국집에서 시켜서 드셨다고했다. 어쩐지 어디서 자장 냄새가 난다
했더니 그것때문이었군. 결국 내가 밥을 지어서 계란부침 두장을 부쳐 먹었다. 팍팍했지만 억지로 목
너머로 밀어넣었다. 켁켁, 목막혀. 얼른먹고 설겆이 하고 컴퓨터 해야겠다.
설겆이를 끝내고 내방으로 들어섰다. 컴퓨터는 이미 켜져있었고 그앞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다. 내여동
생. 동생에게 비켜달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동생도 가끔은 컴퓨터도하고 그래야지. 난 동생 눈치를보
며 방문을 소리나지않게 닫고 나왔다. 커피가 마시고싶었다.
집앞 슈퍼에서 캔커피 하나 사들고 우리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왔다.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빗물이
고여있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았다. 바람한점 불지않았다. 캔커피를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쌉싸름한 맛
과 단맛의 조화 그리고 약간뒤에 코에 퍼지는 알싸한 커피향. 두 모금을 마셨다. 세 모금, 네 모금...
다마신 빈 캔을 옥상 바깥으로 던졌다. 약 10초후에 저 아래에서 들리는 나즈막한 캔 부딫히는 소리.
난간위에 발을 딪고 일어섰다. 앉아있을땐 몰랐는데 서서보니 서울야경이 정말 멋졌다. 청명한 바람이
내몸을 훑고 지나갔다. 아름다운 서울야경. 네온사인 가득한 그속으로
몸을던졌다.
떨어지는 10초가 100초같았다. 세찬 바람이 내몸을 휙휙 지나갔다. 내몸도 약 10초후엔 깡통 옆에
처박히겠지. 떨어지는 도중 몸을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이흐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만같은 아이마냥 눈물을 잔뜩 머금은 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것만같았다.
하지만 이미 내눈에선 비가내렸다.
출처
웃대 - 쫄짜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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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 23:15:53 222.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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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5 01:47:25 112.14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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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5 08:18:24 1.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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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00:50:21 211.2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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