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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2448
    작성자 : 희망중독증
    추천 : 12
    조회수 : 1874
    IP : 112.216.***.178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1/08/31 12:34:28
    http://todayhumor.com/?panic_102448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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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p>나보다 이틀 먼저 깨어난 아내는 나를 보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p> <p> <br></p> <p>저러다가 사람이 죽는거 아닌가 싶어 나와 아내가 입원한 병원의 의사에게 면담 신청을 하였다.</p> <p> <br></p> <p>의사의 표정은 차가웠고 마치 내가 아닌 내 뒤통수 뒤 5cm 지점 쯤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p> <p> <br></p> <p>"가끔식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일부 기억이 상실될 수도 있습니다."</p> <p> <br></p> <p> <br></p> <p>그 날은 소풍 날이었다.</p> <p> <br></p> <p>나와 아내가 앞에 탔으니 망정이지 신호 대기 중 뒤에서 짖이겨 들어오는</p> <p> <br></p> <p>덤프트럭에 차량이 앞으로 10m 이상을 밀려나갔지만</p> <p> <br></p> <p>다행스럽게도 추가 사고는 없었다.</p> <p> <br></p> <p>차량의 뒷쪽이 다 말려 들어간 거 빼고는.</p> <p> <br></p> <p> <br></p> <p>나는 아내의 정신 일부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p> <p> <br></p> <p>우울한 눈빛에 나와 눈을 마주치기만 하면 울었다.</p> <p> <br></p> <p>'실어증도 왔나?'</p> <p> <br></p> <p>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p> <p> <br></p> <p>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p> <p> <br></p> <p>눈동자 밑에 눈물샘이 있는게 아니라 눈물샘 위에 눈동자를 얹어 놓은 것 같았다.</p> <p> <br></p> <p>눈꺼풀은 짓물러져 있고 다크써클까지 내려와 있어 볼수록 처량해 보였다.</p> <p> <br></p> <p> <br></p> <p>내가 밝아져야 겠다 싶어 이런 저런 말도 걸고 농담도 해보지만</p> <p> <br></p> <p>그럴수록 아내의 얼굴에 어두운 부분이 늘어갔다.</p> <p> <br></p> <p>그래서 나도 우울해 졌다.</p> <p> <br></p> <p> <br></p> <p>아내도 나도 깨어났다.</p> <p> <br></p> <p>이제는 퇴원해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의사는</p> <p> <br></p> <p>의례히 그 차가운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 하였다.</p> <p> <br></p> <p>"가끔식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일부 기억이. . .상실될 수도 있습니다."</p> <p> <br></p> <p>강철로 된 가면 뒷편의 흔들림이 조금 느껴졌다.</p> <p> <br></p> <p> <br></p> <p>소풍을 가기로 했던 곳은 놀이공원 이었다.</p> <p> <br></p> <p>생각해 보면 연애때나 가던 곳이었다.</p> <p> <br></p> <p>나이가 들어서인지 언제부터 놀이기구를 타면 멀미 비슷한 증상이 올라와</p> <p> <br></p> <p>이제는 더 이상 갈일이 없겠구나 했었다.</p> <p> <br></p> <p>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꽃들이나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p> <p> <br></p> <p>'나 꽃가루 알러지 있었지'</p> <p> <br></p> <p> <br></p> <p>지난주의 면담 탓인지 의사는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p> <p> <br></p> <p>몇가지 자질구레한 검사들을 마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다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p> <p> <br></p> <p>"저희 아내는..."</p> <p> <br></p> <p>"아내분은 멀쩡 하십니다. 선생님만 호전되시면 퇴원 가능하십니다."</p> <p> <br></p> <p>......</p> <p> <br></p> <p>'무슨 소리를 하는거지?'</p> <p> <br></p> <p> <br></p> <p>의사 앞에는 몇몇가지 사진이 주욱 늘어져 있었다.</p> <p> <br></p> <p>'그 데칼코마니인가 하는 그건가? 꼬마 펭귄처럼 보인다 하면 문제 있다 하겠지?'</p> <p> <br></p> <p>허나 의외로 평범한 사진들 몇장 이었다.</p> <p> <br></p> <p>사고난 차량 안에 있던 물품들을 찍은 사진들이었다.</p> <p> <br></p> <p> <br></p> <p>의사가 내게 처음 보인 사진은 중형의 도시락통 사진이었다.</p> <p> <br></p> <p>그러니까 도시락 통이었던 것의 사진.</p> <p> <br></p> <p>지금은 손잡이와 일부만 남았다.</p> <p> <br></p> <p>샌드위치와 김밥을 쌌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p> <p> <br></p> <p>다만 뒷자리에 있다보니 다 부서졌지만.</p> <p> <br></p> <p> <br></p> <p>두번째로 보여준 사진은 놀이공원 팜플렛이었다.</p> <p> <br></p> <p>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무슨무슨 축제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p> <p> <br></p> <p>'아 맞다 불꽃 놀이 때문에 가려고 했었구나!'</p> <p> <br></p> <p>기억의 일부가 되살아난 느낌이었다.</p> <p> <br></p> <p>꽃이 아니라 불꽃 놀이였구나.</p> <p> <br></p> <p> <br></p> <p>세번째로 보여준 사진은 자동차 카탈로그 였다.</p> <p> <br></p> <p>다음에 구입할 차량을 고민하고 있는데</p> <p> <br></p> <p>차량이 대파되다니! 이런 우연이! 같은 생각을</p> <p> <br></p> <p>하고 있었다.</p> <p> <br></p> <p>나는 무슨 차량을 구입하려 했을까...</p> <p> <br></p> <p>젊었을 때는 원색의 스포츠카가 그렇게 좋았다.</p> <p> <br></p> <p>대부분의 20대 남성들이 그러하듯.</p> <p> <br></p> <p>'어떤 차를 고르려 했을까?'</p> <p> <br></p> <p>의사가 내민 자동차 카탈로그 사진을 위에서 부터 주욱 훑어 보고 있었다.</p> <p> <br></p> <p>'어떤 차를'</p> <p> <br></p> <p>마침 제일 아래쪽에 내가 딱 좋아할 만한 2인승 스포츠카가 자리하고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 <br></p> <p>그리고 그 위에 크레파스로 그려진 엑스자도.</p> <p> <br></p> <p>하나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려 퍼졌다.</p> <p> <br></p> <p>'이제 가족이 셋이니까 이건 못사겠다 그치? 아빠'</p> <p> </p> <p> </p> <p> </p> <p>사방이 어둠으로 된 깊디깊은 우물에 빠지는 듯 아득함을 느끼며 나는</p> <p> <br></p> <p>다시 한번 정신을 잃었다.</p> <p> <br></p> <p>벌써 세번째라면서 빨리 옮기라는 의사의 목소리가 깊은 우물속에 메아리 쳤다.</p>
    출처 아이가 생긴 후 가장 큰 공포는 얻은 것을 다시 잃는 게 아닐까 싶어

    저에게 가장 공포스러울 수 있는 상황을 픽션으로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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