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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2437
    작성자 : 생크림구름
    추천 : 7
    조회수 : 985
    IP : 175.118.***.12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8/24 21:15:06
    http://todayhumor.com/?panic_102437 모바일
    [단편 소설] 케이크 인간
    옵션
    • 창작글
      "보고 싶어. 지금 뭐 해?"

      "내일 밤에 같이 있을까?

      "사랑해, 자기야.❤" 


    호기심으로 몰래 확인해본 윤오의 메시지창엔 그렇게 적혀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입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휴대폰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바람에 액정 속의 사랑한다는 말도 요란하게 흔들렸다.

    모텔 화장실에선 샤워기 물소리와 함께 윤오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온몸이 순식간에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심장은 곧 터질 듯이 빠르게 뛰었다. 


      "말도 안 돼..." 


    나는 작게 읊조렸다.

    내가 마지막으로 윤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헤아려보았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액정 속의 흔들리는 '사랑해'라는 글자를 보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약 5초쯤 울다가 입을 틀어막았던 손으로 내 뺨을 세차게 두 번 내리쳤다.

    그러자 눈물이 완전히 멎었다.

    양 볼이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화장실에선 여전히 물소리를 반주 삼아 흥얼거리는 윤오의 콧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괜찮아.' 


    문득 이 세 글자가 아이가 놓친 풍선처럼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올랐다.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계속 괜찮다는 말만 되뇌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랬더니 서서히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보니 어느새 물소리는 멎었고 무반주에 부르는 윤오의 노랫소리만이 들려왔다.

    떨리는 손으로 윤오의 휴대폰을 제자리에 내려놓으며 또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할 수 있다.' 


    이번엔 또 다른 말풍선이 떠올랐다.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역시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재빠르게 마른세수를 했다.

    손바닥에 공들여 바른 섀도우와 비비크림이 반짝반짝 묻어났다.

    나는 그냥 윤오가 좋았다.

    윤오 대신 죽으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윤오를 좋아했고 그 마음은 유효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윤오와 나의 관계를 지켜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려 뺨을 한 대 더 치고 싶었지만, 윤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나는 재빨리 두 눈을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왜 그래?" 


    윤오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아 간지러워." 


      "화장품 들어갔나 보네. 얼른 씻고 나와." 


    윤오는 가운을 걸친, 물기가 아직 남아있는 몸으로 침대에 눕고는 리모컨으로 티비를 켰다.

    티비에선 요새 인기 있는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여주인공은 무슨 일인지 남주인공에게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울고 있었다.

    나는 두 눈을 가린 채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곧바로 수도꼭지부터 틀었다. 


      '쏴....' 


    그러고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옷을 벗었다.

    온통 하얀 풍경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까지 새하얘지는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었다. 


      '어쩌지?' 


    이번에 떠오른 말풍선은 애드벌룬만 했다.

    애드벌룬은 머릿속을 비집고 나올 듯이 점점 거대해져 갔다.

    나는 수도꼭지를 잠그지도 않고 샤워부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그러고는 바디워시로 머리를 감았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좋았다.

    그리고 샤워볼에 린스를 짜 몸을 닦다가 너무 미끈거리는 탓에 헹궈내고 다시 바디워시를 짰다.

    왠지 아주 말끔하게 닦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게 박박 문질러 몸을 닦았다.

    그러다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왼쪽 팔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피가 물에 씻기는 걸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화장실 밖에선 티비를 보던 윤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손가락이 다 불어 터질 때쯤 샤워부스에서 나와 수도꼭지를 잠그고 구비된 드라이기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는, 수건을 꺼내 몸에 두르고 심호흡을 한 뒤에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윤오가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채팅을 보내던 휴대폰을 재빨리 내려놓고 입가에서 웃음기를 싹 뺐다.

    그리고 수건으로 교묘하게 가려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내 몸을 힐끔 보고는 갑작스레 상냥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리 오래 걸려. 얼른 이리 와." 


    나는 굳은 얼굴로 빳빳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들어가 윤오의 옆에 눕자 윤오는 곧바로 내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아직 물기가 촉촉이 남아있는 내 몸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

    호텔 창문 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아른거렸다.

    나는 정신을 놓고 윤오에게 나의 몸을 맡겼다.

    나와 윤오의 호흡은 아주 거칠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윤오의 눈동자는 마치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내 몸에 정신이 팔린 윤오는 알아채지 못했다.

    섹스를 마친 직후, 윤오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오는 와중에 이불 속만 뜨거웠다.

    나는 몸을 씻지도 않은 채 뜨거운 이불 속에서 몸을 감싸 안고 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윤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어라 소리를 질렀고 윤오의 팔에 엉겨 붙어있는, 얼굴에 입만 붙어있는 여자는 나를 돌아보며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

    다음 날 아침,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눈을 떠보니 윤오는 옆에 없었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문자메시지 하나만이 남겨져 있었다.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바빠서 연락 잘 안 될 거야. 미안.' 


    나는 휴대폰을 던지고 그 자리에서 2시간쯤 목이 터지라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중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울음이 잦아들자 나는 잔뜩 부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어제 벗어둔 옷을 찾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액정 깨진 휴대폰을 주워들고 호텔 밖을 나섰다.

    그날은 토요일 오전이었고 다행히도 아무런 약속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눈에 띈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을 구경하는 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다.

    수많은 책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 남자가 바람났다'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오자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윤오가 바람났다.' 


      '책 제목이 왜 저따위야?' 


      '윤오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윤오가 오늘 밤 그 여자와 몸을 섞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악하고 질렀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점잖은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나는 서점을 뛰쳐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탔다.

    혼자 사는 오피스텔의 공기는 서늘했다.

    나는 신발만 간신히 벗은 채 터덜터덜 침대로 걸어가 외출복 그대로 힘없이 몸을 뉘었다.

    몸살이라도 걸린 듯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열이 펄펄 끓어올랐으며, 두 눈은 팅팅 부어 세상이 반절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에 머릿속에 띄운 채 잠들었던 '어쩌지?' 애드벌룬은 이미 터져서 쪼그라들어있었다.

    대신 '왜?'라는 새로운 애드벌룬이 두둥실 떠올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랬나?' 


      '내가 섹스를 잘 못 해서 그랬나?' 


      '내가 좀 질리는 스타일인가?' 


    끊임없이 의미 없는 자책을 반복하다가 배에서 들려온 꼬르륵 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냉장고를 열었다.

    윤오가 얼마 전 내 생일에 사다 준 생일 케이크가 냉장고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흰색 바탕에 분홍색 하트가 커다랗게 그려진 생크림 케이크였다. 


      '나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하트 무늬가 3분의 1쯤 잘린, 먹다 만 생크림 케이크를 케이크 박스에서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나는 집에 있던 날카로운 톱니 빵 칼을 써 케이크를 반으로 갈랐다. 물기를 머금은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케이크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숟가락으로 그 케이크를 한입 크게 퍼먹고는, 곧바로 화장실에 달려가 토했다.

    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싱크대에 쏟아버리고는, 냉장고에 있는 엄마가 갖다 준 반찬들을 모조리 꺼내 밥과 섞어서 우걱우걱 입에 밀어 넣었다.

    밥을 다 먹고는 케이크를 잘랐던 빵 칼로 손목을 몇 차례 그었다.

    그러자 마치 내 자신이 케이크가 된 것 같았다.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거실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몇 시간 뒤 새벽에 스스로 깨어나 병원에 갔다.

    윤오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온 건 주말이 지난 월요일 오전이었다. 


    내가 회사에 막 출근했을 때 문자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에 시간 돼? 같이 저녁 먹자.' 


    '유노❤'라는 이름으로 온 메시지를 잠깐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래.' 하고 짤막하게 답신을 했다. 


      '너희 집으로 갈게. 배달 시켜 먹자.♡' 


    윤오는 항상 내게 텅 빈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곤 했었다.

    그 여자에게 보냈던 하트는 비어있었나 꽉 차 있었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피식하고 웃었다.

    옆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윤 대리가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안경을 한번 밀어 올리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윤오에게 전화했다.

    윤오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가방에 밀어 넣고, 차를 타고 혼자 사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윤오가 먼저 오피스텔에 들어와 있었다. 


      "미안. 아까 전화했었지? 과장님이랑 통화하느라 못 받았어." 


      "괜찮아. 뭐 먹을래?" 


    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글쎄. 간단하게 치맥 할까? 나가서 먹을래?" 


    윤오가 말했다. 


      "그냥 배달시키자. 내가 시킬게. 냉장고에 맥주도 있어." 


      "그래, 그럼." 


    윤오는 내가 배달 앱을 켜서 음식을 시키는 동안 티비를 봤다.

    내 손목에 감긴 붕대는 못 본 모양이었다.

    소파에는 윤오가 벗어놓은 정장 재킷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윤오는 나와 성격이 많이 달랐다.

    사귀는 동안 그 때문에 생긴 트러블도 꽤 많았다.

    깔끔한 걸 좋아하고 말수가 적으며 철저히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나에 비해, 윤오는 다소 즉흥적이고 활발하며 적당히 주변 환경을 더럽히며 사는 것을 편안해했다.

    외적인 이미지도 아주 달랐다.

    나는 소극적인 이미지에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편이었고, 윤오는 쾌활하고 카리스마 있으며 무척이나 밝은 이미지를 가졌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윤오를 소개하면 '둘이 많이 다르게 생겼다.' 혹은 '정반대라서 서로 끌리나 보다.' 같은 이야기를 듣곤 했다.

    어떻게 만났게 됐냐고 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3년 전 윤오가 내게 고백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우리는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윤오는 경영학과의 과대였고 나는 국문학과의 조용한 학생이었다.

    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던 윤오는 친구를 통해 내 SNS 계정을 알아냈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고백을 해왔다.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나에 비해 윤오는 여자에게 인기가 꽤 많았고 연애 경험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완전히 다른 윤오에게 나도 마음이 끌려 우리는 연인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닮은 점이라곤 '강'이라는 성씨 딱 하나뿐이었다.

    식탁에 있던 윤오의 휴대폰이 울렸다.

    내가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커다란 글씨로 '민호'라고 적혀있었다.

    내가 알기로 윤오의 친구 중 민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고 윤오가 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이름은 '민희'였다.

    윤오는 빠르게 일어나 내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고는 전화를 받고 온다며 밖으로 나갔다가 5분 정도 후에 돌아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았다. 


      "설아." 


    잠시 후 윤오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대답을 하자 윤오는 몸을 일으켜 나에게 다가왔다.

    입가에는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윤오는 키가 꽤 큰 편이었다.

    커다란 몸으로 나를 꽉 끌어안은 윤오는 내 입속에 생딸기같이 촉촉한 혀를 집어넣으며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뺨의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다.

    온몸이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아챈 윤오가 내 입속에서 딸기를 빼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꿰맨 손목과 왼쪽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나는 말 없이 뻣뻣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생크림 미소를 띤 윤오가 다시 내 입술에 키스하다가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었다. 


      "냄새 좋다..." 


    윤오가 말했다.

    그러고는 내 머리카락을 잘근잘근 씹다가 내 입술로 입술을 옮겨 또 얼마간 키스를 했다.

    손은 입술보다도 더 바쁘게 움직였다.

    한참 동안 내 온몸을 탐닉하던 윤오가 입술을 떼고 내 귀에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사랑해." 


    나는 온몸의 피가 모두 말라붙는 것을 느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려왔고 머릿속에는 애드벌룬 대신 빨간색 풍선 하나만이 두둥실 떠올랐다.

    나는 윤오를 거칠게 밀쳐내곤, 곧장 부엌으로 가 깨끗하게 설거지해 반짝반짝 빛나는 톱니 빵 칼을 집어 들었다.

    윤오는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설아...? 갑자기 왜, 왜 그래...?" 


    나는 얼마간 윤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빨간색 풍선들이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었다. 


      "설아." 


    나는 윤오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강설!!!" 


    윤오가 내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나는 빵 칼을 높이 쳐들었다가 윤오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허억...! 억... 헉..." 


    딸기잼같이 새빨간 피가 솟구쳐 내 얼굴과 오피스텔 천장을 적셨다.

    윤오는 불과 몇 분 전까지 내 가슴을 주물러댔던 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그 소리가 너무도 야해 나는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얼굴에 묻었던 딸기잼 같은 피에서 정말로 딸기잼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입 주변과 손에 묻은 윤오의 피를 남김없이 모두 핥아 먹었다.

    윤오가 그 여자에게 했던 사랑한다는 말처럼 아주 달콤한 맛이었다.

    정신없이 피를 핥아먹다가 문득 윤오를 보니 윤오는 멍하니 자신의 피가 잔뜩 튀어있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윤오의 심장에선 쉴 새 없이 맛있는 딸기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윤오의 예쁜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사랑하는 나의 윤오야..." 


    나는 무릎을 짚고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던 빵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윤오의 왼쪽 팔을 잘라내었다.

    인간의 팔이 마치 부드러운 카스텔라처럼 쉽게 잘려 나갔다.

    팔에서도 마찬가지로 딸기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놀라웠던 점은, 왼쪽 팔의 단면이 케이크의 그것과 똑같았던 것이었다.

    나는 의아해하며 나와의 커플링이 끼워져있는 윤오의 약지 손가락도 한번 잘라보았다.

    'KS♡KYO'라고 새겨진 커플링이 바닥에 떨어졌다.

    역시나 손가락의 단면은 인간이 아닌 케이크의 그것이었다.

    나는 손가락을 집어 들고 손가락 마디 하나를 입으로 잘라먹어 보았다.

    엊그제 먹었던, 윤오가 내게 선물했던 그 과일 생크림 케이크와 똑같은 맛이었다.

    너무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이게 다 꿈이 아닐까?' 


      '윤오가 바람을 피운 일부터 내가 윤오를 죽여서 먹고 있는 지금까지 모두 다 말이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되자,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그래, 이건 꿈인 거야. 윤오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울 리가 없지! 케이크 인간이 존재할 리도 없고 말이야!' 


    나는 행복한 웃음을 가득 머금고 이번엔 윤오의 목을 잘라내 보았다. 


      '서걱서걱' 


    역시나 케이크의 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윤오의 나머지 오른쪽 팔과 다리 두 개도 모두 잘라내자 집 안은 온통 딸기잼과 생크림 덩어리들로 뒤덮였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한 덩이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것을 반으로 잘랐다.

    그랬더니 가득 차 있던 과일들과 딸기잼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단면은 역시 케이크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손으로 정신없이 퍼먹었다. 


      '내일이 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을 거야.' 


    윤오는 목부터 잘린 얼굴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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