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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2437
    작성자 : 생크림구름
    추천 : 7
    조회수 : 986
    IP : 175.118.***.12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8/24 21:15:06
    http://todayhumor.com/?panic_102437 모바일
    [단편 소설] 케이크 인간
    옵션
    • 창작글
      "보고 싶어. 지금 뭐 해?" <p>  "내일 밤에 같이 있을까?</p> <p>  "사랑해, 자기야.❤" </p> <p> <br></p> <p>호기심으로 몰래 확인해본 윤오의 메시지창엔 그렇게 적혀있었다.</p> <p>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p> <p>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입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p> <p>휴대폰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바람에 액정 속의 사랑한다는 말도 요란하게 흔들렸다.</p> <p>모텔 화장실에선 샤워기 물소리와 함께 윤오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p> <p>온몸이 순식간에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심장은 곧 터질 듯이 빠르게 뛰었다. </p> <p> <br></p> <p>  "말도 안 돼..." </p> <p> <br></p> <p>나는 작게 읊조렸다.</p> <p>내가 마지막으로 윤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헤아려보았다.</p> <p>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액정 속의 흔들리는 '사랑해'라는 글자를 보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p> <p>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약 5초쯤 울다가 입을 틀어막았던 손으로 내 뺨을 세차게 두 번 내리쳤다.</p> <p>그러자 눈물이 완전히 멎었다.</p> <p>양 볼이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p> <p>화장실에선 여전히 물소리를 반주 삼아 흥얼거리는 윤오의 콧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p> <p> <br></p> <p>  '괜찮아.' </p> <p> <br></p> <p>문득 이 세 글자가 아이가 놓친 풍선처럼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올랐다.</p> <p>무엇이 괜찮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계속 괜찮다는 말만 되뇌었다. </p> <p> <br></p> <p>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p> <p> <br></p> <p>그랬더니 서서히 진정되는 기분이었다.</p> <p>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보니 어느새 물소리는 멎었고 무반주에 부르는 윤오의 노랫소리만이 들려왔다.</p> <p>떨리는 손으로 윤오의 휴대폰을 제자리에 내려놓으며 또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p> <p> <br></p> <p>  '할 수 있다.' </p> <p> <br></p> <p>이번엔 또 다른 말풍선이 떠올랐다.</p> <p>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역시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재빠르게 마른세수를 했다.</p> <p>손바닥에 공들여 바른 섀도우와 비비크림이 반짝반짝 묻어났다.</p> <p>나는 그냥 윤오가 좋았다.</p> <p>윤오 대신 죽으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윤오를 좋아했고 그 마음은 유효했다.</p> <p>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윤오와 나의 관계를 지켜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p> <p>가쁜 호흡을 진정시키려 뺨을 한 대 더 치고 싶었지만, 윤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p> <p>나는 재빨리 두 눈을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p> <p> <br></p> <p>  "왜 그래?" </p> <p> <br></p> <p>윤오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p> <p> <br></p> <p>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아 간지러워." </p> <p> <br></p> <p>  "화장품 들어갔나 보네. 얼른 씻고 나와." </p> <p> <br></p> <p>윤오는 가운을 걸친, 물기가 아직 남아있는 몸으로 침대에 눕고는 리모컨으로 티비를 켰다.</p> <p>티비에선 요새 인기 있는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p> <p>여주인공은 무슨 일인지 남주인공에게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울고 있었다.</p> <p>나는 두 눈을 가린 채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갔다.</p> <p>문을 닫자마자 곧바로 수도꼭지부터 틀었다. </p> <p> <br></p> <p>  '쏴....' </p> <p> <br></p> <p>그러고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옷을 벗었다.</p> <p>온통 하얀 풍경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까지 새하얘지는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었다. </p> <p> <br></p> <p>  '어쩌지?' </p> <p> <br></p> <p>이번에 떠오른 말풍선은 애드벌룬만 했다.</p> <p>애드벌룬은 머릿속을 비집고 나올 듯이 점점 거대해져 갔다.</p> <p>나는 수도꼭지를 잠그지도 않고 샤워부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p> <p>그러고는 바디워시로 머리를 감았다.</p> <p>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좋았다.</p> <p>그리고 샤워볼에 린스를 짜 몸을 닦다가 너무 미끈거리는 탓에 헹궈내고 다시 바디워시를 짰다.</p> <p>왠지 아주 말끔하게 닦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게 박박 문질러 몸을 닦았다.</p> <p>그러다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왼쪽 팔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p> <p>피가 물에 씻기는 걸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p> <p>화장실 밖에선 티비를 보던 윤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p> <p>손가락이 다 불어 터질 때쯤 샤워부스에서 나와 수도꼭지를 잠그고 구비된 드라이기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는, 수건을 꺼내 몸에 두르고 심호흡을 한 뒤에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p> <p>윤오가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채팅을 보내던 휴대폰을 재빨리 내려놓고 입가에서 웃음기를 싹 뺐다.</p> <p>그리고 수건으로 교묘하게 가려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내 몸을 힐끔 보고는 갑작스레 상냥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p> <p> <br></p> <p>  "왜 이리 오래 걸려. 얼른 이리 와." </p> <p> <br></p> <p>나는 굳은 얼굴로 빳빳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p> <p>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들어가 윤오의 옆에 눕자 윤오는 곧바로 내 입술에 키스했다.</p> <p>그리고 아직 물기가 촉촉이 남아있는 내 몸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p> <p>호텔 창문 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아른거렸다.</p> <p>나는 정신을 놓고 윤오에게 나의 몸을 맡겼다.</p> <p>나와 윤오의 호흡은 아주 거칠었다.</p> <p>어둠 속에서 빛나는 윤오의 눈동자는 마치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p> <p>나는 어둠 속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내 몸에 정신이 팔린 윤오는 알아채지 못했다.</p> <p>섹스를 마친 직후, 윤오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p> <p>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오는 와중에 이불 속만 뜨거웠다.</p> <p>나는 몸을 씻지도 않은 채 뜨거운 이불 속에서 몸을 감싸 안고 바로 잠을 청했다.</p> <p>그리고 꿈을 꾸었다.</p> <p>꿈속에서 나는 윤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어라 소리를 질렀고 윤오의 팔에 엉겨 붙어있는, 얼굴에 입만 붙어있는 여자는 나를 돌아보며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p> <p>다음 날 아침,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눈을 떠보니 윤오는 옆에 없었다.</p> <p>휴대폰을 확인하니 문자메시지 하나만이 남겨져 있었다. </p> <p> <br></p> <p>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바빠서 연락 잘 안 될 거야. 미안.' </p> <p> <br></p> <p>나는 휴대폰을 던지고 그 자리에서 2시간쯤 목이 터지라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p> <p>중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p> <p>울음이 잦아들자 나는 잔뜩 부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어제 벗어둔 옷을 찾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액정 깨진 휴대폰을 주워들고 호텔 밖을 나섰다.</p> <p>그날은 토요일 오전이었고 다행히도 아무런 약속이 없었다.</p> <p>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눈에 띈 서점에 들어갔다.</p> <p>서점을 구경하는 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다.</p> <p>수많은 책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 남자가 바람났다'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오자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p> <p> <br></p> <p>  '윤오가 바람났다.' </p> <p> <br></p> <p>  '책 제목이 왜 저따위야?' </p> <p> <br></p> <p>  '윤오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p> <p> <br></p> <p>  '윤오가 오늘 밤 그 여자와 몸을 섞을 것이다.' </p> <p> <br></p> <p>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악하고 질렀다.</p> <p>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점잖은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p> <p>나는 서점을 뛰쳐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탔다.</p> <p>혼자 사는 오피스텔의 공기는 서늘했다.</p> <p>나는 신발만 간신히 벗은 채 터덜터덜 침대로 걸어가 외출복 그대로 힘없이 몸을 뉘었다.</p> <p>몸살이라도 걸린 듯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열이 펄펄 끓어올랐으며, 두 눈은 팅팅 부어 세상이 반절밖에 보이지 않았다.</p> <p>어젯밤에 머릿속에 띄운 채 잠들었던 '어쩌지?' 애드벌룬은 이미 터져서 쪼그라들어있었다.</p> <p>대신 '왜?'라는 새로운 애드벌룬이 두둥실 떠올랐다. </p> <p> <br></p> <p>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p> <p> <br></p> <p>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랬나?' </p> <p> <br></p> <p>  '내가 섹스를 잘 못 해서 그랬나?' </p> <p> <br></p> <p>  '내가 좀 질리는 스타일인가?' </p> <p> <br></p> <p>끊임없이 의미 없는 자책을 반복하다가 배에서 들려온 꼬르륵 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냉장고를 열었다.</p> <p>윤오가 얼마 전 내 생일에 사다 준 생일 케이크가 냉장고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p> <p>흰색 바탕에 분홍색 하트가 커다랗게 그려진 생크림 케이크였다. </p> <p> <br></p> <p>  '나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p> <p> <br></p> <p>하트 무늬가 3분의 1쯤 잘린, 먹다 만 생크림 케이크를 케이크 박스에서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나는 집에 있던 날카로운 톱니 빵 칼을 써 케이크를 반으로 갈랐다. 물기를 머금은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케이크 안에 가득 차 있었다.</p> <p>숟가락으로 그 케이크를 한입 크게 퍼먹고는, 곧바로 화장실에 달려가 토했다.</p> <p>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싱크대에 쏟아버리고는, 냉장고에 있는 엄마가 갖다 준 반찬들을 모조리 꺼내 밥과 섞어서 우걱우걱 입에 밀어 넣었다.</p> <p>밥을 다 먹고는 케이크를 잘랐던 빵 칼로 손목을 몇 차례 그었다.</p> <p>그러자 마치 내 자신이 케이크가 된 것 같았다.</p> <p>피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거실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몇 시간 뒤 새벽에 스스로 깨어나 병원에 갔다.</p> <p>윤오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온 건 주말이 지난 월요일 오전이었다. </p> <p> <br></p> <p>내가 회사에 막 출근했을 때 문자메시지가 왔다. </p> <p> <br></p> <p>  '오늘 밤에 시간 돼? 같이 저녁 먹자.' </p> <p> <br></p> <p>'유노❤'라는 이름으로 온 메시지를 잠깐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래.' 하고 짤막하게 답신을 했다. </p> <p> <br></p> <p>  '너희 집으로 갈게. 배달 시켜 먹자.♡' </p> <p> <br></p> <p>윤오는 항상 내게 텅 빈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곤 했었다.</p> <p>그 여자에게 보냈던 하트는 비어있었나 꽉 차 있었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피식하고 웃었다.</p> <p>옆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윤 대리가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안경을 한번 밀어 올리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p> <p>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윤오에게 전화했다.</p> <p>윤오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p> <p>나는 휴대폰을 가방에 밀어 넣고, 차를 타고 혼자 사는 오피스텔로 향했다.</p> <p>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윤오가 먼저 오피스텔에 들어와 있었다. </p> <p> <br></p> <p>  "미안. 아까 전화했었지? 과장님이랑 통화하느라 못 받았어." </p> <p> <br></p> <p>  "괜찮아. 뭐 먹을래?" </p> <p> <br></p> <p>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p> <p> <br></p> <p>  "글쎄. 간단하게 치맥 할까? 나가서 먹을래?" </p> <p> <br></p> <p>윤오가 말했다. </p> <p> <br></p> <p>  "그냥 배달시키자. 내가 시킬게. 냉장고에 맥주도 있어." </p> <p> <br></p> <p>  "그래, 그럼." </p> <p> <br></p> <p>윤오는 내가 배달 앱을 켜서 음식을 시키는 동안 티비를 봤다.</p> <p>내 손목에 감긴 붕대는 못 본 모양이었다.</p> <p>소파에는 윤오가 벗어놓은 정장 재킷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p> <p>윤오는 나와 성격이 많이 달랐다.</p> <p>사귀는 동안 그 때문에 생긴 트러블도 꽤 많았다.</p> <p>깔끔한 걸 좋아하고 말수가 적으며 철저히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나에 비해, 윤오는 다소 즉흥적이고 활발하며 적당히 주변 환경을 더럽히며 사는 것을 편안해했다.</p> <p>외적인 이미지도 아주 달랐다.</p> <p>나는 소극적인 이미지에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편이었고, 윤오는 쾌활하고 카리스마 있으며 무척이나 밝은 이미지를 가졌다.</p> <p>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윤오를 소개하면 '둘이 많이 다르게 생겼다.' 혹은 '정반대라서 서로 끌리나 보다.' 같은 이야기를 듣곤 했다.</p> <p>어떻게 만났게 됐냐고 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p> <p>3년 전 윤오가 내게 고백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p> <p>우리는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p> <p>윤오는 경영학과의 과대였고 나는 국문학과의 조용한 학생이었다.</p> <p>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던 윤오는 친구를 통해 내 SNS 계정을 알아냈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고백을 해왔다.</p> <p>남자친구를 사귀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나에 비해 윤오는 여자에게 인기가 꽤 많았고 연애 경험도 적지 않았다.</p> <p>그렇게 나와 완전히 다른 윤오에게 나도 마음이 끌려 우리는 연인이 되었던 것이었다.</p> <p>그런 우리에게 닮은 점이라곤 '강'이라는 성씨 딱 하나뿐이었다.</p> <p>식탁에 있던 윤오의 휴대폰이 울렸다.</p> <p>내가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p> <p>화면에는 커다란 글씨로 '민호'라고 적혀있었다.</p> <p>내가 알기로 윤오의 친구 중 민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고 윤오가 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이름은 '민희'였다.</p> <p>윤오는 빠르게 일어나 내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고는 전화를 받고 온다며 밖으로 나갔다가 5분 정도 후에 돌아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았다. </p> <p> <br></p> <p>  "설아." </p> <p> <br></p> <p>잠시 후 윤오가 내 이름을 불렀다.</p> <p>내가 대답을 하자 윤오는 몸을 일으켜 나에게 다가왔다.</p> <p>입가에는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했다.</p> <p>윤오는 키가 꽤 큰 편이었다.</p> <p>커다란 몸으로 나를 꽉 끌어안은 윤오는 내 입속에 생딸기같이 촉촉한 혀를 집어넣으며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p> <p>나는 순간 뺨의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다.</p> <p>온몸이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p> <p>그것을 알아챈 윤오가 내 입속에서 딸기를 빼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p> <p> <br></p> <p>  "왜 그래? 어디 아파?" </p> <p> <br></p> <p>꿰맨 손목과 왼쪽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나는 말 없이 뻣뻣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p> <p>생크림 미소를 띤 윤오가 다시 내 입술에 키스하다가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었다. </p> <p> <br></p> <p>  "냄새 좋다..." </p> <p> <br></p> <p>윤오가 말했다.</p> <p>그러고는 내 머리카락을 잘근잘근 씹다가 내 입술로 입술을 옮겨 또 얼마간 키스를 했다.</p> <p>손은 입술보다도 더 바쁘게 움직였다.</p> <p>한참 동안 내 온몸을 탐닉하던 윤오가 입술을 떼고 내 귀에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p> <p> <br></p> <p>  "사랑해." </p> <p> <br></p> <p>나는 온몸의 피가 모두 말라붙는 것을 느꼈다.</p> <p>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려왔고 머릿속에는 애드벌룬 대신 빨간색 풍선 하나만이 두둥실 떠올랐다.</p> <p>나는 윤오를 거칠게 밀쳐내곤, 곧장 부엌으로 가 깨끗하게 설거지해 반짝반짝 빛나는 톱니 빵 칼을 집어 들었다.</p> <p>윤오는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p> <p> <br></p> <p>   "설아...? 갑자기 왜, 왜 그래...?" </p> <p> <br></p> <p>나는 얼마간 윤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p> <p>내 머릿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빨간색 풍선들이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었다. </p> <p> <br></p> <p>  "설아." </p> <p> <br></p> <p>나는 윤오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p> <p> <br></p> <p>  "강설!!!" </p> <p> <br></p> <p>윤오가 내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나는 빵 칼을 높이 쳐들었다가 윤오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p> <p> <br></p> <p>  "허억...! 억... 헉..." </p> <p> <br></p> <p>딸기잼같이 새빨간 피가 솟구쳐 내 얼굴과 오피스텔 천장을 적셨다.</p> <p>윤오는 불과 몇 분 전까지 내 가슴을 주물러댔던 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p> <p>그 소리가 너무도 야해 나는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p> <p>그런데 얼굴에 묻었던 딸기잼 같은 피에서 정말로 딸기잼 맛이 나는 것 같았다.</p> <p>그래서 나는 입 주변과 손에 묻은 윤오의 피를 남김없이 모두 핥아 먹었다.</p> <p>윤오가 그 여자에게 했던 사랑한다는 말처럼 아주 달콤한 맛이었다.</p> <p>정신없이 피를 핥아먹다가 문득 윤오를 보니 윤오는 멍하니 자신의 피가 잔뜩 튀어있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p> <p>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p> <p>윤오의 심장에선 쉴 새 없이 맛있는 딸기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p> <p>나는 윤오의 예쁜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p> <p> <br></p> <p>  "사랑하는 나의 윤오야..." </p> <p> <br></p> <p>나는 무릎을 짚고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던 빵 칼을 집어 들었다.</p> <p>그리고 윤오의 왼쪽 팔을 잘라내었다.</p> <p>인간의 팔이 마치 부드러운 카스텔라처럼 쉽게 잘려 나갔다.</p> <p>팔에서도 마찬가지로 딸기잼이 쏟아져 나왔다.</p> <p>그런데 놀라웠던 점은, 왼쪽 팔의 단면이 케이크의 그것과 똑같았던 것이었다.</p> <p>나는 의아해하며 나와의 커플링이 끼워져있는 윤오의 약지 손가락도 한번 잘라보았다.</p> <p>'KS♡KYO'라고 새겨진 커플링이 바닥에 떨어졌다.</p> <p>역시나 손가락의 단면은 인간이 아닌 케이크의 그것이었다.</p> <p>나는 손가락을 집어 들고 손가락 마디 하나를 입으로 잘라먹어 보았다.</p> <p>엊그제 먹었던, 윤오가 내게 선물했던 그 과일 생크림 케이크와 똑같은 맛이었다.</p> <p>너무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p> <p>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p> <p> <br></p> <p>  '사실은 이게 다 꿈이 아닐까?' </p> <p> <br></p> <p>  '윤오가 바람을 피운 일부터 내가 윤오를 죽여서 먹고 있는 지금까지 모두 다 말이야!' </p> <p> <br></p> <p>이 사실을 깨닫게 되자, 나는 뛸 듯이 기뻤다. </p> <p> <br></p> <p>  '그래, 이건 꿈인 거야. 윤오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울 리가 없지! 케이크 인간이 존재할 리도 없고 말이야!' </p> <p> <br></p> <p>나는 행복한 웃음을 가득 머금고 이번엔 윤오의 목을 잘라내 보았다. </p> <p> <br></p> <p>  '서걱서걱' </p> <p> <br></p> <p>역시나 케이크의 단면이 눈에 들어왔다.</p> <p>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p> <p>윤오의 나머지 오른쪽 팔과 다리 두 개도 모두 잘라내자 집 안은 온통 딸기잼과 생크림 덩어리들로 뒤덮였다.</p> <p>거실 한가운데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한 덩이가</p> <p>놓여있었다.</p> <p>나는 그것을 반으로 잘랐다.</p> <p>그랬더니 가득 차 있던 과일들과 딸기잼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p> <p>단면은 역시 케이크로 이루어져 있었다.</p> <p>나는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손으로 정신없이 퍼먹었다. </p> <p> <br></p> <p>  '내일이 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을 거야.' </p> <p> <br></p> <p>윤오는 목부터 잘린 얼굴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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