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br></p> <p>나는 그것을 죽은 자의 길이라고 부르고 있다.</p> <p> <br></p> <p> <br></p> <p> <br></p> <p>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p> <p> <br></p> <p>나는 담임 선생님과 성격이 맞지 않아 문제만 일으키고 있었다.</p> <p> <br></p> <p>선생님 역시 무슨 일만 일어나면 내 잘못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p> <p> <br></p> <p>하지만 부모님은 절대적으로 선생님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나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p> <p> <br></p> <p>[어째서 너는 선생님 말을 안 듣는거니? 나는 이제 정나미가 떨어져서 죽어 버리고 싶어.]</p> <p> <br></p> <p>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죽어 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p> <p> <br></p> <p>어린이들은 부모의 입버릇을 그대로 배워버리는 경우가 많다.</p> <p> <br></p> <p>그것이 기분 나쁜 내용일수록 다른 이에게 그 말을 하기 위해 더욱 확실하게 기억해 버린다.</p> <p> <br></p> <p>나 역시 마찬가지였다.</p> <p> <br></p> <p>[아, 학교 따위 싫다. 죽어 버리고 싶네.]</p> <p> <br></p> <p>[밥이 뭐 이래? 죽어 버리고 싶다.]</p> <p> <br></p> <p>어머니와 똑같이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입에 담았다.</p> <p> <br></p> <p>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은 어머니가 나에게 말했다.</p> <p> <br></p> <p>[죽고 싶다 죽고 싶다 말하는 녀석은 그냥 죽어 버리는 편이 나아.]</p> <p> <br></p> <p>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죽어 버리고 싶어지는 말이었다.</p> <p> <br></p> <p>나는 맨발로 집을 뛰쳐나갔다.</p> <p> <br></p> <p>달리고 달려서 가까운 산길까지 달려나갔다.</p> <p> <br></p> <p>[젠장! 죽어버릴테야! 죽을거야, 자, 보라구!]</p> <p> <br></p> <p>그렇게 외치면서 달리는데, 갑자기 왼편에 길이 나타났다.</p> <p> <br></p> <p>언제나 다녀서 익숙한 길이었지만 이상하게 그 길만은 처음 보는 길이었다.</p> <p> <br></p> <p>길 저 편에는 반딧불 같은 작은 빛들이 날아다니고, 낡아서 색이 바랜 교회가 보였다.</p> <p> <br></p> <p>그 광경이 어딘지 무섭게 느껴져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도망쳤다.</p> <p> <br></p> <p>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엄청나게 얻어 맞고 있었다.</p> <p> <br></p> <p>[자기 자식한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그것도 구별 못 해!]</p> <p> <br></p> <p>아버지가 그렇게 화난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다시 자살욕망에 휩싸여 있었다.</p> <p> <br></p> <p>이유는 없었다.</p> <p> <br></p> <p>단지 현실에 싫증나 있었다.</p> <p> <br></p> <p>변화 없는 생활과 점점 닳아만 가는 육체와 정신.</p> <p> <br></p> <p>무엇이든 모든 것이 싫증날 뿐이었다.</p> <p> <br></p> <p>나는 밤거리를 빈둥거리며 오가면서 죽고 싶다, 죽고 싶다고 중얼거렸다.</p> <p> <br></p> <p>그 순간, 숲의 냄새가 났다.</p> <p> <br></p> <p>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새를 들여다봤다.</p> <p> <br></p> <p>거기에는 이전에 보았던 반딧불 같은 작은 빛들이 날아다니고, 낡아서 색이 바랜 교회가 있는 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p> <p> <br></p> <p>그 때 나는 그것이 죽은 자의 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p> <p> <br></p> <p>죽고 싶어하는 인간을 유혹하는 길이라는 것을.</p> <p> <br></p> <p>나는 인파를 밀어헤치고 그 길로부터 도망쳤다.</p> <p> <br></p> <p>그 순간만은 죽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p> <p> <br></p> <p> <br></p> <p> <br></p> <p>사람은 죽음이 다가올 때가 되서야 드디어 살아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p> <p> <br></p> <p> <br></p> <p> <br></p> <p>그로부터 십여년의 시간이 흘렀다.</p> <p> <br></p> <p>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 길을 본다.</p> <p> <br></p> <p>옛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길 저 편 교회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는 것일까?</p> <p> <br></p> <p>언젠가 그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p> <p> <br></p> <p> <br></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217?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217?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