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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 분이서 함께 바닷가의 집에 살고 계셨다.
나는 두 분은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할아버지댁으로 가곤 했다.
그리고 여름 내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세 명이서 보내곤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을 보냈다.
할아버지는 분재가 취미셨다.
바다를 향한 넓은 정원에 소나무를 심어두고, 바닷 바람을 피해 많은 화분들을 정원에 늘어 놓곤 하셨다.
어느 보름날 밤.
밤 늦게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던 나는 할아버지가 달빛을 받으며 화분들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원으로 갔다.
흰 백합이 잔뜩 피어서 향이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린 할아버지는 싱긋 웃으시며 [커서 꽃을 제대로 기를 수 있게 되면 너한테도 화분을 하나 주마.] 라고 말하셨다.
할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것은 새 학기가 시작된 후였다.
다음 해 여름, 나는 할머니가 혼자 계신 집으로 놀러 갔다.
정원에 잔뜩 놓여있던 화분들은 친척들이 가져 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 모두 사라져 버린 뒤였다.
그 때, 나는 정원에 백합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할아버지에게 내가 했던 말을.
[할아버지, 나, 화분은 필요 없어. 백합 꽃이 좋은걸. 하얀색 백합말고 분홍색 백합이면 좋을텐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백합 꽃송이 사이에, 어째서인지 단 한송이의 분홍색 백합 꽃이 피어 있었다.
[할머니, 저 백합은 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은거야?]
[어머, 신기하네. 누구도 손대지 않았단다. 어제만 해도 분홍색 꽃은 없었는데...]
할머니는 언제나 내가 돌아갈 때면 정원의 꽃을 한아름 선물로 안겨 주셨었다.
그 해에도 그랬다.
할머니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 분홍색 백합을 내게 안겨 주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꽃은 할아버지가 보내 주셨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243?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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