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br></p> <p> <br></p> <p>나는 지방도시에서 보도 카메라맨으로 일하고 있습니다.</p> <p> <br></p> <p>매일 여러 뉴스 현장에 나가지만, 대체로 화재나 사고 현장에 밤낮 없이 전화 한 통 받고 뛰쳐 나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p> <p> <br></p> <p> <br></p> <p> <br></p> <p>그 날 역시 밤 10시가 지나서 출동 요청이 들어왔습니다.</p> <p> <br></p> <p>사건은 교통 사고.</p> <p> <br></p> <p>산간 국도에 있는 긴 터널의 출구 부근에서, 상대 차선에서 밀려나온 차를 피하지 못해 정면 충돌해 운전자 1명이 사망한 사고였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사고 발생 이후 2시간이 지난 상황이었지만, 현장 부근은 교통 정체가 심각한 모양이었습니다.</p> <p> <br></p> <p>[상당히 큰 사고니까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와 줘!]</p> <p> <br></p> <p> <br></p> <p> <br></p> <p>전화를 건 기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p> <p> <br></p> <p>아직 현장검증이 이어지고 있었던 터라 그 이상 사고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나는 서둘러 카메라를 준비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가족에게 사정을 말하고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p> <p> <br></p> <p>그리고 차를 탄 뒤 1시간 정도 떨어진 현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늦게 도착한다 하더라도 보도 카메라맨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p> <p> <br></p> <p>이 때도 평소와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그러나 차로 30분 정도 달렸을 때, 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p> <p> <br></p> <p>왠지 모르게 뇌리에 갑자기, 그것도 본 적 없는 영상이 떠오른 것입니다.</p> <p> <br></p> <p> <br></p> <p> <br></p> <p>앞이 엉망진창 깨져 있는 흰 소형 자동차.</p> <p> <br></p> <p>본넷이 완전히 젖혀져 있고, 유리도 산산조각 부서져 떨어져 있습니다.</p> <p> <br></p> <p>피투성이가 된 에어백은 힘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p> <p> <br></p> <p>그리고 간신히 차종을 판별할 수 있는 뒷부분에는 고령자 마크.</p> <p> <br></p> <p>그 위에 보이는 번호판의 숫자까지 분명하게...</p> <p> <br></p> <p> <br></p> <p> <br></p> <p>내가 기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영상으로 내 머릿 속에 분명히 떠올랐습니다.</p> <p> <br></p> <p>애초에 첫 소식을 들었을 때 차종이나 자동차 번호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p> <p> <br></p> <p>경찰 측에서 정보를 통제하기 때문에 일선 기자들에게는 사건이 정리될 때까지 공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p> <p> <br></p> <p>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 속에는 분명하게 사고 현장 주변의 영상이나 사고 당사자의 자동차가 떠올랐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이상한 체험이었지만, 그 때까지도 나는 그것이 지금까지 취재한 사고 현장에서 봤던 이미지가 떠오른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p> <p> <br></p> <p>그런데 현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본 광경에 나는 그대로 멈춰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아까 내 머릿 속에 떠올랐던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던 것입니다.</p> <p> <br></p> <p>차의 상태, 색깔, 차종, 고령자 마크, 그리고 번호판의 숫자까지...</p> <p> <br></p> <p>완벽하게 머릿 속에 떠올랐던 것과 같았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돌아가신 분은 80세가 넘은 할아버지였다고 합니다.</p> <p> <br></p> <p>그리고 자동차 내부에는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다고 합니다.</p> <p> <br></p> <p>아마 운전 도중 졸았거나, 혹은 급병으로 의식을 잃고 그대로 상대 차선에 충돌한 것 같다고 경찰관은 말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나는 납작하게 찌그러진 차를 향해 합장을 했습니다.</p> <p> <br></p> <p>사람이 죽은 현장에서는 언제나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이 때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꼭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그 후 나는 계속해서 사망 사고 현장의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p> <p> <br></p> <p>하지만 그 때 같은 경험은 아직까지 한 번 뿐입니다.</p> <p> <br></p> <p>특별히 영감이 강한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과 면식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그럼에도 그 때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것이 실제 현장 모습과 똑같았던 것은 지금까지도 내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p> <p> <br></p> <p> <br></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246?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246?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