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427" height="240" alt="movie_image2RDPQ5WZ.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10/1508944298221affa657ac42f0a565daf9913354a2__mn122968__w427__h240__f27659__Ym201710.jpg" filesize="27659"></div> <div style="text-align:left;">(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로이스 스미스, 존 햄, 지나 데이비스, 팀 로빈스가 출연하고<br>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이 연출한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을 보고 왔습니다.<br><br>영화는 오랫동안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다룰것인가에<br> 대한 탐구와 물음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습니다.<br><br>기억은 곧 시간의 흐름을<br> 어떻게 담을 것인가와도 연관이 있겠지요.<br><br>올 상반기 나왔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더불어<br> 하반기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br> 헤아릴 수 없는 고별(상처)의 아픔과<br> 기억의 잔영에 관한 인상적인 영화로 남을 듯 싶습니다.<br><br>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죠.<br>망각에 저항하고 기록하기 위한 매체로<br> 영화만큼 좋은 매체도 없을 것입니다.<br><br><br>다른 생각을 하다 보면 극의 흐름을 놓칠수도 있습니다.<br>그것은 이 영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형식적인 시도와도 관련이 있기에<br>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br>(영화는 2번 이상 볼 때 더 새롭기도 한데<br> 거기에 가장 적합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br><br>마조리 뿐만 아니라 테스와 존 또한<br> 기억에 불완전하고 흐릿합니다.<br><br>마치 복사본을 다시 복사해서 이윽고<br>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진다는 대사처럼<br> 기억의 퇴적물은 안전하지도 않고 올곧지도 않지요.<br><br>파편화된 기억에 망각하거나<br> 수정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br> 어찌보면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br><br>형식에서 시간이 흐르는 지점들은<br> 일일이 부연하지 않고<br>'보이후드'가 시간을 다뤘던 방식처럼<br> 어떠한 방점을 찍지 않습니다.<br>이것은 영화가 인간이 생각하고 다루는 기억과도<br> 똑같기 때문에 그러하지요.<br><br>기억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br> 이것은 인간의 상처와 고별을 다룬 영화이기도 할 것입니다.<br><br>마조리가 자신의 남편 홀로그램을 젊은시절로 선정한 것,<br>테스와 존이 남긴 홀로그램이 전부 죽기직전 모습을 담은 것은<br> 헤아릴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고통 속에서<br> 죽은자와 말할 수 없는 것을 홀로그램을 통해<br> 대화하는 것과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것이<br> 서로 부딪히기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br>(거울과 대화하는 것 같다고 말한 '존'의 대사처럼<br> 필연적으로 아픈 부분을 말할 수 밖에 없는 심정도<br>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br><br><br>저에게 이 영화는 타르코프스키가 무의식의<br> 기억을 건져 물체화 시켰던 '솔라리스'와<br> 어떤 기억의 한 부분(모습)을 선택적으로 건져야 하는<br>'원더풀 라이프'의 설정에<br> 말할 수 없는 상처를 건드렸던<br>(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br>'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보는 듯 합니다.<br><br>어차피 인간은 생물학적(필연적)이든 물리적(우연적)이든<br> 기억에 자유롭지 못합니다.<br>(다시 말하면,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일테고<br> 이것은 곧 죽음에 이른다는 것일테지요.)<br><br>'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젊은 사람들의<br> 상처가 죽을때 까지 이어진다는 점이고,<br><br>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노년에 이른 사람들이<br> 상처가 아문것 처럼 보이지만<br> 사실 상처를 망각(하는 척)하며 지낸다는 점에서 측은하고 서늘합니다.<br><br>전자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테고,<br>후자는 그럼에도 살아갔지만, 또 묻고 남아있는 것들 일테지요.<br><br><br>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에서 주인공들은<br> 살아생전 분명 즐겁고 행복한 기억도 있었을 것입니다.<br><br>허나, 중요한 순간 그 홀로그램 앞에<br> 자신의 가장 아프고 비극적이었을때의<br> 과거를 선택한 것은 그 아픔이 죽음에 이르러서도<br>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지요.<br><br>마지막, 모두가 떠나가고<br> 기억의 잔영들만 남아있는 장면들은<br> 실로 섬뜩하면서도 슬픈 씬입니다.<br><br>어쩌면 인간은 '원더풀 라이프'의 설정처럼<br>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만 남기고 싶을지도 모릅니다.<br>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그 반대의 설정도<br> 들이밀면서 또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br>(조용히 흘러가는 바다의 심연은<br> 너무나 깊어서 본인조차 가늠할 수 없습니다.)<br><br><br>이 훌륭하고도 지적인 영화는<br> 상반기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대조되며<br> 거론할 뛰어난 하반기 영화 중 하나가 될 듯 보입니다.<br><br>만약, 당신이라면 행복했던 기억을 선택할 것인지요,<br>아니면 비극적 기억을 선택할 것인지요.<br>(중요한 것은 둘 다 끊임없이 생각하고<br> 물어보며 지낸다는 것일테지요.)<br><br><br><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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