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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ovie_69298
    작성자 : jahbulon
    추천 : 6
    조회수 : 684
    IP : 124.51.***.15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7/08/02 08:41:10
    http://todayhumor.com/?movie_69298 모바일
    (스포일러)덩케르크, 사울의 아들, 군함도 이야기
    덩케르크, 사울의 아들, 군함도 세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세 영화 중 하나라도 보지 않았고 세 영화 중 하나라도 보고 싶은 분들은 뒤로 가 주세요. 











    덩케르크, 사울의 아들, 군함도 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세 영화 중 군함도가 제일 아쉽다는 것입니다. 


    일단 처음 영화 도입부부터 보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쓰면 너무 길어질 거 같으니 도입부 부분에만 집중해서 쓰겠습니다. 이 영화들은 도입부부터 덩케르크, 아우슈비츠, 군함도가 얼마나 지옥같은 곳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입부의 그 참상이 어떻게 중후반부까지 이어지는지를 보면 왜 군함도가 다른 두 영화에 비해 부족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덩케르크의 경우, 독일군의 삐라가 흩날리는 덩케르크 시가지를 힘없이 걸어가는 영국군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영국군들은 담배꽁초를 뒤지고 물 호스에서 물을 찾는 등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보여주는 삐라의 내용은 덩케르크라는 좁은 공간에 독일군이 얼마나 연합군을 몰아붙이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렇게 조용하게 영국군의 모습을 보여주던 순간 영화관 전체를 터트릴 정도의 총성들이 울리고 영국군들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이 소리가 얼마나 큰 지 말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도망가는 영국군의 뒤를 쫓기 시작합니다. 마치 내가 그들 뒤를 따라 도망가는 영국군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이 순간 관객들은 영국군 입장에 최초로 이입하게 됩니다. 결국 주인공인 토미만 남고 모두 쓰러지고 토미 혼자서 담을 넘어 해변까지 도망가죠. 

    여기까지만 해도 관객들은 엄청나게 큰 총성과 총알을 맞고 박살나는 주변 물건들, 공포에 질려 총알 장전조차 제대로 못하는 토미의 모습, 마침내는 총까지 놓치고 몸만 간신히 빠져나가는 토미의 모습에서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토미가 무사히 해변에 도착해서 사라지려 할 무렵, 이제는 하늘에서 그 악명높은 독일군의 급강하 폭격기, Ju87, 슈투카가 사이렌을 울리며 해변의 영국군에게 폭격을 시작합니다. 

    화면은 토미의 시점에서 폭탄들이 하나 둘 씩 서서히 토미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폭탄은 토미 쪽 까지 떨어지지는 않지만, 관객들은 영국군을 노리며 달려드는 슈투카의 귀청 찢어지는 소리와 폭탄의 소리, 폭탄의 낙하 위치를 보며 토미란 한 개인에 온전히 이입되어 버리죠. 

    이 시점에서 관객들은 깨닫게 됩니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란 걸요. 그리고 언제 사람이 죽을 지 모르는 그 지옥이 주는 공포, 그 긴장감은 덩케르크 영화의 초반부부터 시작해서 영화 끝까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도입부 뒤로는 계속해서 위기의 연발입니다. 관객들은 수도 없이 계속되는 위기를 보며 덩케르크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체감하고, 덩케르크에 던져진 영국군들에 이입하며, 그들과 같이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되기를 열망합니다. 

    그나마 배를 타고 영국군을 구조하러 오는 민간인의 배의 시점, 전투기에 타서 전투 다운 전투를 하는 파리어의 시점에서야 관객들이 숨을 돌리는 것이죠. 

    그리고 마침내 등장인물들이 간신히 영화 끝에 가서야 덩케르크에서 탈출했을 때, 관객들은 덩케르크란 공간이 군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덩케르크가 "본능을 농락하는 운명의 장난"에 맞서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싸우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생존을 위해 택한 방법이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그 다음은 사울의 아들 도입부를 보겠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울의 아들 도입부는 정말 끔찍합니다. 유태인인 주인공 사울은 아우슈비츠 강제노동 수용소의 존더코만도입니다. 그가 하는 일은 새로 온 유태인들을 가스실로 보내고 그들의 시신과 옷, 귀중품을 정리하고 가스실을 청소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동족이기도 한 유태인들을 무표정하게 가스실로 인도하고 그들이 가스실로 들어서자마자 기계적으로 그들이 남긴 옷(곧 유품이 될)들을 정리합니다. 그러나 가스실 문 앞에서 멀리 떨어져 옷을 정리하던 주인공 사울을 누군가가 가스실 문 앞으로 불러내고, 관객들은 사울의 위치에서 가스실 문 안에서 울리는 끔찍한 비명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사울의 표정은 끝까지 무표정하지만, 그가 애초에 가스실 문 앞에서 멀리 떨어지려 했다는 점,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그가 무표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아우슈비츠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도입부 장면에서 우리는 아우슈비츠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곳은 인간을 살해하는 공장이고, 그 공장에는 살해를 돕는 노동자, 존더코만도들이 존재했다는 것 말입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관객들은 아우슈비츠의 참상 앞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가스실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요. 그러나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가스실에서 가스 살포가 끝났으니 정리를 해야 하죠. (다만 영화는 비극적인 참상을 관객 눈 앞에 볼 거리로 제공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습니다. 양 옆을 자른 화면 비율과 주변의 흐릿한 블러 처리가 그것이죠. 이것은 당시 죽은 이에 대해 감독이 취하려 했던 최대한의 예의이자 그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잘린 화면비율과 흐릿한 화면들은 지옥도를 응시할 수 없었던 사울의 시점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 화면은 사울의 뒤통수를 따라다니며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계속 전해줍니다. 피거품으로 물든 가스실, 시신을 올리는 엘리베이터와 시신을 태우는 화장가마, 무더기로 몰려든 헝가리 유태인들을 사살하고 불구덩이에 던지는 모습, 시신을 태운 재들을 강가에 버리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죠. 물론 영화는 이 참상들을 단순히 관객들에게 전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울이 가스실에서 살해당한 자신의 "아들"(실제는 아들이 아닐 소년)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려주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 가운데 "지나가듯이" 아우슈비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나가듯이"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은 엄청납니다. 

    즉, 도입부에서 관객을 무너뜨리는 심리적 충격이 영화 중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 영화에도 탈출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아우슈비츠의 참상의 끔찍함은 관객에게 그나마 안도를 줄 탈출부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습니다. 
    사울의 아들은 심지어 탈출 부분도 공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존더코만도들의 일터였던 지하 가스실이 지옥 그 자체였기 때문에 존더코만도들이 봉기해서 탈출하는 부분은, 지옥에서 고통받던 인간들이 온갖 괴성을 지르고 몸부림치며 지상으로 빠져 나오는 아비규환으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주인공 사울의 주 목적이 탈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스실에서 죽은 소년의 매장에 있기 때문에 관객은 이 탈출에 심리적으로 이입할 여지마저 없습니다. 따라서 이미 사울의 뒷통수를 따라다니며 사울에 이입한 관객은 사울과 함께, 그 지옥에서 탈출하는 과정 자체에서도 공포와 충격을 느껴야 합니다.(사람이 사람을 맨손으로 때려죽이고 온갖 끔찍한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아비규환을 편하게 볼 수는 없는 일이죠)

    영화 마지막, 사울은 소년의 시신을 매장하진 못했지만, 잠깐이나마 아우슈비츠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됩니다. 탈출한 유태인들이 숨은 숲 속 오두막을 우연히 찾은 폴란드 소년 앞에서 사울은 영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습니다. 그나마 이 짧은 부분이 관객이 지옥에서 구원받은 사울을 보고 안도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군함도를 보겠습니다. 군함도 역시 덩케르크, 아우슈비츠 못지 않은 지옥이었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군함도의 도입부는 군함도가 얼마나 끔찍한 곳이었는지 확실히 보여줍니다. 엎드려서 기어야 하는 군함도의 갱도, 해수가 터져나와 사람을 덮치고, 바윗돌이 떨어져 사람을 뭉개고, 바다를 통한 탈출마저 할 수 없는 군함도의 도입부에서 관객들은 군함도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군함도는 이 도입부의 모습이 영화 중반부로 가면 사라집니다. 

    아마 이렇게 된 이유는 애초에 이 영화가 그 공간에 던져져 있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도착하기 전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입부에서 시작한 긴장감과 그 참상의 흐름이 전개부에서 끊기게 되는 거죠.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군함도가 얼마나 힘든 곳이었는지 보여주기 시작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군함도는 그 모습이 없습니다. 물론 전반부에서 광산에서 벌어진 사고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흐름이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는 이 모습도 무슨 액션 영화 시퀀스처럼 소비되는 감이 있죠. 이 사고가 등장하고 나서 갱도의 모습이 얼마나 더 나오던가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위기, 노동으로 점철된 덩케르크와 사울의 아들과는 달리 군함도는 그 흐름이 너무나 끊어져 있어요. 이 갱도 사고 시퀸스 이후로 갱도의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걸 볼 때, 광부들의 노동마저도 액션 시퀀스처럼 일회성으로 쓰인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 뒤로는 윤학철의 정체를 밝혀내는 장면들만 주로 나오죠. 군함도가 지옥이었던 이유는 해저에서 석탄을 파내는 중노동이 기약없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군함도에 끌려갔던 여성들의 참상도 보여주긴 하지만, 이것 역시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관계, 등장인물들의 대화(그것도 너무 많은 양의 대사)를 통해 스토리를 진전시키는데 집중합니다. 특히 윤학철이라는, 독립운동가이자 조선인의 정신적 지주를 가장한 친일파의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에 너무 많은 것을 할애한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군함도라는 곳의 특수성을 드러내주지 않습니다.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악역 또는 다른 편이더라 류의 이야기는 사실 보편적인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 구조는 군함도가 아닌 <신세계>에서도 봤었고, <암살>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군함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 구조는 덩케르크에서 구멍 뚫려 물 새는 배 안에서도 재현됩니다. 알고보니 깁슨이란 이름의 군복을 입은 영국군은 프랑스군이었죠. 그런데 이것을 밝혀내는 구조는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총알 구멍이 뚫려 물이 새들어와 익사하기 직전인 배에서 영국군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자기와는 다른 인간인 프랑스군의 정체를 밝혀내고 살기 위해 프랑스군을 배 밖 바다로 내몰려 합니다. 군함도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죠.

    그리고 영화는 딸을 군함도에서 내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버지, 이강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 역시 군함도가 배경으로 스쳐갈 뿐이지, 군함도라는 공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보편적인 부성애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순 있어도, 이건 군함도가 배경이 아닌 다른 일제 치하 강제 징용 현장에서도 감독이 구상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의 미군 폭격기의 공습도 나오긴 합니다. 이것도 군함도의 참상이라면 참상이겠지만, 군함도가 징용 노동자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이게 아니잖아요?

    생각해보면 등장인물들이 갱도란 숨막히게 조여드는 공간에 갇혀서 밥도 아닌 밥 먹고, 탄가루 마셔가면서 45도가 넘는 고열 속에 노동하다 몸에서 진액이 줄줄 흘러 결국 피골이 상접해지는, 그런 묘사가 있었던가요? 영화가 도입부가 아닌 중 후반부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줬었나요? 영화를 찍는 카메라가 군함도 갱도의 그 비좁음, 걸핏하면 뿜어져 나오는 해수로 좁아지는 시야, 눈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바윗돌들을, 군함도 갱도를 파들어가야 했던 광부의 입장을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줬었습니까? 지옥섬이라 불렸던 군함도가 정말 지옥처럼 느껴지던가요? 지옥섬에서 지옥길을 자기 손으로 파야 했던 광부들의 참상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해줬었습니까?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들,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악행의 편린이라도 관객들이 느꼈던가요? 제가 본 모습은 등장인물들이 갱도 밖에서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던 모습이 다였습니다. 그 시퀀스들은 군함도가 아닌 일반 징용장이어도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군함도는 이 영화에서 배경을 제공하는 세트장 그 이상의 의미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군함도가 어떤 곳인지 도입부에서 시작한 그 이야기의 흐름을 끝까지 지속하지 못했기에 후반부 탈출 시퀀스도 빛이 바래게 됩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군함도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내일 탈출하지 않으면 모두가 갱에 매몰되어 죽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일본인들의 증거 인멸 시도만 없었으면 탈출할 이유도 없다는 거예요. 윤학철이 늘어놓는 정말 기본적인 근로조건 개선 이야기만 듣고도 나오는 조선인들 반응 보시면 알잖아요. 그 정도로도 영화 속 조선인들은 분명 지옥이어야 할 군함도 갱도 속으로 다시 들어갈 작정이었습니다. 덩케르크나 사울의 아들이 묘사하는 공간은 이미 지옥이었어요. 그 지옥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할 인간은 덩케르크에도 사울의 아들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군함도의 채굴작업은 노동조건을 조금만 더 개선해주면 할 만한 그런 작업이었나요? 제 생각에는 억지로 끌려온 사람 입장에선 정말 돈을 아무리 더 준대도, 들어가기 싫을 거 같은데요. 물론 군함도의 조선인들에게 채굴 작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선인들에게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 노동 자체가 이미 지옥일진대, 영화에서는 그것에 대한 언급은 희박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애매한 장면은 감독이 군함도 최악의 공간인 갱도가 징용 노동자 입장에서 어떤 곳이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후반부 탈출부분에서 The ecstacy of gold 같은 명곡이 나오고, 전범기를 찢어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모습이 나와도, 군함도의 갱도 안에 관객을 가두려는 시도가 중후반부까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이 안 드는 관객들이 나오는 겁니다. 덩케르크, 사울의 아들은 사운드를 이용하든, 화면 비율을 이용하든, 카메라 워킹을 통해서든, 이야기 흐름을 통해서든, 어떻게 해서라도 관객들을 그 공간 안에 가둬두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의미를 강화시켰어요. 하지만 군함도에서는 덩케르크의 해변이나 아우슈비츠의 가스실과는 달리 물리적으로 더 조여드는 공간인 갱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갱도를 활용해서 관객을 갱도 안에 가두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입부에서만 이 시도가 이루어졌지 중후반부에는 이 공간 자체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묘사되는 참상은 군함도의 주 공간이었던 지하 해저 갱도가 아니라,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고문으로 이루어집니다. 그것도 아주 피상적이고 산발적으로요. 물론 그것도 역사적으로 존재한 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군함도의 갱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지요. 

    도입부의 모습을 중후반부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실제론 존재하지 않았던 탈출 부분조차도 분명 더 의미 있었을 겁니다. 물론 액션으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말이죠. 액션으로 점철되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몰입하기 쉽진 않지만 말입니다. 정말 제대로 군함도를 그려냈으면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비쩍 말랐을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이 그렇게 현란한 액션을 보여줄 순 없겠지만요. 많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쯤되면 영화는 영화지 다큐멘터리냐 하실 분들 계실텐데, 덩케르크와 사울의 아들은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이유가 있는 영화들입니다. 다큐멘터리처럼 안 찍었다고 해서 그 영화가 제대로 된 영화가 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군함도는 다큐멘터리처럼 찍을 이유가 충분했음에도 그렇게 안 찍었고, 다큐멘터리같지도 않으며, 영화로서도 제대로 된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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