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427" height="223" style="border:;" alt="movie_image5E1JZO3N.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7/149944134707ef1de2156a43f4a0202f07292b578e__mn122968__w427__h223__f22938__Ym201707.jpg" filesize="22938"></div>(스포성 글이 있습니다.)<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권해효, 김민희, 김새벽, 조윤희 님이 출연하고<br>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그 후'를 보고 왔습니다.<br><br>홍상수 작품의 세계는 언제나 흥미로웠죠.<br> '오 수정', '북촌방향'에 이어 세번째 흑백영화이기도 합니다.<br><br>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초기작들에 비해<br> 점점 '시간'이라는 테마가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br>(엄밀히 말하면 시간과 공간 모두<br> 홍상수 영화에서는 중요했지요.)<br><br>시간을 비틀거나 시간을 교란 하거나<br> 아니면 시간을 다시 리플레이 하거나<br> 여러번 반복하면서 그 미묘한 차이를 짚어내었던<br> 홍상수의 연출은 신비롭기까지 했었죠.<br><br>이번 작품 '그 후'는<br>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형상화해서<br> 과거와 현재(혹은 미래)를 서로 충돌시키거나<br> 합쳐놓아 그 사이에 나오는 인간의 정서나 상황의<br> 접점들을 살펴보는 듯 합니다.<br>(저에겐 '아름'과 '창숙'이<br> 마치 시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br><br><br>오프닝에 '봉완'이 거실에 나오고<br> 크레딧이 지나면 프레임 중간에<br> 시계가 덩그러니 나옵니다.<br>(홍상수 영화에서<br> 왕가위 작품이 생각날때도 있네요 ^^)<br><br>이후에도 시계는 한번 더 나오는데<br>'아름'과 어떤 사건을 겪고나서 술먹는 장면에서 더 나옵니다.<br><br>무척 흥미로운 점은<br>'새벽'과 '저녁'이라는 차이입니다.<br>(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br> 첫 오프닝에서 나왔던 시간은 새벽 '4시 30분'경이고,<br> '아름'과 술을 마시기 시작할때는 저녁 '7시 40분'경이라는 점입니다.) <br><br>이 영화에서 어떤 특정 공간을 제외하고는<br> 전부 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의미심장하지요.<br><br>어두컴컴한 밤이 거의 끝나가지만<br>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시점과,<br><br>이제 막 해가 지고 밤이 드리우기 시작한<br> 시점이라는 것은 두 상황에 놓여져 있는<br>'봉완'의 심정을 서로 비교시켜 놓고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br><br>형식적인면에서도 흑백을 사용한 점이라던가<br> 과거와 현재를 서로 뒤섞어 놓는다던가 하는 연출은<br> 그 자체로 신비스럽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br><br><br> '창숙'이라는 인물도 흥미롭지만,<br> '아름'의 존재는 이 영화의 중심점 같습니다.<br><br>철저히 관찰자 시점이면서 유일하게<br> 이 작품 전체에 냉정하고도 어떤 기둥 같은<br>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br><br>이러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실체'를 믿는<br> 종교 신앙자라는데서 더 기이하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습니다.<br><br> '아름'을 제외하고<br> 각 인물들은 '보이는 것만' 믿게 되지요.<br><br>단적인 예로, '봉완'의 아내가 가져온<br> 바람을 핀 결정적(?)증거라 할수 있는 연서를 보고<br> 상당한 오해를 하게 되고,<br><br> '봉완' 자체도 '아름'과 식당에서 나눈 대화에<br>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믿냐고 되풀어 반문합니다.<br><br>그 결과, '보이지 않았던 존재'인 '창숙'이 오게되면서<br> 둘의 사랑은 지속될거라 믿었지만 추후에 끝까지 이어지진 않았지요.<br><br><br> '아름'이 일을 단 하루만 한것도 저에겐 의미심장해 보입니다.<br> '아름'의 극 역할은 이 작품에서 조금은 동떨어져 보이고<br> 불필요해 보이는데도 임팩트 있게 남아있는 것은<br><br> 그 사건 자체의 임팩트도 컸지만,<br>그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의 자장(磁場)도<br>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br><br>작품 전체가 대부분 저녁이었는데<br> 유일하게 엔딩으로 가면 아침입니다.<br><br>그 아침도 '봉완'이 직접 배웅을 해주며<br> 자신이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는 책을 주며 끝나게 되지요.<br>(홍상수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br> 그 책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br>우리나라 제목은 '그 후'라고 합니다.)<br><br>일전에 많은 책을 가져갔었던 '아름'은<br>'봉완'에게 '그 후'를 선물받게 되죠.<br><br>이 영화의 제목이자 그 소설은<br> 단 하루였지만, 일전에 있었던 일들을<br> 직접 보고 듣고 겪고 충돌하며 지난<br>'아름'에게 주는 작은 감사의 표시일지도 모릅니다.<br><br><br>홍상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br> 아침 쪽대본에 우연적 상황을 영화에<br> 그대로 담게 되는데 눈이 오는 장면들 또한<br> 미리 계획하고 한것이 아닌 하루전에 알았다는 점에서<br> 다시 한번 신선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br>(그 하루전에도 눈이 온다고 예보는 되어있었지만<br>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홍상수의 감은 상당히 남다릅니다.<br>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네요. ^^)<br><br>거기에다 극중 권해효님의 아내로 나오는<br> 조윤희 님이 실제 아내라는 점에서도 무척 인상적인 대목입니다.<br><br>연극배우 출신이라고 하시는데<br> 실제 부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첫 장면에 나오는<br>'봉완'과 아내의 대화 장면은 실제 부부이기에<br> 그러한 감정과 말과 말사이의 공백에서 느껴지는 공기 등<br> 섬세한 지점을 더 밀도있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br><br>김새벽도 인상적이고<br> 김민희도 역할 만큼이나 존재자체도<br> 이 영화의 중심으로 보입니다.<br>(홍상수의 영원한 뮤즈가 될 수 있을지<br> 지켜 보아야 겠지만 지금까지 본다면<br> 김민희는 홍상수 영화에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집니다.)<br><br><br><br>홍상수의 영화에서 '그 후'는<br> 최고작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br>(워낙, 훌륭한 전작들이 많았으니까요.)<br><br>그러나, 그 날들이 그 후가 되고<br> 그 후의 그 날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br> 그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 날일 테지요.<br><br>이 무시무시한 창작력으로 끊임없이 생산해내는<br> 그의 작품들은 '클레어의 카메라'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입니다.<br><br><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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