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해봐 네가 쓸모있다는걸 증명'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때때로 어떤 영화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차이나타운이 바로 그랬다.
장면 1
일영을 포함한 앵벌이 아이들이 모두 버려진다.
영화에서는 아무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쓸모 없어진 사람은 죽여서 장기까지 파는데 어째서 아이들을 그냥 길에 버리는것인가?
장면 2
일영은 빚을 받아내러 가긴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수술)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일영은 빚을 받으러 다니며 험한 세상에서 살아왔고 충분히 적응했다.
하지만 엄마는 석현 이전에는 일영에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시키지 않았다.
장면 3
누구냐고 물었을 때 중국어로 '내 자식' 이라고 말하는 장면
우곤에게 '넌 내 식구냐?' 라고 말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
장면 4
석현을 구하기 위해 엄마의 명령을 듣지 않고 홍주까지 쓰러뜨린 일영을 엄마는 일본으로 '털끝하나 건드리지 말고' 보내라고 한다.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커녕 석현을 도망치게 하려다 잡힌 일영을 엄마는 전혀 해를 가하지 않는다.
옆에서 안선생이 일영을 처리하려고 하자 화를 낸다.
장면 5
엄마는 일영의 칼을 저항없이 받아들이며 죽는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거역하는 사람은 거침없이 죽여온 마우리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행동
장면 6
10번 사물함에 넣어둔 입양관계증명서
이 장면들은 장면 1을 제외하고는 모두 엄마가 일영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왜 그렇게 특별한 것인가?
이것들은 하나의 가설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일영은 마우리의 친딸이다.'
마우리가 일영을 대하는 특별함은 보통이 아니지만 그 이외에
장면1이나 장면4에서 일본으로 보내려는 장면 등은 일종의 버린다는 성격이 있다.
왜 버리는가?
일영은 태어나서부터 왜 버려졌는가?
때로는 버려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는 환경이나 부모가 있을 수도 있다.
정상적인 삶의 가치관에서 보자면 마우리의 경우가 딱 그렇다.
자신이 속한 환경이 아닌 더 나은 곳에서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장면 1에서 이유없이 버리거나 일본으로 멀쩡한 상태로 보내는 것이 납득이 된다.
영화 속 차이나타운처럼 막장인 곳도 없으니까.
하지만 일영은 운명인지 의지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일영의 성격과 행위
빚을 받아내는 장면과 석현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일영의 성격은
자신에게 먼저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에게 폭력을 쓰지 않으며
잘 대해주는 석현에게는 거절조차 하지 못하면서 끌려다닌다.
우곤이 석현의 직장에 찾아가 행한 폭력을 생각하면 대비대는 부분.
영화 끝까지 일영에게 직접적으로 죽은 사람은 탁 과 엄마 뿐이다.
그나마 탁은 몸싸움 중에 총에 맞는 정당방위 성격이 강하다.
눈을 찔린 치도는 먼저 폭행을 했다.
적어도 영화 내용 안에서 일영은 이유없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영의 의지로 되돌아가 죽인 마우리는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길래??
여기서도 일영이 마우리의 친딸이라면 몇번이나 자신의 딸을 버리려고 한 마우리가 그 업보를 되돌려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단역 제외)
영화는 내내 액션과 폭력, 잔인함이 나오지만 그것이 주 재미꺼리가 될 만큼 부각되지는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모습은 마우리와 일영의 관계, 엄마와 딸의 의미였다.
시작은 딸이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 세상에 제대로 설 수 있길 바라는 엄마의 모습이었고,
마지막은 엄마를 죽이고 독립해 세상에 홀로 선, 성인이 된 딸의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