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때...중대 전체에 후임이 10명도 안되던 짬밥 후달리던 시절에... <div><span style="font-size:9pt;">지나가던 레토나를 멀뚱멀뚱쳐다보며 지나쳐보낸적이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이동 중에 경례는 인솔자가 대표로 하는거다. 그렇게 배웠다. 그래서 안했지.</div> <div>고참들이랑 본부에 교육받으러 도보로 이동중이었거든. </div> <div><br></div> <div>그렇게 레토나를 떠나보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div> <div>도로 아래 교통호에서 갔냐갔냐하며, 기어나오는 고참들을 볼 수 있었고...</div> <div><br></div> <div>우리가 꾸벅꾸벅  졸며 대적관교육을 받는 동안,</div> <div>우리 중대간부들은 전원본부로 소환되어 개박살이 난 모양이었다.</div> <div><br></div> <div>그 차는 우리부대유아독존 부대장님의 안테나 2개. 레토나1호였고,</div> <div>운전병 이 쉐키가 부대장님 탔다는 시그널인 전조등을 안켰고,</div> <div>하필 그때 수송부 가는 길목이라 기름넣으러가거나 정비받으러 가나보다.하고 방심한 탓이 컸다. 이등병주제에.</div> <div><br></div> <div>눈도 좋아. 그렇게 지나가면서 중대비표뿐만 아니라, 내 이름도 봤던 모양이다.</div> <div><br></div> <div>중대장횽이랑 행보관님은 뭐 이등병이 어리버리타다가 그럴수도 있지.하고 넘어가주었고,</div> <div>부소대장형님도 나한테는 경례잘하니까 됐어.라고 넘어가주었는데,</div> <div>소대장이 길길히 날뛰어서 고참들한테 내리갈굼을 당했다...ㅠ.ㅠ</div> <div>지들은 풀숲에 숨어놓고...이 배신자놈들.이란 말이 절로 나왔지만. </div> <div>짬이 짬인지라 꾹 참고 넘어갔다.</div> <div><br></div> <div>그 후로, 좀 더 스케일이 큰 껀수를 저질러주며,</div> <div>부대장님보고 경례안한 버릇없는 이등병. 타이틀을 중대원들이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후로, 뭔가 반짝거리는 계급장만 보면 반사적으로 경례를 해대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휴가복귀하러 기차역으로 갔다.</div> <div><br></div> <div>탈영하자. 복귀하면 뭐하나. 말안듣는 분대원. 또 갈구기나 할 상왕고참들. 곧 다가온 진지공사와 유격훈련등등등...</div> <div>한숨을 푹푹 쉬며 기차표를 "입석"으로 끊었다.</div> <div><br></div> <div>군인은 무궁화호 "좌석"사면 건강에 몹시 안좋다.</div> <div>"좌석"끊어서 앉아갈라치면, 열차내의 모든 폐가 안좋은 어르신들이 군인 앞에 서서 콜록콜록대서 </div> <div>사랑스런 전우들에게 폐병을 옮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div> <div>불편해서 일어나주면 "종점의 기적"처럼 폐병이 단박에 나아버리는 미라클이 펼쳐진다.</div> <div>그래서 나는 백일휴가 나갈때 이후로 단 한번도 "좌석"을 끊어본적이 없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플랫폼으로 내려가는데</div> <div>아까 도착한 기차에서 내린 하얀색 정복. </div> <div>계급을 보니 해군 대령이셨다.</div> <div><br></div> <div>타군이고 뭐고 계급높으면 경례 좀 하고 해라.라고 들었는데,</div> <div>사복입고 돌아댕겨보니까 다른 아저씨들 경례 안하더라. 눈도 안마주칠려고 그러고.</div> <div>뭐 경례 못 받은 간부들도 그냥 그러려니하고. 뭐라고도 안하고.</div> <div><br></div> <div>그러나, 나는 이등병때 경례안했다가 개갈굼을 당해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이었다.</div> <div><br></div> <div>"충.성."</div> <div>"어??? 어...추...충성."</div> <div><br></div> <div>육군상병애가 경례하니까, 그 해군대령님은 어째선지 당황해하시며 경례를 받아주었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div> <div><br></div> <div>"어허. 타군인데도 경례를 잘하는구만."</div> <div><br></div> <div>조금 더 내려가는데 그 해군대령님 저만큼 뒤에서 올라오던 어느 아저씨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div> <div><br></div> <div>"뭐...군인인데 경례하는게 당연해서 그랬습니다."</div> <div>"어디부대인가???"</div> <div>"네???...XX부대..."</div> <div>"아니. 단대호."</div> <div>"???....XXXX부대입니다."</div> <div>'휴가복귀하는건가?"</div> <div>"네???....ㅠ.ㅠ....네..."</div> <div>"상병인데 분대장...능력이 좋은가봐."</div> <div>"고참들이 전역을 빨리해서;;;;"</div> <div>"한창 바쁘고 그럴때구만. 고생해."</div> <div>"...아. 네."</div> <div><br></div> <div>뚱딴지같은 아저씨일세.하고 나는 10여분 뒤 들어오는 기차를 보고 </div> <div>뛰어들고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얌전히 기차를 타고 복귀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 뒤, 일과시간끝나고 PX내기 족구를 하고 있었다.</div> <div>"야야. 긴장해라. 오늘 PX에 냉동입고했다. 너 싹 털어먹고 휴가때 읍내까지 걸어가게 해줄께ㅋㅋㅋㅋ"</div> <div>"닥쳐. 야!!! 똑바로 올려봐!!! 저 놈 얼굴에 불꽃슛 갈겨버리게!!!!"</div> <div>"A상뱀~이거 피구가 아니지말입니다!!!"</div> <div>"ㅋㅋㅋㅋㅋ 야 그래. 저 놈 얼굴 맞추면 5점 인정."</div> <div>"부소대장님이 게임을 알지말입니다!!! 심판이 인정했어!!! 올려!!!"</div> <div><br></div> <div>평소처럼 장난으로 시작한 게임이 또 목적지를 잃고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div> <div><br></div> <div>"전달하겠습니다. XXX분대장은 행정반으로 와주시기바랍니다."</div> <div>"아씨. 뭐여. 전화왔나?"</div> <div>"기권패냐?"</div> <div>"닥쳐. 3분만 기달려."</div> <div><br></div> <div>행정반으로 갔다.</div> <div><br></div> <div>"뭐냐? 전화냐?"</div> <div>"아니. 중대장님이 찾으셔."</div> <div>"야!!! 들어와!!!"</div> <div><br></div> <div>중대장실에서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중대장횽의 샤우팅이 들려왔다.</div> <div>한 옥타브 올라간 솔~이 아니라, 바리톤의 미~ 정도의 울림으로 볼때, 갈굴려고 부르는건 아닌 모양이었다.</div> <div><br></div> <div>"추~웅성. 상병 XXX은 중대장실에 용무있어왔슴다."</div> <div>"...아닌데..."</div> <div>"그렇죠. 행정보급관님. 저 놈이 저래 빠진 놈인데 말입니다."</div> <div>"??? 저 또 뭐 잘못했슴까?"</div> <div>"아냐. 앉아봐. 담배?"</div> <div>"아. 감사합니다...상병XXX..."</div> <div>"야. 너 저번에 휴가복귀할때..."</div> <div>"헌병한테 걸린거 없습니다;;;;"</div> <div>"알어. 나도. 너 AAA중장님 알아?"</div> <div>"...??? 중장말입니까???"</div> <div><br></div> <div>내가 아는 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당시 육군 모사단 사단장이었던 우리 아부지 뽜이아볼친구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모르겠는데말입니다."</div> <div>"저기...계룡대에 계시는 분인데...너 XX역에서 앞서가는 자기 부하한테 경례잘해서, </div> <div>요즘 보기 드물게 군기 잘 든 친구라고 부대장님한테 직접 전화하셔서 칭찬하셨대."</div> <div>"...경례말입니까???...내가 언제 했지???...해군...아!!! 그 플랫폼 내려갈때 그 흰색정복!!!!"</div> <div>"어. 맞나보다. 그래. 건성으로 경례하는것도 아니고 뭐 경례잘했다대. 그게 그렇게 예쁘게 보였대."</div> <div>"...예쁘게 보일 나이는 지났지말입니다."</div> <div>"말은 잘해요. 너 다음 주에 포상 휴가."</div> <div>"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부대장님이 부대명예를 드높였다고 다음 주 분열때 표창장받고 바로 휴가나가래."</div> <div>"월화수목...딱 맞지말입니다ㅋㅋㅋㅋ"</div> <div>"아...그 휴가 안좋아요. 중대장님. </div> <div>유격준비도 해야되고 진지공사준비도 해야되고...</div> <div>X분대는 분대장이 너무 자주 출타중이어서 걱정이예요."</div> <div>"X소대장 갈구면 되요. 행정보급관님ㅋㅋㅋ. </div> <div>내 살다가 경례잘해서 휴가나가는 놈은 또 처음 보네...</div> <div>잠깐...그때...야, 너 이등병때 부대장님한테..."</div> <div>"어이쿠야~용무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번 주에 휴가복귀했는데 또 휴가나간다고 중대는 발칵 뒤집혔다.</div> <div>부대장님 승인떨어진거라, 휴가증은 번개같이 작성되어 전령편으로 도착했고</div> <div>개념없는 서무계가</div> <div>X분대장님~이거 받고 싶으시면 순순히 PX한번 사주십쇼.라고 깝쳤지만,</div> <div>기분이 날아갈것같아 까짓 냉동 한번 돌려주고,</div> <div>택시비없어서 읍내까지 걸어갈뻔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 주 월요일.</div> <div><br></div> <div>수백명의 부대원들 앞에서 칭찬과 표창장을 받는 수치플레이를 겪고,</div> <div>수백명의 따가운 눈빛을 받으며 위병소를 통과해 휴가를 나가려는데,</div> <div>동기인 위병조장놈이 이거이거 뭐 반출안되는거 들고나가는거아니냐며 시비를 털어서</div> <div>기차놓쳤다...오라질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로, 부대원들의 경례하는 모습은 퍽 절도있어졌다.</div> <div>군기가 이렇게도 사는군.하고 간부들은 만족스러워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오마니는</div> <div>이 새끼가 현역을 간건가, 상근을 간건가. 라며,</div> <div>중대장횽과 행보관님 전화번호 좀 줘보라고 하셨고...</div> <div><br></div> <div>행보관님은 내 휴가를 마음껏 자르셨다.</div> <div><br></div> <div>"너 집에서 그만 내보내랰ㅋㅋㅋㅋㅋㅋ"</div> <div>(ㅂㄷㅂㄷ...)</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