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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59396
    작성자 : MilkKingSINO
    추천 : 13
    조회수 : 1313
    IP : 220.118.***.23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1/01 19:39:04
    http://todayhumor.com/?menbung_59396 모바일
    멘탈 잡아가며 쓰는 회사 생존기 (1) 내가 살기위해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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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a_w182719001_952458dd1924da23408e91f495db76e2f5f0f62f.jpg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날은 18일 추운 겨울.


    18일.



    공교롭게 내 기분을 정확히 반영한 날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퇴근한 시간에

    나는 방금 전까지도 키보드를 두들기며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보고 있었다.



    쓰벌....



    이놈의 부서만 일이 몰리는건지

    대부분 여기 층에 있는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처지다.



    갑자기 슬픈건지 눈이 아픈건지 눈에서 눈물이 났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왔다.



    휴, 담배 한대 피우자.



    연초가 주는 그 바디감과 타격감을 전부 채워 주지는 못하지만

    전자 담배를 꺼내 들었다.



    전자 담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도 아픈데, 연초로 몸까지 더 망칠 수는 없었다.



    담배 연기가 폐에 채워지는게 느껴지자

    신기하게도 눈과 머리에 청량감이 돈다.

    이래서 못 끊는다...







    오늘을 기억해보면

    낮에 창문 밖에 보이는

    파란 하늘과 하얀 햇빛의 상쾌함을 누리지 못했다.



    이제야 여유가 생겨 뽈뽈 기어나와 하늘을 본다

    엄청나게 추운날이라 중국발 미세먼지가 영향이 없는 날이었다.



    초승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간당 간당하게

    '나 이거밖에 안 보여도 달이야~ '

    하고 있는거 같아서 약간 처량하게 느껴졌다.









    15년이다.



    내가 정확히 이 회사를 다닌 기간이 15년.



    그래도 나름 네임 벨류가 있는 회사라 입사 초반에는

    ㅇㅇ 다녀~ 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버텼다.

    그러다 3년 주기로 직장인 사춘기를 맞이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것이 찾아왔다.

    지금까지의 사춘기의 격정적인 감정을 해소 방식은 다음과 같다.



    퇴사욕구가 머리 위에 솟구쳐서

    입에서

    'ㅌㅌㅌㅌ'

    소리가 돌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잘 못나가던 친구들 모임에 무리해서라도 나간다.


    그리곤 억지로 하하 호호 부어라 마셔라 했다.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자,

    서로 힘든 얘기를 털어 놓기 시작한다.



    애기를 듣다보면


    '어? 너도? 마시라...' 하고

    한숨의 깊이 만큼 술을 따라준다.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가자마자

    토를 바가지로 하고 잠을 청한다.



    다음날은

    머리가 깨질것 같지만 일어난다.




    회사에 까지 취기를 업고 들어 간다.

    한발자국 한발자국이 딛을 때 마다 꽹가리가 머리에서 울리는거 같다.



    회의시간에 내가 말을 할때마다.

    내 입에서는 술냄새가 나지만 이 냄새가,

    내 하소연을 들어주는거 같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몰래 편의점가서 라면하나 먹고나면 똥이 마렵다.



    바로 회사에서 술똥을 싼다....



    최고다. 똥싸면서 돈을 버는 이 순간.



    이러고 몇시간 지나면 몸이 어느정도 복구된다.

    몸이 복귀되는 만큼


    어제만큼의 격정적인 감정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 다른 모임에 나가서

    마시고 토하고 해장 라면을 먹고 똥싸고....



    ....





    이 짓거리를 2~3주 정도만 하면

    어딜가나 다들 가축안의 개돼지 신세구나 하고 이상한 마음의 위로를 받았었다.



    평소에 나는

    겉으로는 이성적이고 생각이 깊은척

    남들과 다른척 하지만




    '남들도 나랑 똑같이 불행해'

    하면서 안도감을 찾으면

    이렇게 비겁하고 싸구려같은 나를 한심하게 본다.



    하지만 덕분에 3년씩

    회사에서의 생명을 연장 할 수 있었다.








    근데 올해는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가 터졌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술자리가 기분 좋았던 이유를 한참 생각해 봤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한테 맘을 터놓아서 후련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것과 비슷하게 뭘 할 수 있을까?

    그중에 하나의 돌파구가 일기 였다.




    그래, 힘든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 다니던중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여기다 계속 찌끄려 보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모두

    나처럼 싸구려 위안 삼으면서 마음 풀고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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