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를 수술하다가 뇌 손상을 입은 청년이 있습니다. 가족들은 마취의료사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술에 참여했어야 했던 마취과장은 없었고, 대신 레지던트 1년차가 수술을 맡았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병원 측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28일) 긴급출동에서 이 사연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7년 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영준이.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지금 아이가 다리를 조금 다쳤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다른데 이상 없고 CT, MRI, X-Ray 모든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다고 나와 있었어요.]

교통사고 수술 전까지만 해도 부러진 다리 외에는 멀쩡했다고 아버지는 얘기합니다.

그러나 수술 때 뇌손상을 입고 반 식물인간이 된 영준이.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영준이) 눈이 완전히 뒤로 (넘어가서) 흰자위밖에 안 보이고, 숨을 너무 급하게 쉬더라고요.]

처음 병원에선 정형외과 수술 중에 폐색전증으로 심정지가 왔다고 설명을 했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병원 내) 소화기내과에 의뢰해서 검사한 결과 '폐색전증이 아니다.' 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러자 마취약 부작용이 원인이었다고 말을 바꾼 병원측.

수술당시 의무기록을 확인을 하려고 했지만 병원에선 '마취기록'을 보여주길 꺼려했습니다.

그리고 마취과장이 참여한다고 해서 선택진료비 70만원까지 냈는데 정작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은 레지던트 1년차였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마취과) 교수님이 하신다고 하는 거 아니냐?' 물었더니 '아닙니다. 마취과 1년차 선생님께서 했습니다.' (1년차 레지던트와) 4일차 된 인턴 선생하고 둘이서 했어요. 선택진료 의사가 참석을 안 해 문제가 발단이 됐고 이 지경이 됐는데도 병원은 책임이 없다는 거예요. 억울하면 법대로 하래요.]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3년 동안 발생한 23건의 수면 마취 사고 중 18명이 사망했고 5명이 뇌 손상을 입고 전신 마비가 됐습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마취사고는 의료사고 중에 아주 흔한 사고입니다. 영준이도 부모가 왜 대학병원을 갔느냐면 당연히 선택진료 의사, 전문의가 마취도 하고 수술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의료진과 병원을 사기죄로 형사고소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나중에라도 선택진료비 70여만원을 돌려줬기 때문에 사기죄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레지던트가 마취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병원에서는 어쨌든 레지던트도 의사다. 그러니까 전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얘기하죠.]

그리고 어렵게 대한의사협회측의 소견서를 받아 마취할 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료감정기록까지 첨부해 의료사고임을 주장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이 모두 전과자가 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우리가 (의사한테) 찾아가서 얘기한 걸로 '주거침입· 영업방해죄· 폭행죄' 등 4개 혐의로 우리를 형사고소 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이 나왔어요.]

요즘 아버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3월 말까지 퇴원을 해야 하는 겁니다.

무죄판결을 받자마자 병원비 청구 소송을 한 병원. 이 병원비를 못 내겠으면 3월말까지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치료비를) 상쇄하는 조건으로 해서 안 받는 조건으로 해서 나가라고 하는 거죠. 무조건 나가라는 거죠. '3월 31일까지 안 나가면 하루에 (병원비만) 100만원씩 지급해라.' 걱정인 거죠. 살아있는 애를 죽이라는 얘긴지.]

치료가 절실한 영준이.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병원에 문의했습니다.

[윤모씨/00병원 관계자 : (영준이 관련해선) 법원에 모든 자료는 제출했습니다. 재판부에서 판사님이 보시고 판단한 겁니다. 이의할 기회가 병원에도 주어지고, 환자분에게도 주어져요. 저희도 이의를 안 했고, 환자분도 이의를 안 한 거예요. (치료에 집중에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강제퇴원을 앞두고 무엇보다 진실을 밝혀주지 못해 가장 미안하다고 아버지는 얘기합니다.

[손상현/손영준군 아버지 : (아들이) 생각하면 굉장히 억울하겠죠. 억울한 정도가
아니겠죠. 아빠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만에 하나 영준이를 포기한다고 하면 죽어서 저 세상 가서 아빠를 원망할 것 같아요.]

영준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아버지는 진실 규명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 얘기 합니다.

황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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