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결혼 3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에 대해 고민하다 어렵게 맞이한 첫째 아들에 이어</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번에 다시 3년이 지나서 어렵게 두 번째 임신에 성공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내가 입덧으로 고생이 심해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초음파로 만나는 아기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감동을 느끼는 요즘이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둘째 임신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작년에 경험했던 응급분만 건이 기억나 지면에 옮긴다.</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만우절이면서 동시에 일요일인 사월 초하루 늦은 저녁…….</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독감에 걸린 아기들이 응급실로 계속 이어져 오는 통에 진작 응급실은 혼잡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대기 중인 환자 중에 등 쪽 하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한 여자환자의 차트가 테이블에 올라와있기에</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급한 환자는 아닌가보구나 하면서 당장 보고 있던 환자의 차팅을 다 마치고 나서야</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등 통증이 있다는 여자환자를 보기위해 4번 침상으로 발을 옮겼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 곳에는 체구가 크고 몸이 무거워 보이는 30대 중반의 여자환자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등을 보인 상태로 눕지 못하고 서서 침대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환자분 등이 많이 아프세요? 여기인가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요추염좌인가 싶어 등을 두드려 보고 요로결석인가 싶어 양측 신장부위도 두드려보았으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환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일단 누워보시겠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아팠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옆에는 보호자로 환자의 어머니가 함께 와 있었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환자 대신 대답하길 최근 몇 달간 생리를 하지 않다가 오늘 생리를 하면서 등이 아프다고 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럼 우선 소변을 좀 받아보셔서 임신반응 검사부터 나갈게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하면서 환자를 돌아 눕히는데……. 환자의 배는 딱딱하게 불러있었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대충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그 배는 출산에 임박한 만삭의 산모의 것이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그제야 환자가 무언가 내려오는 느낌이 난다고 말을 한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언제부터 생리를 안 한거에요? 한 번도 검사 안받아봤어요? 임신 중인 것 같은데?"</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하면서 급히 내진을 위해 커튼을 치고 진찰용 장갑에 소독약을 묻히면서 환자 하의를 벗겼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하아~ 하고 소리 내세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동시에 내진 중인 내 두 손가락 앞에는 아기 머리카락이 만져지고 있었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미 양수는 터져 없는 상태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제야 난, 이 응급실에 흔치않은 큰 일이 났음을 눈치 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이OO 선생님, 좀 도와줘, 여기 분만직전이야!"</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일요일이라 함께 근무 중이던 의료진을 불러 모으면서 급히 대학병원 산부인과로 옮길 것을 생각해봤지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초산이 아니고 이전 아기는 사산했다는 친정어머니의 한탄이 들려오는 것을 듣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기서 받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경산모인 경우는 초산보다 진행이 빠르고 태아 머리가 거의 내려온 상황에서</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환자를 옮기긴 어려운 상황…….</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친정어머니의 입에서는 모진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유, 이혼하고 그래서 아기 낳으면 안 되는데 우리 아기 못 키우는데 이걸 어째……."</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여기 소독할 거랑 태아 심박 모니터기, 신생아 배드좀 누가 가져와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급히 전화로 도움이 될 의료진을 부르던 이OO 선생이 마침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산부인과 과장님이 마침 병원 안에 있다고 내려온다 하였단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일단 내려오는 아기 머리를 잡고 산모에게 배에 힘을 빼고 호흡 크게 하라고 하던 중</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산부인과 과장님이 소독 장갑을 끼고 들어오며 "멀티야?" 하고 물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산모가 경산모냐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네, 두 번째 출산이라 합니다. 아기 주수는 모르고 산전 진찰 안 받은 상태입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기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인계받은 과장님은 준비된 소독가위로 회음절개술을 작게 넣었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환자 응급실 도착 10여분, 산부인과 과장님 응급실 도착 2분여 만에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출생의 순간, 누구보다도 축복받고 사랑받으며 태어나야할 한 생명이건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수선하고 추운 응급실에서 미약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기는 2키로 남짓으로 작았고 바로 울긴 했지만 목에 탯줄을 두 번 감은 상태,</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피부색도 청색증 상태로 전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일단 탯줄을 잘라 아기는 소독포에 싸서 산부인과 과장님이 안았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환자는 그 상태 그대로 분만실로 올려 달라 하여 태반 반출 안 된 상태로 침대째 그대로 분만실로 출발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나중에 들은 얘기론 아기는 산모가 키우지 않겠다고 결정하여</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소아중환자실 치료 후 기관 통해 입양절차 등을 밟기로 했다고 들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처음으로 응급분만을 경험하였지만 아기에게 너무도 추운 세상을 알려준 가슴 아픈 날이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기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년 반이 지난 지금, 그 아기는 잘 크고 있을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130927 최석재</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