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문태준, 아침 항구에서
바다가 아침에 내게 갈치 상자를 건네주었네
해풍에 그을린 어부들의 굵은 팔뚝으로
미로를 헤엄치는 외롭고 긴 영혼을
빛의 날카로운 이빨을
한 번도 건너지 못한 멀고 먼 곳을
깊은 풍랑을
갈치 상자만한 은빛 가슴을
푸른 바다가 검은 내게 배를 대고서
김소연, 꿀벌들의 잘난 척
꽃을 발견했을 때
꿀벌은 하루 종일 방황하던 바로 그 날개로
오로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꽃의 아름다움에
탄복해서가 아니라 꿀이 여기 있다고
소리치기 위해서
오로지 춤의
박자와 동작을
방향과 거리와 맛을
알리는 데에 썼다
꽃이 꽃 한 송이가 아니라 오로지
밥 한 공기로 보였으므로 꽃이 아름다운 색깔을
지니게 된 진짜 이유를
잊지 않고 오로지
살았으므로
이승희, 화분
늙은 토마토는 자라는 것을 멈추고
좀처럼 늙지 않았다
나 이제 늙어서 더 늙을 게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
사각의 흰 스치로폼이 거품을 물고 늘어지는 시간입니다
어두워지길 기다려 뱀처럼 고개를 쳐든 버섯들
그네 타는 아이의 흰 발목처럼
귀두를 쑤욱 내밀며
토마토의 발밑에 제 뿌리를 박아 넣고
집 한 채 짓습니다
고요조차 몸 둘 바를 몰라 비린내를 풍기는
비밀스런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화분은 고요했습니다
아침이면 버섯은 실처럼 가늘어져
흔들리는 이빨을 매달고 사라졌습니다
내 생은 자꾸만 제목이 바뀌는 책
제목 없이 시작되는 영화 같습니다
이채영, 사막의 나팔꽃
줄기도 잎도 없이 곧바로 땅에서 피워 올린다
찢어질 듯 부드러운 입술로 편곡한 악몽을 모래산이 무너지도록 질러대고 있다
모래산의 높이를 알지 못한 채 다투어 피는 용기가 모래로 쏟아지는 귀가 있다
잔향이 짧아서 더욱 또렷한 조화
집요하게 두근거려 혁명을 꽃처럼 펼쳐놓고 시시각각 관찰한다
꽃잎을 뚫고 들어온 태양의 죄질은 가볍다 넘치는 소리에 뜨고 질 뿐
태양 아니고는 무엇도 그 소리에 시선이 부서지지 않는다
이성목, 그 저녁의 흐느낌처럼
어둠에 등을 대고 부음을 듣는다
목덜미를 스쳐 어깨를 넘어가는
울음은 주름살 사이에 고여도 깊다
그렇게 떠날 것은 무엇인가
기별을 꽃처럼 전할 것은 무엇인가
맺혔다가 풀리고
풀려서 수런거리는 강물이
한 몸을 받아 철렁 내려앉은 봄날
낮고 아득한 흔들림에 귀 기울이는데
꽃잎 한 장 이마를 짚는다
그 찬 손에 화들짝 깨어나면
얼굴 가득 번지는 연꽃
붉게 피었다 져도 나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이 있는 듯도 하건만
사는 일이 이렇게
어둑해 질 것은 또 무엇인가
당신에게 살을 섞어도 모를
나는 누구냐고 자꾸 되물으며 여자가
아이를 지우고 돌아온
그 저녁의 흐느낌처럼
아파서 손 댈 수도 없는
멍이 배에 가득 번지는 것처럼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93537 | 초경 ♡ [19] | Sqd | 22/08/24 23:12 | 1685 | 23 | |||||
93674 | 2주전 잃어 버린 지갑을 찾았어요. 무려 돈도 그대로!!!!!!!!!! | mangis | 22/10/14 20:53 | 916 | 8 | |||||
93667 | [BGM] 달빛의 불안은 꽃에게도 도착했다 [1] | 통통볼 | 22/10/11 13:47 | 736 | 6 | |||||
93535 | [BGM] 그것은 견고한 절망이었다 | 통통볼 | 22/08/24 16:27 | 641 | 6 | |||||
93529 | [BGM] 우리는 항상 나란히 넘어진다 | 통통볼 | 22/08/22 14:37 | 621 | 5 | |||||
93544 | [BGM] 나는 그것을 봄과 혼동하기로 했다 | 통통볼 | 22/08/27 00:00 | 718 | 5 | |||||
93555 | [BGM]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 통통볼 | 22/08/30 23:29 | 742 | 5 | |||||
93597 | [BGM] 끝내는 말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다 | 통통볼 | 22/09/17 20:38 | 628 | 5 | |||||
93600 | [BGM] 당신은 먼 곳을 본다 | 통통볼 | 22/09/18 16:18 | 598 | 5 | |||||
93607 | [BGM] 단 한 번도 많은 사랑이다 | 통통볼 | 22/09/22 00:31 | 685 | 5 | |||||
93620 | [BGM]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 통통볼 | 22/09/26 22:49 | 629 | 5 | |||||
93623 | [BGM]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 통통볼 | 22/09/27 20:33 | 662 | 5 | |||||
▶ | [BGM] 울음은 주름살 사이에 고여도 깊다 | 통통볼 | 22/10/03 22:56 | 752 | 5 | |||||
93647 | [BGM] 첫 문장에 운명이 걸려 있다 | 통통볼 | 22/10/04 22:19 | 737 | 5 | |||||
93653 | [BGM] 뜨는 무지개만 여러 번 보았다 | 통통볼 | 22/10/06 23:13 | 688 | 5 | |||||
|
||||||||||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 ||||||||||